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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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부터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해서 눈에 띄는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있었어. 작년는 그 책의 후속편까지 출간되었단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후속편이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서 계속 눈에 띄었어.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책일까. 책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이 책은 언론인이자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인 팀 마샬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란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책 제목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든 곳이 지리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이 오늘날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리 때문이라고 설명했어. 우리나라와 일본도 한 챕터로 떼어내어 설명을 했는데, 국제 문제 전문가답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어.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15년이고, 시의성 뜨는 글도 있어서 출간 당시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지리적 이점을 가진 국가는 그 어떤 강한 군대, 강한 무기보다 좋다고 하는데,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닌 듯 했단다. 그리고 지리적 분쟁에 대해 다소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점도 별로였어.


1.

지은이는 중국부터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국은 수천 년 동안 대륙의 확장을 해왔단다. 남서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티베트까지 정복하여 자신의 땅으로 흡수하고, 북서쪽으로는 신장 지구를 점령했단다.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는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중국 정부를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이 땅들을 양보하게 되면 지리적 이점이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 한족 사람들을 대거 이주 시켜서,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한족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게 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대륙을 정리한 중국은 최근에는 바다의 확장에 눈을 돌렸단다. 공동 수역을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애를 쓰고 있단다. 암초에 건축물을 지어두고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기도 했어. 중국의 이런 야욕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지 않는 강대국의 독선으로 보여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생긴 지 200년 남짓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일인자가 된 것도 지리의 힘이고, 거기에 보탤 것이 있다면 지지리도 좋은 운이 아니었다 싶구나. 영국으로 독립한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물론 전쟁을 통해서 얻은 땅도 있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많았단다. 살 때는 값어치 없어 보였지만 사고 나면 금이 나오거나 석유가 나왔단다. 손 대는 곳마다 대박이었지. 그렇게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두 번의 세계대전도 지리적인 영향으로 피할 수 있었고, 그 세계대전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면서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단다.

유럽은 여러 작은 나라들이 오밀조밀 참 많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강들과 산맥들이 땅을 그렇게 나눠 놓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나라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구나. 이 또한 지리가 만들어 놓은 결과였지. 그런데 지리적으로 축복을 받은 서유럽과 달리 남유럽은 지리적 여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 것도 이런 불리한 지리적 여건이 한몫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스가 고대 유럽의 출발점이라고 해서 지리적 여건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은 못해봤는데 비옥한 토양이 없고,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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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그리스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나라 해안은 가파른 벼랑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데다 농사를 지을 만한 연안 평야도 거의 없다. 내륙은 가파르기가 훨씬 하천들 또한 수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폭이 넓고 토양이 비옥한 골짜기도 드문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고품질의 농경지가 있기나 한가? 문제는 그리스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 되기에는 그런 양질의 토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등교육을 받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들도 기껏해야 몇 개 이상은 개발하기가 어렵다. 그리스의 처지는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훨씬 약화되고 있다. 아테나 여신이 유럽과 교역이 이루어지는 땅과 단절된 반도의 끄트머리에 이 나라를 놓아둔 탓에 해상 교역로로 진출하려면 에게 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너편에 잠재적인 거대 적수인 터키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유로화를 현재까지도 어마어마하게 방위비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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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시작된 전쟁이 아직도 진행중이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역을 선점하기 위함도 있었단다. 이미 2014년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해서 점령한 적이 있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가진 러시아가 구차하게 남의 나라의 작은 땅을 더 차지하려는 것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는 아킬레스의 건이 있었단다. 그것은 제대로 된 부동항이 없어서 해양 진출이 어려웠던 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긴 하지만 수도 모스크바에서 멀고, 블라디보스토크도 얼어 있는 기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야. 크림반도를 차지하게 되면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무작정 침공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비난을 사게 되지만, 러시아에는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었단다. 그것은 바로 가스와 석유였단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에서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로부터 가스를 받고 있단다. 그래서 그 동안 러시아가 깡패같이 굴어도 크게 제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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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10)

