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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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또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구나. 얼마 전에 읽은 글쓰기에 관한 책도 글쓰기라는 주제보다, 그 책을 쓴 지은이 때문에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도 지은이 때문에 읽었어. 우연찮게 책의 주제가 글쓰기이구나. 이 책의 지은이 강원국. 그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보좌관으로 일했고, 그 때의 일화를 담은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랬다가 지난 대선 전에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출현하여 재미있는 입담을 과시한 다음에 더욱 좋아하게 된 분이란다.

작년에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 분의 강연을 듣기도 했어. 비록 강원국님은 아빠를 모르지만, 아빠에게는 더욱 친근감이 있는 분이란다. 그런 강원국님의 책이라서 읽게 된 것이란다. 강원국 본인은 예전에 자신은 부끄러움도 많고 글도 잘 못쓰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직업이 되고 절박감에 쓰다 보니 글 쓰는 사람이 되었고, 최근에는 그 글쓰기라는 것으로 밥벌이도 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고 했어. 그러면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주목적이란다.

얼마 전에 김민식의 <매일 아침 써봤니?>에 대한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도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편지 형식의 리뷰를 쓰고 있잖아. 비록 자기 만족을 위한 글쓰기이긴 하지만,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은이 강원국님이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들에 많은 공감이 있더구나.

 

1.

강원국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다양한 계층의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시려는 것 같아. 그에 앞서 이 책은 아주 보편적인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더구나. 아빠가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글쓰기에 관한 책들의 내용도 중복되어 있는 내용도 있었어.

글쓰기라고 하면 먼저 무엇을 쓰냐? 하는 쓸 거리를 생각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자기의 경험과 생각이 우선이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어. 이것은 글쓰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야.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것을 신경을 쓰다 보면 괜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단다. 그것을 알면서도 또 신경을 쓰게 되고글쓰기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구나. 그럴 때는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도 좋고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얼마나 마음 속에 담아 두겠어, 하고 넘어가버리면 돼.

그리고 글을 쓸 때 자신감을 가지고 쓰라고 하는구나.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일 글을 쓰라고 해. 매일 글을 쓰는 것과 자신감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나쁘지 않는 것 같아. 또 한 가지, 욕심을 버리라고 해글쓰기에까지 욕심 부릴 게 뭐 있다만

.

지은이는 매일 글쓰기의 동기를 위해 블로그를 했다고 하는구나. 얼마 전에 읽은 김민식님의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블로그가 꾸준한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나 보네. 그리고 매일 글쓰기에 대한 보상을 해주라고도 하는데, 뭐가 있을까?

글쓰기에 슬럼프가 있다? 이것은 아빠와 같은 아마추어도 공감이 가더구나. 어떨 때 보면 글쓰기는 것이 귀찮고, 써도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어.(사실 대부분의 아빠 글들이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런 슬럼프가 오면 다른 장르에 관심을 두어 보라고 하고,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글을 써보라고 하고, 그것도 아니면 한동한 절필을 해보라고 했어. 아빠는 그런 슬럼프를 어떻게 넘기냐고? 아빠의 글쓰기는 책 읽고 쓰는 리뷰가 전부이니까, 그냥 매끄럽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은 대로 써 버린단다. 그리고 리뷰를 짧게 끝내. 책은 계속 읽으니, 괜히 절필하면 써야 할 리뷰만 밀리니까 말이야. 지금도 몇 권의 리뷰가 밀려있는지 모르겠구나. ㅎㅎ

 

2.

글을 잘 쓰려면아빠가 생각하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지많이 생각하고 쓴 글도 다시 다듬고 말이야. 하지만 아빠는 책 읽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너희들과 노는 시간이 더 필요하니 글이 엉망인 경우가 많단다. 아빠의 졸필을 시간에 핑계되는 것 같기도 하네. 원래 그 실력인데 말이지…^^ 지은이 강원국님은 3관을 이야기하더구나. 관심, 관찰, 관계거기에 책 읽기를 빼놓지 않더구나. 책을 읽다 보면 생각할 거리들이 늘다 보니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지. 메모도 중요하다고 했어. 아빠도 공감~ 떠오르는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메모해 놓는 것, 그것은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 또 하나, 글을 쓸 때 읽는 이의 공감능력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어.

