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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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하워드 진이라는 사람은 유명한 역사가로 알고 있었단다. 인터넷 중고서점 둘러보다가 그가 쓴 미국 역사에 관한 책이 있길래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유명한 역사가의 궁금했던 미국 역사 이야기이니까 말이야.(예전에 한 권으로 읽는 미국사를 읽은 적이 있긴 한데, 기억 속에 저편이 되었어.)

책을 읽기 전에 지은이 하워드 진에 대해 좀 찾아왔어. 그런데 그냥 그런 역사가가 아니었더구나.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역사책은 <미국민중사>라는 역사책인데,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민중의 처지에서 쓴 미국의 역사였던 거야. 원래 역사라는 것은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단다. 그렇다 보니 몇몇 영웅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단다. 하지만, 하워드 진은 이름은 없지만 수많은 민중들의 눈으로 본 미국의 역사를 이야기했던 거야.

<미국민중사>가 미국에서 크게 히트를 쳤지만, 그 책이 결코 쉬운 책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미국사를 처음 접하거나 조금 쉬운 <미국민중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시 쓴 책이 바로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라는 책이란다. 다시 쓰면서 <미국민중사>를 쓴 1980년애 이후의 미국 역사도 추가하여, 21세기초 부시 정권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단다. 그가 2010년에 세상을 등졌는데, 만약 오늘날까지 살고 있어서, 첫 흑인 대통령과 괴짜 대통령 시대를 겪었다면, 이 시대를 어떻게 써냈을지 궁금하더구나. 하워드 진 이후 그처럼 미국현대사를 민중의 낮은 눈으로 쓰는 역사가는 또 어떤 이가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1.

미국을 세우고 지금의 영토까지 확장하는데 공을 세운 이들. 일반적인 미국 역사에서 그들을 영웅으로 이야기한단다. 하지만 하워드 진은 다르단다. 그들은 그저 금을 찾아 폭력을 휘두른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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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우리는 여태껏 영웅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실상은 그런 찬사를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 관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콜럼버스가 했던 일에 대해서 영웅답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인가? 이 땅에 도착해서 황금을 찾기 위해 광란의 폭력을 휘두른 게 그가 했던 일인데 말이다. 왜 우리는 앤드루 잭슨이 인디언들을 살던 곳에서 내몬 일을 영웅답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영웅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는 미국-스페인전쟁을 일으켜서 스페인 세력을 쿠바에서 축출했지만, 그것이 실상 쿠바의 통제권을 빼앗기 위해서 했던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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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패배했지만 불의의 권력에 맞서 저항하고, 비판한 이들이 진정한 영웅인 것이다. 미국이라는 땅에는 오래 전부터 수많은 원주민, 즉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단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그 원주민들을 무참히 짓밟고 죽이고 세운 나라가 미국이란다. 얼마 전에 <, , >라는 책을 읽고 아빠가 그 이야기를 했었잖아. 유럽인들은 황금과 땅을 찾아 왔기에 원주민들과 타협은 없었던 거야. 인디언들은 그들의 살아온 방식대로 이주민들을 대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짓밟히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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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우리는 포와탄(인디언 추장)이 했다는 말에서 자기 영토에 침입한 백인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우리 부족 그 누구보다도 평화와 전쟁 간의 차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어찌하여 당신들은 사랑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을 무력으로 빼앗으려 하는가? 어찌하여 당신들은 먹을 것을 제공한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는가?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어찌하여 당신들은 우리를 경계하는가? 우리는 무기도 들지 않았고, 당신들이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면 원하는 것도 기꺼이 내줄 것이다. 그리고 내 가족들과 함께 좋은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에 조용히 생활하면서 영국인들과 웃고 즐기며 동존과 도끼를 교환하는 것이, 영국인들을 피해 도망쳐 숲 속에서 도토리나 풀뿌리 등을 먹고 추적을 당하며 춥고 불안한 생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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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워드 진의 미국 역사를 읽다 보니 굵직한 특징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차별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미국이 생겨난 이래 계속 차별이 있었고, 그 차별을 없애려는 자와 유지하려는 자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았어. 개국 초기 영국 본토와 식민지의 갈등이 심해진 이유도 영국 본토에서 온 이들과 식민지에 살고 있는 이들의 차별로 시작되었어. 그런 차별로 인해 영국 본토에서 온 군인들과 식민지 노동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고, 그 사이네 노동자가 죽게 되었는데 군인들이 대부분 무죄를 받으면서 보스턴 차 사건까지 일어나고그것을 시작으로 독립 전쟁이 일어났지.

