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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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새해가 밝았지만, 아빠의 독서편지는 아직 2018년이란다. 아빠가 게을러사 작년에 읽은 책들 중에 아직 이야기해주지 못한 책들이 많단다. 좀더 부지런해져야겠구나.^^

이 책은 지은이 때문에 읽었단다. 아빠가 자기계발서는 잘 안 읽어. 왜냐하면 좋은 말들은 많이 적혀 있지만, 그것은 말뿐이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빠는 실천할 가능성이 없거든. 그렇다 보니 그저 잔소리로만 들려서 말이지ㅎㅎ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잘 안 읽어. 그런데 이 책은 지은이가 김민식이라는 사람 때문에 읽었지.

예전에 암흑 시절, 정권에 저항하다가 탄압받던 방송국 드라마 PD.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나와서 보인 입담과 유쾌하게 권력 퇴진 운동을 하는 모습. 공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독학으로 영어공부를 해서 통역사가 되었고, 그럼에도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방송국 예능 PD가 된 사람. 나중에는 인기 드라마 PD가 되었던 사람. 하지만 낙하산으로 꽂힌 방송국 사장을 물러나라고 했다가 찍혀서 좌천에 좌천을 거듭, 그 좋아했던 드라마 PD를 오랫동안 하지 못한 사람. 그 이후 또 놀 거리를 찾아서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 한 번 꽂히면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 파워 블러거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 그가 바로 김민식이라는 사람이란다.

지은이 김민식이 7년 동안 아침마다 블로그에 올리고 나서, 자신의 삶이 또 한번 바뀌었다고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블로그를 권해보는 책.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이란다. 김민식은 이번에 두번째 책인데, 첫번째 책은 <영어책 한번 외워 봤니?>라는 책이었어. 아빠는 이 책도 읽어봤는데, 그가 영어책 외우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쉬운 일로 만들어버려서, 아빠도 도전을 해보았지만, 역시 실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더구나. 영어책 한 권 외우는 게 말이 쉽지, 그게 될 말이더냐

 

1.

이 책은 한 마디로 파워블로거가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구나. 그런데 글쓰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단순히 파워블로거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에 나온 것을 단순히 따라 하겠다고 하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선 기본적으로 자신이 글 쓰는 것에 대해 좀 좋아해야 할 것 같아. 물론 글쓰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쓰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싫은 글쓰기를 파워 블로거가 되지 위해서 어쩔 수 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도 책을 읽고 나서, 졸필이긴 하지만 리뷰를 웹상에 올리는데 그 시간이 꽤 되었더구나. 지은이처럼 그것을 놀 거리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야. 아빠가 뒤늦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책을 읽었는데, 이번 뭐, 책을 읽은 지 일주일만 지나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거냐. 그래서 줄거리라도 써 놓아야겠다 하고 생각한 것인데, 늘 아빠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 컴퓨터나 다른 장소의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있으니 웹상에 올려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 백업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것이 습관이 되었고, 줄거리만 써놓다가 아주 조금 느낌도 써 넣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지. 너희들과 만난 이후로는 이왕 쓰는 거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편지 형식으로 쓰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여전히 이 글을 남기는 원래의 목적 아빠의 기억력을 보조하려는 수단에 충실하기 위해서 줄거리에 많이 치중을 하고 있단다. 특히 소설 같은 경우도 더 그래서 아빠의 리뷰는 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

지은이 김민식처럼 아빠는 매일 글을 쓰지는 않지만, 이젠 독서편지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된 것 같아. 그 독서편지를 요즘에는 아빠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놀 거리라고 생각하기도 해. 지은이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아침에 한다고 하지만, 아빠는 주로 밤에 글을 쓴단다. 하루종일 스트레스 받으며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잠시 잊혀지곤 하니까 말이야.

아빠의 글쓰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 읽고 난 리뷰이니까 글쓰기보다 책읽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를 하긴 하지. 그렇다 보니 매일 쓰기는 어렵고, 글을 몇 번씩 퇴고하기도 어렵고, 글솜씨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그냥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몇 자 적는 게 전부야. 하지만 이 일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란다. 나중에 너희들이 이 편지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할까 상상하는 것도 기분이 좋고

예전에 한때는 책 리뷰 뿐만 아니라 다른 일상이라 다른 주제에 대한 글도 써보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쉽지 않더구나.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 이 정도만 하는 걸로…^^^

웹상에 보면 정말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이 많더구나. 글쓰기가 노력으로 실력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재능을 갖고 태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지은이 김민식은 블로그를 하다 보면 작가가 되어 책을 쓸 수도 있다고 하였고, 그는 그 일이 즐겁다고 했어. 뿐만 아니라 그 일은 직업이 될 수 있고, 은퇴를 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어.