글쓰기는 구어체가 좋을까? 문어체가 좋을까? 사람들마다 구어체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문어체가 좋다는 사람이 있대. 아빠는… 당연히 구어체가 좋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글이라는 것은 말과 다르기 때문에 문어체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어. 하지만, 이오덕님의 책들을 읽고 난 다음부터는 구어체를 선호한단다. 그리고 아빠가 주로 쓰는 글은 너희들에게 쓰는 독서편지이다 보니 구어체를 더 많이 쓰게 되지.

좋은 문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어. 단문으로 써라.. (이건 이오덕님도 강조하셨던 내용이었어아빠도 본받으려고 하고…) 수식어를 절제해라. (단문을 위해서는 수식어를 줄어야지..) 주어에 신경을 쓴다.. (주어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피동문을 피해라. 어미를 다양하게 해라. (이것도 이오덕님이 강조하셨었지.) 가급적 동사형 문장을 써라. 등등…

3.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이 있겠지만, 아빠 생각에작가로 데뷔할 생각이 없는 아마추어라면

굳이 잘 써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냥 꾸준하게 쓰면서 자기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글쓰기가 가장 좋은 글쓰기가 아닐까 싶구나.

아빠의 글쓰기는회사 스트레스를 잊기 위한 수단이고, 책 읽고 난 이후 까먹기 전에 적어두는 기억의 보조 수단이고, 너희들에게 아빠의 생각을 전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만족하고 있단다. 그래도 이런 글쓰기의 책을 읽고 나면, 책에서 강조한 부분을 아빠의 글쓰기에 좀 녹여보려고 하겠지

그거면 충분할 것 같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독서편지가 밀려 있어서 오늘의 독서편지만 이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 “이제 대통령은 그만 팔아먹지?” 간혹 듣는 소리다.

책의 끝 문장 : <공무원의 글쓰기>, <퇴직자의 글쓰기> 그 무엇이 됐든 말이다.


(14)
왜 어려운가. 쓰기 싫기 때문이다. 쓰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뇌는 예측 불가하고 모호한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안전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다. 그런데 글쓰기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다. 정답이 없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모호한 대상이다. 여기에다 끝까지 못 쓸까봐 불안하고, 못 썼다는 소릴 들을까봐 또 불안하다. 결국 피하고 본다.

(80)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말해봐야 한다. 그러면 들으면서도 생각이 난다. 누구나 남의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상대 말을 끊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말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의 말을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물고기가 잡힌다. 어찌 보면 말하는 것은 내 물고기를 나눠주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남의 물고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101)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우선 글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이 있다. 글과 함께 노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 써야 한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공부할 때가 가장 마음 편했다. 수업 빼먹고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다시 햇빛 아래 섰을 때 얼마나 안도했던가. 궤도를 이탈해 우주를 유영하다 지구에 안착한 기분. 글도 쓰기 전보다 쓰고 있을 때가 마음이 편안하다. 책상 앞에 앉기 전 망설일 때가 더 힘든 법. 마치 겨울 바다에 뛰어들까 말까 바닷가를 서성일 때처럼.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안온하다.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은 늘 글쓰기 전 상태이고 글쓰기가 항상 힘들다.

(199)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살아 있는 것만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죽은 것은 그저 떠내려간다. 깨어 있는 사람은 기억을 거슬러 글을 쓴다. 기억은 또한 죽은 것도 살려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고. 인생에서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320)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 나는 매일 아침 할 일을 생각한다. 중요도 순으로 죽 열거한다. 하루 동안 할 일을 한다. 그리고 한 일에 관해 정리하고 평가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글을 쓸 때도 생각을 떠올린다. 덩어리 짓고 순서 정하는 것으로 생각을 구성한다. 쓰고 나서 이리저리 고친다. 그렇게 한 장 두 장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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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08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리뷰가 훌륭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서튼 글이나마 써보고 싶어지네요!ㅎ

bookholic 2019-02-08 08:48   좋아요 1 | URL
이런 졸필에 이런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혹 막시무스님은 천사인가요? ^^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목나무 2019-02-08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보내는 이런 독서편지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글이 아닐까 싶네요.^^
저 역시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에 더 목마르다보니 시간 부족으로 글을 다듬지 않기 일쑤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생생하다 우겨봅니다. ㅋㅋ

bookholic 2019-02-09 00:00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제 글은 생생한 글이라고 위안삼아겠어요..^^
그런데 제가 읽었던 설해목님의 글들은 다듬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6~27)

원자와 같이 미시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뉴턴의 물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원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모두 떨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마침내 1926년에 이르러 물질 내부의 전자가 취하고 있는전혀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설명해주는 비상식적인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는 이론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양자역학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자 quantum’라는 말 자체가 상식을 거스르는 이상한 자연현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이상한 자연현상에 관한 것이다.