독립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13개의 주의 연합국 형태의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지. 그리고 처음 만든 헌법... 그 헌법 또한 차별을 위한 헌법이었던 것이었단다. 일부 부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어. 힘없는 노동자들, 여성들을 위한 법은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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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935년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가 발표한 헌법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접한 사람들은 분노했다. 찰스 비어드가 헌법 작성을 위해 모였던 55인에 관해 연구한 결과 그들 대부분이 부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 가운데 절반은 사체업자들이었고 대부분은 변호사였다. 그들은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경제 시스템을 유지해줄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연방정부를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찰스 비어드는 여성, 흑인, 계약 노동자, 빈민들의 헌법 작성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힘없는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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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색인종의 차별그 시작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가 아닐까 싶구나. 노예 해방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에이브러햄 링컨. 링컨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분리 독립을 선언한 남군. 링컨이 이끄는 북군. 신생국가 최대의 위기는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으로 이어지고, 북군이 승리함으로써 노예제도는 폐지되게 된단다.

하지만,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고, 노예들이 백인들과 같은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었단다. 노예들 대부분이 흑인이었는데, 흑인들에 대한 차별 대우는 오랫동안 이어졌단다. 그런 흑인들에 대한 차별 폐지를 위해 루터 킹 목사, 말콤 엑스 등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노력을 했단다. 그들은 실제로 테러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많이 차별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얼마 전에도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백인 경찰이 무장 진압을 하다가 죽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그런 일들이 간간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미국이란다. 여전이 백인 남성들의 DNA에는 차별 DNA가 있는 것 같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이라는 나라가 백인 남성들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보니, 여성에 대한 차별도 오랫동안 심했다고 하는구나. 신대륙에 여자들이 부족해서 유럽에서 여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신대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에 걸리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서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여자들의 사회 진출도 어려웠다고 해. 그런 여자들에 대한 차별에 최초로 반기를 든 이가 베티 프리던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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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

여성운동에서 최초이면서 최대의 영향력을 갖는 저서는 베티 프리던이라는 중산층 가정주부가 쓴 <여성의 신비(The Feminine Mystique)>였다. ‘신비라는 것은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즉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내로,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데 완벽하게 만족하는 여성상을 의미한다. 그런 이미지에 맞추어 살기 위해 여성들을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베티 프리던은 여성이 남성들처럼 자아를 찾고 자신이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만의 일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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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많이 없어진 걸로 알고 있어. 오늘날 미국에서 여성 차별은 어떤 상황인지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단다.


3.

미국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갖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것은 바로 전쟁 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그 또한 백인 남자들이 싸우기 좋아하는 성격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구나. 나라가 만들어진 지 불과 수백 년밖에 안되었는데, 미국은 크고 작은 전쟁에 참여했단다. 특히 세계1차대전을 참가하고 나서, 전쟁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절실히 깨달은 것 같았어. 세계2차대전을 겪고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겠지.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세계 유일 절대 강국이 되어 있었지.

미국의 처지에서 보면 다행히 세계의 흐름은 냉전의 시대가 되었고,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 일어나서 국가 번영에 도움이 되었겠지. 심지어 전쟁을 하고 싶어서 조작까지 했어. 그럼에도 실패한 전쟁이 있으니 베트남 전쟁이란다. 참여한 국제 전쟁에서 첫 패배잃은 것만 있었던 전쟁이었지. 그리고 그 이후 큰 전쟁은 걸프만 전쟁이었는데, 베트남 전쟁의 패배가 쓰려는지 걸프만 전쟁은 현대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어. 그런 전쟁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 줄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아랍국가들과 벽을 쌓은 미국은 결국 뉴욕 쌍둥이 빌딩을 공격 당하는 참사를 겪게 된단다. 그 이후 다시 보복을 위한 전쟁을 일으키고아빠가 정리가 잘 안되어 그렇지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끊임이 없는 것 같구나. 앞으로는 또 누구를 적으로 만들고 전쟁을 고민할까. 미국은 다른 답을 찾아야 한다.

….

