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작품들을 읽다보니 일본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일본 특히 근대의 일본과 관련된 것이나 소세키와 관련된 것이라면 닥치는대로 들여다보았다.   

잘보지 않는 드라마까지 챙겨보게 되었는데 <나는 주부로소이다> <아츠히메>가 그것이다. <나는 주부로소이다>는 하이드님이 알려주셨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돈을 아껴쓰던 주부에게 1000엔짜리 지폐속의  소세키의 영혼이 들어가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렸다. 40편이나 되는 것을 두어달에 걸쳐 본것 같다. 이거 뭐야 하며 시작한 것이 5,6편을 지나면서부터는 흥미진진해지더니 끝날즈음엔 사랑스런 주인공들 때문에 아쉬웠던 드라마. 드라마 주제가가 느끼하면서도 재미있다. '만약 미도리상이 감기에 걸린다면 나는 너의 죽이 되고싶다'는 말인데..이게 일본어로 하면 제맛이다.  

<아츠히메>는 일본의 근대화과정을 드라마로 엮은 것이다. 서양문명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개항세력과 쇄국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쇼군과 천황 그 사이에 정치적 희생물로 얽혀들어간 여인들의 운명이 일본여성들의 전통의상과 어울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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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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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44년, 그러니까 일본이 패망하기 전 해다. 저자는 미국 국무성으로부터 일본연구를 의뢰받았다. 전쟁 중이었으므로 일본을 방문할 수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저자는 일본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책을 읽으면서 혹은 드라마를 보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행동이나 그들의 말, 또 무심코 넘어갔던 부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되었다.
일본문명의 77가지 열쇠
우메사오 다다오 엮음, 최경국 옮김 / 창해 / 2007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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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가 외국인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주제별로 한두페이지 정도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쇼군, 철도, 우편 등등 세부적으로 나누었지만 그것들을 통합하여 일본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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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din.co.kr/734872133/3458130 참조
청춘을 읽는다- 강상중의 청춘독서노트
강상중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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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din.co.kr/734872133/340099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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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1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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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세키 읽기 시즌 2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앞서 읽은 책들을 <문학 예술론>으로 총결산하고 서간집을 읽으며 머리 식혔다. 

다음 작품들에는 후기 3부작을 포함, 이론서가 두어권 섞여 있다.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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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 지날 때까지
나쓰메 소세키 지음, 심정명 옮김 / 예옥 / 2009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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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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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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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생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이레 / 2006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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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안도현

 
그해 봄 우리 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을 생각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 이파리처럼 파랗게 뒤척이며 명자꽃을 생각하고 또 문득 누나에게도 낯설었을 초경(初經)이며 누나의 속옷이 받아낸 붉디붉은 꽃잎까지 속속들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꽃잎에 입술을 대보았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내 짝사랑의 어리석은 입술이 칼날처럼 서럽고 차가운 줄을 처음 알게 된
그해는 4월도 반이나 넘긴 중순에 눈이 내렸습니다 
 

하늘 속의 눈송이가 내려와서 혀를 날름거리며 달아나는 일이 애당초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명자 누나의 아버지는 일찍 늙은 명자나무처럼 등짝이 어둡고 먹먹했는데 어쩌다 그 뒷모습만 봐도 벌 받을 것 같아 나는 스스로 먼저 병을 얻었습니다

나의 낙은 자리에 누워 이마로 찬 수건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어린 나를 관통해서 아프게 한 명자꽃,
그 꽃을 산당화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무렵 홀연 우리 옆집 명자 누나는 혼자 서울로 떠났습니다

떨어진 꽃잎이 쌓인 명자나무 밑동은 추했고, 봄은 느긋한 봄이었기에 지루하였습니다  나는 왜 식물도감을 뒤적여야 하는가, 명자나무는 왜 다닥다닥 홍등(紅燈)을 달았다가 일없이 발등에 떨어뜨리는가,
내 불평은 꽃잎 지는 소리만큼이나 소소한 것이었지마는
명자 누나의 소식은 첫 월급으로 자기 엄마한테 빨간 내복 한 벌 사서 보냈다는 풍문이 전부였습니다 
 

