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30분 책엄책아에 가는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서는데, 와~~아침인데도 이미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장난이 아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정류장이 있고 또 바로 책엄책아 도서관 코앞에서 내리면 되니까 망정이지, 걸어가라면 도무지 못 갈 것 같은 그런 날씨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엄마들이 벌써 많이 와있다.  동그란 노란 책상에 아이들이 모여앉아서 한 엄마가 가져온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유빈이가 냉큼 그 틈에 끼어 앉는다.  아침에 샌드위치 반을 다 먹고 나왔으면서. 

강의가 시작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엄마들이 모두 우유곽과 단추를 들고 있다. 어? 우유곽이 준비물이었어요? 했더니 한 엄마가 “그러니까 우유가 남아돌아서 애들 씨리얼까지 먹였죠.”하며 웃는다.  알고 보니 강의 준비물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되었는데, 나만 휴대전화가 없는 관계로 연락을 못 받은 것.  역시 휴대전화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긴 했구나...  나도 결국 하나 장만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치, 어쩌다 한 번인데, 뭘!’하고 금방 고민을 떨쳐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참 못 말리는 고집쟁이다. 

전래놀이 강좌답게 열심히 놀았다.  팔씨름과 돼지씨름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단추와 실을 가지고 단추씽씽이도 만들어 놀아보고, 제기도 직접 만들어 차봤다.  우유곽으로는 양면딱지를 만들어 엄마들끼리 딱지치기 한 판!!  정말정말 오랜만에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놀이도 했다.  엄마들끼리 깔깔대고 웃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마음껏 더듬어 본다.  어릴 때, 나랑 소꿉놀이며 공기놀이, 팔방놀이를 함께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논다’는 건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여유를 찾는 일인 것 같다.  너무나 오랫동안 ‘제대로 노는 법’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노는 법을 잊어버린 엄마가 되어 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며 아이를 몰아갔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했다. 

지난 번 연극놀이 강의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타인들과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빼앗아 버렸다는 안타까움도 일었다.  타인과의 관계 단절 속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집을 나서면 닌텐도 같은 휴대용 게임기에 몰입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어울림이 전제되어야 하는 전래놀이는 설 땅을 잃고 있는지도...  

늦은 오후에 유빈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으흠~~ 우유곽을 모아 딱지를 만들어서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딱지치기 바람을 일으켜 볼까....???  유빈이 또래 아이들을 모아서 으랏차차, 하며 힘껏 딱지를 내려쳐 훌렁 뒤집어 버리는 쾌감을 전수해 줘볼까....???

음.. 놀이터에 맨발의 청춘 바람(놀이터에서 맨발로 뛰어 노는 것)을 일으켜 동네 물을 흐려 놓은(?)전적이 있는 유빈이와 나로서는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

아, 제기차기가 단전에 기를 모으는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산만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인 아이들이 제기차기를 많이 하면 성격이 좀 차분해진다고..  남자들은 정력이 강해진단다.  아들이랑 남편에게 제기차기를 권해보시던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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