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신부, 인생과 사랑에서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은 없다. 꽃들의 향기, 벌의 선물, 샘물의 첫 모금, 종달새의 서곡, 창조의 칵테일에 얹힌 레몬 껍질-신부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내는 신성하고, 어머니는 위대하고, 여름 여자는 눈부시다. 하지만 신부는 남자가 인간의 운명과 결혼할 때 신들에게 받는 결혼 선물 가운데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567)

나는 이 도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해.” 내가 말했다. “다른 도시들은 목소리가 있어. 이건 과제야. 나는 찾아야 해.” 내 목소리가 커졌다. “뉴욕은 내게 시가나 건네면서 친구, 나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어하면 안 돼. 다른 도시들은 그러지 않아. 시카고는 주저 없이 내가 하겠어. 필라델피아는 내가 해야 돼. 뉴올리언스는 나는 전에 했어. 루이빌은 해도 상관없어하지. 세인트루이스는 미안해하고 말해. 피츠버그는 다 말해라고. 그런데 뉴욕은……”


(614)

조용한 눈보라의 군대는 공기의 나룻배를 타고 음울한 이스트 강 너머에서 도시를 공격했다. 눈은 이미 도로를 30센티미터 두께로 덮었고, 눈 더미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기어오르는 접이사다리처럼 차곡차곡 쌓여 올라갔다. 대로는 폼페이 거리처럼 조용했다. 이따금 마차들이 흰 날개의 갈매기처럼 달빛 어린 대양을 스치고 날아갔다. 그보다 수가 적은 자동차들은 비유를 계속하자면- 유쾌하고 위험한 여행에 나선 잠수함처럼 거품 이는 물결을 헤치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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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5 - 제2부 유형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5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5권은 유일표의 친구 이상재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단다. 이상재는 통일혁명당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뜻밖에 소식을 듣는단다. 자신이 활동했던 통일혁명당이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불법정당 활동을 하고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 그는 충격을 받았어. 이것이 실제인지, 누명을 쓴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어.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에 있다면 감옥에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 참전을 신청하여 베트남에 가게 되었단다.

베트남에서 군생활을 하게 된 이상재는 친척의 빽으로 PX에서 일하게 되었어. PX는 군대 내에 매점이라고 할 수 있어. 아빠도 군대 있을 때 PX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아무튼, 이상재는 통혁당 간첩단 사건으로 배신감도 들었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일지도 의심을 했단다. 아빠도 통혁당 사건에 대해서 들어봤는데, 당시에 워낙 조작 사건이 많아서 이것도 그런 것인가, 검색해봤는데 이 사건은 실체가 있었던 사건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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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상층부 몇 명이 북쪽에 가고, 노동당에 입당을 하고, 거액의 돈을 받아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악명 높은 중정의 고문수사에 의한 조작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재판을 하게 되면 조작이 폭로되고 말 텐데 그럴 수가 있을까. 더구나 한두 명이 연루된 사건도 아니고 70명이 넘게 구속된 대사건을 가지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보다 더 어리석고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그런 행위가 온몸에 휘발유 뒤집어 쓰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위험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 자신들이 추구했던 운동이 김일성 정권을 편드는 것이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남쪽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동시에 직시하고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사회혁신이며, 진정한 통일운동의 길이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상층부에서는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가? 자금이 필요해서? 그건 전혀 말이 안 된다. 돈이 없으면 운동을 중단해야지 돈 때문에 운동의 순수한 목적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게 아니면 상층부에서는 처음부터 그런 의식과 목적을 가지고 조직원들을 속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악질적인 흉계고, 속은 자들의 순수한 무참하게 짓밟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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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베트남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여 많이들 갔단다. 그렇게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일반 노동자들도 베트남에 갔단다. 문태복이란 사람도 베트남에서 군수업을 하며 일했어. 베트남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귀국한 후 택시 회사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지. 그런데 그는 도박에 빠져서,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만 늘어가고 있었단다. 그 빚을 벌기 위해 베트남 근무를 계속 연장해야 했단다. 이런 사람이 비단 문태복만이 아니었을 거야.

 

1.

