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 -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원작 소설, 공식 출판작,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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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바로 직전에 읽은 책이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란 책이었잖니. 그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한 권 읽어봐야겠다 마음먹었단다. 어떤 걸 읽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낫겠다 싶었단다. 물론 아빠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단다. 그 당시 누구나 그랬듯 해문 출판사판으로 읽었지. 이 소설의 결론에서 나타나는 반전은 당시 어린 아빠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단다. 그래서 기억력이 좋지 못한 아빠도 그 줄거리의 기억이 오래 갔단다.

몇 년 전에 너희들과 함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같이 봐서, 너희들도 이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알고 있겠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약간 찌질한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로 나왔던 케네스 브래서라는 사람이 감독도 하고 주인공 푸아로 역을 맡았던 영화였잖니. 그 영화를 보고 그 원작 소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라는 책을 샀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구나.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했더니,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무서웠다면서 읽고 싶지 않다고 했지


1.

이 소설의 줄거리는 영화를 봤기 때문에 너희들도 모두 알고 있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끝내련다. 시리아에서 사건 처리를 하고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영국행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탄 푸아로. 그날 따라 침대 칸 객차는 만차였단다. 빈 자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푸아로는 차장이 겨우 자리를 마련해주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단다.

다음날 승객 중에 라쳇이라는 사람이 푸아로가 탐정인 것을 알아보고, 자신의 안전이 위험하다면서 거금을 줄 테니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푸아로는 편안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거절했단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고,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을 싫어했을 수도 있겠구나.

그날 밤 엄청난 폭설과 눈사태로 인해 기차는 더 이상 운행을 못하고 멈추게 되었단다. 다들 한 동안 이 기차 안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객차 안에서 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도 했단다. 다음 날 멈춘 기차로 인해 사람들은 대부분 식당칸에 모여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어. 그런데 기차의 중역이자 푸아로의 지인인 부크가 푸아로를 찾았단다. 그는 무서운 소식을 전해주었단다.

라쳇이 칼에 찔려 죽었다는 거야. 그것도 열 몇 군데나 찔려 잔인하게 말이야. 푸아로는 어젯밤 소란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했지. 그리고 부크의 부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어. 일단 열차는 눈사태로 한동안 정차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아무도 빠져나가지 않았으니, 범인은 이 열차 안에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일 거야.

푸아로는 라쳇의 비서인 매퀸부터 심문을 시작했단다. 2 주 전부터 라쳇이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했어. 왜 라쳇은 협박을 받았을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푸아로는 라쳇의 소지품을 통해 라쳇은 가명이고 본명은 카세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카세티라는 이름은 악명 높은 이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단다. 미국에서 몇 년 전에 무서운 유괴 살인 사건이 있었어. 데이지 암스트롱이라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유괴해서 아이의 몸값으로 20만 달러를 받았단다. 더욱이 카세는 데이지를 이미 죽였단다. 정말 나쁜 놈이구나. 그가 범인인 것이 명백하였으나,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석방되었단다.

이 사건은 데이지가 죽은 것으로 희극은 끝나지 않았단다. 착하고 많은 사람들이게 존경을 받았던 데이지의 아빠 암스트롱 씨는 자살해서 죽고, 암스트롱 부인은 임신 중이었는데 아이를 사신하고 사망하고 말았단다. 그런 카세티가 죽은 거야. 그의 진실을 알았다면 누구나 다 잘 죽었다고 할 것 같구나.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2.

이제 다시 푸아로는 승객들 열여섯 명에 대한 심문을 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빠는 이 소설의 결말을 알고 있잖니,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푸아로가 어떤 대화에서 또는 어떤 단서를 통해서 이 범죄의 진실을 찾아냈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단다. 그리고 숨겨진 복선들을 찾으면서 읽어보았단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읽었는데도, 범죄의 진실을 찾아낼 단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단다. 나중에 푸아로가 설명을 해주니, , 그렇구나하게 되었어.

….

푸아로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모든 사람들은 식당칸에 모아두고 이야기를 했단다. 자신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두 가지 추리를 내 놓았단다. 첫 번째는 라쳇에서 원한을 품을 사람이 몰래 열차에 들어와서 그를 죽이고 다시 열차를 빠져 나가 도망가버렸다는 추리. 하지만 이 추리는 다들 말도 안되고 허점투성이란 걸 알고 있었단다. 그리고 두 번째 추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진실이란다. 두 번째 추리를 이야기할 때 손님들은 그것에 반대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단다. 누가 봐도 명백했거든. 두 가지 추리를 이야기한 푸아로는 어떤 것이 맞을 것 같은지는 그곳에 모인 이들이 결정하라고 했단다.