유명한 블로거들 중에는 블로그를 시작해서 책까지 출간한 사람들이 많단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이지, 처음부터 블로그를 하면서 작가를 목표로 하면 실망이 클 수도 있을 거야. 지은이 김민식의 경우 공중파 방송국 드라마 PD이니까, 지은이 브랜드 가치가 이미 높기 때문에 작가로써 데뷔하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쉬었다고 생각한단다. 이 책에서는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블로그를 할 때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좀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너희들도 크면, 블로그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겠구나. 요즘 너희들이 쓰는 일기를 가끔 보면, 확실히 아빠보다는 글쓰기를 잘할 거라 믿어~~ , 그럼 또 이제 독서편지 한편을 썼으니 또 책을 읽어야겠구나.

 

 

PS :

책의 첫 문장 : 2015년 가을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어요. 드라마 국장님 전화였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제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으며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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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9-07-12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편지형식의 글 좋네요. 다정함이 느껴집니다ㅎ

bookholic 2019-07-12 21: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이왕 리뷰 쓸 것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쓰면 좋겠다 싶어서^^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018년 12월 31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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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01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많이 슬펐나봐요.
이젠 열살 안녕^^ 이겠지요.
bookhilic님, 새해 첫 날 즐거운 하루 보내셨나요.
따뜻한 밤 되세요.^^

bookholic 2019-01-01 22:55   좋아요 1 | URL
오늘 일기는 아직 보질 못했습니다^^
열살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행복한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syo 2019-01-01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전 이해할 수 있어요. 원래 아홉수가 그런 거잖아요?? 서른이 될 때 세상 끝난 것 같고, 마흔이 되면 이제 꺾어질 날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잖아요.... 하물며 열 살이 되는데,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bookholic 2019-01-02 08:0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syo님의 통찰력은 하늘을 찌르십니다..

목나무 2019-01-02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슬펐나부다. ㅋㅋㅋ
열 살이 된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 많이 만들어주셔요. 북홀릭님 ^^

bookholic 2019-01-02 22:47   좋아요 1 | URL
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마다 열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도록 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19-01-0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넘 귀엽네요~ 이제 십대!!ㅎㅎ

bookholic 2019-01-02 22: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19년 이제 이틀이 지났는데, 십대여서 그런지 얼굴에 반항기가 깃들어 보입니다.^^
앞으로 아이의 반항기가 기대됩니다~~~
 

2019년 첫번째 책은
안재성님의 소설로...
조용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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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1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재성 좋아요!!! 하루 한 문장! 역쉬 필사가에게 맞는 suitable cup 입니다 ^^

bookholic 2019-01-01 22:01   좋아요 1 | URL
설정샷을 잘 캐치하셨어요 ㅎㅎ
안재성님 소설에 대한 카알벨루치님의 리뷰를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나만의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

일 년을 함께 했던 책들을 기념으로 찰칵.

저 책들이 다 머릿속에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그저 스치고 가버린 듯...

...

예전에는 혼자 정리를 했는데,

요즘에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도와준다^^

....

다들 2018년 마지막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새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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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부지런히 많은 책 읽으셨네요.
잘 모르지만, 제가 읽었던 책도 있는 것 같아서, 아는 표지를 보면 조금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오늘이 2018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올해도 좋은 글들 많이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bookholic님, 따뜻한 연말,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bookholic 2018-12-31 17:1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날마다 일상을 디테일하게 기록하시는 게 쉽지 않은데 늘 해내시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2-31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18-12-31 17:17   좋아요 2 | URL
네,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한 나날 되세요. 내년에는 겨울호랑이님께서 멋지게 소개해주는 어려운 책도 한번 도전해 볼게요.^^ 내년에도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8-12-31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 정말 멋집니다. 복스럽고 탐스럽고 잘생긴 책들입니다.