김명숙이란 사람 기억나니? 김선오의 둘째 동생으로 가출해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었어. 친구 박보금과 나복녀는 술집 웨이터를 한다면서 차장 일을 그만 두고 나서 한참 연락이 끊겨서 그들을 만나보려고 했어. 김명숙은 박보금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그냥 술집 웨이터가 아니고 2차까지 나가 몸까지 파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김명숙은 자신이 그런 일을 안하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김명숙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안 하기로 했었거든. 그런데 나복녀는 폐병 걸린 것이 확인되어 그곳에서도 쫓겨나게 되었대. 그 이후 연락이 안 된다고 했어. 나복녀는 술집에서 쫓겨난 이후 불쌍하게도 사창가에 팔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성병까지 얻게 되고 또 폐병이 도지게 되었어. 결구 나복녀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자살 기도를 했단다.

...

천두만의 딸 천말분은 가발 공장에서 가발 만드는 일을 했는데 손놀림이 좋고 빨라서 동료들보다 돈을 많이 받았어. 그들의 보수는 도급제, 그러니까 실적만큼 주는 것이어서 천말분은 화장실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열심히 가발을 만들었단다. 천두만은 가발공장에 다니는 큰딸의 소개로 가발 공장의 원자재인 머리카락을 사는 일을 했어. 미용사 두 명과 함께 시골을 돌면서 여자들의 긴 생머리를 사는 거야. 당시에는 화학섬유로 만드는 가발도 있었지만, 실제 머리로 만든 가발이 더 품질이 좋았단다. 천두만과 미용사들은 시골에 가서 공짜로 파마를 해주고 머리카락 사는 돈도 준다는 전략을 썼는데, 이것이 잘 먹혀 들어가 벌이가 심심치 않았어. 뿐만 아니라 시골의 아가씨들에게 가발공장의 일자리 알선도 해주어 부수입도 챙겼어. 그에게는 꿈이 생겼어. 자신과 큰딸이 버는 돈을 모아서 조그마한 하청공장을 차리겠다는 꿈이었어.

나복남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어. 스테인리스 기계에 그만 손가락 네 개가 잘려나가고 말았어. 순식간이었단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했단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사장 집까지 찾아갔지만 소란을 피웠다며 자신만 파출소에 끌려가고 말았어. 아무도 그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어. 그에게 그런 일자리를 주었던 천두만은 미안함 마음이 컸단다. 어떻게든 나복남의 생활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천두만은 나복남의 손이 다 나으면 자신과 함께 머리카락을 사러 다니는 일을 하자고 했어. 그리고 자신이 공장을 짓게 되면 그곳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면 된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했지만 잘려나간 손가락 네 개는 어디서 보상을 받겠니. 나복남은 계속 사장에게 복수를 계획했어. 그래서 자신처럼 공장에서 손가락을 잃고 일자리를 잃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연락했지만, 그들은 소극적이었단다. 하지만 그는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니 말이야.

김선오의 바로 밑 여동생, 김광자. 그녀는 선생님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다른 꿈이 생겨났단다. 서독에서 간호사로 일하러 간 다음에 그곳에서 틈틈이 공부하여 의대를 가겠다는 꿈이었어. 더욱이 서독은 공부만 잘하면 의대 비용은 무료라고 했어.

....

허미경은 박부길 사장에게 그만 겁탈을 당했어. 허미경은 자신을 좋아하는 오빠 허진의 친구 이상재의 마음을 알았기에 자신의 몸이 더럽혀진 이후 이상재에게 연락도 안 했어. 이런 소식을 모르는 이상재는 제대 후에 사라진 허미경을 찾아 다녔어. 6개월에 만에 허미경을 찾았지만, 허미경이 박부길의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단다.

....