해마다 내가 개근상을 받듯 명자꽃이 피어도 누나는 돌아오지 않았고, 내 눈에는 전에 없던 핏줄이 창궐하였습니다 
 

명자 누나네 집의 내 키 만한 창문 틈으로 붉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던 저녁이 있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자진(自盡)할 듯 뜨겁게 쏟아지다가 잦아들고 그러다가는 또 바람벽 치는 소리를 섞으며 밤늦도록 이어졌습니다

그 이튿날,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고, 애비 없는 갓난애를 업고 왔었다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명자나무 가시에 뾰족하게 걸린 것을 나는 보아야 했습니다
잎이 나기 전에 꽃몽우리를 먼저 뱉는 꽃, 그날은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헝클어진 명자꽃이 그해 첫 꽃을 피우던 날이었습니다

 

 
집 앞에 한 무더기 명자나무가 있다. 봉오리들이 금방이라도 필 것처럼 물이 올랐다. 명자꽃은 봄꽃 중 가장먼저 나와 눈을 맞춘다. 날 선 바람 속에 피는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명자꽃은 그 아름다움을 잃고 만다. 머지않은 꽃을 기다리며 시를 읽는다.

시인은 흔하디흔한 사랑을 노래했다. 그것도 바라보기의 최종심금인 짝사랑이 소재다.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사랑은 일종의 병이다. 누구나 앓는 인류의 지병인 셈인데 어느 누구도 치료제를 만들지 않는다. 스스로 사랑의 예방접종을 하고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할까?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 산당화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진 꽃.
이 꽃의 한 살이와 사랑을 신묘하게 얽었다. 꽃이 피듯 사랑이 싹트고 잎이 나듯 파랗게 뒤척이고 식물도감을 뒤척이는 사이 명자누나는 꽃이 진 추한 밑동까지 다 보여준다. 서사와 시간성은 산문시의 특징이다. 이 시는 산문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불어 희미하게나마 농촌 원체험 세대로서의 경험과 산업화로 인한 도시빈민의 삶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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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0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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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밤바 2010-03-2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일상의 언어가 쉬이 구분되지 않는 요즘에, 안도현의 시야 말로 정녕 詩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듯 합니다.
멋부림없이 자늑자늑 읊어가는 저 추억의 아스라함 속에서 저 또한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좋은 글 보여주셔서 감사^^

반딧불이 2010-03-22 01:47   좋아요 0 | URL
한용운 같기도 하고 백석 같기도 하고 또 그런것이 안도현이란 생각도 하면서 명자나무 가지를 꺾어다 놓고 읽어본답니다. '자늑자늑'이라는 말씀이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 ^.~

blanca 2010-04-1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자꽃이 진짜로 있군요. 우아! 이 시를 읽으니 시인이 소설가보다 한 수 위라는 조정래샘 말에 아주 극렬하게 동의가 갑니다. 반딧불이님이 명자꽃을 보면서 시를 읽는 모습이 너무 부럽네요. 아름다워요!

반딧불이 2010-04-20 00:02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님..요즈음 명자꽃 철이랍니다. 집앞에 지금 한창 피었어요. 시골에서는 이 꽃을 보면 여자들이 바람난다는 속설도 있다고해요. 주변에 흔한 꽃이니 블랑카님도 한번 보세요. 반드시 반하실거에요.
 
나츠메 소세키 문학예술론
나쓰메 소세키 지음, 황지헌 옮김 / 소명출판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나쓰메 소세키는 1900년 그의 나이 34세에 영국유학 길에 오른다. 그의 말대로라면 영국에 머물렀던 2년여의 세월은 그에게 있어 가장 불유쾌한 시간이었다. 연간 1800엔이라는 비용이 정부로부터 지급되었지만 그 돈으로 영국에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듯싶다. 그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허름한 하숙집으로 이사를 하고 입고 먹는 것을 아껴 책을 사는 등 어려운 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의 작품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문학론』의 서문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본인의 소회가 가장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문학론 서>는 이 책이 어떻게 착상이 되었으며 어떤 인연을 거쳐 어떤 연고로 출판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밝혀두었다. 소세키는 이런 과정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싶다. 어째서 자신이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영국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했는지, 하라는 영어공부는 제쳐두고 왜 영문학을 공부했는지, 키 크고 피부가 투명할 만큼 흰 영국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등으로 서문을 가득 채웠다. 대부분의 이론서들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이나 본문을 간결하고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으로 서문을 대신하는 경우와는 달리 소세키의 <문학론 서>는 억누르고 억눌러도 조금씩 터져 나오는 사적인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이 서문을 나는 여러 차례 읽었다. 읽을 때마다 조금씩 이 예민한 사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다.

