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이 방학을 맞아서 느긋한 아침을 즐기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막내를 흔들어 깨워 준비시키고 집을 나섰다. 얼마 전에 알라딘에서 <가방 들어주는 아이> 연극 초대 이벤트에 댓글을 달았는데, 그게 당첨이 되었고, 오늘이 바로 그 공연을 보러가는 날이었다. 11시 공연이었지만 10시부터 티켓을 배부한다고 해서 앞자리에 앉고 싶은 욕심에 9시 20분에 버스를 타려고 서둘렀는데 버스를 20분이나 기다려야했다.  버스 안에서 벌써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서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막상 가보니 우리가 두 번째. 첫번째 도착한 사람은 연극공연 이벤트를 하니 빨리 댓글을 달아보라고 내가 알려줬던 동생. 

 

아이들은 앞자리 티켓을 받고 어른 두 명은 맨 뒷자리 티켓을 달라고 해서 받았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앉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어린이 공연은 예의상 어른들이 뒤에 앉는 게 관람하러 온 아이들에게 좋다.

 

 

 

연극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종로 5가의 '더 씨어터'는 규모가 작은 소극장이었고, 그 덕분에 아이들은 무대의 호흡을 더 잘 맞춰가는 것 같았다. 원작의 뼈대를 해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각색도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고. 원작과는 다르게 연극에서는 문방구 아저씨의 비중이 큰데, 마지막에  하얗게 내린 눈을 치우는 아저씨의 뒷모습에 관객들 모두 "오~~"하며 웃게 만드는 반전(?)이 있었다.  연극을 보고난 후의 관람평은 아이들도, 나도, 같이 본 동생도 '매우 만족'. 

 

거의 100명이 다 되는 인원을 초대해서 이렇게 예쁘고 훌륭한 연극을 선물해준 사계절 출판사에 감사.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에도 사계절 출판사에서 하는 <일과 사람 전>에 다녀왔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일과 사람 시리즈' 중 『내가 만든 옷 어때?』의 그림을 그린 선현경 작가와 만나고 아이들이 전지로 옷을 디자인해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도서관 아이들이 신청을 해서 같이 다녀왔었다. 이래저래 사계절 출판사에게 고마운 일이 많구나.

 

같이 갔던 딸아이 친구를 데려와서 우리집에서 놀게 했다. 좋아라 노는 아이에게 어른된 도리로 해야 할 일은 간식 챙겨 주기.

집에 있던 또띠아를 꺼내서 피자를 만들었다. 아주 간단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피자인데, 만들면서 마노아님이 생각났다. 너무 간단해서 시시한 이 레시피. 공개하자니 민망하지만, 뭐, 아무렴 어떠리. 어차피 내 서재는 아는 사람만 아는, 지극히 조용하고 한적한 서재니까, "고작 이런 보잘 것 없는 레시피라니!!!'하고 돌 던질 사람은 내가 알기론 내 서재에 오는 사람 중엔 없다.

아마도.... 유재석이랑 박명수가 하는 야식코너에 내놓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메뉴다. (혹시 벌써 거기에 나온 거 아닐까?)

 

재료는 또띠아, 꿀, 피자치즈, 병조림 옥수수 (또는 캔옥수수), 그냥치즈.

1. 꿀을 한 숟가락 떠서 또띠아에 잘 펴서 바른다.

2. 그 위에 피자치즈를 듬뿍 올린다.

3. 옥수수를 적당히 골고루 뿌려준다.

4. 그냥 치즈 한 장을 적당히 손으로 잘라 3 위에 올린다.

5. 예열된 오븐에 넣고 굽는다. (170~180도에서 15분~20분 정도?)

* 피자치즈가 잘 녹았을 때 꺼내주면 된다.

 

이 피자의 맛은 고르곤졸라 피자 비슷하다. 옥수수는 시중에서 파는 캔옥수수가 거의 미국에서 수입된 옥수수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 나는 한살림에서 파는 병조림 옥수수를 사용한다. 한살림 병조림 옥수수는 맛이 좀 싱거워서 넉넉히 뿌려도 괜찮지만 시중에서 파는 캔옥수수는 너무 많이 뿌리면 맛이 너무 강해서 피자가 짜진다.

 

 

 

 

식욕에 눈이 어두워서 굽자마자 아이들이랑 마구마구 먹고, 마지막 한 조각이 남았을 때 제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군고구마가 있어서 고구마도 작게 잘라서 올렸다.  지난 번에는 옥수수가 없어서 사과를 올린 적도 있고. 

시장이 반찬이 될 즈음, 가끔 해먹으면 꽤 맛이 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하룻밤 캠프가 있는 날이다.

큰딸은 아이들을 이끄는 교사로, 막내딸은 참가하는 학생으로 도서관에 갔다.

이 저녁이 조용하다.

지금쯤 도서관은 시끌벅적 야단법석 난리도 아닐 것이다.

 

우리집은 평화와 고요..

크리스마스에도 느끼지 못했던 'A Silent Nigh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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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1-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연극으로 만들었군요. 좋았겠다~
또띠아를 사야겠어요! ㅎ
전 만두피에 고구마 으깬거랑 옥수수알 넣고 프라이팬에 구워주니 잘 먹더라구요.

섬사이 2014-01-15 10:10   좋아요 0 | URL
네, 연극으로 참 잘 만들어냈어요.
음, 만두피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요리 아이템인 것 같아요.
얼마전에 만두피로 만드는 츄러스도 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