사건과 관련이 없던, 이 기차 회사의 중역인 부크 씨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부크 씨는 첫 번째 추리가 맞다고 했는데,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단다. 허점이 많긴 하지만 첫 번째 추리가 백 번 옳지. 푸아로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지. 이 소설은 얼음처럼 냉철하지 않고 인간미 풀풀 내는 푸아로의 모습을 볼 수 있던 작품이었단다. 이런 캐릭터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 그럼 오늘은 이만 하련다. 너희들도 함 읽어보면 좋을 텐데, 무섭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PS:

책의 첫 문장: 시리아의 겨울 아침 5시였다.

책의 끝 문장: 여러분 앞에 해결책을 내놓았으므로 전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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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3-01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읽었을 때는 결말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대부분 살인범은 나쁜 사람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가 나쁜 사람이어서요. 푸아로 씨는 첫 번째 추리처럼 허점이 많은 추리도 할 수 있기에 더 인간적이고 완벽한 탐정이라 생각합니다.

bookholic 2023-03-02 23:11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저도 푸아로가 냉정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20)

1584년경, 영국인 탐험가 월터 롤리는 지금의 미국 플로리다주 북구 해안을 탐사하던 중 영국인들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땅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땅에 당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별명을 따 버지니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왜 버지니아냐고요? 엘리자베스 1세는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라고 선언하고 평생 독신으로 지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처녀 여왕(virgin queen)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이 당시 버지니아에는 특정한 경계가 없었기에 지금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지역을 대부분 버지니아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의 버지니아주와는 위치가 다르니 기억해 두세요.


(29)

그럼 현재 미국인들이 자기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첫 북미 대륙 정착민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들은 바로 1620,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 플리머스 항구를 출발해 약 65일 뒤 지금의 보스턴 부근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도착한 102명의 청교도인이랍니다. 이들은 오늘날의 뉴욕이 있는 허드슨강을 목적지로 영국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현재 보스턴 지역인 플리머스였습니다. 목직지가 달라졌으나 플리머스에 도착한 이들은 그곳을 새로운 영국이라는 뜻의 뉴잉글랜드(New England)라고 이름 짓고 일단 살아보기로 합니다.


(33)

질병과 굶주림으로 힘들었던 청교도들은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까요? 그래서 다음 해인 1621, 옥수수를 수확한 청교도들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원주민들에게 칠면조 등을 잡아서 잔치를 베풀어 줍니다. 이것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의 시작이라고 미국인들은 주장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미덕으로 포장해 매년 11 4번째 목요일이 되면 전국적으로 칠면조를 잡아 가족끼리 기도를 하며 그날의 아름다운 미덕을 기리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이 아는 미국 추수감사절의 아름다운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년 후, 청교도 정착민들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원주민들을 모조리 학살합니다. 왜 갑자기 은인들을 학살했느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점차 영국에서 사람들은 밀려 들어오고, 땅은 부족했습니다. 제임스타운의 경우와 똑같이 자신들이 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원주민과 충돌한 것입니다. 청교도들을 도운 원주민들은 왐파노아그족(Wampanoag)이란 부족이었는데 1675, 중무장한 영국인들에게 거의 몰살당해요.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숨기고 싶어 하는 건국 초기의 흑역사이니까요.


(50)

카르티에가 프랑스령이라 선언한 지역이 바로 지금의 퀘백 지방입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영어를 쓰지만 퀘벡에서는 아직도 프랑스어를 씁니다. 퀘백의 중심 도시 몬트리올에는 중앙 광장이 있는데요. 바로 자크 카르티에 광장입니다. 프랑스어가 쓰인다는 걸 잘 알 수 있지요. 카르티에가 그 동네 원주민에게 이곳의 이름을 물었더니 원주민은 카나다, 카나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카르티에는 그곳의 이름을 카나다로 알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곳 원주민 말로 마을이란 뜻이었거든요. 결국 그 카나다가 나라 이름인 캐나다(Canada)가 되었답니다.


(70-71)

1790년 본격적으로 이 늪지대에 새 수도 건설이 시작됩니다. 이제 새 수도의 이름을 정할 시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기 위해 워싱턴이란 이름을 일단 붙이고 그 뒤에 D.C.란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여기서 D.C. District of Columbia의 준말인데 우리 말로 번역하면 콜롬비아 특별구라는 뜻입니다. 콜롬비아는 당시 유럽 대륙에서 미국을 부르는 또 하나의 별명이었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발견한 콜럼버스의 땅이란 뜻이었지요. 결국 미국 수도 이름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이름이 들어간 워싱턴 D.C.로 정해집니다.