(27)

양자역학은 모든 화학적 현상과 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 , 전지와 자기에 관한 맥스웰의 이론도 양자역학이 제시한 새로운 원리에 부합되도록 수정이 가해져야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일단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1929년 빛을 보게 되었으며, 거기에는 양자전기역학이라는 끔찍한 이름이 붙어졌다.

(30)

먼저 양자전기역학이 얼마나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는지를 상기해보자. 아니, 거꾸로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 몇 가지의 예외란 여러분을 의자에 붙잡아두고 있는 중력현상과(물론 내 생각에는 중력과 연사에 대한 예의가 혼합된 현상이지만) 핵자의 에너지 준위를 변형시키는 방사능 현상이다. 만일 우리가 중력과 방사능(정확하게는 핵물리학)을 제외한다면, 자동차의 엔진에서 끓고 있는 가솔린, 거품 현상, 소금과 구리의 딱딱한 성질 및 강철의 견고한 구조 등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은 생명현상까지도 가능한 한 화학적 원리로써 설명하려고 하는데, 내가 이야기한 대로 화학보다 더욱 근간을 이루는 이론은 양자전기역학인 것이다.

(42)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다. 실제로 조그만 유리조각 속에는 끔찍하게 많은 전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여기에 광자 하나가 들어오면 그것은 유리표면에 있는 전자뿐만 아니라 유리 속에 있는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광자와 전자가 복잡 미묘한 춤을 추고 그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결과는 마치 광자가 유리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분가 빛이 유리의 표면에서반사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문제를 쉽게 다루기 위한 편법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70)

빛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질은 단색광의 부분반사현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첫 번째 강연에서 논의되었다. 유리판의 한 쪽면에서는 입사된 광자의 평균 4%가 반사되었다.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광자가 유리면에서 반사될지, 아니면 통과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리판의 두 번째 표면, 즉 아랫면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윗면에서 4%가 반사되고, 윗면을 통과한 96% 중의 4%가 아랫면에서 반사되어 반사된 광자의 전체 비율은 약 8%가 되리라는 상식적인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것은 유리판의 두께의 따라 0%에서 16% 사이를 오락가락 하였다.

(96)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빛은 직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현상을 편의에 따라 대충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에서 빛이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127)

오늘은 조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양자전기역학이론의 핵심을 다루기로 한다. 나의 두서없는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금 청중석에는 낯선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다.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 강의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참석한 사람들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첫날 말했던 바와 같이, 자연을 설명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133)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어느 길로 광자가 지나갔는지 알기 위해 별도의 검출기를 설치하면 광자의 경로는 알 수 있지만, 그 순간 경이로운 간섭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광자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검출기를 제거하면 간섭효과는 다시 나타난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광자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일까?

(170)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부터 생성된 이 세계가 그토록 복잡 미묘한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광자들이 서로 뒤엉켜서 간섭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기본 행위는 단지 실제의 세계를 분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계산이 불가능한 복잡한 광자 교환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연의 깊숙한 배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과정을 근사적으로 묘사하는 굴절률, 압축률, 원자가 등의 거시적 개념들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체스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체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말의 특성과 배치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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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줄곧 교살당한 그 시녀들을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23)

그런데 곤란한 것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세상, 즉 육신이 있고 혓바닥과 손가락이 있는 세상에 대고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 강 건너편에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간혹 이상한 속삭임이나 가느다란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대나 해질녘 날아다니는 박쥐 소리, 또는 그저 나쁜 꿈이라고 여기며 지나쳐버리곤 한다.

