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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2018년은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한 해가 아닐까 싶구나. 2018년에 새롭게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이 참 많았어. 그들의
소설들 대부분이 재미있어서 좋았어. 우리나라에 이렇게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었음에 감탄했고, 그 동안 몰라 뵈어 미안한 생각도 들었단다. 예전에는 망설였던 낯선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들을 요즘에는 거침없이 집어 든단다.
이번에 읽은 책도 언젠가 책제목을 들어보았던 책이야 지은이는 김금희라는 분이고…
아빠는 예전에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한번 읽어본 적이 있단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편소설을 많이 썼고,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구나. 전체적으로 약간 실망했단다. 전개도 좀 느리고, 약간은 억지 설정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지은이 김금희님의 다음
장편 소설을 기대해 보자꾸나.
1.
소설의 소개를 전에 본 적이 있었어. 1999년에 인천의 호프집 화재
사건이 나온다고 했어. 너무 무서웠던 사건이라서 아빠도 아직 기억을 하고 있는 사건이란다. 호프집에서 불이 났는데 손님으로 있던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갈까 봐 주인이 문을 걸어 잠가서 많은 학생들이
죽었던 사건이었어. 그깟 얼마나 되는 돈이라고, 그런 짓을
했을까.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둡고도 더러운 장면이구나. 그때
죽은 학생들은 학생의 신분으로 호프집을 갔다는 이유로 추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제아로 찍혔다고 하더구나. 이
사건이 소설의 주된 소재는 아니야. 주인공들이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을 알고 있었어.
…
주인공 공상수. 서른일곱. 총각. 반도미싱 영업팀장대리. 능력은 없지만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가 반도미싱
회장과 친구 사이라서, 그 빽으로 회사에 들어갔지만, 큰
실적은 올리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야. 동기들은 모두 팀장이 되었는데,
그는 진급을 못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달아준 직함이 팀장대리였어. 팀원도 원래 없었는데, 한 명을 붙여 주었는데 바로 박경애라는 사원이었어. 몇 년 전 파업투쟁으로 회사에서 찍혀 눈밖에 난 사람인데 총무과에 있다가 처음으로 영업부서에 발령을 낸 거야. 그러니까 사람을 붙여 달라고 해서 붙여주긴 했는데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아를 붙여준 거야.
…
공상수는 어렸을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상수는
1999년 인천 호프집 사건으로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을 잃었어. 은총을 잃고 난 이후 상수는
삶의 의욕을 잃었지. 하지만 상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단다.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하는 일에는 의욕이 없었지만, 웹상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어. 페이스북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지를 몇 년째 운영하고 있었어. 여자들의 이런 저런
상담을 해주는 그러 페이지였어. 문제는 그곳에서 여자행세를 했다는 것이야. 그가 운영하는 이 페이스북 페이지가 너무 유명해지면서 방송 출현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신분을 속이고 있어서 모두 거절했단다.
….
박경애. 그녀는 서른 다섯 살. 그리고
박경애는 고등학교 때 아픈 기억이 하나 있어. 어쩌면 첫사랑일지도 모를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때 영화동호회에서 만났던 ‘E’의 죽음. 그것도 자신은 전화를 걸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호프집의 화재 사건으로… 사건
당시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죄책감.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20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여전했단다. 그 ‘E’가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공상수의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이었던 것이야. 처음에 그들이 만났을 때는 그런 공통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그들은 은연중에 그것을 알게 된단다. 그리고 그들이 고등학교
때 서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적도 있었어.
….
2.
박경애의 이런 가슴 아픈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삶에 그늘이 드리워진 느낌이었어. 그 이후에 만났다가 끝난 사랑도 제대로 잊지 못했어. 대학교 때
사귀었던 산주라는 선배와 사랑도 그랬어. 산주라는 선배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경애는 여전히
잊지 못했고, 다시 그 사람과 만나기도 했단다. 그러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말이야. 아빠가 봤을 때는 산주라는 나쁜 놈이 그저 경애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경애는 그런 자신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자신이 즐겨 찾던 SNS에
고민 상담을 받았어. 바로 공상수가 웹 상에서 여자인척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언니가 죄가 없다> 그 페이지였단다. 또 한번의 우연… 공상수는 처음에는 그 사연의 주인공이 경애인줄
몰랐지만 나중에는 알게 되었지…. 소설이 우연의 요소가 없을 수 없지만, 좀….
…
아무튼 공상수와 박경애는 이런 비밀을 가진 채 일을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 회사에서는
크게 알아주지도 않는 그들이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해보려고 했지만,
회사 일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베트남으로 발령을 받아 가기도 하다가 회사에
밉보는 일을 했다가 다시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나고, <언니는 죄가 없다>가 해킹을 당해서 공상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밖에 없는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단다. 그 세세한 줄거리를 다 적을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의 두 번째 장편을 기대하면서 이번 독서편지는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그의 차로 말할 것 같으면 그의 인생을 모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다섯 사람이 탈 수 있지만 뒷좌석에 짐이 차 있고 조수석은 조수석대로 당장 필요한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차는 오직 그, 공상수 한 사람을 위한 차였다.
책의 끝 문장 : 서로가 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