(113)

1817년엔 노예해방론자들이 아예 흑인 노예 수만 명을 배에 태워 다시 그들의 고향인 서아프리카로 돌려 보냅니다. 이들에 의해 미국을 탈출한 수만 명의 흑인 노예들은 서아프리카에 새로운 나라를 만듭니다. 이것이 1822년 서아프리카에 설립되어 1947년에 독립한 라이베리아(Liberia)’에요. 라이베리아의 국기를 보면 미국 성조기와 아주 비슷한데요. 자기들을 탈출시키고 고향 아프리카에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준 미국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답니다.


(137)

미국 백인들은 수족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더욱 잔인한 일을 벌입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가보면 러시모어산이 있는데, 그 산에 역대 미국 대통령 네 명의 얼굴이 크게 조각되어 있어요. 관광지로도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중서부 단체 여행 중 꼭 방문하는 미국의 성지거든요. 그런데 그 백인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러시모어산은 바로 수족의 터전이었고 그 산은 수족의 성지(聖地)였던 것입니다. 백인들이 자신들에게 덤비고 얼굴을 새겨 넣은 겁니다. 수족의 입장에선 부족의 성스럽고 상징적인 산에 백인 정복자 네 명의 얼굴이 새겨진 것이지요. 이건 마치 광화문 광장에 이토 히로부미 동상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수족에게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170)

러시아 역사 가운데 여러분과 함께 시작할 시대는 로마노프 황족이 군림하던 로마노프 황조시대랍니다. 로마노프는 조선을 다스렸던 전주 이씨와 같이 당시 러시아를 다스리던 왕족의 이름이랍니다. 유럽 변두리 국가였던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유럽사에 당당한 주요 국가로 등장한 시기도 이 로마노프 황조 때였어요. 이 로마노프 황조, 우리와도 관계가 깊어요. 고종이 수도 서울 안에서 도망간 러시아 외교 공관은 로마노프 황조의 외교 공관이었고,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대판 싸운 러일전쟁도 로마노프 황조 때 일어났답니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으로 쫄딱 망한, 즉 러시아 역사의 마지막 황조 또한 로마노프 황조입니다.


(182-183)

여기서 잠깐만, 여러분 혹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를 아시나요? 아주 간단히 깊어 볼게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일단 자본주의는 나빠요. 그래서 사회가 궁극적으로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게 나누면서 사는 공산주의로 바뀌어야 해요. 그런데 공산주의로 바꾸는 것이 힘들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잠시 노동자, 농민에 의한 강력한 독재를 토애 더 빠르게 공산주의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노동자, 농민에 의한 불가피한 독재 과정을 사회주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독재 과정인 사회주의를 잠시 견디면 누구나 평등한 공산주의가 온다고 믿었어요. , ‘자본주의 à 사회주의 à 공산주의순서로 세상이 변하리라 생각했습니다.


(227)

밥그릇 안에서 구더기가 나오자 수병들은 격분했습니다. ‘아니! 밥이라도 제대로 줘야 싸우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닌가!’라는 불만을 장교들에게 전합니다. 그런데 장교들이 한 대답은 그냥 구더기 건져 내고 조용히 먹어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더욱 격분한 수병들은 장교를 죽이고 배를 접수합니다. 바로 전함 포템킨 봉기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영화를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러시아 천재 영화 감독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만든 러시아 영화 <전함 포템킨>입니다. 전함 포템킨 반란 사건 20주년을 기념해 1925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인류 영화사에 엄청난 영향을 준 영화랍니다. 이 영화를 보시면 당시 러시아 혁명이 어떻게 시작됐고 전함 포템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229)

그리고 이 1905‘1차 러시아 혁명은 역사적인 조직 하나를 탄생시켰습니다. 당시 러시아 노동자들은 전국적인 총파업을 지휘하기 위해 총지휘부를 만들었어요. 그 지휘부는 러시아어로 노동자의 희회란 뜻인 소비에트(Soviet)’라고 불리게 됩니다. 당시 노동자들도 몰랐을 겁니다. 이 소비에트가 나중에 소비에트 혁명으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소비에트 연방, 즉 소련이라는 나라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질 줄을요.


