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 더불어 시리즈 1
서해경.이소영 지음, 김원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변이 시끄럽다. 재벌언론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위한 미디어법 개정을 두고 “절차상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너무나 어정쩡해서 어이가 없는 헌재의 결정이 한참 도마에 올랐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갑작스런 추위 속에서 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죽은 자와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드렸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 재파병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고 세종시 백지화니 박정희의 만주군 혈서지원이니 해서 또 한편이 왁자지껄이다. 국민들은 신종플루 때문에 바싹 긴장하느라 삶이 편안치 않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라니... 눈물겨운 꿈처럼 책 제목이 아련했다.

인도의 초대 총리인 지와하를랄 네루는 ‘정치란 국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고 공자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정치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모아서,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놀이의 규칙을 정하거나 학교에서 학급회의를 하거나 동네 반상회를 하는 것 모두가 다 정치라고. 그러고 보면 정치는 정말 좋은 것이어야 했다. 우리가 염증을 느끼고 분통을 터뜨리고 냉소를 보내야할 만큼 나쁘지 않았어야 했다.

생각이 모이려면 대화를 나눠야 하고, 대화가 잘 되려면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처지를 보자면 들어주는 사람도, 대화도 없어 공연히 외롭고 처량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끼리 알아서 눈물도 닦아주고, 어깨동무도 하고, 때론 허허, 허탈하게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따뜻한 촛불을 밝히기도 했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아이들에게 ‘정치’라는 것의 기본을 차근차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 장 맨 앞에 옛이야기나 우화, 아이들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역사적 사건 등등을 예화로 제시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도 마음에 들었다. 지은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관심’과 ‘참여’다. 그 ‘관심’과 ‘참여’는 나라 안의 정치를 넘어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이루는 데까지 확장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민주주의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에 출판사, 세 개의 상업방송국을 가진 이탈리아 최대재벌이었다가 총리가 된 베를루스코니를 예로 들며 편법과 꼼수에 능란하고 과도한 권력을 탐하고 우리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자를 경계하며 감시하라는 주의사항도 잊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우리가 가진 하나하나의 투표권 행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투표권을 어떤 사람에게 써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각 장 끝에 <생각이 깊어지는 자리>라는 코너가 있어서 아이들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적어보게 되어 있는데, 그 질문들 중에 어떤 것은 꽤 매섭고 날카롭다.

그러고 보면 지난 약 2년 남짓 동안 우리는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참 풍성하고 다양하게 누려온 것 같다. 촛불집회, 거리행진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서명을 했고, 댓글을 달았으며, 여기저기서 성명이 발표되고, 많은 이들이 애도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참여들이 부디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서 정치참여의 ‘아픔’을 겪었던 많은 분들이 자라나는 세대들로부터 이해받고 존경받기를 바라는 욕심도 부려본다. 그러고 보니 살아가면서 피할 수도 없고 떼어낼 수도 없는 게 정치라면, 아이들에게 ‘정치란 이런 것이다’하고 제대로 가르쳐줄 책 한 권이, 요즘 가장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 221쪽 / 하지만 앞 장에서 다룬 4.19혁명 역시 마산의 중,고등학생에게 시작되어
; 앞 장에서 4.19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없어 앞부분을 처음부터 뒤적였었다. 혹시 내가 두 장을 한꺼번에 넘기는 바람에 못 읽었나, 싶어서. 하지만 4.19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앞쪽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좀 당황스럽고 의아했지만 그냥 계속 읽어나갔더니 4.19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238쪽에 나온다. ‘앞 장’이 아니라 ‘뒷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