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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ㅣ 보림문학선 4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이세 히데코 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네꼬님의 매력적인 리뷰에 낚여서(?) 서둘러 주문했었다. 오카다 준? 안데르센 명예상까지 받은 작가라는데, 난 한 번도 이 사람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흐리고 후텁지근한 날씨, 침침하게 가라앉고 습한 기운 때문인지 사물의 윤곽이 흐리게 뭉개지는 분위기랑 딱 어울리는, (비라도 좌~악 뿌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그런 책이었다. 더 큰 효과를 보자면 식구들 모두 외출해버린 비 오는 날, 이불장 속에 기어들어가 푹 파묻혀서 마치 이 책에 나오는 열 명의 아이들 틈에 섞여있는 기분으로 읽으면 금상첨화일 듯. 이불장 속이 여의치 않으면 식탁 밑이나 책상 밑에라도..
신비한 이웃 아마모리 씨 같은 사람이 우리 아파트에 산다면 어떨까. 요즘처럼 더운 날 밥 하기도 싫고 눅눅한 방바닥 걸레질하기도 싫어서 축 처져있을 때, 무뚝뚝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기분을 환기시켜 줄 짤막한 한 마디 말을 던져주지 않을까. 솥에 쌀을 넣고 밥을 지어 솥뚜껑을 열었더니 진주 밥알이 가득했다거나(이 못 말리는 물욕!), 방바닥이 갑자기 아이스링크 바닥처럼 매끈매끈해져서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이 신나게 걸레를 끌고 다니며 놀았더니 정말로 방바닥이 거울처럼 깨끗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기분 좋은 마법을 걸어준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나는 금방 ‘이깟, 눅눅한 더위 쯤!’하고 꿀꿀한 기분 툭툭 털고 한여름 내내 뽀송뽀송한 마음으로 씩씩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마모리 씨랑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찰랑거려 간지러워진다. 작가가 감성적인 부분을 살살 간질이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얼른 읽히는 게 좋을 것 같다. 되도록이면 장마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