(235)

쇼스타코비치가 1957년에 작곡한 <교향곡 제11>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곡 연주에 한 시간이 넘을 정도로 장대하고 거대한 음악 작품입니다. 여섯 개의 혁명가를 인용한 것 또한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의 악장마다 궁전 앞 광장’, ‘1 9’, ‘추도’, ‘경종등 피의 일요일 사건의 순서를 나타내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1악장은 피의 일요일 사건이 일어나기 전 민중의 모습, 2악장은 학살 장면, 3악장은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 4악장은 비극을 딛고 일어나 전진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 낯설고 멀게 만 느껴진다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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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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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아빠가 이번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라는 책은 코로나 때문에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구나. 코로나와 애거사와 무슨 상관이냐고? 이 책을 쓰신 설혜심 님은 역사학자이신데, 코로나 초창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을 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명탐정 푸아로> <미스 마플>이라는 드라마를 다 보셨다고 하더구나. 그러면서 그 두 드라마의 원작을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색다른 점을 발견해 보고 싶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라는 책이란다.

고전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소설 속에서 당시의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는데, 그런 것처럼 설혜심 님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속에서 당대 생활상이나 문화적인 요소들을 뽑아 설명해 주셨단다. 당시에는 그저 일상을 적은 것이지만, 그것이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애거서 크리스티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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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렇게 보자면 추리소설은 사회사에서 아주 유용하고도 풍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미 1952년 윌리엄 서머싯 몸이 추리소설이 향후 사회사가들에게 매우 귀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고 콜린 왓슨은 역사가들의 과제란 추리소설처럼 대중적인 작품에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왓슨의 주장은 대중에 천착해왔으면서도 정작 대중의 기호에는 무심했던 학계의 엘리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업은 ‘B급 문학을 역사연구소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20세기 영국의 역사, 특히 전간기(戰間期, 1차 세계대전 종결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시기)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역사가로서 아주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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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시 영국인들은 민족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단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만큼 우월성을 가질 만은 하겠구나. 그것이 침략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우월성일지라도소설 속에서는 영국인의 민족적 우월성을 의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비꼬기도 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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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흥미롭게도 애거서는 영국인이 가진 민족적 우월성을 의식하고 있었고, 때때로 그것을 작품 속에서 비꼬기도 했다. ‘섬나라 근성같은 단어를 콕 짚어 쓰면서 말이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에는 그런 애거서의 인식이 잘 표현된 대목이 있다. 먼 나라를 다녀온 섯클리프 부인은 영국에 올 때마다 비가 내려서 우울하기 짝이 없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딸 제니퍼는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영어로 얘기하고, 정말 맛있는 차와 버터나 잼을 바른 빵, 제대로 된 케이크가 있는 곳에 돌아와 좋기만 하다고 대답한다. 섯클리프 부인은 난 네게 그 섬나라 근성이 좀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면박을 준다. 집에 있는 것이 그토록 좋으면 그 먼 페르시아만까지의 여행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면서 말이다. 또 있다. <벙어리 목격자>에서 푸아로가 영국인들은 영국인 의사만이 세계에서 유일한 의사들이라고 믿고 있죠. 섬나라 근성이에요라는 부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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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푸아로가 아닐까 싶구나. 아빠가 어렸을 때 읽은 책에서는 포와로라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푸아로라고 했으니, 푸아로라고 할게.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사람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캐릭터 푸아로는 영국인이 아니고 벨기에인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많은 사람이 프랑스인이라고 오해를 하고당시 영국에서는 벨기에 난민들이 많았고 그들을 동정심을 가지고 대해서 주인공이 벨기에 출신이라는 것에 영국 사람들이 크게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다고 하는구나. 만약 프랑스인이었다면 많은 거부감으로 가져 그렇게 유명한 캐릭터가 되지는 못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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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애거서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동정심을 가지고 벨기에 난민들을 친절하게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다지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았고 오히려 이것저것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을 본 탓에 애거서가 푸아로를 까달스러운 캐릭터로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벨기에 사람인 푸아로는 영국 독자들에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아마도 벨기에의 존재감이 약했던 탓이리라. 실제로 어떤 학자는 당시 대중의 상상력 속에 벨기에는 무시해도 좋을 만한 그저 통과하는 나라였다고 설명한다. 종종 프랑스인으로 오해받았던 푸아로가 자신이 벨기에인이라고 밝히기만 하면 언제나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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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 시리즈가 그렇게 성공할 것이라 생각지 못하고, 첫 번째 작품에서 푸아로의 나이를 너무 많게 설정해서 나중에는 그 나이가 너무 많아져서 난감하기도 했다고 하더구나. 나중에는 소설 속에서 나이를 굳이 밝히지 않았겠지?


2.

