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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끝까지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가 창궐한 지 어느덧 만으로 3년이 되었구나. 코로나로 참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단다. 코로나는 유명한
사람들도 비껴가지 않았어. 코로나 초반 한창 창궐하던 시기에 안타까운 부음을 들었단다.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 때문에 별세했다는 소식이었어. 아빠가
읽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은 <연애소설 읽는 노인> 한
권뿐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서 지은이 루이스 세풀베다를 좋게 생각했거든.
그래서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의 책들도 여러 권 샀었어. 그런 루이스 세풀베다의
별세 소식을 들어서 참 안타까웠단다. 그가 별세하고 나서 얼마 후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어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읽었단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칠레 군사 독재자 피노체트 정권에 항거해 반정부활동을 했고,
그로 인해 투옥되기도 했고, 망명도 했단다. 한편으로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받았던 루이스 세풀베다. 행동하는 지성인의 본모습을 보여주셨지. 이런 그의 모습 때문에 그의 별세는 더욱 안타까웠단다. 최근에 칠레
작가의 책들을 여러 권 읽게 되는데 모두 좋았단다. 칠레의 이미지가 점점 좋아지는구나. 자, 그럼 지은이 루이스 세풀베다에 대해서는 이렇게 간략히 하고
곧바로 이번에 읽은 <역사의 끝까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때는 2010년 2월 칠레. 당시 칠레 대통령은 미첼 바첼리트라는 여성 대통령이었단다. 1970년대
피노체트가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이 분은 아빠가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었지?)을 무너뜨릴 때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던 바첼리트 장군이 있었어. 그는
결국 피노체트 정권에 고문을 받다가 죽었는데, 미첼 바첼리트 대통령은 바로 그 바첼리트 장군의 딸이란다. 2010년 2월은 미첼 바첼리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이던 시기였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바첼리트 대통령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또 한번 대통령을 했다고 하는구나.
…
전직 게릴라 출신으로 최고의 스나이퍼로 이름을 날렸으며 러시아와 볼리비아 혁명 등 남미 곳곳에서 활동을 했고, 칠레에서 피노체트에 탄압을 받은 후 망명하여 20년 동안 은둔하며
생활하고 있는 벨몬테라는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그렇게 은둔하며 지내던 벨몬테에게 칠레 정보부
요원이 찾아왔단다. 그래서 벨몬테는 20년 만에 산티아고에
오게 된단다. 그를 호출한 사람은 크라머라고 하는 옛 상관이며, 벨몬테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명을 찾으라는 것이었어.
크라머 역시 슬라바라고도 부르는 전직 러시아 대령 소콜르프의 부탁을 받은 거야.
그런데 소콜로프 대령 역시 벨멘토의 예전에 게릴라 활동을 할 때 알고 지내던 인물이었어. 예전에는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러시아 사업가였지. 벨몬테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라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러시아와 칠레를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고, 러시아와 칠레의 기업들에 타격을 주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했어. 지금은
칠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 그런데 사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은 벨몬테의 옛 동료였단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 역시 1978년 이후 활동을 안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단다.
…
오랜만에 임무를 맡게 된 벨몬테는 실력이 여전했단다. 칠레에 있는
옛 동료들을 연락하여 정보를 입수해서 2일 만에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를 찾아냈단다. 곧바로 크라머와 슬라바에게 연락을 했지. 그런데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도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갔단다. 슬로바는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가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지 알려주었어
…
미셀 크라스노프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그는 카자흐스탄 장군 출신이었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혁명 당시 소비에트를 공격하는 백군에 참여했다가 패배하고 말았어.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자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소련에 병합되고 말았지. 2차
세계대전 당시 카자흐스탄은 히틀러의 꼬임에 넘어가 나치 편을 들게 되었단다. 전쟁에서 이기면 독립시켜주겠다는
꼬임. 하지만 전쟁은 나치의 패배로 끝나고 카자흐스탄을 그대로 소련에 흡수되고 말았단다. 카자흐스탄 군대는 용병으로 게릴라 활동을 했는데, 미겔 크라스노프도
카자흐스탄 군의 장군 출신이었던 거야.
그는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칠레까지 들어오게 되었고, 피노체트 독재
시대에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가 되었단다. 그 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던 거야. 그 이야기를 듣자 벨몬테도 분노를 느꼈어. 왜냐하면 벨몬테의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지인 베로니카 역시 미겔 크라스노프의 고문의 희생양이었거든. 베로니카는 거의 죽을 뻔했는데
간신히 살아났지. 하지만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리고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어. 벨몬테가 베로니카를 돌보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니. 그런데 그런 그를 구출하려는 작전을 펼치다니… 벨몬테가 화가 나겠니, 안 나겠니…
벨몬테는 다시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를 찾아 나섰단다.
2.
그런데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도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어. 그들은 베로니카의
은닉처를 찾아내서 베로니카를 납치했단다. 그리고 벨몬테에게 연락해서 그를 유인했어. 벨몬테는 그들을 만났어. 그리고 그들의 진짜 목적을 듣게 된단다.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 또한 가족들이 미겔 크라스노프의 고문으로 희생됐다고 했어. 에스피노사는 아내와 아들이 죽었고, 살라멘디는 동생이 죽었다고 했어. 그들은 미겔 크라스노프를 탈옥시켜서 그들 나름의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했던 거래. 아, 알고 보니 같은 편이었구나.
미겔 크라스노프를 단죄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였지.
벨몬테, 에스피노사, 살라멘디는 미겔 크라스노프가
수감하고 있는 교도소 옆 건물에 자리를 잡았단다. 미겔 크라스노프가 야외 활동을 하면 그가 보였어. 그리고 벨몬테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명사수였지.
그들은 때를 기다렸고, 드디어 미겔 크라스노프가 벨몬테의 가늠쇠 구멍에
보였어. 이제 방아쇠만 겨누면 되는데, 그때 베르니카가 소리쳤단다. 베로니카는 고문으로 다친 이후에 말을 잃었었는데, 그런 베로니카가
소리쳤단다. 벨몬테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지. 그때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서 그들은 그곳을 피할 수밖에 없었단다. 뜬금없이 지진이 웬 말이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칠레에 2010년에 큰 지진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지진이 안정되고, 베로니카는 그를 죽이지 말라고 한 이유를 이야기했어. 평생 고통 받으며 살라는 의미였는데, 과연 그가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구나. 그런 괴물 같이 사악한 놈들이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그들의 임무는 거기서 종결하는 것으로 하고, 벨몬테는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와 헤어지고 베로니카와 함께 집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겔 크라스노프는 실존 인물이란다. 그가 실존
인물이다 보니, 소설 속에서 그를 죽이지 못했던 것 같구나. 이렇게
악한 짓을 하는 이는 또 왜 이리 사는지… 인터넷 검색해보니 얼굴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그 안에 괴물을 키우고 있었나 보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전 모씨가 생각나더구나. 그러면서 전
모씨를 시민들이 단죄하려고 했던 영화 <26년>도
생각이 나고, 최근에 본 영화 <헌트>도 생각나는 구나. 그 영화 역시 전 모씨를 단죄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영화거든.
비록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사악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루이스 세풀베다의
<역사의 끝까지>는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잘 각색한 것 같았단다. 이젠 그의 새로운 소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아쉽구나. 그가
남긴 소설들이 여럿 있으니 더 읽어봐야겠다.
그의 명복을 빌며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책의 끝 문장: 대지는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처 입은 도시 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