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모든 것 』(마틴 솔즈베리, 모랙 스타일스 지음/서남희 옮김/시공아트)

 

얼마 전부터 그림책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점점 그림책을 읽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요즘 출판되는 그림책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벅찬 내용인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고 타박한다면 물러날 자리가 없다. 하지만 막내가 취학 전일 때와 비교해보면 전혀 읽지 않는 게 아니라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나도 덩달아 그림책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알라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덥썩 사버렸다.

 

표지에 새겨진 '그림책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역사/소재/주제/기법/출판 산업까지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이라는 부제가 따라붙어 있다. 판형이 좀 크긴 하지만 200쪽이 안되는 책 속에 그 많은 것들을 다 담았다고? 책을 펼치기 전부터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서남희 씨의 번역이라는 점이 조금 의심을 흐려지게 했다. 오히려 어떤 묘책으로 그 많은 내용을 이 한 권에 담았는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랬다.

 

그림책의 발달을 인쇄술의 발달과 관련지어서 설명한 것도 좋았고, 그림책 작가들이 대상연령을 미리 생각하고 책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크로스오버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것이 그림책의 가능성을 더 열어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새로웠다.  (그러니까 내가 읽기에도 벅찬 그림책들이 많아지는 거였구나!) 시각적 문해력과 드로잉을 통한 사고에 대한 설명,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을 '보완'과 '대위법'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것도 깔끔했다. 시각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텍스트와 그 자체가 그림의 요소인 텍스트 간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는 설명도 마음에 담아둘만 했다. 게다가 시원시원하게 들어가 있는 그림들은 이 딱딱한 이론서를 '읽을만한' 책으로 여기고 쉽게 다가서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짐작한 거였지만 200쪽이 안되는 책 속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니 개론적 설명이라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그 아쉬움 속에서 이 책이 해낸 큰 역할이 있다면 연이어 그림책 이론서를 줄줄이 사게 만들었다는 것.  책이 책을 부르는 책꼬리잡기 연쇄반응이 일어나서 나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책을 보는 눈』(마리아 니콜라예바 외 지음, 마루벌)과 『그림 읽는 아이들』(에블린 아리프, 모레그 스타일 공저, 미진사)와 『그림책론』(페리 노들먼 지음, 보림)을 내 책꽂이에 꽂아두게 되었다. 이런 책을 번역해서 출판해 주다니, 정말 고마운 출판사라고 감동하면서 신나서 주문을 했던 거다.

 

 

 

 

 

 

 

 

 

 

 

 

 

 

 

 

 

이 세 권의 책을 다 읽게 된다면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하고 기특해서 어쩔 줄 몰라할 것 같은데, 언제쯤 붙잡고 읽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갑자기 저 책들보다 먼저 오래전에 읽었던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한림출판사)을 다시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딱딱한 이론서를 읽고 나니까 다정한 이론서가 그리워진 모양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급하게 주문할 게 뭐람.)

 

 

 

 

 

 

 

 

 

 

 

 

 

 

 

그러니까 결론은 그림책이 궁금한데 제법 딱딱한 내용으로 냉철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잡고 싶고,,,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금방 휘리릭 정도만 원할 경우애는 이 책을 시작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또하나 우리 그림책 연구에 대한 아쉬움이 앙금처럼 남는다.  미국의 경우 벌써 한 30년 쯤 전부터 그림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가 그림책의 출발이 좀 늦었다고는 하지만 이제 슬슬 우리 그림책과 작가에 대한 연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직 대학 학부에도 어린이문학과 그림책에 대한 강의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도 창작강의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말이다.  좀 더 열심히 으쌰으쌰, 응원을 보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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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12-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왕,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이라는 책이 있는데, 저도 읽진 못했지만 저자들이 믿음이 가서 찜해두었어요. 섬사이님도 아실지 모르지만 저의 다짐 차원에서(?) 남겨 봅니다.

섬사이 2013-12-07 00:07   좋아요 0 | URL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은 저도 보관함에 쓰윽 넣어 두고 있어요.
아직까지 장바구니로 옮기지 못한 이유는... 음... 현존하고 있는 작가들, 게다가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소개하고 있을지, 믿어도 될지... 좀 망설여져서요.
하지만 네꼬님이 '저자들이 믿음이 가서'라니까 조만간 장바구니로 옮기게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