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카렐 차페크 지음, 윤미연 옮김, 요제프 차페크 그림 / 다른세상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 카렐 차페크 -- 체코를 대표하는 인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극작가, 소설가, 평론가, 동화작가, 시인, 저널리스트이고 이 사람이 '로봇(Robot)'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던데 허걱,,,, 무식한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  알라딘에 이 사람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12권정도의 책이 뜬다. 그 중에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이름으로 나온 이 책과 같은 책이 한 권 더 있으니 이 작가의 이름으로 국내에 출판된 책은 11권인가 보다. 

이 책은 진선출판사에서 나온 <원예도감>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 책에 나온 걸 보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짐작한대로 실제적인 원예법을 소개한 책은 아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1년 12달 얼마나 바쁜지를 유머와 재치를 섞어 써낸 글이다.  읽다가 보면 나는 알지도 못할 전문적인 학명(이 맞나?)가 나와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리 나라와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글쓴이를 따라 유쾌하게 읽어 갈 수 있는 재미난 글이다. 그리고 절대로 정원을 가꾸는 일이 생각처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글이다. 

그래도 정원과 뜰을 가꾸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인 일로 다가온다.  지구를 아름답게 하는 가치있는 일이기도 하고 지친 사람들이 정원사가 가꾸어 피어낸 한송이 꽃으로 위안을 받기도 하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한걸음 물러나와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아마추어 정원사가 되려면 성숙의 시기,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식을 낳아 기를 나이는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어느날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심기 시작하면서 원예광이 되는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한다. 작가도 어릴 때엔 아버지가 가꾸는 정원에 심술을 부리기도 했고 한창 젊은 나이에는 꽃이란 윗옷 단춧구멍에 꽂거나 여자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만 여겼다고 고백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이라든가 이런 꽃과 나무들에 심취해 가는 건 동서양을 가리지 않나보다.  그건 아마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명이 갖고 있는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매력 앞에 겸손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꽃과 채소, 나무들을 가꾸는 일들에 심취하는 작가들이 많은가 보다.  얼마전엔 타샤 튜더가 쓴 책을 읽었는데 헤르만 헤세 역시 <정원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남겼단다.  헤르만헤세가 이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아 쓴 책이라니 안 읽어 볼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을 읽고 또 그 책이 알려주는 흐름을 따라 다른 책을 읽는 책의 유랑길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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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2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책유랑길 또한 멋집니다. 따라가 볼까요? ^^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은 몇해 전 읽었는데, 노인의 혜안이 엿보이는 글이었어요.

섬사이 2006-11-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한 반쯤 읽었는데 두돌이 안된 늦둥이 딸 덕분에 진도를 못나가고 있어요. 이궁.. 그래도 책보다 우리 딸래미 눈을 들여다 보는 일에 더 열심이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