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시다시피 <공산당 선언>은 평생의 혁명 동지였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쓴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치 팸플릿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참가한 <공산주의자 동맹> 조직의 출범 선언문으로 1848 2월에 발표되었습니다.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주의 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매우 잘 요약되어 있지요.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와는 별개로, 왜 공산주의 운동이 탄생했으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33)

현대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은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닙니다. 서양 중세 사회 내부에서 상공업의 씨앗이 태동(“봉건사회 내부의 혁명적 요소”)해 발전해나가는 긴 과정의 산물입니다. 소비재의 생산에 증기기관과 기계가 도입되고, 아메리카의 발견’(적절한 단어는 아닙니다만)으로 세계시장이 형성되며, 새로운 동력원을 이용한 철도 및 증기선의 등장으로 운송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세력이 바로 상공업자들인 부르주아 계급니다.

(45)

중세 시대를 그리워하는 반동주의자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는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며 중세 시절 기사들의 무용담이나 전쟁 이야기를 동경했겠지요. 그런데 기사와 귀족이 무용담을 떨치고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농노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농노를 착취해 생계를 해결하면서 나태하고 게으르게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무용담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부르주아 계급은 기존 봉건사회의 노골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무너뜨렸습니다. 모든 봉건적 권위를 파괴한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인간 관계를 순수한 금전 관계로 바꾸었습니다.

(71)

앞서 봉건사회가 자본주의사회로 이행하게 된 과정을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과 갈등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곧바로 우리 눈앞에 동일한 모순과 갈등(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사회 내부에서도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의 모순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사회 내부에서 다른 사회로의 변화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황입니다.

(79)

한편,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이상을 벌 수 있을 때만, 그래서 자신이 보유한 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만 노동자를 고용합니다. 노동자는 예전의 노예처럼 자신의 몸 전체가 예속되지는 않지만 하루 24시간 중 일부(“한 조각씩”)를 자본가에게 판매합니다. 이렇듯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자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일 뿐이며, 결국 노동력의 판매 여부(고용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의 상황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109)

의무교육의 도입은 부르주아 계급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복잡한 기계장치로 가득 찬 공장에 모여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한 치의 오차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자 해동 능력 및 업무 지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지식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의무교육입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획득한 지식과 교양을 활용해 부르주아 계급에 맞설 무기를 만들어냅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글자로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책과 유인물을 쓰고 함께 읽습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과학과 합리성을 응용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197)

좀 맥락이 다른 예기이지만, 러시아나 동유럽에 존재했던 현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추구했던 모습과 다르게 변질되었으므로 그 체제는 엄밀하게 보았을 때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아직 지구에서 구현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아마도 현실 사회주의를 가짜 사회주의로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진짜 사회주의를 방어하고 옹호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짜와 가짜를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일까요? 안타깝지만 현실은 언제나 복잡합니다.

(217)

하지만 여전히 자본가 계급에게 권력의 추가 크게 기울어 있으며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몇몇 복지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공공 부문에 비해 시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큽니다. 1 1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1만원 1표의 냉혹한 시장에서는 거대한 부를 지닌 자본가가 유리할 수밖에 없지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쓰던 시절에 비해 사회가 진일보한 것은 명백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309)

부연하자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와의 차이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가 계급에게서 세금을 걷어 서민들을 위한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일종의 부의 재분배 정책이지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바로 그 지점이 최종 목표지입니다.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는 단순히 조세 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혁(혁명)을 추동합니다. 이를 프롤레타리아 계급 스스로의 힘으로 실현하려는 것이지요. , 사회민주주의와는 최종목표가 다른 것입니다.

(310)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전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지배계급들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프롤레타리아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다. 그들에게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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