비경제적 위기에서 독일이 보여준 가장 진지한 외교적 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일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이 보여준 행동은 현재 독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2014년에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리는 교묘한 술책에 관여한 독일은 이 사태가 있고 나서 곧장 크림 반도를 합병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던 베를린 정부는 눈에 띄게 비난 강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덜한 영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제재안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유럽연합과 나토를 통해 독일은 서유럽에 닻을 내릴 수 있었지만 폭풍우 심한 날에는 이 닻 또한 다른 쪽에서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필요한 경우 초점을 동쪽으로 맞추고 모스크바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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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현 단계에서 핵무기는 제쳐 두고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육군이나 공군이 아니라 바로 <가스와 석유>. 세계 최대 천연 가스 공급 국가인 미국에 이어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이를 국익 증진을 위한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핀란드는 발트해 국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들여온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정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사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다 보니 한편에선 그 충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다 덜 공격적인 나라들에 대체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운송을 위한 항구를 짓는 등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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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믿고 올해는 한발 짝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공격하게 되었는데,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었나 싶구나. 파이프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국까지 개입하게 되었고, 미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유럽 여러 국가들도 예전처럼 러시아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야.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거지. 그나저나 얼른 러시아는 전쟁을 중단해야 할 텐데푸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지리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본 우리나라의 지형학적 위치 때문에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들. 결국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강대국들 사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나라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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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원이며 대외정책 또한 이를 지향한다. , , 3면은 바다에 면해 있고 천연자원도 부족한 이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로 진출할 현대식 해군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지역 전체 해상 교통로의 정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서 러시아와 중국과도 잘 지내려고 공을 들인다. 이는 그만큼 평양 정권의 짜증을 돋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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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 제국주의 시대에 국경선을 아무 생각 없이 그었기 때문이란다. 최소한 같이 살고 있던 민족이나 부족들은 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국경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땅을 여러 나라로 분리를 해 놓았으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다. 지금 와서 국경선을 다시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런 것을 반성하고 있으려나.

아프리카를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지 특징은 중국인들의 진출이란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비즈니스라고 하면 세계 곳곳 안 가는 곳이 없다고 하는구나. 티베트와 신장 지구에서 한족을 보내서 자신의 땅으로 만드는 작전으로, 아프리카 등에도 사람들을 보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걸까. 많은 인구로 잘 활용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그곳에 가서도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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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지구상에서 중국인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약 3분의 1(여기서 발견되는 귀금속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일단 아프리카에 들어와서 터를 잡은 이상 쉽게 나가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유럽과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훨씬 많이 개입하고 있지만 중국이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철광석을 찾아 나서고, 콩고민주공화국도 캐가고 잠비아에서는 구리를 캐고, 역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도 캐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케냐의 몸바사 항만 개발 사업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케냐의 석유 자산을 겨냥한 보다 원대한 계획에도 손을 댔는데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가시화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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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북극에 관한 이야기만 짧게 할게. 지구 변화의 위기 속에 오랫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다. 이것을 아빠는 지구의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북극의 지하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자원을 캐면 무엇하리,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마는데지은이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부정적인 면 이외에 새로운 식량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보고 있는데, 아빠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게 되면 지구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져서, 살기 더 힘들게 될 거라고 생각함.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 더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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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349)

얼음이 녹고 툰드라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빙원(지표의 전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극지방의 벌판)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눈과 얼음 위에 흡착되는 산업 폐기물들 때문에 태양이 복사하는 빛에너지를 반사하는 영역이 줄어든다. 얼음이  녹아 드러난 땅과 개수면은 얼음과 눈이 막아주던 열을 더 많이 흡수할 것이고 이는 연쇄적으로 얼음이 없는 땅의 면적이 늘어나게 한다. 이 현상이 이른바 <알베도 효과(Albedo effect)>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다.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에서는 당연히 많은 식물이 자랄 것이고 농작물 생산도 활발해져 그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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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지리의 힘>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후속편이 나오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책이지만 아빠는 그저 그랬단다. 빨리 후속편도 찾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런데 1권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후속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하긴 하더구나. 차례나 한번 훅 훑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블라디미르 푸틴은 스스로를 일컬어 러시아 정교회의 열렬한 후원자이면서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의 끝 문장: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에게는 일종의 <지정학적 공포>가 있다. 만약 중국이 티베트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고 인도가 나설 것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 P33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다수 강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 P92