(41)

마법사들이 나를 불러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나도 꽤 유명한 여자였는데-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무슨 까닭에선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촌언니 헬레네는 아주 인기가 좋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쁜 짓으로 유명해진 여자도 아니고 특히 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헬레네는 이래저래 악명이 높은 여자인데 말이다. 물론 헬레네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백조로 둔갑한 제우스 신이 그녀의 어머니 레다를 겁탈하여 잉태시킨 딸이기 때문이란다.

(44)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아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52)

그러나 나는 마음씨 고운 소녀였다. 헬레네보다는 착했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랬다. 나는 뭐든 미모를 대신 할 다른 장점이라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들 내가 영리하다고 했다. 그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그러나 남자들이 아내가 영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누라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뿐이다. 함께 있을 때는 영락없이 마음씨 고운 아내를 원하기 라면이다. 좀더 매력적인 다른 장점이 없는 한은.

(68)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은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러하듯이.”

(74~75)

우리가 마차를 타고 떠나려 하지 아버지가 몸소 달려나와 나에게 제발 가지 말라고 애원했으며, 그때 오디세우스가 나에게 자신과 함께 기꺼이 이타케로 가겠느냐, 아니면 아버지 곁에 남고 싶으냐, 하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아마 여러분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나는 워낙 정숙한 여자라서 차마 남편을 따르겠다는 말을 대놓고 하진 못하고 너울로 얼굴로 가렸으며, 그후 사람들은 정숙함이라는 미덕을 기리기 위해 나의 석상을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82)

한번은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춰진 문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문이며, 그 문을 여는 손잡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은 열쇠인 동시에 자물쇠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곧 운명의 여신들을 다스리고 자신이 가진 운명의 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들조차도 운명의 세 여신보다 더한 힘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여신들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불운을 피하기 위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생명의 실을 자아서 길이를 재고는 뚝뚝 끊어버리는 여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99)

이 침대 기둥은 막중한 비밀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디세우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내 시녀 악토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약 이 기둥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라도 나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했다는 증거일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랍시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몹시 화가 나서 나를 토막쳐버리거나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116)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를 그에게 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 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찌 아니랴?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것이다.

(128~129)

젊은 남자치고 돈 많고 유명한 과부와 결혼하기를 마다할 놈이 어디 있어? 과부들은 그짓을 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는데, 특히 당신처럼 남편이 행방불명되거나 죽은 지 오래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당신이 헬레네는 아니지만 그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구.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려주니까! 우리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건 오히려 장점이었지. 우리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 물론 우리가 좀더 앞당겨줄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재산도 물려받겠다.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설마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눈멀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생긴 건 별볼일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똑똑한 여자니까 말이야.”

(157)

그때부터 나는 내가받는보답이겨우이거냐, 어미가너때문에얼마나고생했는데, 어떤여자도그런고통을당해선안되는건데, 차라리죽는게낫지 운운하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로서는 전에도 여러 번 들어본 소리였고, 그래서 그저 팔짱을 끼고 눈알을 굴리며 몹시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198)

물론 나는 텔레마코스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는 엄연히 내 아들이고, 따라서 나는 그가 정치 지도자나 전사나 그 밖에 또 뭐가 되고 싶어하든 간에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만은 차라리 트로이아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일어나서 녀석을 싸움터로 보내버렸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운 수염이 나기 시작한 시내녀석들은 가끔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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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2018년은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한 해가 아닐까 싶구나. 2018년에 새롭게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이 참 많았어. 그들의 소설들 대부분이 재미있어서 좋았어. 우리나라에 이렇게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었음에 감탄했고, 그 동안 몰라 뵈어 미안한 생각도 들었단다. 예전에는 망설였던 낯선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들을 요즘에는 거침없이 집어 든단다.

이번에 읽은 책도 언젠가 책제목을 들어보았던 책이야 지은이는 김금희라는 분이고아빠는 예전에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한번 읽어본 적이 있단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편소설을 많이 썼고,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구나. 전체적으로 약간 실망했단다. 전개도 좀 느리고, 약간은 억지 설정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지은이 김금희님의 다음 장편 소설을 기대해 보자꾸나.

 

1.

