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역스러웠던 건 매년 9월이면 심해지는 비염이었다.  늦둥이 막내 비니를 얻으며 함께 얻은 비염이다.  임신했던 해 8월에 갑자기 재채기가 터지면서 (말 그대로 쉴새 없이 터졌다) 코가 미쳤는데 (정말 미친 것처럼 기능을 상실했다.  콧물나고 코막히고..) , 그 이후로 늘 8월이면 코가 미치기 시작하고 9월이면 도저히 참아주지 못할 지경이 되어 이비인후과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8월 한 달을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으며 버티다가 9월에 이르러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차트를 보며 하는 말이, 매년 9월이 되면 오셨네요, 한다.  밤 중에 자다가 못견디고 일어나 코가 다 헐도록 풀어대며 지새운 밤들의 고통을 어찌 다 풀어놓으랴.  그저 잠도 못 자고 힘드네요, 한 마디 했더니 그 의사 '그렇겠네요, 너무 심해졌어요.' 한다..  나도 미련이지.. 뭐하러 한 달이 넘도록 잠도 못자면서 병원 가기를 망설였는지.. 내년부터는 꼭 8월에 병원을 찾자고 다짐했다. 

아직도 비염이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잠 자기는 훨씬 편해졌다. 덕분에 낮에 생기를 찾았다.  병든 닭처럼 비몽사몽 풀어진 눈빛으로 소파에 게슴츠레하게 앉아 있는 일도 많이 줄었다. 처음 병원 치료를 받고 와서 약을 먹고 소파에서 잠깐 잠이 들었었는데, 숨쉬기가 얼마나 편하던지, 자면서도 '그래, 잠은 이렇게 자는 거야.  코로 숨을 쉬니까 잠이 이렇게 달콤해지는구나.'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제 10월이다.  비염이 좀 물러나 주려나 기대하고 있다.  숨은 코로 쉬고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10월의 공기는 코로 마시고, 코로 다시 뱉어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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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10-0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에는 괜찮으세요? 저나 울 지성이는 봄.가을로 괴롭답니다 ㅜ.ㅜ
아주 못살겠는 정도는 아니고 조금 심하게 괴로운 정도에요. 간지럽고 재채기에 콧물에..
우리 쾌청한 코를 위해 노력해요..

섬사이 2007-10-08 02:40   좋아요 0 | URL
예, 봄에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무스탕님이랑 지성이도 비염이 있는 거에요? 부디 심해지지 않기를.. 찬 음식을 먹지 않으면 훨씬 나아진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래요, 쾌청한 코를 위해 노력해봐요. 으쌰쌰!!!

kimji 2007-10-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아주 죽겠습니다, 비염-_-;; 찬 음식을 먹지 않으면 훨씬 나아진다니, 오늘부터 물도 데워서 먹어야겠어요;; 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문, 서랍 열때마다, 아주 죽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코를 뽑아 다른 코와 교체하고 싶은;; 윽, 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