러시아라는 개념이 성립된 시기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우크라이나인 드네프르 강 연안의 도시들과 키예프 공국으로 알려진 동슬라브 부족들의 느슨한 연합 형태가 그 기원이다. 그러나 당시 한창 제국을 확장해 나가던 몽골인들이 남부와 동부 지역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13세기 무렵이 되자 이들의 공세는 정점에 치달았다. 결국 당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러시아는 모스크바 북동쪽과 그 주변에 다시 터를 잡았다.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알려진 초기 러시아는 방어력이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산지는 물론 사막도 없고 변변한 하천도 드물었다. 사방이 허허벌판인데다 남쪽과 동쪽의 스텝 지대를 넘어서면 몽골인들의 땅이었다. 침입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 진격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게는 점령할 만한 천연 방어 진지들도 거의 없었다. - P127

사실 세계는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의 지도를 쓰는 데서 비롯됐다. 이 도법은 평평한 면에 지구를 그리다 보니 고위로 갈수록 면적과 형상이 왜곡된다. 따라서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이는 희망봉을 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또 교역에서 수에즈 운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희망봉을 도는 일은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서유럽에서 인도까지의 해상 여행은 9,656킬로미터로 단축되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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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긴 한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위치가 참 애매하긴 하죠 ㅋ 주변이 다 강성인 국가들밖에 없고 ㅡㅡ

얼마전에 이란이 뉴스에 많이 나와서 이란의 위치를 찾아보니 이란도 주변이 참 화려하긴 하더라구요 ㅋ


왜 공룡은 중동쪽에만 살아서 우리나라는석유도 없고 ㅋ

bookholic 2023-01-25 22: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도 평균 이상~~^^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가 피해가면 좋으련만요...ㅠㅠ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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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소설집 박소연 님의 <재능의 불시착>을 읽고 나서, 박소연 님의 다른 책들은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박소연 님은 자기계발서도 쓰셨더구나. 아빠가 안 읽는 분야가 자기계발서 분야인데 말이야. 박소연 님의 이력을 보면 자기계발서를 쓰시는 것이 당연한 이력이었어. 사기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는 일마다 성과를 내고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는 하는 일꾼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회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강연과 책을 쓰는 일을 한다고 하셨어. 그런 이력의 소유자이니 아무래도 책도 자기계발서를 쓰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재능의 불시착>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왜 자기계발서를 안 읽냐고? 아빠는 그런 책들에서 이야기는 것들이 다소 뻔하게 느껴지고, 결국은 실천이 중요한데 아빠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 뻔하거든.^^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었단다. 제목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굳이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단다. 책 제목에 이미 말씀하려는 말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야.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 제목에 주제를 팍 심어주는 방법, 좋았단다.


1.

아빠가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안 읽는 편이고, 추천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번 독서 편지를 최대할 짧게 끝낼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 제목이 책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아빠를 비롯하여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참 잘하고 싶어한단다. 아빠도 회사 생활을 오래 보니,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일 잘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더구나. 그런데 아빠가 하는 일이 지은이가 하는 일이랑 달라서 그런지 책 제목처럼 일 잘하는 사람이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단다.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는 듯 했단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평상시 이야기하는 것과 일할 때 이야기하는 것은 차이가 있단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일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소통의 언어, 설득의 언어, 관계의 언어, 리더의 언어로 구분해서 이야기해주었단다.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잘 리딩하는 것. 그것이 회사 일을 잘 하는 것이니까 그런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말을 잘 해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소통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 설득을 잘하기 위한 말하기, 관계를 잘 맺기 위한 말하기, 리딩을 잘 하기 위한 말하기에 대해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지은이의 필력이 좋아서, 읽기도 참 편하게 되어 있었어.

이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의 기준으로 보면 아빠도 대화의 스킬이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지더구나. 하지만 억지로 그렇게 바꾸고 싶지는 않구나. 글쎄 회사 생활을 오래해서 꼰대가 들어앉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소통하는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아빠도 나쁘지는 않는 대화법을 가진 것 같더구나. 그렇다면 아빠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회사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소통하고 설득하고 관계를 맺고 리딩을 하는 것 또한 일 자체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일을 하게 되면 아주 훌륭한 인재는 아니더라도 선후배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 받는 회사원이 아닐까, 아빠는 생각한단다.

이 책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처럼 사회 초년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단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할 것까지는 없고,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자신과 너무 의견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자신의 방식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변형된 형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아무튼 누군가 이야기해 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천에 잘 옮기는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구나.