최근 코로나로 전세계가 마비되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나아가 국가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단다. 세계 최강이라고 하던 미국이 이것 밖에 안되었나 싶을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많이 부족했단다. 우리나라와 같은 날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기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와 많이 비교를 하기도 했어. 도대체 코로나는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르겠구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얼른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미국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25년 전 세상에 나온 이래, 학부모와 교사들은 젊은 세대가 흥미를 느낄 만한 수정판을 낼 계획이 없는지 줄곧 내게 문의해 왔다.

책의 끝 문장 : 너희는 다수이고, 그들은 소수니까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야생의 세계에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유럽과 다를 바 없이 번화한 곳도 있었다. 인디언들은 고유의 역사와 법률, 문학이 있었다. 그들은 유렵인들보다 훨씬 훌륭한 평등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과연 ‘진보’라는 말에는 그들의 사회를 파멸시켜도 될 명분이 충분히 있는 것일까? 인디언들의 이러한 운명은 정복자나 지배자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가 역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 P29

하지만 토머스 제퍼슨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그런 봉기들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여겼다. 그는 "이따금 일어나는 작은 반란들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정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약이기 때문이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 P74

에이브러햄 링컨은 경제적인 요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화당과 정치적 야망을 공유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뛰어난 화술로 도덕적인 차원에서 열정적으로 노예제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동시에 그는 노예제 폐지론이 새로운 문제들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여 정치적으로도 신중을 기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제가 옳지 못한 제도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흑인들이 백인들과 동등하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했던 가장 좋은 해결책은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 아프리카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 P120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이 아리안이나 노르딕이라고 불렀던 백인 게르만 민족이 다른 민족들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이러한 민족우월주의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틀림없이 미국의 흑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군대는 인종별로 분리되어 있었다. 심지어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한 혈액은행조차도 백인의 혈액과 흑인의 혈액을 따로 보관했다. 혈액은행의 시스템을 만든 흑인 의사 찰스 드루는 혈액 분리에 반대하여 해고당했다. - P205

빌 클린턴은 자신이 내린 결정들이 미국 국민의 여론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이 사람들 모두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국민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원했으며, 정부가 빈민들과 집 없는 사람들을 돕고, 군사 예산을 감축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화, 민주 양당에는 이런 일을 추진하는 정치가가 없었다.
미국인들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대로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국민이 독립선언서에 적힌 대로 모든 사람들의 생활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단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사려 깊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부를 분배하는 경제체제의 요청이 될 것이며, 젊은이들이 탐욕을 숨긴 채 성공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배우지 않는 문화를 의미할 것이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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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7-31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이야기하는 책이군요 :-)
금 차별 전쟁 권력 등
 

오늘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 날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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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시다시피 <공산당 선언>은 평생의 혁명 동지였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쓴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치 팸플릿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참가한 <공산주의자 동맹> 조직의 출범 선언문으로 1848 2월에 발표되었습니다.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주의 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매우 잘 요약되어 있지요.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와는 별개로, 왜 공산주의 운동이 탄생했으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33)

현대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은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닙니다. 서양 중세 사회 내부에서 상공업의 씨앗이 태동(“봉건사회 내부의 혁명적 요소”)해 발전해나가는 긴 과정의 산물입니다. 소비재의 생산에 증기기관과 기계가 도입되고, 아메리카의 발견’(적절한 단어는 아닙니다만)으로 세계시장이 형성되며, 새로운 동력원을 이용한 철도 및 증기선의 등장으로 운송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세력이 바로 상공업자들인 부르주아 계급니다.

(45)

중세 시대를 그리워하는 반동주의자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는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며 중세 시절 기사들의 무용담이나 전쟁 이야기를 동경했겠지요. 그런데 기사와 귀족이 무용담을 떨치고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농노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농노를 착취해 생계를 해결하면서 나태하고 게으르게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무용담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부르주아 계급은 기존 봉건사회의 노골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무너뜨렸습니다. 모든 봉건적 권위를 파괴한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인간 관계를 순수한 금전 관계로 바꾸었습니다.

(71)

앞서 봉건사회가 자본주의사회로 이행하게 된 과정을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과 갈등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곧바로 우리 눈앞에 동일한 모순과 갈등(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사회 내부에서도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의 모순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사회 내부에서 다른 사회로의 변화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황입니다.

