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를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메리카를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
러셀 프리드먼 지음,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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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누가 “신대륙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하고 물으면 눈꼽만큼의 의심도 없이 “콜럼버스!”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던 나다.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자기가 발견한 땅이 인도인 줄 알았다는 설명을 곁들여 가며 아이들 앞에서 잘난 척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작가는 되묻는다. “정말 콜럼버스가 처음일까?”라고.
그래,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다. 특히 남미 페루 등지의 원주민들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으니까. 검은 머리에다 서구인들의 얼굴에 비해 좀 평면적이다 싶은 얼굴이어서 어쩐지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었다. 이상하단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진 않았었다.

물론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 인용한 콜럼버스의 말에 의하면 `균형 잡힌 몸과 선이 매우 고운 얼굴 등 아주 튼튼해 보이‘고 ’다들 키가 큰데 다리가 하나같이 쭉쭉 뻗었고 배가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쿠바와 히스파니(지금의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을 아우르는 섬)에서는 ’이곳에 한 번 들른 사람은 절대 떠나고픈 마음이 들게 하지 않을‘ 곳이며 그 곳에 살고 있는 타이노 족은 ’다정다감하고, 욕심이 없으며, 누구에게나 상냥‘했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며, 세상에서 가장 나긋나긋하고 온화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데다 늘 미소를 짓‘는다고 하니 원주민들은 꽤나 풍요롭고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처참한 불행과 멸망을 돌려주었을 뿐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했다고 우리가 믿게 된 것은 어쩌면 그 발견의 결과가 너무나 확실하게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71년 더 앞선 1421년에 정화제독이 이끄는 중국의 막강한 보선 함대가 아프리카의 남쪽 끝을 돌아 아메리카까지 갔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영국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개빈 멘지스라는 사람으로 그가 근거로 내세우는 증거들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회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가 인용하는 난파선과 유물 일부는 정말 중국인이 남긴 흔적으로 중국의 해상 여행객들이 소규모로 이따금 아메리카 해안에 상륙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보선 함대의 항해기록이 불태워져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기록이 남아있다면  중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려 했는지를 알 수 있을 테고, 서구 열강이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식민지화 했던 것과 비교해 볼 기회도 생겼을 것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북유럽에 내려오는 바이킹 무용담에서 시작된다.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어 온 ‘빈란드 무용담’에 의하면 레이프 에릭손이라는 노르웨이 농부의 아들이 정착학 새로운 땅을 찾아 항해에 올랐다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지나 지금의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남단 랑스오메도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콜럼버스보다 5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들이 원주민들과 어떻게 접촉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원주민들과 교역이 있었으며 그 와중에 오해가 생겨 폭력사태가 뒤따랐고 이 때문에 레이프의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 무용담에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원주민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여겨 포기하고 그린란드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랑스오메도 지역에서 고고학자 앤 스타인 잉스타드와 그녀의 남편 헬게 잉스타드에 의해 정착촌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중국의 보선이 아메리카에 닿았다는 설보다는 증거가 더 확실해 보인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듣고도 채워지지 않는 의문은 이어진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없었을까, 하는. 작가는 약 13,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 클로비스 야영지와 약 18,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피츠버그 근처의 메도크로프트 유적지 등등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또 유전학자들은 최초의 발견자, 그러니까 최초의 이주민을 2만 년 전에서 3만 년 전 사이로 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자면 각 대륙의 최초의 발견자를 찾는 것처럼 까마득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라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까지 거슬러 올라가 발견자를 찾아야 할 것이고, 그 최초의 발견자를 찾는다고 해도 그 발견자는 또 어디서 왔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의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문제가 되고 만다. 일설에 따르면 인류의 시작이 6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을 기원에 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는 발견의 가장 처음을 찾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바늘 끝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고 누군가가 가르치는대로 그냥 꿀꺽 삼켜서 믿어버리는 우리의 단순하고 경직된 사고체계를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유연한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이제 누군가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이라고 묻는다면 ‘콜럼버스!’라고 대답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가장 늦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고, 그 이전에 아메리카 대륙은 이미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 지도가 있어 읽기가 더욱 즐거웠다. 그러나 사진이나 그림을 설명하는 독특한 글자체가 잘 읽히질 않았다. 본문이 시작되는 맨 앞장의 오른쪽 하단의 글씨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좀 더 번역이 매끄러웠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빈란드 항해는 레이프의 상처한 이복 여동생 구드리드와 결혼한 이아슬란드 상인 토르핀 칼세프니가 이끌었다’(66쪽)라는 문장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껄끄러워서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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