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잠은 학습하고, 기억하고, 논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능력 등 뇌의 다양한 기능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정신 건강에 유익한 기여를 함으로써, 잠은 우리 감정 뇌 회로를 재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냉철한 머리로 사회적 심리적 도전 과제들을 헤쳐나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모든 의식 경험 가운데 가장 난제이면서 논쟁적인 것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꿈 말이다. 인간을 비롯하여 꿈을 꿀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종들은
모두 꿈꾸기를 통해서 독특한 혜택들을 얻는다. 편안하게 하는 신경 화학 물질에 뇌를 푹 담금으로써 고통스러운
기억을 누그러뜨리고,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뒤섞은 가상 현실 공간을 통해 창의성을 부추기는 것도 잠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30)
믿을만하게 되풀이되는 그들의 수면과 각성의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좀더 길다는 부정할 수 없이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20대였던 리처드슨의 수면-각성 주기는 26~28시간이었다. 40대였던 클라이트먼의 주기는 24시간에 좀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길었다. 따라서 햇빛이라는 바깥의 영향을 제거했을 때, 개인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하루>는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서 (실제) 하루가 지날 때마다, 클라이트먼과 리처드슨은 체내에서 생성된 더
긴 시계에 따라서 시간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65)
여기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시간 왜곡 현상이 하나 있다. 잠
자체를 넘어서, 꿈속에서 시간 확장이다. 시간은 꿈속에서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다. 길게 늘어질 때가 아주 많다. 지난번에
꿈에서 깨어나, 자명종의 다시 알림 단추를 눌렀을 때를 생각해 보자.
관대하게도, 당신은 자신에게 5분 동안 달콤한
잠을 더 잘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당신은 곧바로 꿈으로 돌아간다. 5분을
더 기다린 뒤, 당신의 자명종은 믿음직하게 다시 울리지만, 당신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시간인 그 5분 이상 동안, 당신은 1시간, 또는
그 이상 꿈을 꾸고 있었던 양 느낄 수도 있다. 꿈을 꾸지 않는 수면 단계, 즉 시간 관념을 모조리 잃는 단계와 달리, 꿈속에서 시간 감각을
계속 지니고 있다. 그저 그리 정확하지가 않을 뿐이다. 꿈꾸는
시간은 실제 시간에 비해 더 길게 오래 늘어날 때가 많다.
(117)
그렇긴 해도, 렘수면이 제공하는 탁월한 정서 뇌
능력이 창의성에 영감을 불어넣는 두 번째 혜택보다 우리 인류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더 영향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창의성이 진화적으로 강력한 도구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개인에게 한정되어 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해결책들이 렘수면이 함양하는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친사회적인 유대와 협력 관계를 통해 개인 사이에 공유될 수 없다면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창의성은 대중에게
전파되기보다는 한 개인 내에 고정된 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135)
파인버그는 깊은 수면 세기의 증감이 청소년기의 위태위태한 고지대를 거쳐서 성년기라는 안전한
통로로 들어서는 성숙을 향한 여행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그의 이론이 옳다고 뒷받침한다. 깊은 렘수면이 청소년기에 뇌의 마지막 마감 공사와 정밀 검사를 수행함에 따라,
인지 기능, 추론, 비판적 사고는 나아지기 시작하는데, 비렘수면의 변화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관계의 각 시기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뇌 안에
인지적 및 발달적 이정표가 놓이기 몇 주 또는 몇 달 전에 반드시 깊은 렘수면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영향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뇌 성숙이 깊은 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이 뇌 성숙의 추진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141)
안타깝게도 사회도 부모도 십대 청소년이 어른보다 잠을 더 잘 필요가 있으며, 생물학적으로 부모와 잠자는 시간대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안 되어 있다. 부모가 이 점에서 좌절을 느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십대 자녀의 수면 패턴이 생물학적 명령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을 반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패턴은 의지에 따른 것도, 타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생물학적으로
강하게 정해진 것이다. 부모라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고
장려하고 찬미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자녀의 발달하는 뇌에 이상이 생기거나 자녀의 정신질환 위험이
높아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217-218)
기분이 극단적으로 좋아지는 쪽으로 갑자기 변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비록 결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쾌감을 주는 경험에 과민하게 반응하면
감각 추구, 위험, 모험,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교란은 중독성 물질을 투여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명확한
징표 중 하나다. 또 수면 부족은 뇌 전두엽 피질이라는 이성적인 사령부의 통제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보상 갈망과 관련이 있는, 수많은 중독 장애들의 재발률도 결정한다. 예방 관점에서 볼 때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불안, 주의력 결핍, 부모의 마약 경력 등 다른 고위험 요인들을 감안하여
살펴보면 청소년기 말에 일찍부터 마약과 술에 빠질지 여부를 유년기의 수면 부족 여주를 통해 상당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수면 부족으로 진자처럼 양쪽 방향으로 오가는 감정 변화가 서로를 상쇄시키기는커녕 몹시 우려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35)
네데르고르의 발견은 우리 발견에서 빠져 있던 답을 제공함으로써 지식의 고리를 완성시켰다. 부족한 잠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는 상호작용하면서 악순환을 일으킨다. 잠이
부족하면 아밀로이드판이 뇌에, 특히 깊은 수면을 생성하는 영역에 쌓이면서, 그 영역을 공격하여 망가뜨린다. 이 공격으로 갚은 비렘수면이 줄어들면
밤에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그러면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쌓이게 된다. 아밀로이드가 쌓일수록 깊은 수면은 줄어들고, 깊은 수면이 줄어들수록
아밀로이드가 더 쌓이는 과정이 계속 되풀이된다.