(79)

한편,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이상을 벌 수 있을 때만, 그래서 자신이 보유한 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만 노동자를 고용합니다. 노동자는 예전의 노예처럼 자신의 몸 전체가 예속되지는 않지만 하루 24시간 중 일부(“한 조각씩”)를 자본가에게 판매합니다. 이렇듯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자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일 뿐이며, 결국 노동력의 판매 여부(고용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의 상황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109)

의무교육의 도입은 부르주아 계급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복잡한 기계장치로 가득 찬 공장에 모여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한 치의 오차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자 해동 능력 및 업무 지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지식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의무교육입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획득한 지식과 교양을 활용해 부르주아 계급에 맞설 무기를 만들어냅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글자로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책과 유인물을 쓰고 함께 읽습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과학과 합리성을 응용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197)

좀 맥락이 다른 예기이지만, 러시아나 동유럽에 존재했던 현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추구했던 모습과 다르게 변질되었으므로 그 체제는 엄밀하게 보았을 때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아직 지구에서 구현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아마도 현실 사회주의를 가짜 사회주의로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진짜 사회주의를 방어하고 옹호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짜와 가짜를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일까요? 안타깝지만 현실은 언제나 복잡합니다.

(217)

하지만 여전히 자본가 계급에게 권력의 추가 크게 기울어 있으며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몇몇 복지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공공 부문에 비해 시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큽니다. 1 1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1만원 1표의 냉혹한 시장에서는 거대한 부를 지닌 자본가가 유리할 수밖에 없지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쓰던 시절에 비해 사회가 진일보한 것은 명백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309)

부연하자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와의 차이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가 계급에게서 세금을 걷어 서민들을 위한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일종의 부의 재분배 정책이지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바로 그 지점이 최종 목표지입니다.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는 단순히 조세 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혁(혁명)을 추동합니다. 이를 프롤레타리아 계급 스스로의 힘으로 실현하려는 것이지요. , 사회민주주의와는 최종목표가 다른 것입니다.

(310)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전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지배계급들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프롤레타리아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다. 그들에게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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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1 (무선) - 개정판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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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 때문에 주말이 되어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들이 많잖아. 그런데 한가지 즐거움이 생겼구나. 너희들과 함께 해리 포터를 읽는 것 말이야. 침대에 같이 누워서 보기도 하고, 베란다에 캠핑 의자를 가져다 앉아서 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 즐거움을 위해 아빠도 주말에만 해리 포터를 읽고 있는데, 참 재미있구나. 20년 전 쯤에 분명 4부까지는 읽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그런데 그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오늘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의 기억력이 너희보다 좋지 않으니, 아빠가 쓴 내용이 잘못된 내용이 있어도 이해바람~~~


1.

호그와트 마법학교 1학년을 마친 해리 포터. 여름 방학 내내 이모와 이모부인 더즐리씨 부부와 함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단다. 기다리던 친구들의 편지도 오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날 꼬마 집유령 도비가 찾아왔어. 도비는 해리에게 경고를 했어. 호그와트에 가면 안된다고호그와트에 정이 붙지 않도록 자신이 해리의 편지를 모두 가로채기도 했대. 해리에게 호그와트는 꿈과 희망과 행복과 즐거움이 있는 곳인데, 거기를 가지 말라고 하니 해리가 말을 듣겠니해리는 도비의 이야기를 무시했어.

한편, 해리로부터 연락이 없어서 절친 론은 직접 해리의 집을 찾아왔단다. 프레드, 조지 쌍둥이 형과 함께 부모님 몰래 부모님의 마법차를 타고 날아서 찾아왔어. 버논 이모부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해리는 론과 함께 버로우에 있는 론의 집에 도착했단다. 론의 부모님인 아서와 몰리는 해리에게 잘 대해주었단다. 론의 여동생이자, 호그와트 신입생인 지니는 해리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 해리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는 것 보면 말이야.

론의 집에서 나머지 여름 방학을 보내고, 드디어 개학식 날. 킹스크로스 9 4분의 3 승강장론의 식구들과 함께 해리는 그곳에 가려고 했는데, 해리와 론이 마지막으로 킹스크로스 9 4분의 3 승강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벽이 막혀서 가질 못했어.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은 호그와트행 기차를 놓친 것은 분명했지. 론이 부모님의 마법차를 타고 가자고 했어. 그들은 마법 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갔단다. 머글들이 그들이 타고 가는 차를 봐서 난리가 났지만, 해리와 론에게 호그와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하는 곳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호그와트에 도착했는데, 해리와 론이 한 짓은 모든 일들이 알게 되었고, 해리와 론은 징계를 받았단다. 그렇게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단다.