이 책에서는 소설을 통해 알아보는 당시의 역사뿐만 아니라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아온 삶도 이야기해주어 좋았단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사진을 생각하면 대부분 인터넷에서 자주 보게 되는 할머니 때의 사진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사진도 실려 있었어. 그런 사진들을 보니 신선하면서도 사진을 통해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젊은 시절 어떤 생활을 했는지 상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단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오빠와 언니와 달리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대. 그래서 독학과 독서로 지식을 습득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추리 소설을 엄청 좋아했대. 1차 세계대전 때는 간호사와 약제사로 전쟁에 참여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때의 약제사의 경험이 있어서 독극물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집을 좋아해서 집을 소재로 한 소설들도 많았다고 했어. 아빠가 작년인가 읽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생각해보니 집을 소재로 했던 것 같구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보면 배, 기차, 비행기 등 교통 수단 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룬 경우도 있단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워낙 유명해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을 기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차는 아니고 자동차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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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54)

그렇다면 애거서가 제일 좋아했던 교통수단은 기차였을까? 아니다. 애거서는 스포츠카 광팬이었다. 애거서는 자동차에 열광했다. 어린 시절 파리에 갔을 때 처음으로 자동차를 보고 위대한 기계시대의 선구자를 접하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자기집은 부자가 아니었기에 마차도 없었고 자동차는 꿈도 꾸지 못했다. 결혼 후 만삭으로 런던의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닐 때는 단 하루라도 차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자서전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길게 적을 만큼 자동차는 애거서에게 정말 소중한 어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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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역시 직접 차를 운전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애거서의 빈 차만 길가에 남겨져 있고 애거서가 사라진 사건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무려 11일 뒤에 다시 홀연히 나타났고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구했다고 하는데, 어떤 일이 있었을까? 당시 애거서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라고 하는데, 힘들어서 잠시 사라졌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

이 책은 소설 속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했잖아.. 지은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속에서 알 수 있는 당시 16가지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만, 아빠는 그보다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사람을 좀더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리고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푸아로 시리즈는 즐겨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간간히 소개된 미스 마플 시리즈는 읽어본 기억이 없구나. 마플이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보어전쟁으로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로버트 베이든 파월은 전쟁을 겪으며 향후 영제국을 지켜낼 인재양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책의 끝 문장: 애거서가 소설 속에 녹여 넣은 영원한 영국을 이제는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애거서는 집을 오랜 수명을 지닌, 반드시 보존해야만 할 생명체처럼 묘사하곤 한다. 집은 주인공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최고의 유산이다. 그런 애착을 강력한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엔드하우스의 비극>이다. 주인공 닉 버클리는 황폐해가는 엔드하우스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상속세를 내기 위해 그 집을 저당까지 잡혀야 했다. 닉은 "나는 그 집을 사랑해요. 팔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사촌오빠이자 변호사인 찰스 바이스는 닉이 집에 대해 "광적인 애착"을 가졌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닉이 절대 유별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조차 지키기 힘들게 된 영국 중상류의 초상일 뿐이다. - P42

흥미롭게도 병역법은 자녀가 있는 홀아비와 ‘보호 직업군(혹은 예비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징집에서 면제해주었다. 보호 직업군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는 직업군’으로 성직자, 의사, 교사, 열차기관사, 농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기에는 징집면제보다 더 강한 ‘병역배제’의 개념이 적용되어 채탄, 조선업 등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은 설사 자신이 원할지라도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다. 농업 역시 보호 직업군이었는데, 농부뿐만 아니라 농업을 공부하는 학생도 징집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는 농과대학에 입학하지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 P68

마녀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지식을 통해 일상사의 궂은일을 해결해주는 존재였다. 전쟁터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의 생사를 점쳐주고 너무나 미운 사람을 해코지할 방법을 알려주며, 짝사랑의 상대가 자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미약’을 주기도 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배가 불러올 때 그것을 중단시킬 비밀스러운 약초를 주는 것도 마녀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움직이는 손가락>에는 그런 습속을 넌지시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동네에서 마녀로 불리는 클리트 부인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약초를 뜯으러 나가는데 일부러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마플은 은근슬쩍 "그리고 아마도 어리석은 처녀들은 그녀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으려 할 테지요?"라고 내뱉고야 만다. - P205