(251)
문제가 생긴 것은 두 주인공인 렙틴과 그렐린이었다. 수면
부족은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인 렙틴의 농도를 낮추고 허기를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농도를 높였다. 생리적으로
이중으로 위협에 처하는 고전적인 사례였다. 참가자들은 수면 부족이라는 위법 행위로 이중으로 처벌을 받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배불러>라는 신호가 제거되고, 다른 쪽으로는 <아직 배고파>라는 느낌이 증폭됨으로써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잠을 적게 잘 때는 음식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했다.
(258)
양쪽 집단 모두 체중이 감소했다. 그러나 체중이
줄어든 원인은 전혀 달랐다. 5.5시간만 잔 집단에서는 체중 감소의
70퍼센트 이상이 지방 외 체중에서 이루어졌다. 즉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매일 밤 8.5시간을 잔 집단에서는 훨씬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다. 체중 감소의 50퍼센트 이상이 근육이 아니라 지방에서 이루어졌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몸은 지방을 내놓기를 몹시 꺼린다. 지방을 간직하고, 대신에 근육을 버린다. 그러니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한다면, 날씬하고 뽀얀 모습이
될 가능성이 적다. 수면 부족일 때 다이어트는 역효과를 낳는다.
(277-278)
어젯밤에 당신은 지독한 정신병적 상태에 빠졌다. 오늘
밤에도 다시 그런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 진단을 거부하기 전에, 내가
타당한 근거라고 제시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한번 들어 보시라. 첫째,
어젯밤 꿈을 꿀 때, 당신은 거기에 없는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환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둘째, 당신은
진짜일 리가 없는 것들을 믿었다. 즉 망상에 빠졌다. 셋째, 당신은 시간, 공간, 사람을
혼동하게 되었다. 즉 혼란에 빠졌다. 넷째, 당신은 극단적인 감정 사이를 오갔다. 정신과 의사들이 정서 불안이라고
하는 증상이다. 다섯째(그리고 너무나 기쁘게도!), 오늘 아침 깨어날 때, 당신은 이 기이한 꿈속 경험중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을 잊었다. 한 마디로 기억 상실증에 빠졌다. 깨어
있을 때 이런 증상들을 어느 하나라도 겪는다면, 즉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렘수면이라고 부르는 뇌 상태와 그에 따르는 정신적 경험인 꿈은 정상인 생물학적 및 심리적 과정이자,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진정으로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310)
잠을 못 잔 참가자들은 보통은 밤에 렘수면의 재조율 솜씨를 통해 제공되는 그런 예리한 감정
파악 능력이 사라지자, 두려움 쪽으로 치우쳐 있는 기본 설정 상태로 빠져들었다. 온화하거나 좀 다정해 보이는 얼굴조차도 위협적이라고 믿게 되었다. 뇌에
렘수면이 부족할 때, 바깥 세계는 더 위협적이고 피해야 할 곳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잠을 못 잔 뇌의 <눈>에는 현실과 지각된 현실이 더 이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의 렘수면을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말 그대로 자기 주변의
인간 사회를 읽는 총명한 능력을 제거했다.