이번 <한강> 5권에서는 전태일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태일이야 말로 용기 있고 진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도 오래 전에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전부 기억나질 않지만, 자신은 충분히 먹고 살고 살 수 있는 재단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 헌신했던 위대한 노동자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전태일 평전>을 너희들도 나중에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전태일이 노동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강> 5권에 실려 있는 그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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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전태일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며 봉투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이야기 들을 자세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훅 내뿜으며 책상 옆구리에 붙여둔 빈 의자가 있는데도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저어, 저희들이 일하는 봉제공장들은 작업환경부터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도록 형편없이 나쁩니다. 먼저, 천장 높이가 1.5미터밖에 안 되어 모두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합니다. 원래는 3미터 높이였는데 사장들이 임대료를 줄이고 돈을 많이 벌려고 절반을 막아 2층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장들은 대개 8평 정도고, 평균 32명씩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좁은 공장이 복도로 통하는 문 외에는 세 벽이 모두 막혀 있어 통풍이 전혀 안 될 뿐만 아니라 환기장치도 일절 없다는 사실입니다. 감독관님, 봉제공장은 모두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통풍도 안 되고 환기장치도 전혀 없으니 원단에서 풍기는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며, 옷감을 재단하고 옷들을 만들면서 끝없이 일어나는 실밥먼지는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대로 공장 안에 갇혀 있어서 공장 안은 언제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침침합니다. 공원들은 그 먼지를 다 마시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먼지가 많이 나는 옷감일 때는 서너 시간만 일해도 먼지가 앉아 머리가 허옇게 되고, 도시락을 펴놓고 첫숟가락을 넘기기도 전에 밥에 먼지가 허옇게 내려앉아 먼지밥을 먹는 실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먼저구덩이에서 날마다 14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기관지염, 진폐증, 폐결핵, 각종 눈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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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자아, 그럼 내 말 똑똑히 들어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분명히 사람이야.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은 그 누구나 다 똑같이 평등해. 사람이면 모두가 다 공평하게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는 것처럼 말이야. 사람은 모두 평등하니까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말야. 우리 공원들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 여덟 시간 일하고 제대로 봉급받고, 야근을 하게 되면 야근수당을 따로 받고 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져 있어. 그건 나라가 만든 법인데, 그 법 이름이 바로 근로기준법이야. 그런데 그 법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공원들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뼛골 빠지게 혹사당하면서도 거지꼴을 못 면하고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그 법이 안 지켜질까? 사장들이 돈 많이 벌 욕심으로 안 지키기 때문이라고? 그거 맞는 말이야. 그러나 그건 정확한 답이 아니야. 사장들의 잘못은 3분의 1밖에 없어. 그 법이 제대로 확실하게 지켜지게 하려면 사장들 말고 또 책임져야 할 데가 두 군데가 더 있다 그런 말이야. 자아, 이 대목에서 내 말 똑똑히 들어. 그 두 군데 중에 한 군데가 나라에서 만든 법을 제대로 잘 지키나, 안 지키나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들이야. 그럼 나머지 한 군데는 어디지?”

전태일은 두 공원 아가씨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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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은 근로감독관, 노동청 등에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서 이이기했지만 그들 모두 기업의 편에 서서 전태일의 의견을 묵살했어. 오히려 전태일은 회사에서 짤리게 되고, 다른 곳에도 취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단다.

 

2.

유일민은 임채옥이 준 돈으로 술 도매상 사업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단다. 서동철이 소개해준 남미미라는 전직 여배우가 운영하는 술집에 납품을 하기도 했어.

....

한정임은 복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어. 강남 쪽에 새로운 개발이 있을 거라는 소문에,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남편으로부터 정보를 알아내어 강남땅을 사들이기 시작했지. 당시만 해도 강남은 허허벌판이었어.

...

독일에서 일하는 광부들 사이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는 유행이 번졌단다. 미국에는 일자리가 더 많고, 광부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한국에서는 미국 이민이 쉽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그것보다는 쉽게 이민을 갈 수 있었기 때문이야. 배상집은 광부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를 했단다. 자신이 원래 목표로 했던 박사학위를 따려고 말이야.

...

이규백은 처가 등쌀에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어. 장인 어른은 검사인 이규백을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기에만 혈안이고, 아내는 시댁 식구들을 벌레 보듯 혐오하고 말이야. 이게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인지... 돈만 보고 결혼한 자신의 잘못도 적지 않지.

...