….

그리고 지은이 박소연 님께 한 마디 하고 싶더구나. 아빠가 생각하기에 박소연 님은 회사 생활을 경험으로 한 <재능의 불시착> 같은 소설을 쓰시는 게 더 나을 듯ㅎㅎ 아빠는 그 책이 이번에 읽은 책보다 훨씬 좋았거든. 오늘은 이상 짧게


PS:

책의 첫 문장: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릅니다.

책의 끝 문장: 악당을 물리치고 원하는 걸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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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물론 없었죠. 하지만 이게 더 좋아요.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다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게 더 좋을 수가 있어요?

. 더 잘 닦입니다.

전에도 잘 닦였어요.

이게 더 잘 닦여요더 빠르고.

, 그냥 보통 비누가 든 상자를 가져갈래요.

이제는 이게 보통 비누예요.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 우 없단 말인가요?

이게 보통 비누라니까요. 장담합니다.

아니. 나는 새 비누를 써보고 싶지 않아요.

이건 새 비누가 아니에요.

알았어요. 크로즈비 씨. 당신 말대로 해요.

저기요. 부인. 1페니를 더 내셔야 하는데요.

1페니를 더? 왜요?

비누가 좋아져서 1페니가 올랐거든요.

파란 상자에 든 다른 비누를 사면서 1페니를 더 내라고요? 그럼 그냥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래요.


(35-36)

죽기 백서른 두 시간 전 조지는 붕괴하는 우주의 소란에서 깨어나 밤의 어둠과 적막 속에서 눈을 떴다. 악몽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희미해지자 그는 그 적막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실에는 긴 소파 옆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은 자그마한 백랍 램프 하나에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긴 소파는 병원 침대와 평행으로 놓여 있었다. 소파 반대편 끝 쪽에 손자 하나가 앉아 탁자 위 불빛에 몸을 기울인 채 책을 읽고 있었다.


(211)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왔다. 그녀는 그가 죽어가는 동안 매일 밤 몇 시간씩 얕은 잠을 잤다. 그녀는 테두리에 짙푸른 파이핑 장식이 달린 옅은 파란색 면 가운을 입고 있었다. 슬리퍼가 복도 나무 바닥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가 좁은 보폭으로 걸으며 잠과 피로 때문에 발을 약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을 덮은 페르시아 바닥깔개 위에 오르자 끌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 옆에 서서 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기쁨이에요. 우리 함께 멋진 인생을 살지 않았나요? 우리는 함께 온 세계를 돌아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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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부는 바람이 있으니, 국뽕일지라도 자랑스러운 한류란다. K-pop, K-무비, K-드라마 등으로 여러 나라에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K-요리, K-뷰티, K-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로 퍼지면서, 소프트 파워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들이란다. 다른 나라에서도 Korea Wave(한류)에 대해 연구하고 다큐멘터리도 찍는다고 이야기 들었어. 그리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온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더 알기 위해 우리나라 말도 배우고 우리나라 역사도 공부한다고 들었어.

이런 흐름 속에 영어로 된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룬 소설이 하나 나타났단다. 그리고 그 소설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대. 책 제목은 <작은 땅의 야수들>.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었고,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했어. 이 책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주혜라는 분이 쓴 것인데, 장편소설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 첫 번째 작품이라고 했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18년부터 1964년까지의 이야기란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시기.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모두 가슴에 한()을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구나. 지은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외할아버지께서 독립 운동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지은이가 비록 미국인이지만 영혼만은, 정신만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리고 이런 괜찮은 소설을 한 편 쓸 수 있는 힘을 갖고 계셨고 말이야. 물론 우리나라 작가가 쓴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더 훌륭한 소설이 많다고 생각해. 하지만 번역이 쉽지 않고, 우리나라의 작가들의 유명세가 세계적으로 아직 넓지 못해서 그런 작품들이 세계에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영어로 된 소설로 인기를 끌었으니 그 영향력은 클 거라고 생각되는구나.

