14일에 있었던 도서관이 세들어 있던 건물의 2차 경매는 유찰되었다.
8월에 더 낮은 가격으로 3차 경매가 이루어진다.
70억대로 경매에 나왔던 건물과 땅이 4차 경매까지 가면 30억대로 떨어진다니,
돈만 있으면 누구든 탐낼만 하다.
게다가 왕십리 역과 한양대 사이, 큰길(6차선 도로였던가...?)가의 건물이라
쫓겨날 위기에 놓인 우리 눈에는 누구든 손에 넣고 싶은 보석으로 보여 더욱 불안하다.
건물은 노후되어 낡았어도 팍팍한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 숨겨진
촉촉하고 시원한 샘물같은 공간이었더래서
이대로 사라지면 안될 것 같아 이런저런 해결책들을 강구중이다.
작년에 공들여 도서관 출입문도 새로 달고, 옥상에는 텃밭 공간도 꾸몄는데
낙찰이 되면 아무래도 이 공간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싶다.
듣기로는 건물주가 2001년 도서관 개관 이후 단 한 번도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단다.
건물주는 부도가 나고 경매에 들어가면서도 어떻게든 도서관은 지킬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던데
이렇게 되고 보니 건물주에 대한 그동안의 고마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250여 가족의 후원금으로 근근히 버텨오던 가난하고 작은 도서관.
그러면서도 서울시나 문화재단, 아름다운 가게 등등에서 벌이는 각종 프로젝트 사업을 따내어
그 혜택을 엄마들과 아이들이 맛볼 수 있게 해줬던 도서관이다.
개관하던 2001년 즈음 도서관에 들락거리던 아이들은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군에 입대한다며 인사를 오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품앗이 활동을 하고, 프로젝트 사업을 해오던 엄마들은
도서관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도서관 활동을 밑천삼아
협동조합을 꾸리기도 한다.
그만큼 도서관은 엄마들과 아이들을 키웠다.
서울시 천만인소 열린청원에 도서관을 지켜달라는 글이 올라가 있다.
지난번 페이퍼에 걱정거리를 꺼내놓았을 때만해도 지지한 사람이 겨우 13명이었는데
지금 134명까지 올라갔다.
함께 걱정해주고 지켜주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 고맙고 고맙고 고맙고...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이런 일을 맞닥뜨리고서 내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도서관 엄마들이 모두 그렇다.
주변에 아는 재벌 없느냐며 실없이 서로 묻기도 한다.
어떤 이는 조상님이 나타나 숫자들 좍 보여주는 그런 꿈을 꾸기도 한다는데,
평생동안 맨날 개꿈만 꾸고 살아온 것 같아 살짝 억울한 기분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