2.

공석이 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의 교수님으로 질데로이 록허트라는 교수가 새로 왔어. 그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기 잘난 체를 심하게 하는 사람인 것 같았어. 해리가 유명하니까 해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유명세를 높이려고도 했어. 약간 재수 없는 캐릭터. 그래서 해리는 록허트 교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

목이 달랑달랑 걸린 닉의 사망일 500주년 파티를 열었는데, 해리는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어. 다른 이는 못 듣고 해리만 그 목소리를 들었어. 그 목소리를 따라 갔더니 벽에 낙서를 보게 되었단다. 그 낙서에는 비밀에 방에 관한 내용과 죽음과 피의 경고가 써 있었어.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아구스 필치의 고양이인 노리스 부인이 죽어 있었어. 아니 뻣뻣하게 굳어 있었어. 아구스 필치는 해리가 노리스 부인을 죽였다고 화를 냈단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와서야 진정을 했지.

도대체 벽에 써 있던 비밀의 방이란 무엇인가. ‘비밀의 방이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창립자 중에 한 명인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오래 전에 성 안에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슬리데린은 자신의 후계자가 입학하게 되면 비밀의 방이 열리게 된다고 했지. 그 비밀의 방 안에는 후계자만이 통제할 수 있는 괴물이 있다고 했어. 그 괴물들은 순수 혈통 마법사가 아닌 머글의 피가 섞인 마법사들을 없앤다고 했고. 하지만 오랫동안 그 비밀의 방은 열리지 않고 아무도 찾지도 못했어. 그 누구도 비밀의 방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그 비밀의 방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그런 비밀의 방의 실체가 낙서로 나타난 것이야.

첫 퀴디치 경기글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경기. 슬리데린의 새로운 수색꾼이 뽑혔는데 다름 아닌 말포이였어. 말포이의 아빠가 슬리데린 퀴디치 선수들에게 전원 님부스2001을 선물해준 대가로 말포이가 수색꾼으로 뽑힌 거지. 님부스2001는 최신식 고급 빗자루였단다. 경기가 시작했는데, 퀴디치의 공 중에 하나인 블레저가 계속 해리가 공격하는 거야. 해리는 스니치를 찾을 새도 없이 블레저의 공격을 피하는 데 정신이 없었어. 그러다가 오른팔이 부러지기도 했어. 하지만 해리가 스니치를 잡아내어 그리핀도르가 승리를 했단다. 정신을 잃은 해리는 병원에 입원하였어. 다행히 부러진 오른팔은 마법으로 금방 치료했어.

입원실에 도비가 찾아왔어. 도비는 역에서 벽을 막은 일, 퀴디치 경기에서 블로저로 해리를 공격한 것도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고 했어. 왜냐하면 그래야만 해리가 다시 호그와트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대. 도비는 비밀의 방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것 때문에 도비는 해리를 호그와트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것? 도대체 비밀의 방과 해리가 무슨 관계인데 말이야.

신입생 중에 콜린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날 콜린이 또다시 돌처럼 굳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고양이 노리스 부인에 이어서 두 번째란다. 이 일을 겪고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은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무엇을? 비밀의 방의 문이 열렸다고 말이야여기까지가 <해리포터와 비밀의 문> 1권에 관한 이야기였어. 아빠가 이야기한 것에 틀린 곳이 많이 있니? ^^ 2권의 이야기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해줄게. 또 주말이 되었으니 너희들과 해리포터를 읽어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처음은 아니었지만, 프리벳 가 4번지의 아침 식사 시간은 말다툼으로 떠들썩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의 공허한 얼굴로 판단하건대, 그녀도 해리가 아는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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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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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가 길어지고, 끝이 안 보이는 요즘여러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는 책이 바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서,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읽는 고전 중에 하나였어.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 사람이었는데, 그가 살던 시대의 알제리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였단다. 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 47살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페스트>뿐만 아니라 <이방인>, <시지프 신화> 등 여러 유명한 작품들을 남겼지. 하지만 아빠에게 그의 책들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도 않고 말이야. 그래서 그의 책들을 멀리했어.