미시사는 1970년대 서구 곳곳에서 ‘거시사’에 대항하여 나타나기 시작한 연구방법론이다. 거시사는 서구의 ‘근대’가 만든 역사서술로, 대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역사다. 그렇기에 국가 권력의 중심축이던 정치와 경제를 그 핵심에 놓는다. 그런데 일군의 학자들이 기존 권력이 억압했던 주변적 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즉 지배층이 아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거시사가 국민 일반의 공통점을 주목했다면 미시사는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행위, 동기, 전략 등을 찾아보려 했다. 미시사가들은 그런 작업이 ‘탐정의 실마리를 찾는 것’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일까. 애거서의 추리소설에는 미시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초들로 가득하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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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끝까지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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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가 창궐한 지 어느덧 만으로 3년이 되었구나. 코로나로 참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단다. 코로나는 유명한 사람들도 비껴가지 않았어. 코로나 초반 한창 창궐하던 시기에 안타까운 부음을 들었단다.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 때문에 별세했다는 소식이었어. 아빠가 읽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은 <연애소설 읽는 노인> 한 권뿐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서 지은이 루이스 세풀베다를 좋게 생각했거든. 그래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의 책들도 여러 권 샀었어. 그런 루이스 세풀베다의 별세 소식을 들어서 참 안타까웠단다. 그가 별세하고 나서 얼마 후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어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읽었단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칠레 군사 독재자 피노체트 정권에 항거해 반정부활동을 했고, 그로 인해 투옥되기도 했고, 망명도 했단다. 한편으로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받았던 루이스 세풀베다. 행동하는 지성인의 본모습을 보여주셨지. 이런 그의 모습 때문에 그의 별세는 더욱 안타까웠단다. 최근에 칠레 작가의 책들을 여러 권 읽게 되는데 모두 좋았단다. 칠레의 이미지가 점점 좋아지는구나. , 그럼 지은이 루이스 세풀베다에 대해서는 이렇게 간략히 하고 곧바로 이번에 읽은 <역사의 끝까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때는 2010 2월 칠레. 당시 칠레 대통령은 미첼 바첼리트라는 여성 대통령이었단다. 1970년대 피노체트가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이 분은 아빠가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었지?)을 무너뜨릴 때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던 바첼리트 장군이 있었어. 그는 결국 피노체트 정권에 고문을 받다가 죽었는데, 미첼 바첼리트 대통령은 바로 그 바첼리트 장군의 딸이란다. 2010 2월은 미첼 바첼리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이던 시기였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바첼리트 대통령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또 한번 대통령을 했다고 하는구나.

전직 게릴라 출신으로 최고의 스나이퍼로 이름을 날렸으며 러시아와 볼리비아 혁명 등 남미 곳곳에서 활동을 했고, 칠레에서 피노체트에 탄압을 받은 후 망명하여 20년 동안 은둔하며 생활하고 있는 벨몬테라는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그렇게 은둔하며 지내던 벨몬테에게 칠레 정보부 요원이 찾아왔단다. 그래서 벨몬테는 20년 만에 산티아고에 오게 된단다. 그를 호출한 사람은 크라머라고 하는 옛 상관이며, 벨몬테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명을 찾으라는 것이었어.

크라머 역시 슬라바라고도 부르는 전직 러시아 대령 소콜르프의 부탁을 받은 거야. 그런데 소콜로프 대령 역시 벨멘토의 예전에 게릴라 활동을 할 때 알고 지내던 인물이었어. 예전에는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러시아 사업가였지. 벨몬테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라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러시아와 칠레를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고, 러시아와 칠레의 기업들에 타격을 주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했어. 지금은 칠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 그런데 사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은 벨몬테의 옛 동료였단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 역시 1978년 이후 활동을 안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단다.

오랜만에 임무를 맡게 된 벨몬테는 실력이 여전했단다. 칠레에 있는 옛 동료들을 연락하여 정보를 입수해서 2일 만에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를 찾아냈단다. 곧바로 크라머와 슬라바에게 연락을 했지. 그런데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도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갔단다. 슬로바는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가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지 알려주었어

미셀 크라스노프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그는 카자흐스탄 장군 출신이었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혁명 당시 소비에트를 공격하는 백군에 참여했다가 패배하고 말았어.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자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소련에 병합되고 말았지. 2차 세계대전 당시 카자흐스탄은 히틀러의 꼬임에 넘어가 나치 편을 들게 되었단다. 전쟁에서 이기면 독립시켜주겠다는 꼬임. 하지만 전쟁은 나치의 패배로 끝나고 카자흐스탄을 그대로 소련에 흡수되고 말았단다. 카자흐스탄 군대는 용병으로 게릴라 활동을 했는데, 미겔 크라스노프도 카자흐스탄 군의 장군 출신이었던 거야.

그는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칠레까지 들어오게 되었고, 피노체트 독재 시대에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가 되었단다. 그 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던 거야. 그 이야기를 듣자 벨몬테도 분노를 느꼈어. 왜냐하면 벨몬테의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지인 베로니카 역시 미겔 크라스노프의 고문의 희생양이었거든. 베로니카는 거의 죽을 뻔했는데 간신히 살아났지. 하지만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리고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어. 벨몬테가 베로니카를 돌보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니. 그런데 그런 그를 구출하려는 작전을 펼치다니벨몬테가 화가 나겠니, 안 나겠니벨몬테는 다시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를 찾아 나섰단다.