허미경은 박부길의 첩이 되었고, 박부길은 허미경의 가족들한테도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해 주었어. 그렇다고 허미경이 그에게 마음까지 준 것은 아니란다. 자신의 몸을 버려 체념을 한 것 뿐이지. 어느 날 허미경은 할머니와 가족들이 있는 아파트가 붕괴되어 무너졌다는 뉴스를 들었단다. 깜짝 놀라서 그곳에 갔는데 다행히 할머니가 사는 동은 아니고 옆 동이 무너졌단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이란다. 15동이 그대로 주저앉아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사건이야. 날치기로 허술하게 지은 아파트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지. 당시 책임을 져야 할 부르도자(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서울 시장은 책임만 회피하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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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284)

원병균은 여러 가지 정황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말을 잃고 있었다. 산비탈은 45도가 족히 될 만큼 경사가 심했다. 그런 급경사에 단층짜리 주택도 아니고 5층이나 되는 아파트를 세운 것이다. 최신 장비나 최신 기술이 있더라도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난공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모든 자재들을 등짐으로 져올리고, 콘크리트 반죽도 삽으로 적당적당 해치우는 형편에 그런 난공사를 한 것이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평지보다 몇 배 더 강하고 튼튼하게 공사를 하도록 규정을 정하고, 감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산동네마다 솟아오르는 시민 아파트들이 너무 졸속이고 날림이라는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부르도자시장은 그런 우려와 비판을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깔아뭉개며 일을 몰아붙여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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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여기까지가 <한강> 5권의 이야기란다.., 해방과 전쟁 이후 나라의 시스템에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자본주의가 물밀듯이 들어오다 보니, 사람은 뒷전이 되고 돈이 우선인 세상이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나 월남 가기로 자원했다. 곧 떠나.”

책의 끝 문장: 박준서는 멀어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까라면 까야지하고 생각했다.

 



미군들은 월남사람들을 ‘국’이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차별했다. 그러나 ‘국’이라는 비칭은 월남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국’은 원래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천시해 생겨난 것이었고, 그 비하의 지칭에는 아시아 황색인종 전체를 업신여기는 의미가 포괄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군들은 한국군은 연합군으로 자기네와 같다고 애써 구분하면서 월남인들만 ‘국’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이상재는 그 얍삽한 수작이 오히려 역겹고 기분 상했다. 그건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백인들은 아시아인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간주한다는 글을 일찍이 읽었기 때문이다. 황인종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취급해 버리는 백인들의 그 대책 없는 오만과 우월감, 그에 대한 반감이 이상재는 월남에 와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미군들이 더럽고 냄새난다고 해서 월남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6.25 때 한국사람들을 그렇게 취급했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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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16)

그리고 여자 애들한테는 차가운 분노가 있어야 해요. 여자 아이들은 싸늘하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 사그라지지 않는 원한, 용서하지 않는 재능과 협상을 회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무슨 얘기를 할 때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그건 세상에서 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살아야 하는 데 대한 보상이에요. 남자에게 맞서 싸움을 해 이기면 자기 방식대로 계속 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거죠. 여자한테 맞서면 온 우주가 다시 한번 다 바뀌어요. 왜냐하면 차가운 분노는 멸시와 모욕에 관한 한 어떤 문제에서든 언제까지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를 풀지 않는 법이니까요.” 사리마는 피예로에 대해, 리르에 대해 입 밖에 내지 않는 비난을 던지며 엘파바를 쏘아보았다.

 

(257)

약에 대한 진실은 여러분이 말한 것 중 그 어느 것도 아니야. 당신들은 악의 한쪽 면, 즉 인간적인 면만 발견했어. 영속적인 면은 그늘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니면 그 반대이든가. 옛날 속담 같은 거지. 껍데기 속의 용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보려고 껍데기를 깨는 순간 용은 더 이상 껍데기 속에 없을 테니까. 악의 본질은 비밀스러움이기 때문에, 이 질문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어.”

 

(283)

종교라는 꼬챙이가 몸 전체를 꿰뚫고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의식할 것이다. 그런 사람의 정신적, 도덕적 체계에서 종교라는 언월도를 뽑아낸다면 제대로 서 있기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초원의 하마가 섬유질의 소화를 돕는 유독한 작은 미생물들을 몸속에 품어야 하듯이 인간도 종교를 품어야 하는 것일까? 종교를 벗어 버린 사람들의 역사는 종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그 진부하고 아이러니한 종교란 그 자체로 필요악인가?