이번이 카뮈의 책은 처음이란다. 코로나 시대에 너도나도 이 책을 읽어서 아빠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책을 폈단다. , 그런데 아빠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한번에 깨주는 책이었단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참 흥미롭게 읽었어. 코로나를 겪고 있는 오늘날 세계의 모습과 비슷해서 더욱 공감이 갔단다.

페스트라고 하면 중세시대 유럽을 휩쓸었던 병이라고 알고 있어서, 이 소설이 당연이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지 알았단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이고,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해변 도시가 배경이란다. 지금은 오랑이라는 도시가 알제리에 속해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40년대는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프랑스의 도청소재지로 나온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단다. 무서운 전염병을 대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오늘날 코로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설 속에서 볼 수 있었단다. 우리는 소설 속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로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그곳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야.


1.

소설은 194x년 프랑스 해안 도시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에서 시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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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우리의 작은 도시에서는 기후 때문인지 이 모든 것이 이곳 사람들은 권태로워하고, 습관이라도 가져보려고 애를 쓴다. 우리 시민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그것은 대개의 경우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거래에 특히 관심이 많고,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무엇보다 사업에 몰두한다. 물론 단순한 기쁨에 대한 흥미도 없지 않아서 여자와 영화, 해수욕을 좋아한다. 그러나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어서 이런 쾌락들은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을 위해 아껴두고 주중의 다른 날에는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한다. 저녁에 퇴근하면 일정한 시간에 카페에서 모이거나 늘 같은 대로를 산책하고, 아니면 집에 가서 발코니에 자리잡는다. 젊은이들의 욕망은 격렬하고 짧은 데 반해, 나이든 사람들의 취미 생활은 공굴리기 모임이나 친목회 회식, 큰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하는 동호회 정도에 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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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의사 베르나르 리외라는 사람이었어. 서른 살인 아내가 일년 가까이 병으로 누워 지냈는데, 진전이 없어서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서 치료하기로 결정했어. 아내가 없는 동안 집안일을 도와주기 위해 리외의 엄마가 오기로 했어.

어느 날 이 평범한 도시에전에 없이 쥐들이 엄청나게 출몰하였고, 그 쥐들이 피를 토하며 죽었어. 죽은 쥐가 너무 많이 쌓여서 골치거리가 되었단다. 그런데 수백 수천 뒤끓던 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 그렇게 쥐들이 사라진 즈음에 리외가 살고 있는 건물의 수위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단다. 그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시점은 쥐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때였어. 그래, 뭔가 연관성이 있는 거지. 그가 죽기 전 보인 증상은 체온은 엄청 높고, 림프절이 심하게 붓고 옆구리에는 거무스름한 반점이 있었어. 그건 시작이었단다.

이후 몇몇 사람들이 같은 증상을 보이며 죽고 말았단다. 리외는 동료 의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리외는 머릿속에 스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  몇 십 년 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병. 페스트다시 나타났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 지금까지 1억명 이상 페스트로 죽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 병이니중세의 유럽을 휩쓸던 그 무서운 병죽은 이들의 증상이 바로 그 페스트의 증상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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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몇 가지 사례만 보고 전염병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예방책을 잘 세우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알고 있는 사실들에 집중해야 했다. 마비와 탈진 증세, 눈의 충혈, 구강 오염, 두통, 사타구니의 명울, 극심한 갈증, 정신착란, 전신에 돋는 반점, 몸안에서 느껴지는 찢어질 듯한 통증, 그리고 마침내는이런 것들에 이어서 어떤 문장이 리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학서적은 이런 증상들을 열거한 뒤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맥박이 실낱같이 약해지고 무의미한 몸짓을 하고는 사망한다.’ 그렇다. 이런 증상들이 모두 나타난 후에 환자는 한낱 실에 매달린 형국이 되고, 그들 중 4분의 3-이것은 정확한 수치였다-은 죽음을 재촉하는 그 미미한 몸짓을 서둘러 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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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리외는 도청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청 보건 위원회가 열렸어. 도청에 있는 공무원들과 의사들도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 병에 대처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다행히 현명한 판단들을 한 것 같구나. 페스트에 대한 공고문을 냈어. 하지만 이미 그 병은 많이 퍼져 있어서 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단다. 포고령과 도시 폐쇄령도 내렸단다. 도시 안팎 이동을 강제로 막았어. 우연히 도시 밖으로 나갔거나 다른 곳에서 오랑으로 온 사람들이 가족이나 애인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어. 조금 봐준 것은 도시 밖에 있는 가족들이 오랑 시로 들어오는 것은 가능했어. 하지만 오랑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절대 안 되었단다. 오늘날 코로나 시대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더구나.