소설의 소개를 전에 본 적이 있었어. 1999년에 인천의 호프집 화재 사건이 나온다고 했어. 너무 무서웠던 사건이라서 아빠도 아직 기억을 하고 있는 사건이란다. 호프집에서 불이 났는데 손님으로 있던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갈까 봐 주인이 문을 걸어 잠가서 많은 학생들이 죽었던 사건이었어. 그깟 얼마나 되는 돈이라고, 그런 짓을 했을까.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둡고도 더러운 장면이구나. 그때 죽은 학생들은 학생의 신분으로 호프집을 갔다는 이유로 추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제아로 찍혔다고 하더구나. 이 사건이 소설의 주된 소재는 아니야. 주인공들이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을 알고 있었어.

주인공 공상수. 서른일곱. 총각. 반도미싱 영업팀장대리. 능력은 없지만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가 반도미싱 회장과 친구 사이라서, 그 빽으로 회사에 들어갔지만, 큰 실적은 올리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야. 동기들은 모두 팀장이 되었는데, 그는 진급을 못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달아준 직함이 팀장대리였어. 팀원도 원래 없었는데, 한 명을 붙여 주었는데 바로 박경애라는 사원이었어. 몇 년 전 파업투쟁으로 회사에서 찍혀 눈밖에 난 사람인데 총무과에 있다가 처음으로 영업부서에 발령을 낸 거야. 그러니까 사람을 붙여 달라고 해서 붙여주긴 했는데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아를 붙여준 거야.

공상수는 어렸을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상수는 1999년 인천 호프집 사건으로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을 잃었어. 은총을 잃고 난 이후 상수는 삶의 의욕을 잃었지. 하지만 상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단다.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하는 일에는 의욕이 없었지만, 웹상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어. 페이스북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지를 몇 년째 운영하고 있었어. 여자들의 이런 저런 상담을 해주는 그러 페이지였어. 문제는 그곳에서 여자행세를 했다는 것이야. 그가 운영하는 이 페이스북 페이지가 너무 유명해지면서 방송 출현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신분을 속이고 있어서 모두 거절했단다.

.

박경애. 그녀는 서른 다섯 살. 그리고 박경애는 고등학교 때 아픈 기억이 하나 있어. 어쩌면 첫사랑일지도 모를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때 영화동호회에서 만났던 ‘E’의 죽음. 그것도 자신은 전화를 걸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호프집의 화재 사건으로사건 당시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죄책감.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20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여전했단다. ‘E’가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공상수의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이었던 것이야. 처음에 그들이 만났을 때는 그런 공통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그들은 은연중에 그것을 알게 된단다. 그리고 그들이 고등학교 때 서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적도 있었어.

.

 

2.

박경애의 이런 가슴 아픈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삶에 그늘이 드리워진 느낌이었어. 그 이후에 만났다가 끝난 사랑도 제대로 잊지 못했어. 대학교 때 사귀었던 산주라는 선배와 사랑도 그랬어. 산주라는 선배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경애는 여전히 잊지 못했고, 다시 그 사람과 만나기도 했단다. 그러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말이야. 아빠가 봤을 때는 산주라는 나쁜 놈이 그저 경애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경애는 그런 자신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자신이 즐겨 찾던 SNS에 고민 상담을 받았어. 바로 공상수가 웹 상에서 여자인척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언니가 죄가 없다> 그 페이지였단다. 또 한번의 우연공상수는 처음에는 그 사연의 주인공이 경애인줄 몰랐지만 나중에는 알게 되었지…. 소설이 우연의 요소가 없을 수 없지만, ….

아무튼 공상수와 박경애는 이런 비밀을 가진 채 일을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 회사에서는 크게 알아주지도 않는 그들이지만나름 열심히 노력을 해보려고 했지만, 회사 일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그들은 베트남으로 발령을 받아 가기도 하다가 회사에 밉보는 일을 했다가 다시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나고, <언니는 죄가 없다>가 해킹을 당해서 공상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밖에 없는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단다. 그 세세한 줄거리를 다 적을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의 두 번째 장편을 기대하면서 이번 독서편지는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그의 차로 말할 것 같으면 그의 인생을 모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다섯 사람이 탈 수 있지만 뒷좌석에 짐이 차 있고 조수석은 조수석대로 당장 필요한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차는 오직 그, 공상수 한 사람을 위한 차였다.