 

(284)

이름 없는 신에게서 인격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다 쳐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거세게 몰아치는 한 줄기 공허한 바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 바람은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강풍일 수도 있지만, 도덕적인 힘은 없을지 모른다.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육제의 호객꾼이 손님을 끄는 외침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번만큼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교의 관념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요정 마차를 타고 구름 속 보이지 않는 곳을 맴도는 럴라이나라면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천년왕국이든 어디든 언제고 하늘에서 내려와 덮칠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신이 갑자기 들이닥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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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너는 왜 구레나룻을 기르고, 통바지를 입고, 그렇게 요란한 신발을 신는 거야?”

글쎄, 멋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일종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그래, 멋으로 저항을 하는 거지. 이 재미없고 감옥 같은 학교를 향해서.”

 

(186)

이곳처럼 야생적이지 않았어. 이미 학생들도 학교를 초월한 어른들의 가치가 물들어 있었거든. 권력지향적이고 자본주의적이었다고 할까. 부모님이 어떤 직업이고 알만큼의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을 세습하고 부를 상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지.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무언가를 성취한 거나 다름없었거든. 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갖고 있으며 어떤 학교를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었지. 이러한 잣대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애들끼리 몰려다니며 어른들과 유사한 권력 놀이를 했어. 오히려 물리적인 힘에서 오는 권력은 야만스러운 것에 불과했지.

 

(245)

그를 따라 절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하나, 둘 숫자를 세어 나갔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갖다 대며 절을 하니 마음 한편이 경건해지는 것만 같았다. 백 번을 하니 이마와 콧등에 땀이 맺히고 몸이 후끈후끈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그와 속도도 달라졌다. 이백 번, 삼백 번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반복하니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 상민이와의 우정, 지민이와의 사랑, 곁에 있는 민재 그리고 나에 대해서 말이다. 복잡했다. 모든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내가 두 명이 된 것 같았다. 절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나와,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나로 말이다. 오백 번, 육백 번어떤 정의도, 결론도 내리지 않기도 했다. 그저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몸은 지쳐갔다. 그럼에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묘한 오기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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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 2
정지아 지음 / 필맥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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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이를 먹었더니,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그렇다 보니 독서 편지 쓰는 것이 하나 둘 밀려 쌓여가고 있구나. 어제는 잠을 좀 많이 자서 그런지 오늘은 좀 컨디션이 괜찮아서, 또 피곤이 몰려오기 전에 얼른 독서편지를 하나 써야겠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지난번에 이어서 정지아 님의 <빨치산의 딸> 2권에 관한 이야기란다. 지난 번에 말한 것처럼 2권은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뒷부분 이야기와 정지아 작가님의 어머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그러면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1조국이 부르다의 뒷부분 이야기를 해줄게.

<빨치산의 딸> 1권은 한국전쟁 중 휴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전방에 있던 국군들과 미군들이 빨치산을 진압하기 위해 지리산 인근으로 대거 내려왔고, 그들을 피해 빨치산들은 쫓겨가고 있는 부분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국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빨치산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들은 작전 변경을 해야 했어. 그 중에 하나가 위중자수였단다. 유혁운의 연인 김춘옥이 그 작전에 제격이었단다. 왜냐하면 김춘옥의 집안이 잘 사는 집안이었거든. 김춘옥도 그 작전에 흔쾌히 동의하였단다. 위장자수를 한 이후 지하에 침투하여 세력을 키워가기로 했어.

유혁운은 김춘옥의 위장자수 준비를 도와주었어. 믿을만한 지인의 집에 은거하면서 준비를 하였고, 김춘옥은 자수를 하였고 경찰도 김춘옥의 자수를 인정해 주었단다. 그런데 김춘옥의 위장자수를 준비하면서 유혁운도 위장자수를 하라는 설득과 압박을 받았어. 더욱이 산에서 내려 와 있었기 때문에 퇴로까지 막힌 상황이었어. 고민 끝에 유혁운도 위장자수를 하기로 했단다. 위장자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길고 긴 시간싸움이었단다. 경찰의 감시가 이어지는 와중에 지하 세력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았어. 경찰의 감시에서 벗어나는데 일년의 시간이 필요했어.

