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빅뱅과 거북이 - 우주 탄생 똘레랑스 프로젝트 1
아나스타시야 고스쩨바야 지음, 이경아 옮김, 표트르 페레베젠쩨프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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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세상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관용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것을 무조건 미워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사회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그 첫 권의 제목이 <빅뱅과 거북이>인데 우주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작에 대한 궁금증은 고대부터 시작되었을 터.  현대과학으로 밝혀진 빅뱅이론이 성립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이다.  각 나라와 온갖 민족들의 우주탄생신화와 창조기원설들은 민족적 특성을 엿보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상징성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과학의 힘에 밀려 점점 옛날 사람들의 엉뚱한 이야기 쯤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기원의 비밀 빅뱅과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창조설을 같은 무게로 다루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빅뱅이 일어나기 전 '거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세계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알'에서 탄생하는 설화들을 제시한다.  알에서 인간이나 동물 등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는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엄청난 밀도의 물질의 폭발로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과학이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과학을 맹신하고 신을 폐기처분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말하려는 바는 이 문장들에서 드러난다.

   
  너에게 두 시간동안 줄곧 이렇게 말하고 있잖니. 세상엔 수많은 생각과 관점이 존재한다고. 네 생각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 생각이 유일한 진리인 것은 아니란다. 앞에서 말한 톨텍족의 설화와 신화를 잘 연구해 보렴. 어떤 내용인지 자세하게 연구해 본 후에 쓰레기장에 버리려면 버리려무나. 그런데 너는 핵폭탄과 생화학 무기를 발명한 과학이 고대의 신들보다 더 적은 희생자를 냈다고 생각하는 거니? 각각의 신을 숭배한 민족들만큼이나 다양한 신들이 있단다.  
   

이야기의 설정도 흥미롭다.  키릴이라는 소년이 언덕 위의 신비한 박사님 사마일의 집으로 몰래 숨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그러나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로 가득찬 사마일 박사의 집이나 박사가 맡고 있는 '행성의 조정자'역할이 이야기 속에서 그 질감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너무 컸던 걸까. 이야기가 중반으로 흐르면서 사마일 박사의 설명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키릴이 사마일 박사의 집에 숨어들었을 때 세계수 중 하나인 무화과 나무를 쓰러뜨리는 바람에 인도네시아에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야기가 이런 사건들을 군데군데 더 짜임새있게 이어갔다면 훨씬 더 흥미로우면서도 아이들이 저자의 의도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소년 키릴이 박사에게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가는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편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 편에서도 훨씬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편집에 관한 문제인데, 본문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간에 커다랗게 끼어있는 설명자료글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창조론', '다윈의 진화론', '우주달력' 등등 설명글들이 많은데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각 장 끝에 모아 실는다던가 아니면 작게 박스 처리를 한다든가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세계의 문화다양성과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표방하며 기획된 책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점이 좀 걱정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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