책의 끝 문장 : 서로가 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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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02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주말과 연휴 이어져서 올해 설연휴가 5일이네요.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
 














(224)

국회의원들이란 다만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에 물질적 이익이 많이 돌아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그 밖의 일에는 도대체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자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윤을 비난하곤 하였습니다. 일반의 복지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격돌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잉크병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237)

나는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문제를 여러 가지를 새로운 형태로 설정해 보았다. 만약 자기 집에서 가족 한 사람이 전염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그 전염병의 감염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 집을 떠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희망은 없을지라도 그 병자를 끝까지 간호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 도대체 하나의 혁명을 질병과 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도덕적인 규준을 뒤엎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안이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플랑크가 이야기한 타협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강의가 시작될 때마다 나치당이 요구하는 형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나는 손을 높이 들어야 했는데(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서 히틀러 만세라고 말해야 했던 것이 당시의 형식이었다-역주), 지금까지 얼마나 자주 그들의 요구대로 사람을 만났을 때 손을 들고 그 손끝을 움직이면서 인사를 하였던가. 이런 행동이야말로 하나의 수치스러운 타협이 아니었던가? 공식적인 편지에는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고 서명해야만 했는데, 이거야말로 불유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238)

한편 사람들이 이민을 결심하였다면, “사람은 일반적인 최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에 맞도록 자기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칸트의 요구와는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사람이 이민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그때그때의 재난을 피하기 위하여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쉴 새 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것일까. 비록 다른 나라에 이민을 갔다 해서-긴 안목으로 생각할 때- 그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재난에 부딪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사람이란 출생과 언어, 그리고 교육으로 말미암아 어느 특정한 나라에 소속되게 마련이다. 이민을 간다는 것은 결국 정신적인 균형을 잃어버리고 독일을 도저히 장래를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광신적인 무리들에게 아무런 투쟁도 없이 넘겨주는 격이 되고 마는 게 아닌가.

(240)

실제로는 내가 이민을 갈 것인가, 독일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플랑크는 이와 같은 파국이 지나간 다음의 시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은 분명하게 잘 이해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재난의 시기를 통하여 불변의 고도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젊은이들을 모으는 일, 그래서 되도록 이 재난을 꿋꿋하게 타개해 나가다가 재난이 끝나면 다시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 플랑크가 나에게 말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타협을 맺게도 되고, 이로 말미암아 뒷날 지탄을 받게 될 경우도 생길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더 악화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하게 설정된 과제였다. 원래가 국외에서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좀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있을 뿐이다. 라이프치히로 돌아왔을 때는 적어도 당분간은 독일에, 그리고 라이프치히대학에 머물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지켜보기로 한 결심이 차츰 굳어지고 있었다.

(253)

어째서 그런 세 개의 임의적인 단위가 존재해야만 하는가 말이다. 그 단위 가운데 하나-양성자-는 다른 단위-전자-보다 1836배의 무게를 가져야 하는지, 도대체 이 1836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또 이 숫자는 왜 파괴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 단위들을 임의의 높은 에너지로써 서로 충돌시킬 수 있게 되었다.

(270)

어쨌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전쟁은 원자탄의 발명으로 결판이 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은 젊은이들의 몽상적인 희망과 일부 연장자계층의 사악한 복수심에서 나오는 불합리한 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원자폭탄의 힘에 따른 결정은 자각이나 피폐에 따른 결정보다는 문제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전쟁이 끝나면 다음 시대는 원자기술이나 다른 기술의 진보로 특정지어지는 시대가 될 수 있겠습니다.

(286-287)

그러나 우리 독일사람들이 저 이상한 꿈과 신비를 향해 달음질치는 경향을 계산에 넣는다 하더라도, 어째서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분명하게 냉철하고 과학적인 사고에 그렇게까지 환멸을 느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사고와 단단히 짜여진 자연법칙들의 이해와 적용만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않습니다. 도리어 실질적인 면에서는 환상은 과학의 영역, 특히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도 결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얻기 위하여 냉철하고 세심한 많은 실험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만 사실의 종합정리는 사람들이 그 현상을 곰곰이 생각할 때보다는 도리어 그 현상으로 감정이입이 가능할 때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288)