위장자수를 하고 일년이 지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옛동지를 만날 수 있었단다. 하지만 그 동지가 배신을 했을 줄이야. 옛 동지의 배신으로 위장자수라는 것이 드러나고 체포되고 온갖 고만을 당했단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확정되었어. 그 때가 1954년이었어. 위장자수를 했던 김춘옥은 진짜 자수를 선택했단다. 힘든 산 생활을 하다가 편한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 같더구나. 그렇게 변심한 김춘옥이 면회를 왔는데, 유혁운은 김춘옥과 결별하였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57년 유혁운은 전향하기로 결심했단다. 전향을 하면 일단 출소할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진짜 전향이 아니고 전향인 척 하려고 했어. 밖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그의 사상을 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 여기까지가 1권부터 이어진 1조국이 부르다의 이야기란다. 아빠는 1부를 읽으면서 김춘옥이라는 사람이 정지아 작가의 어머니가 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1.

2지리산의 영웅들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정지아 작가님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이야기란다. 아빠는 이런 내용을 모르고 읽어서 처음에 읽을 때는 1분의 뒷이야기가 이어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좀 읽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고, 이내 정지아 작가님의 어머님의 이야기란 것을 알게 되었단다. 옥남이라는 여자가 있었어. 공부하고 싶어했지만 집안이 어렵다 보니 부모님은 딸까지 공부를 시키지는 않았어. 하지만 혼자 틈틈이 공부를 했단다. 어머니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고, 옥남은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남편은 최규복이란 사람으로 장난기도 많고 재미있는 말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어. 처음에는 정을 붙이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최규복에게 정도 붙였단다. 그런데 1944년 최규복은 일제에 의해 전쟁터에 끌려가게 되었고, 다행히 1945년 가을에 몸 건강히 살아서 돌아왔단다. 그 사이에 남편은 사회주의 사상을 알게 되어 사회주의 운동을 하였어. 빨치산 활동도 하게 되었는데, 최규복은 옥남에게 같이 하자고 했단다. 최규복이 빨치산 활동하는 것이 알려지자 경찰은 최규복 집안을 들쑤셔 놓았고 최규복의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어. 옥남도 최규복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빨치산 활동을 했단다. 그리고 산에서 아이도 낳았어. 산에서 도망 다니면서 어린 아가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 먹는 것도 편편치 않고 말이야. 결국 아이는 얼마 못 가서 그만 죽고 말았단다.

옥남은 지리산의 이현상 부대에서 소속되어 일했단다. 이름도 본명을 버리고 옥자로 바꾸어 활동했어남편과 한참 떨어져서 일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단다. 그런 와중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어. 1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북한군이 낙동강까지 물밀듯이 내려와서 산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에게도 활약을 넣어주었지. 더 이상 산에 숨어 활동할 필요가 없어졌어. 이현상 부대는 낙동강 전선에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어. 이때 최규복도 참가했단다. 하지만 최규복은 그 전투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단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상황은 급변하게 반전되었어. 전선은 다시 중부 지방에서 형성되었고, 이현상 부대는 중부 지방을 지원하기 위해 태백산맥을 타고 북상하였단다. 전선은 중부 지방에서 계속 올라갔고, 이현상 부대도 계속 북상하여 북쪽 땅까지 가서 거물급 인사인 이승엽을 만나기도 했단다. 그리고 그들에게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어.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후방을 교란하라는 역할이었어. 그래서 그들은 남부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았던 옥남에게 북에 남아서 공부하라고 제안했지만 옥남은 끝까지 현장에서 투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남부군에 합류했단다.

남부군은 다시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왔단다. 내려오면서도 여기저기서 국군과 결전을 벌였고, 지리산까지 내려왔어. 지리산을 거점으로 유격활동을 했단다. 지리산에 가보면 세석 산장에서 장대목 산장까지 가는 길에 넓은 평원이 이어져 있고 나무들이 별로 없는 곳이 있는데, 빨치산 토벌을 위해 나무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그렇듯 지리산은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곳이란다. 아빠가 예전에 지리산을 좋아해서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그곳에 깃든 역사로 인해 숙연해지곤 했단다.