소설 속에서 대처하는 모습이나 시민들이 반응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로 겪고 있는 모습과 똑같더구나. 우리는 지금 무서운 소설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구나.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그리워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갖게 되면서 또 다른 정을 쌓기도 하고, 때론 다투는 모습들도 볼 수 있어. 신문기사에서 볼 수 있는 코로나 시대의 소식이 이 소설 속에 그대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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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그래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던 감정, 더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미 말했듯이 오랑 시민들은 단순한 열정의 소유자들이다)에서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배우자를 전적으로 믿어온 남편들이나 연인들은 자기들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가볍게 여기던 남자들은 다시 성실해졌다.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들들이 기억 속에 자꾸 떠오르는 어머니의 얼굴의 주름살 하나에도 염려하고 후회했다. 완벽할 정도로 갑작스러운데다 언제 끝날지 예견할 수도 없는 그 이별에 망연자실한 채, 우리는 그토록 가까이 있었는데 어느새 그토록 멀어진 존재, 그리고 이제 우리의 삶 하루하루를 다 차지해버린 존재에 대한 추억에 저항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이중의 고통-우리 자신의 고통 그리고 집에 없는 사람들, 즉 자식, 아내 또는 연인이 겪는 고통을 상상 속에서 함께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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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 타루. 외부에서 오랑에 왔다가 도시 폐쇄로 오랑에 머물게 된 청년이었단다. 그는 리외를 찾아와서 보건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했어. 정말 열심히 그는 페스트 환자들을 위해 일을 했단다. 장 타루와 달리 랑베르라는 기자도 취재차 오랑에 왔다가 도시 폐쇄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는 기를 쓰고 도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단다. 리외를 찾아와 자신이 건강하다는 증명서를 써달라고 했어. 그리고 도청 공무원에게 보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어. 그래서 그는 불법으로 돈으로 써서 도시 밖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돈만 뜯기고 사기 당해서 밖으로 나가질 못했단다. 그러면서 리외와 장 타루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았어. 그들에게 감명 받고 그도 도시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보건대에서 돕기로 했단다.

도시폐쇄가 길어지고, 페스트로 죽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시민들의 인내도 바닥이 나기 시작했단다. 범죄가 늘어나고 도시를 탈출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여기저기에서 충돌이 났단다. 장례식에는 가족들도 못 가고 묘지도 부족해서 집단 매장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화장하기 시작했단다. 오랑의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 그렇게 고통에 익숙해지고 죽음이 일상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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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우리 시민들, 적어도 이별로 인해 가장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을까? 익숙해졌다고 말하면 그것은 결코 정확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헐벗음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페스트 발생 초기만 해도 그들은 잃어버린 사람을 뚜렷이 기억하고 그리워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행복해했던 어떤 날, 이런 것들은 모두 분명하게 기억났지만, 그들이 그 사람을 다시 그려보는 바로 그 순간에, 또 이제는 그렇게도 먼 곳이 되어버린 그 장소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그 시기에 그들은 기억력은 있었지만 상상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페스트가 둘째 단계로 접어들자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얼굴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지만, 얼굴에 살이 없어져 마음속에서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관련해 초기 몇 주 동안에는 환영만 상대한다고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그후에는 추억 속에 간직해온 희미한 색깔마저 잃어버림으로써, 환영도 예전보다 살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나긴 이별을 겪자 그들은 전에 누렸던 친밀감을 더 이상 상상하지 못했고, 언제라도 손을 얹을 수 있었던 존재가 어떻게 그들 곁에 있을 수 있었는지도 더 이상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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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늘루라는 신부가 있었어. 그는 페스트는 하느님이 내린 벌이라고 설교하였지만, 리외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단다. 특히 아이들도 페스트에 죽는 걸 보면서 말이야. 빨리 치료제를 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리외의 동료 의사 카스텔은 치료용 혈청을 개발했어. 임상 실험할 시간도 없었어. 바로 환자에 투입오통이라는 수사검사의 어린 아들이 페스트에 걸려서 그 아이에서 시험해 보았어. 부디 좋은 결과가 오기를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오래 버틴 것 같았지만 결국 죽었단다. 실패.