우리는 우리 눈앞에 주어진 사실만을 걱정하면 그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장래의 일은 현실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작용하는 상상을 통해서 생각해야 하며, 전후에 독일민족에게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 생활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정치가 탄생될 것을 희망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과학에 관한 카이저-빌헬름 연구협회는 독일에서 연구활동의 재건을 위해서 꽤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학들은 카이저-빌헬름 연구협회에 견주면 정치적인 간섭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대학들은 좀더 큰 어려움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이 연구협회가 전쟁 중에 무기개발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어느 정도 타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외국에 있는 많은 학자들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독일에서, 그리고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냉철하고 신중한 사고의 의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되도록 우리를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전문 분야에서 전후의 평화적이고 국제적인 협동연구를 위한 어떤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298-299)

과학의 발달이 이와 같은 재난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사상의 소유자들도 당연히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자연과학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학문적 정치적인 과제들이 있을 것이고, 또 그 점에서는 그들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세계에서 인간의 생활이 광범위하세 과학의 발전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곧 지식의 끊임없는 확장에서 전향해 버린다면 지구상의 인구를 단시일 안에 급격하게 감소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아마도 원자폭탄과 필적하거나 그보다 더 흉악한 파탄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지식은 힘입니다. 지상에서 힘을 얻으려는 싸움이 존속하는 한 그리고 당분간은 이 싸움이 종식될 것 같이 않는데 지식을 위한 싸움도 계속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훨씬 뒤에 가서 하나의 세계정부와 같은, 말하자면 단일 중심적이긴 하지만 되도록 자유가 유지되면서 지구상의 상호질서가 지켜지는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지식의 확대에 대한 노력은 약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생활과정에 속할 것이고,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개인에 대하여 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여전히 이 발전과정을 선한 방향으로 돌리고 지식의 확장을 인간의 복지를 위해서만 이용하여야 하되, 그러면서도 이 발전 자체는 방해받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개개인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또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의무가 부여될 수 있는 것일까.

(302)

아마도 전쟁 초기에 미국 물리학자들은 독일이 원자폭탄의 제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몹시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우라늄 분열은 한에 의해서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히틀러가 유능한 많은 물리학자들을 추방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원자물리학의 수준이 확실히 그들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따라서 그들은 원자폭탄에 따른 히틀러의 승리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며, 이 같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도 자기들의 원자폭탄 제조연구를 정당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하여 무어라고 반론을 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과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아마도 미국의 많은 물리학들은 이 무기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건의하였겠지만, 그땐 이미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기에는 늦었을 거라고 본다. 이 점에 관해서도 우리는 무어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도 우리 정부가 저지른 무서운 일들을 조금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전도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도 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좀더 노력하였더라면 그것을 좀더 확실하게 알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체적인 사고과정에서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참으로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사에서 선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허용될 수 있으나 악을 위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대원칙,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목적은 수단을 신성화한다는 이 원칙이 항상 반복해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과정을 막을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307)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인 진보가 일반사회에 대하여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그 진보를 직접 담당하는 자들의 공적인 영향력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학자나 기술자가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을 정치가보다 더 잘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학문적인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특히 커다란 연관성 안에서 사물을 생각하기를 배운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가들의 직업에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논리적인 정확성과 넓은 시야, 그리고 엄격한 청렴 등의 건설적인 요소들은 부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의 원자물리학자들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즉 원자폭탄 사용의 결정권을 너무 손쉽게 손에서 놓아 버렸다는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원자탄 투하의 역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320)

지금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이 양자이론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물리학이란 한편에서는 실험과 측정으로, 다른 한 편에서는 수학적인 공식체계에 따라서 성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순순한 철학 사이의 접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즉 이 같은 실험과 수학 사이의 작용에서 일어나는 본래적인 것을 일반적인 언어로 설명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저 또한 양자이론을 이해하는 데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증주의자들은 바로 이 점을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넘기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정확한 개념들을 쓸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물리학자들은 사실상 자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물리학의 개념을 가지고서 그들의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점이 근본적인 딜레마이며, 이것을 간단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23)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 대해 매우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정의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관해서 정말로 많은 것을 알 수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란 그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몇몇의 오류를 알고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그는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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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설연휴동안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요 우아하고 호쾌한 시간 되세요 ㅎㅎㅎㅎ

bookholic 2019-02-02 08:09   좋아요 1 | URL
때마다 인사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카알벨루치님도 즐겁고 여유로운 설명절이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 한 해도 알라딘에서 주옥같은 글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