 

2.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지리산에서 유격 활동은 쉽지 않았어. 특히 여자에게는 더욱 힘들었단다. 용변 보는 것도 그렇고 생리 현상도 그렇고 말이야. 하지만 여성 동지들도 꿋꿋하게 유격 활동을 했단다. 북으로부터 지원이 끊긴 남부군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400여명이었던 남부군은 150여 명으로 줄어들었어. 북쪽에서 이승엽 간첩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이 남부군에까지 전해졌단다. 전쟁 실패의 책임을 남로당 출신인 박헌영과 이승엽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북한의 음모라는 것이 정설이란다. 이 일로 이승엽 측근이었던 이현상도 종파주의자로 비판을 받고, 직책에서 물러났단다. 그리고 1953년 매복 중 죽고 말았대. 이현상이 죽고 나서 남부군을 궤멸되었다고 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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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306)

지리산의 가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산꼭대기에서부터 화려하게 타오르는 단풍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순간 낙엽이 지고 거센 북풍과 함께 겨울이 닥쳐오는 것이다. 남부군의 마지막 낙원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11월 초 서남지구 경찰병력이 총동원되어 비행기까지 합동으로 달궁을 공격해 들어왔다. 대형폭탄과 기총사격에 밀려 남부군은 결국 한 달여의 천국을 버리고 그 달 말까지 지리산 곳곳의 골짜기를 전전하면서 월동준비에 바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깊어가는 겨울과 함께 남한 빨치산을 거의 전멸시키다시피 한 그 유명한 수도사단의 공세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후평에서 9백여 명에 가까운 대부대로 승승장구하던 남부군은 이 수도사단의 공세가 끝나고 난 후 150여 명 정도만이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 수많은 인민군 정규부대도 넘지 못한 낙동강을 넘어 종횡무진 적의 심장을 들쑤시고 다니던 남부군, 후평에서부터 지리산까지 몇 천 리 장정 동안 유격부대답게 후방의 적을 마음껏 섬멸하고 다니던 남부군의 사실상의 유격투쟁은 이제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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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아빠가 예전에 안재성 님의 <이현상 평전>을 읽고 쓴 독서편지가 있으니 다시 한번 읽어보면 오늘 해준 이야기랑 연계되어 좋을 것 같구나.

옥남은 부상을 입어 환자트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동료의 배신으로 토벌대에 생포되었고, 산에서 내려오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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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389)

남편의 얼굴이, 이현상, 박종하, 이진범, 양봉순, 다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동지들의 피가 스미고 살이 썩은 이 산은 봄이면 더 눈부신 녹음을 피워낼 것이다. 이 산으로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역사는 소용돌이치며 저 거대한 지리산의 산맥처럼 수많은 봉우리를 만들며 흘러갔다. 우리는 어떤 봉우리를 만든 것일까. 우리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또 다른 동지들이 정상으로 오를 것이다. ‘평등이라는 말만큼 자신의 생명을 걸고 불꽃같은 열정으로 또다시 꿈꾸는 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혁명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이현상도, 박종하도, 마실 동무도, 김 영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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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빨치산의 딸> 2권의 이야기란다. 1부에서 이야기한 아버지와 2부에서 이야기한 어머니가 만나는 장면까지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이야기는 옥남이 하산하는 부분에서 끝을 맺었단다. 소설 어디선가 다른 소속으로 근무하던 혁운과 옥남이 한번 스치듯 만나 인사를 나눴던 장면이 있긴 했지만 말이야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고, 이후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 궁금하기도 하구나. 그런데 이전에 읽은 정지아 작가님의 책들 중에 부모님이 어떻게 만났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았거든한참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내려 했지만 슬프게도 생각이 나질 않았단다. 독서편지를 뒤져봤지만 그런 내용이 없었어. 아쉬운 기억력을 탓해야겠구나.

빨치산의 딸.. 참 잘 읽었단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총부리까지 서로 겨누어야 했나 싶지만, 그들에게는 사상은 목숨보다 중요했나 보구나. 그리고 그들의 열정을 다 마칠 수 있던 것이 또 그들이 믿는 사상인가 보다. 무엇인가 하나에 빠져 온몸을 다 바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 아빠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는구나. 아무튼 정지아 님의 글빨로 인해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책 속에서 지리산이 많이 등장하여 문득 지리산에 가보고 싶구나. 마지막으로 천왕봉에 오른 것이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구나.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지리산 천왕봉에 한번 가보고 싶구나. 너희들도 함께 가면 더 좋고…^^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52 4 10일경, 곡성 봉두산에 있던 도당 연락과 분트가 적의 기습으로 전멸당하고 생포자까지 생기는 바람에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기존의 모든 연락루트가 차단됐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녀는 그 산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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