지은이 김주혜 님이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더 쓰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에 관한 소설들을 몇 권 더 써서 외국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우리나라 역사를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구나. 이 책을 언론에서 평한 것을 책 앞쪽에 실어주었는데, 그 중에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팬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라는 평이 있었단다. 아빠가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이사벨 아옌데의 <바다의 긴 꽃잎>이라는 소설이 있었잖아. 칠레의 현대사를 소설로 다른 소설 말이야. 그것처럼 김주혜 님의 <작은 땅의 야수들>도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설로 쓰신 것이니, 그 평이 나름 공감이 갔었단다.


1.

, 그럼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게. 사냥꾼 남경수는 눈길에서 기력을 잃고 쓰러지게 된단다. 그런데 길 잃고 헤매던 일본군대를 만나 살아나게 되었어. 그리고 남경수는 일본군대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고, 가는 길에 만난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해주었단다. 산에서 내려온 이후 일본군대 하야시 소좌는 그를 죽이려고 했지만, 야마다 대위가 설득하여 살려주었단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프롤로그의 줄거리란다.

, 이제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해 소개해 줄게. 은실이라고 하는 평양의 유명한 기생이 있었단다. 은실에게는 딸이 두 명 있었는데, 월향과 연화였어. 월향과 연화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은실만 알고 있었어. 독립운동을 하는 이였고,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고, 은실은 남몰래 독립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단다. 은실의 밑으로 기생견습생 옥희가 들어왔는데, 옥희와 연화는 금방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단다. 옥희는 무엇이든 열심히 했어. 시조도 열심히, 노래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은실의 첫 딸 월향은 둘째가면 서러워할 만큼의 미인이었는데, 일본군 소좌 하야시에게 겁탈을 당하고 말았고, 임신까지 하게 되었단다. 은실은 그런 월향을 평양에 두기 보단 좀 멀리 보내려고 했어. 그래서 경성에서 기생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 단이에게 보냈단다. 그때 월향을 보살피라고 연화, 옥희도 함께 보냈단다. 단이는 일본인 판사에게 잘 보여서 그에게 후원을 받으며 큰 집에 살고 있었단다. 그래서 월향, 연화, 옥희는 경제적으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어.

….

남정호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성으로 왔다고 했는데,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남정호의 아버지는 앞서 이야기했던 사냥꾼 남경수더구나. 남정호는 다리 밑 패거리들과 싸움이 붙었는데, 그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이기고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었단다. 그래 봤자 아직 열 살 남짓 어린 아이들이었어. 남정호는 우연히 옥희와 알게 되었고 친구가 되었단다.

김성수라는 지주 아들이 한 명 있었단다. 어느날 동경 유학 동기 중에 한 명인 이명보가 찾아와 독립자금을 부탁했으나, 김성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거절했단다. 이명보는 은실의 소개로 단이를 찾아갔단다. 단이도 은실처럼 남몰래 독립자금을 조달하고 있었거든. 단이는 흔쾌히 독립자금을 준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명보는 김성수를 다시 보게 되었단다. 사실 김성수와 단이는 옛 연인이었는데, 김성수가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 것이란다. (얼마 후 다시 단이를 버리게 되었지만…) 당시 이명보는 3.1 운동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인쇄소를 하는 성수에게 단이가 선언문과 태극기 인쇄를 부탁했어. 성수는 단이의 부탁까지는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허락했단다.

그리고 얼마 뒤 3.1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듯이 1919년이었단다.  단이도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구치소에 갇혀 있었는데, 그를 후원해주는 일본인 판사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어. 하지만 동행했던 하녀이자 친구인 해순은 감옥에서 죽고 말았단다. 이 일로 단이는 큰 충격을 받았단다. 이명보도 3.1 운동 주동자로 잡혀서 감옥살이를 했는데, 단이가 이번에도 일본인 판사에게 부탁해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되었단다.


2.

시간은 지나 1925년이었어. 그 사이에 연화와 옥희는 제법 자라서 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단다. 연화는 경성 최고의 가수가 되었고, 옥희는 기생 공연에서 칼춤과 연기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래서 어떤 극단이 옥희에게 제안을 해서 배우로 일하게 되었고 크게 성공하였단다. 연화는 옥희와 여전히 친하게 지냈지만, 자신도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을 밀어준다고 하는 대동영 극장으로 옮겨서 가수로 독자적 활동을 시작했단다. 연화가 노래 실력이 좋았지만 대동영 극장에서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대동영 극장 사장의 애인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연화는 임신하고 딸 선미까지 낳게 되었단다.