이 무서운 병은 언제 끝나는가. 하느님이 내린 벌이라고 설교하던 파늘루 신부도 페스트가 점점 악화되면서 자신이 한 말에 혼란을 느꼈어. 하느님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하느님을 깊이 믿었던 그 자신도 결국 페스트에 걸렸어. 그는 신의 뜻이라고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에 갔지만 너무 늦었어.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사라질 것 같지 않던 페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수그러들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새로 개발한 혈청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축제분위기였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했지만 그 동안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던 거야. 아직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었는데, 그 산발적인 경우에 장 타루가 걸리고 말았어. 그렇게 페스트가 극심하던 시기에도 헌신적으로 봉사하던 타루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를 페스트로 죽게 만들다니

또 시간이 지나고 페스트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선언했단다. 소설 속의 끝은 그래도 끝이 났구나. 코로나는 도대체 어떻게 끝을 맺을까.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으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와 공존하며 사는 시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리 이제 코로나에 적응해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배워야 할 게 참 많구나.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데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이 연대기에서 다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x년 오랑에서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사실 냉정을 잃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시민들의 생각은 자기들이 기다리는 사람에게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고뇌에 빠져 있는 가운데, 그들은 사랑의 이기적인 성격 덕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페스트를 생각할 때도 페스트 때문에 이별이 끝도 없이 계속될까봐 염려스럽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전염병이 한창일 때도 그들은 건전한 여유 같은 것을 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침착함으로 착각했다. 절망감 때문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게 되었으니 불행에도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 중에서 누가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대개의 경우 그 병을 조심할 여유조차 없었다. 유령 같은 존재와 나누던 기나긴 마음속 대화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그는 지체 없이 대지의 가장 무거운 침묵에 내던져졌던 것이다. 그가 뭔가를 할 시간적 여유는 전혀 없었다. - P95

그 늙은 경비원은 타루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 차라리 지진이면 좋겠어요! 지진은 한번 흔들리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으니까요… 사망자와 생존자를 세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잖아요. 그런데 이 망할 놈의 병은! 그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마음으로 병을 앓게 한다니까요." - P138

‘새벽이면 아직 인적 없는 도시에 산들바람이 분다. 밤의 죽음과 낮의 고통 사이에 있는 그 시간에도 페스트도 잠시 쉬고 숨을 돌리는 것 같다. 가게의 문은 모두 닫혀 있다. 그러나 그중 몇 곳에 붙어 있는 ‘페스트로 인해 폐점’이라는 게시문은 다른 가게와 달리 이 가게의 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신문팔이들은 조느라 뉴스를 외쳐대지는 않지만, 길모퉁이에 등을 기댄 채 몽유병자처럼 신문을 가로등 앞으로 내밀고, 잠시 후 첫 전차 소리를 듣고 깨어나면 도시 전역으로 흩어져 ‘페스트’라는 글자가 도드라진 신문들을 내밀고 다닐 것이다. ‘가을에도 페스트가 유행할 것인가? B교수는 부정적으로 대답.’ ‘페스트 발생 94일째, 사망자 124명.’ - P142

재앙만큼 보잘것없는 것은 없고, 큰 불행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은 페스트 치하에서 보낸 끔찍한 날들을 화려하고 잔혹한 커다란 불길처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발아래 놓인 모든 것을 짓밟아버리는 끝없는 답보 상태로 기억하는 것이다. - P212

직업이 있는 사람들은 페스트와 보조를 맞춰, 꼼꼼하긴 하지만 생기라곤 전혀 없는 태도로 일을 해나갔다. 모두 겸손해졌다. 처음으로 헤어진 사람들은 헤어져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쓰는 말투를 쓰기도 하고, 자기들의 이별을 전염병의 통계수치와 연결해 검토해보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자신의 고통을 집단적 불행과 완강히 분리해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두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기억도 희망도 없이 현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로 변했다. 페스트가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나눌 힘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 앗아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 미래가 요구되는데, 우리에게는 순간들만 남은 것이다. - P214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돌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대상은 이 세상에 없어요. 하지만 나 역시 이유도 모른 채 사랑하는 것을 돌보지 않고 있죠."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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