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결과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그 걱정부터 밀려 왔습니다.
미안하고 창피해 죽겠습니다.
어른들이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들을 더 고생시키게 된 것 같아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2MB의 미친 교육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저 혼자 착각하고 살았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보여줄 거라고
저 혼자 희망에 부풀었었나 봅니다.
서울 25개구 중 17곳에서 뒤지고도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유권자들의
몰표로 당선된 사람을 과연 서울시 교육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요.
차라리 강남의 어느 교육청장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교육이 폭력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참아라, 견뎌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부모인 나는 왜 이런 폭력을 막아주지 못하고 있는지...
왜 내 아이가 폭력 당하고 있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건지..
제도권 공교육의 길에서 더이상 가지 말고 그만 멈추라고,
그만 내려오라고 하지 못하는 건지..
요즘 계속 우연히,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도 나름대로의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일반학교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며
아이들의 만족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 분들의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 분들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만족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 잘 되라고, 다 너를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내 욕심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가슴은 메마르고 몸은 둔해진 채
머리만 커진 아이들로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마음으로 풍부하게 느낄 줄은 모르고
머리만 쓰려고 하는 아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게으르고 삭막한데 머리만 좋은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모두 어른들 탓입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