새해복많이받으시길바랍니다.

bookholic 2018-12-31 17:18   좋아요 2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과 책추천 부탁드려요..^^ 몇시간 안 남은 2018년 잘 마무리 하시고 2019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북프리쿠키 2018-12-31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새해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bookholic 2019-01-01 10:50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덕분에 올해 좋은 책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온가족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blueyonder 2019-01-0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19-01-01 15:15   좋아요 1 | URL
blueyonder님, 고맙습니다~~ 2019년 새해에도 좋은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행복한 일들이 blueyonder님을 둘러싸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3)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마라톤 행렬 중 어딘가에 속해 있었다. 숨이 턱에 닿도록 뛰면서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어딘지도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모두의 틈에 섞여 바쁘게 발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특별히 슬프지 않다는 것이, 가끔은 담담히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37)

시계를 보려고 휴대폰을 들자 검은 액정에 내 얼굴이 비친다. 발그레한 얼굴과 풀린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웃음은 뇌를 춤추게 한단다. 가짜 웃음이든 진짜 웃음이든 일단 웃기만 하면 뇌는 도파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호르몬을 생산한단다. 생전 만나볼 일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나를 웃게 한다.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으니 조금쯤은, 적어도 하루쯤은 다시 버틸 수 있을 거다.

(49)

꼭 이 강의실의 의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의자의 마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84)

대기업이 주도하는 예술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것, 작아도 가치 있는 기획이요. 비주류라는 이유로 예술성 높다는 딱지 붙여 별책부록처럼 끼워 파는 것 말고, 작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는 문화와 콘텐츠, 소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하는 예술과 문화를 고민하고 제공하고 싶었죠. 그래서 빚내서 공부하고 작은 기획사도 몇 군데 거쳤어요. 그러다 한계를 느꼈지요.”

(86-87)

놀아보고 싶어요. 세상은 경직돼 있고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죠. 난 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치기 어리다고 욕 들어도 좋으니 적어도 반항을 해보고 싶다고요. 역사가 말해줬듯 급진적인 혁명은 실패할 겁니다. 세상은 점점 팍팍하고 딱딱해지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통제되거나 검열되니까요. 난 통제나 검열이 불가능한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겁니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말이죠.”

(91)

억울하건 화가 나건, 사람들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꾸역꾸역 잘도 잊어버렸다. 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잊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아니, 살아지지 않는다.

(102)

말했잖아, 보수화된다고. 그리고 학원 돌리는 거 아니면 답 없어. 그게 꼭 공부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쉬려면 애들은 학원을 다녀야 되는 거더라구. 나한테 유일한 소통창구가 지역 엄마 커뮤니티인데 거기 드나들면서 나만 독야청청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혼자 튀면 엄마들 사이에서 특이하다고 따 당할 준비해야 돼. 엄마들 따가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고 무서운지 모르지? 그게 나만 당하면 상관없는데 애의 교우관계, 나아가서 유치원, 학교생활까지 영향 미친다. .너 이게 그냥 빈말 같고 다큐에서 나오는 별난 얘기 같지. 제삼자가 들으면 우리나라 미쳤다고 하는데, 그냥 그 안에서 직접 하루하루 겪으면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도 아니더라.”

(129)

우리는 배금주의와 세습적 행정으로 악명 높은 목사가 있는 교회에 가서 그 목사가 복도를 지나칠 때 목탁을 두들기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치기도 했고, 장애인이라고 손님을 쫓아낸 힙한 레스토랑에 넝마 같은 옷을 입고 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한 대형 마트에서 지점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지불하라라고 쓰여 있는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춤을 추며 짧은 노래를 부른 뒤 일 분 만에 사라지기도 했다.

(141)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김 부장이 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점점 작아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광장을 메웠을 패기 어린 젊은이가 그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상상해봤다. 그러나 둥글게 허물어진 어깨 안에서 그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늙어버린 시민이 멀어져가고 있을 뿐이었다.

(169)

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175-176)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놓은 채 화살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요. 이렇게 돼버린 지 참 오래됐어요. 나 스스로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세상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참 우습네요. 그럴 주제도 안 되면서 혼자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고 있었어요.”

(179-180)

아마 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거예요. 백 살이 될 때까지 같은 생각할걸요.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만 반복이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대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고통스러운지 알아가는……”

(187)

어쨌든 그 일은 내게 꽤 큰 교훈을 남겼다. 속내를 감추지 않고 단지 겉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거.

(219)

가진 게 없어도 모든 걸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 모든 것을 소거하고 오직 나 홀로인 시간으로 침잠할 시기가, 청춘의 배부른 핑계라 험담하는 이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그런 혼자 말고, 진짜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일한 핑계는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때가 온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게 지금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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