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 웅진주니어 / 199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나오는 자녀교육서들을 보면 숨이 막힌다.  자녀들의 최고의 매니저가 되라고 하기도 하고,  완벽한(?) 자녀들로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읽다보면 내 자신이 어찌나 한심스러워 보이던지.. 책에 나오는 대로 했다간 우리 아이들이 날 얼마나 도끼눈을 하고 쳐다볼까 싶어서 책과 함께 내 마음도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공부 때문에 엄마와 너희들 사이가 나빠져선 안된다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건 부모와 자식사이에 오고가야할 사랑을 잘 지키는 일이라고..

하지만 간혹, 아니 자주  아이들과 대립되는 때가 있다.  하는 짓 하나하나가 맘에 안들고, 열번도 넘게 한 잔소리를 또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를 혐오스러워할 때도 많다.  도대체 우리집만 이런건지, 아니면 다른 집 엄마와 애들도 다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건지 궁굼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모녀가  나랑 우리집 아이들이랑 참 너무나 닮아 있다.  읽으면서 고개도 끄덕거리고 낄낄 웃기도 하고, 옆에 있는 딸래미 얼굴도 한번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면서 읽었다. 

나를 이 책에 빨려들어가 읽게 만든 한국어판 작가 서문에 써있던 글.

"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의 일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하고 있다.  말하자면, 들볶고 조바심치고 불안해하고 기를 꺾어놓고 기운을 돋우어주고 잔소리하고 상처입히고 부려먹고 가슴뿌듯해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한마디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엄마와 딸이라는 한 쌍을 이루는 각각의 짝들은 그럭저럭 살아남는다.......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엄마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건 그렇게 효과적이지가 못하다.  늘 그런 식이다.  엄마들도 딸들도,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

어쨌든 우리 딸과 나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거다.  가끔씩 또는 자주 아니면 매일 매일 서로를 맘에 안들어하면서도 각자 나름대로 서로를 참아주고 견뎌주고 봐줘가며 서로를 끔찍하게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다들, 그렇게 저렇게 살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책,   엄마 노릇에 조금은 뻔뻔해지고 용감해질 수 있도록 나를 위로해 준 책이다.  

엄마와 딸이 같은 일을 두고 서로의 입장에서 쓴 글을 읽다보면 엄마가 쓴 글에만 공감이 가는 건 아니었다.  나도 또한 사춘기 십대의 시절을 살아봤기에 딸의 글에서도 공감할 부분을 찾아 내게 된다.  엄마들은 딸아이의 마음을 살펴보는 마음으로 또 딸들은 엄마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마음으로 읽어보면 서로의 마음이 맞닿는 따뜻한 사랑의 영토를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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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행이다
    from 2007-12-17 13:50 
    나도 우리집만 그런줄 알았는데... 안 그런집 있으면 댓글 달아요.
 
 
프레이야 2007-03-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전 이책을 중2딸에게 권했어요. 읽더군요. 그리곤 무슨 일로 잠시 저랑 언쟁이
있었는데, 제가 딸의 요구사항을 안 들어주고 따지니까, 엄마는 이 책 안 읽어봤냐고
그러더군요.^^ 사실 전 안 읽어보고 권했거든요. 읽어봐야겠어요.^^

섬사이 2007-03-0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읽어보세요.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난공불락의 그들만의 세상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내가 아이를 많이 봐주고 참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도 나를 참 많이 참아주고 봐주고 있겠구나 싶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