2.

그런데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베로니카의 은닉처를 찾아내서 베로니카를 납치했단다. 그리고 벨몬테에게 연락해서 그를 유인했어. 벨몬테는 그들을 만났어. 그리고 그들의 진짜 목적을 듣게 된단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 또한 가족들이 미겔 크라스노프의 고문으로 희생됐다고 했어. 에스피노사는 아내와 아들이 죽었고, 살라멘디는 동생이 죽었다고 했어. 그들은 미겔 크라스노프를 탈옥시켜서 그들 나름의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했던 거래. , 알고 보니 같은 편이었구나. 미겔 크라스노프를 단죄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였지. 벨몬테, 에스피노사, 살라멘디는 미겔 크라스노프가 수감하고 있는 교도소 옆 건물에 자리를 잡았단다. 미겔 크라스노프가 야외 활동을 하면 그가 보였어. 그리고 벨몬테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명사수였지.

그들은 때를 기다렸고, 드디어 미겔 크라스노프가 벨몬테의 가늠쇠 구멍에 보였어. 이제 방아쇠만 겨누면 되는데, 그때 베르니카가 소리쳤단다. 베로니카는 고문으로 다친 이후에 말을 잃었었는데, 그런 베로니카가 소리쳤단다. 벨몬테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지. 그때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서 그들은 그곳을 피할 수밖에 없었단다. 뜬금없이 지진이 웬 말이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칠레에 2010년에 큰 지진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지진이 안정되고, 베로니카는 그를 죽이지 말라고 한 이유를 이야기했어. 평생 고통 받으며 살라는 의미였는데, 과연 그가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구나. 그런 괴물 같이 사악한 놈들이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그들의 임무는 거기서 종결하는 것으로 하고, 벨몬테는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와 헤어지고 베로니카와 함께 집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겔 크라스노프는 실존 인물이란다. 그가 실존 인물이다 보니, 소설 속에서 그를 죽이지 못했던 것 같구나. 이렇게 악한 짓을 하는 이는 또 왜 이리 사는지인터넷 검색해보니 얼굴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그 안에 괴물을 키우고 있었나 보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전 모씨가 생각나더구나. 그러면서 전 모씨를 시민들이 단죄하려고 했던 영화 <26>도 생각이 나고, 최근에 본 영화 <헌트>도 생각나는 구나. 그 영화 역시 전 모씨를 단죄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영화거든.

비록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사악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루이스 세풀베다의 <역사의 끝까지>는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잘 각색한 것 같았단다. 이젠 그의 새로운 소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아쉽구나. 그가 남긴 소설들이 여럿 있으니 더 읽어봐야겠다.

그의 명복을 빌며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책의 끝 문장: 대지는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처 입은 도시 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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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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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유명한 작가는 프랑수아즈 사강. 유명한 작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이란 사람을 아빠는 이름만 알고 있었단다. 이름이 프랑수아즈니까 프랑스 사람인가? 했는데 역시 프랑스 사람이네.^^ 원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이고, ‘사강은 필명이라고 하는구나. 그 어렵다고 하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필명을 사강이라고 하였다고 하니, 프랑수아즈 사강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어렵지 않게, 감명 깊게 읽은 모양이구나.

프랑수아즈 사강은 고작 열여덟 살 때 지은 첫 번째 작품인 <슬픔이여 안녕>으로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고 하니, 재능이 대단했나 보구나. 열여덟 살에 소설을 쓰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것으로 큰 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대단하구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지더구나. 리스트에 추가. 이번에 읽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이십 대 초반에 쓴 작품이라고 하니, 천재라 불릴 만 하구나.

