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뽀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말..

"엄마, 과학상상화를 그리라는데 뭘 그리면 좋을까?"

"음... 핵무기때문에 지구가 멸망한 거.. 아니면 무분별한 복제실험과 유전자 조작으로 기형적인 생물이 우글거리는 거... "

난 꼭 이럴 때면 삐딱선을 탄다.  과학문명의 발달이라는 게 늘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닌데 과학상상화로 아이들에게 억지로 과학에 대한 장미빛 희망만 가지라고 강요아닌 강요를 하는 게 마땅치 않아서 내가 나서서 딴지를 걸어 보는 거다.  아들을 상대로 딴지 걸어서 뭔 소용이 있다구..

우리 아들 킥킥거리며 웃는다.

"엄마, 우리 반에서 미래의 우리학교를 그리는 게 있었거든."

"엉. 근데?"

"근데 어떤 애가 어떻게 그렸는지 알아?"

"어떻게 그렸어?"

"ㅋㅋㅋㅋ  학교가 폐교되서 학교자리에 아파트 들어선 거 그렸다~"

"?"

그 다음에 터져 나오는 웃음..

자기가 한 얘기에 엄마가 크게 웃어버리니까 우리 아들이 보태는 말,

"엄마, 근데 또 다른 애는 학교가 폐교 되서 그 폐교된 학교에서 애들이 재밌게 노는 거 그렸어."

"우하하하하":

선생님이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까?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통쾌한 거야?

19세기 산업사회의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지기 시작했다는 역사도 길지 않은 이 학교라는 제도를 종종 자주 왕왕 못마땅하게 여기곤 했기 때문인가 보다.  학교라는 제도의 효율성과 필요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그 폭력성과 네모반듯한 규격성을 싫어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하면서도 결국엔 별 수 없이 아들 딸 다 학교보내고 살면서 초등학생 아이가 아무생각 없이 그린 무너진 학교 그림에 어찌 이리 즐거워할 수 있단 말인가. 

설거지 하면서 노래한다. 

"비겁하다~~~ 욕하지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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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0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겁하다... 욕하지마... ㅎㅎ 이 노래 좋아해요^^

섬사이 2007-04-07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게 저절로 튀어나오곤 하는 노래 중에 하나예요. 적당히 절 대변해주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