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심심해하던 유빈이랑 지난 번 <천하무적 조선소방관>을 읽으며 "아이랑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걸 실천에 옮겼다. 사실 독후활동 같은 건 거의 해보질 않았는데, 유빈이는 엄마가 색다른 걸 함께 하자니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천하무적 조선소방관>에는 인물을 표현하는 낱말이 많이 나온다. '쫑알쫑알 시끄러운 떠꺼머리 총각, 빈둥대다 쫓겨난 마당쇠, 천하장사 돌쇠, 굴때장군 깜상, 남산골샌님, 똥퍼 아저씨, 꺽다리, 땅딸보, 꼽꼽쟁이, 느림보, 모도리, 덜렁이, 비실이, 꺼벙이, 변덕쟁이, 쌍둥이, 비렁뱅이...' 우리 말에 그 감칠나고 재미난 면모가 잘 드러나는 낱말들인 것 같다.
이 중에서 '꼽꼽쟁이'는 얼마 전에 읽은 <신기생뎐>이라는 소설에서도 나왔던 낱말이다. '성격이 급하고 좀스러운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다섯 살 유빈이에겐 어려운 낱말이다. 포스트 잇을 잘라서 낱말을 적고, 하나씩 주면서 낱말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 낱말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서 붙여주라고 했다.

나름 고민하면서 이름표를 하나하나 붙여줬다. 그 결과가 이렇다.

'변덕쟁이'와 '덜렁이'를 선정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꺼벙이'가 빠졌네.. ) 아이 눈에 충실하게 붙인 건데, 꽤 잘 찾아낸 것 같다. '똥퍼 아저씨'는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인물 중 하나. 똥모양의 머리스타일이 아이 마음에 쏙 드나 보다.
하는김에 옛날에 쓰던 소방기구들도 찾아보자고 했다. 책 뒷편에 '남산골샌님이 들려주는 조선 소방관 이야기'에 나오는 겹복, 급수생, 도끼, 불채, 숙마긍, 장제, 철구, 수총기를 찾아보기로 하고 같은 방법으로 포스트 잇을 붙여봤다.


이것도 설명을 일일이 읽어줘야 했지만 잘 찾아낸 편이다. 수총기는 뒤에 궁궐에 불이 났을 때 등장해서 따로 붙였는데 사진으로 찍질 못했다.
독후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는데, 유빈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어쩌다 한 번씩은 해줘도 괜찮겠구나, 싶다. 독후활동은 '교육','학습'으로만 생각했는데 '놀기'로 생각하고 아이랑 나랑 가끔 한 번씩 '즐긴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책에 포스트 잇을 붙인 채 그냥 놔뒀더니 아이는 한 번씩 펼쳐 보고는 뿌듯해 한다. 자신의 성과물로 여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