하지만 천재 작가의 삶만 보여준 것은 아니란다. 자동차 질주를 좋아해서 큰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도 있었고, 도박과 약물중독으로도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고 하는구나. 말년에는 탈세 혐의로 금고형을 받고 재산을 몰수 당해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2004년 병환으로 죽었다고 하는구나. 천재 작가의 삶의 말로가 해피엔딩이 아니라 안타깝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십 대 초반에 쓴 작품인데, 소설의 주인공은 39살의 여인이란다.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39살의 여인의 내면을 어찌 잘 알았을까. 아빠가 여자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39, 딱 그 나이의 감성이 느껴졌단다. 그런데 이십 대 초반의 이 소설을 썼다니아참, 그리고 이 소설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의문문처럼 들렸는데, 지은이는 소설의 제목을 표기할 때 문장 끝에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 3개로 된 말 줄임표로 표기해 달라고 했다는구나. 소설의 제목이 질문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브람스를 좋아하라는 권유형이라는 것인가? 프랑스어에도 의문문의 문장 끝에 말줄임표를 끝에 붙이면 다른 뜻이 되는 것인가? 프랑스어를 잘 모르니 잘 모르겠구나. 그런데 이 소설의 본문에서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음표가 되어 있는 문장이 나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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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일요일, 자리에서 일어난 폴은 문 아래 편지가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과거에는 푸른 쪽지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던 속달우편으로, 그녀는 실제로는 그 편지가 시적으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맑은 11월의 하늘에 다시 나타난 태양이 그 순간 그녀의 방을 따뜻한 빛과 음영으로 채웠던 것이다.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분명 그 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겠지만 대답 같은 걸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 삶의 이런 단계에서 누가 대답을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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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폴은 39살로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단다. 6년 사귄 남자친구 로제가 있었어. 6년 동안 사귀다 보니 그들의 사랑은 익숙한 사랑이 되어 있었어. 설레임도 없어 보였고, 만남도 습관적인 만남 같았어. 폴은 그런 관계 속에서 외로움도 느끼는 것 같았어. 심지어 로제는 폴 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그랬어. 폴에게 출장 간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 주말에 다른 여자랑 여행가기도 했어. 그런 폴에게도 새로운 남자가 접근해왔단다. 폴이 인테리어를 하기로 한 반덴 베스 부인의 집에 갔는데, 그곳에서 반덴 베스 부인의 아들 시몽을 만났어. 시몽은 폴을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그런데 시몽은 폴보다 한참 어렸단다. 시몽은 폴보다 14살 어린 25살이고, 직업은 변호사였단다.

그 짧은 만남 뒤로, 시몽은 폴에 푹 빠지고 말았어. 술 먹고 밤에 불쑥 찾아오기도 했는데, 폴은 그 모습이 순수해 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어린 시몽을 남자로 볼 생각이 없었어. 그리고 익숙하지만 편안한 남자친구 로제가 있었잖아. 시몽은 폴이 일하는 곳에 찾아와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 폴은 그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같이 점심을 먹었단다. 그것이 지루하고 단조로운 폴의 일상에 작은 파장이 이는 것 같았어. 유쾌하고 재미있는 시몽이 싫지만은 아닌 거야. 시몽도 폴의 얼굴에 드리우진 고독을 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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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4)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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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은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망설임 끝에 폴은 가기로 했어. 폴도 시몽에 끌리기 시작했단다. 폴은 시몽을 좋아하긴 하지만 불편함 마음도 같이 들었단다. 왜냐하면 시몽의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 지금 당장 폴은 로제보다 시몽에 더 끌렸고, 로제와 관계도 소원해져서 거의 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폴이 시몽과 사랑을 만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 하지만 폴에게는 불편한 사랑이었지. 뒤늦게 로제는 폴과 다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때 폴은 냉정하게 내치지 못했단다. 결국 폴은 시몽의 계속된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로제와 다시 만나게 된단다. 지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지만 과거부터 계속 익숙한 것을 선택한 것이지.

이 소설에서는 사랑으로 그렸지만, 우리가 무엇인가 선택을 할 때 어느 것에 초점을 두고 선택할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가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이란다. 아빠도 사실 어떤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편이야. 그것도 많이. 그것이 좋은 행동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해. 남들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행동은 자꾸 그렇게 되는구나. 타고난 거지. 이 소설을 통해 아빠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단다. 그리고 남들 시선 좀 그만 보라고 내면에 이야기를 해보게 되더구나.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몽이 폴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더라. 남들의 시선 까짓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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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냐. 나는 스물다섯 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난 서른아홉 살이야.” 그녀가 말했다.

삶은 여성지 같은 것도 아니고 낡은 경험 더미도 아니야. 당신은 나보다 열네 해를 더 살았지만, 나는 현재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뿐이야. 나는 당신이 자신을 천박한 수준, 이를테면 그 심술쟁이 할망구들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지금 우리의 문제는 로제뿐이야. 다른 건 문제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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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로제는 다시 잘 지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 문장 하나로 그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어쩌면 폴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날 약속을 했을 수도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PS:

책의 첫 문장: 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좀 늦을 것 같은데


"모르지. 어째서 당신은 내가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망치기를 바라는 거지? 내가 관심 있는 건 오직 내 현재뿐인데 말이야.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해."라고 대답하며 그는 요란하게 절하는 시늉을 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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