그런 사이 월향은 딸 해숙을 낳은 이후 열심히 생활했단다. 비록 일본 장교의 겁탈에 의해 낳은 딸이지만, 월향은 딸 해숙에게 정성을 다했단다. 딸의 학교 일로 학교에 갔다가 미국 부영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월향은 부영사의 눈에 들어 미국 영사관에서 일하게 되었어. 나중에서는 그 부영사가 청혼을 했는데, 월향은 자신의 딸 해숙을 미국에서 공부시켜준다는 조건으로 그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결혼 후 월향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나중 일이지만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남정호도 부쩍 자라서 청년이 되었어. 어렸을 때부터 옥희를 사랑했는데 단이가 접근 못하게 하여 마음에만 품게 되었단다. 주먹으로 일인자가 되어 건달 무리들과 지내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이명보를 만나게 되었단다. 이명보 기억나지? 이명보는 감옥살이 2년을 마치고 나온 이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물러 받은 뒤 철저하게 사회주의자로 활동했단다. 자신의 재산 절반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했어. 그리고 여전히 몰래 독립 운동을 했는데, 그 일을 남정호가 도와주게 된 거야. 정호는 자신이 의거를 하기로 마음 먹고 중국으로 건너가기로 했단다. 중국으로 가기 전에 옥희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옥희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려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어. 그러자 옥희는 가라고 하였고 이 일로 정호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단다. 정호는 중국에 건너가 의거에 성공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단다.

옥희의 주변에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단다. 한철이라는 사람으로 오래 전부터 옥희의 인력거꾼 일을 했었어. 그렇게 일도 하고 야학 공부도 했어. 옥희는 한철의 학비를 도와주었고, 한철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어. 옥희와 한철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대학까지 졸업한 한철은 슬슬 옥희를 멀리하게 되었단다. 한철이 일하는 곳에서 사장의 눈에 띄어 사장의 중요한 일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장이 다름 아닌 김성수였으며, 한철은 김성수의 딸 서희와 결혼까지 하게 된단다. 옥희의 사랑을 배신을 한 나쁜 놈.


3.

시간은 또 흐르고연화는 대동영 극장의 사장으로부터 결국 버림을 받았어. 뻔한 스토리였잖니. 연화는 아편에 빠지고 나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단다. 옥희는 연화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해방이 된 이후 정호가 기지촌에서 연화를 찾아냈고, 옥희는 돈을 주고 연화를 데리고 왔단다.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던 연화는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았어. 미국에 있는 월향에게 연락해서 연화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단다. 옥희도 한철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후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어. 단이 이모가 병으로 죽기 전까지 옥희 혼자 보살펴 주었고, 단이 이모가 죽고 나서는 혼자 생활했단다.

….

정호는 해방 이후 국회의원이 될 정도로 성공했단다. 하지만 일제시대 때 공산당원 이력이 문제되어 수감되었어. 이것은 반대정당의 야비한 수법이었단다. 일제 시대 때 많은 사람들이 공산당원이면서 독립운동을 했었거든. 옥희는 사업가로 성공한 한철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어. 한철은 해방 후에 자동차 제조사를 차리고 큰 사업가가 되어 재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옥희가 한철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어. 한때 옥희가 그렇게 도움을 주었고, 사랑의 배신까지 한 한철이 용서를 받고 보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한철은 거절했단다. 이 소설의 최고의 빌런이구나. 결국 정호는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고 말았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은 옥희는 서울을 떠나 제주에 가서 정착했단다. 그곳에서 버려진 아이 철수를 거두어 보살피면서 지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줄거리를 이야기해준다고 하긴 했는데 잘못된 부분도 많고, 다른 이들이 보면 중요한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있을 거야. 이해해 주렴. 이 책은 비록 소설이지만 있을 법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였단다. 그런 우리 조상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고 우리나라가 있는 거란다. 그들과 우리는 한민족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들이 비록 힘든 삶을 살았지만, 하늘에서라도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면 뿌듯해하시지 않을까 싶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하늘은 하얗고 땅은 검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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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3-02-08 22:28   좋아요 1 | URL
늘 축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미세먼지 많은 요즘인데요..
마음만은 화창한 2월 되시길 바랍니다~~

커래히 2023-02-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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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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