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세상을 설득하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10대, 세상을 설득하라 - 가슴속 열정과 의지로 세계를 사로잡는 기술
이정숙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만족하고 애써 나를 고쳐보거나 다듬으려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인가 보다.  자기계발을 하려는 건 뭔가 목표가 있기 때문일 텐데, 내겐 그 목표라는 것마저 사라지고 없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뭐하러 굳이 이런 책을?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거다.   

이 책은 설득의 방법으로써의 '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말'의 중요성은 옛부터 강조되어 왔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낮말을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  조심하고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속담들이다.   '예의', '경계', '조심' 이  기성세대들이 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이라면 요즘은 적극적으로 '말'을 활용하여 상대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시 되고 있는 것 같다.  '침묵은 금'이라는 예전의 가치관이 약해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이 책은 '말'을 잘 하면 실력을 인정받고, 사람들과도 잘 사귀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말을 잘 한다'는 건 뭘까?  저자는 '말은 나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소통의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잘생긴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 '언변이 좋은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호감을 유도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으로 치자면 아마 사기꾼들이 최고의 고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윈스턴 처칠,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안철수, 강인선 기자를 예로 들었지만 말이다.

이 책이 '미래의 글로벌 리더를 위한 말하기 비법 공개'라거나 '말하기 실력이 인생의 무대를 확 바꾼다!'식의 문구를 달지 않고 그냥 소박하게 서로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말의 예의 쯤으로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에서도 말을 잘하려면 상식이 풍부해야 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며, 상대를 존중하고,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등등의 설명이 들어있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성공과 출세와 인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건 좀 씁쓸했다.    

'말'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그러나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성공과 출세, 인기몰이와는 또 다른 차원이 아닐까.  지은이의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한경쟁의 시기를 살아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말'조차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삼으라는 것 같아서 별로 권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너무 세상을 모르고 순진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진심'이 통하는 '말'을 위해 쓰인 책이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떻게 말할까'와 함께 '무엇을 말할까'를 고민하라고 하고 싶다.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방법은 스스로 찾아내지 않을까.  '세상을 설득하라'는 이 제목이 요즘 10대들이 가져야 할 목표라면 어떻게 설득할까에 앞서 설득할 그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설득하고 싶은 그 무엇이 10대들에게 있는지, 그것부터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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