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아이 친구들이 놀러왔다. 십대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을 몰고 들어온 딸아이 친구들.. "안녕하세요?"하며 들어오더니 식탁 쪽으로 와서 책가방을 열고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놓는다.
허걱, 컵라면이다.
"야, 이런 걸 왜 사왔어? 라면 먹고 싶으면 그냥 와야지. 집에 라면 있구만.."했더니 학교 끝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사먹고 오려고 했는데 거기서 먹는게 어쩐지 쑥스러워서 우리집으로 온거란다. 그리고는
"이건,, 아줌마 드리려고.."하면서 뭔가를 꺼낸다. 히익~~ 커피믹스다. 근데 자뎅표 헤이즐넛, 모카 카푸치노, 바닐라 프렌치 카푸치노 각 한 봉씩이다. 순간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야~아~(콧소리) 이건 너무 좋잖아. 니들 돈이 어디 있다구. 난 맨날 맥심만 먹는데,, 우와 너무 좋다."
물끓여서 애들은 식탁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난 우아하게 바닐라 프렌치 카푸치노를 먹었다. 행복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딸아이 친구들이 한 마디 한다.
"아줌마, 너무 감격스러워 하시네요."
아들아이 친구들도 몰려왔지만.. 확실히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아들 친구들은 곰살맞은 맛이 없다. 구워놓았던 고구마를 주었더니, 아들 친구들이 우리 아들에게 하는 말,
"역시 니네 엄마는 착하다." 한다.
애들한테 착하다는 소릴 듣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서글퍼해야 하는건지... 애들이 나더러 착하다는 이유는 군고구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뽀가 시험을 못봐도 우리 엄마는 야단 안친다고 자랑(?)을 했기 때문이다. 1학년 땐가 2학년 땐가 받아쓰기 시험을 완전 망쳐가지고 왔는데, "야, 너 충격 받았겠다. 안됐다.야."하면서 위로금이랍시고 천원을 준 적이 있다. 그게 애들에겐 인상적이었을까?
딸아이 친구들은 컵라면을 먹고 우리 딸 방에 들어가 만화책을 읽다가 돌아갔다. 얼마전에 산 <데스노트>라는 만화책 12권을 보고 싶어서 들른 걸 거다. 컵라면 때문이 아니라. 귀여운 것들..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