(342-343)
여기서 수면 상태를 착각하는 증상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역설
불면증이라는 것이다. 이 환자들은 자신이 밤새도록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또는 아예 못 잔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전극 등 수면 양상을
정확히 기록하는 장치를 써서 객관적으로 지켜보면, 그렇지 않다. 수면
기록을 보면, 이들이 자신이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잠을 자며, 너무나도
건강하게 푹 잔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역설 불면증 환자는 실제로는 잠을 잘 자면서
잠을 못 잔다고 착각, 즉 오인한다. 그래서 그런 환자는
건강 염려증 환자로 분류된다. 비록 그 용어가 경멸적이거나 그저 고상하게 표현했을 뿐인 양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수면 의학자들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런 진단을
받은 이들을 돕는 심리적 치료법들이 나와 있다.
(383)
종이책에 비해 아이패드로 읽었을 때에는 밤에 멜라토닌 분비량이 50퍼센트 이상 억제되었다. 사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멜라토닌 농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는데, 그에 비해 아이패드로 읽을 때에는 농도 증가가 세 시간까지도 지연되었다. 아이패드로 읽었을 때에는 멜라토닌 농도가 정점에 이르는, 즉 자라고
지시하는 시점이 자정 이전이 아니라 새벽 시간이었다. 인쇄본에 비해 아이패드로 읽은 뒤에 잠드는 데
더 오래 걸린 것도 놀랍지 않다.
(390-391)
이 그럴싸한 조언은 제쳐두고, 잠과 알코올이라는
문제에서 타당한 조언은 무엇일까? 금욕주의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알코올이 수면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가 워낙 확실하므로, 술을 마시면 당신과 공부에 피해가
가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즐기며, 입맛을
돋우기 위해 미리 한잔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간과 콩팥이 그 알코올 분해하여 배출하는 데에는 여러
시간이 걸린다. 당신이 에탄올을 빨리 분해하는 효소를 지닌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밤술은 수면을 교란할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자
가장 정직한 조언은 짜증날지 모르겠지만 술을 끊으라는 것이다.
(404-405)
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서, 수면제가 <주관적이로 수면다원적으로 수면 잠복기를 미미하게 개선>할
뿐이라고 적었다. 즉,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 줄일
뿐이라는 뜻이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현재 쓰이는 수면제의 효과가
<작고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결론지었다. 1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수보렉산트(상품명 벨솜라)라는 가장 최근에 나온 불면증용 수면제도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수면을 개선할 약물이 나올지 모르지만, 처방되는 수면제를 과학적으로 조사한 자료들은 현재로는 수면제가 잠을 푹 자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건강한 잠을
되돌려줄 해결책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413-414)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침실에서 화면 기기들을
치우고, 침실 온도를 내리라는 것 등은 명백한 부류에 속한 방법들이다.
또 환자는 (1) 주중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해야
하고, (2) 졸음이 올 때만 잠자러 가고 저녁 일찍 또는 중간에 소파에서 잠들지 않도록 하고, (3) 잠이 안 오는 데에도 잠자리에서 긴 시간 동안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서
긴장을 풀어주는 차분한 무언가를 하면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4) 밤에 잠들기 어렵다면 낮잠을
피하고, (5)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움으로써 잠자기 전에 불안을 자극하는 생각과 걱정을 줄이고, (6) 밤에 시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시계 글자판이 보이지 않게 두는 것이 좋다.
(428)
잠을 덜 잔 직원은 덜 생산적이고, 동기 부여가
덜 되고, 덜 창의적이고, 덜 행복하고, 더 게으른 뿐 아니라, 더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사업에서는 평판이 일을 성사시키느냐 파탄내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신의 회사에서 잠이 부족한 직원은 당신의 평판이 나빠질 위험을 더 높인다. 앞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고 감정 충동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전두엽이 수면 부족으로 활성이 억제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뇌
영상 실험에서 나온 증거를 설명한 바 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더 감정에 휩싸여서 성급하게 선택을
하고 의사 결정을 내렸다. 직장에서 더 중대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같은 결과를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474)
직원이 약 5만 명인 대형 보험사 애트나(Aetna)는 검증된 수면 추적기 자료를 토대로, 잠을 더 많이 자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애트나의 회장 겸 CEO인
마크 베르톨리니는 이렇게 설명했다. <직장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더 나음 판단을 내리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업의 토대와 직결됩니다. 졸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밤잠을 일곱 시간씩 20일 이상 계속 잔 직원은 하루당 25달러, 최대 500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