문학론, 회화론, 연극론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가 대학에서 강의 했던 자료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원래 유학당시 소세키는 문학이 어떤 필요에 의해 태어나고 발전화고 쇠퇴하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또 사회학적으로 규명하려 했다. ‘문학서를 읽고 문학을 공부하려고 하는 것은 피로써 피를 씻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이런 연구계획은 원래 10년을 기한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동경에 돌아왔을 때 그는 대학 강의를 의뢰받게 되고 그는 이 연구 자료로 강의를 하게 된다. 때문에 이 책은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순문학을 하는 학생들을 배려한 탓인지 그는 설명을 위해 예를 드는데 그 예들은 너무나 탁월하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소설가라기보다 차라리 수사학자라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소세키는 문예가의 이상(理想)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미적정조, 진실에 대한 이상, 사랑 도덕에 대한 이상, 장엄에 대한 이상이 그것이다. 이 네 종류의 이상이 시세에 따라 유행하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는 것인데 소세키 당시의 문예의 이상은 ‘진’이었던 것 같다. ‘진;을 중시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넘어 미와 선과 장엄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한다. 소세키가 예를 들고 있는 작품들은 모파상이나 셰익스피어인데 그들의 작품이 문예의 네 가지 이상 중 지나치게 한가지에만 편중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된 <문학예술론>은 문학전공자들이 읽어야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사생문이나 비평가의 태도, 창작자의 태도 등 곱씹어 읽어야할 내용들은 따로 노트를 마련해 둔다. 공들여 읽어야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그의 문학론을 토대로 작품을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너무 오래 소세키바라기를 하다 보니 자꾸만 다른 책에 추파를 던지고 싶어진다. 헤픈 여자의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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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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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3-1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소세키 길라잡이에 감사 드려요.
요 책도 담아갑니다. 정독해야할 책 같군요.^^

반딧불이 2010-03-16 01:2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서실에서 일독하신후 구입하셨으면 해요. 문학이론서라서요.

스트레인지러브 2010-03-2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이론서라면 다른 것보다는 분명 어렵겠네요.
사르트르도 그렇고 누구도 그렇고 문학이론서라면 정독도 못하고 퉁겨져 나온 적이 많아서..
그냥 이 길라잡이로 만족하렵니다ㅠ


반딧불이 2010-03-22 01:42   좋아요 0 | URL
저도 문학론만 읽고 회화론 연극론으로부터 튕겨져 나왔어요. 요약정리는 했지만 서재에 올려도 아무도 안보실듯 하고, 보여드려도 별 도움이 될것 같지 않더라구요. 마음님.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가 되시면 말씀나누어요.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 산문의 향기 005
나쓰메 소세키 지음, 미요시 유키오 엮음, 이종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편지를 묶은 것이다. 청년시절부터 1916년 그가 죽기 한 달 전까지의 편지 158통이 실렸다. 편지는 마사오카 시키를 비롯한 친구, 아내를 포함한 가족, 그리고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와 몇몇 문하생들, 독자 등 다양하다.

일기와 편지는 독자가 단 한명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그러나 일기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편지는 타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편지는 그렇기 때문에 내밀한 사연이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편지는 쓰는 사람의 성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세키의 편지글은 겉치레 없이 담백하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이다.

나는 소세키가 영국유학 당시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영국에서 일본으로 편지를 보내면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리는 듯하다. 소세키는 영국에서의 생활을 비교적 소상하게 아내에게 적어 보낸다. 런던의 풍경이나 하숙생활, 공연을 보고 온 이야기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는 훨씬 자상한 남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내 교코는 편지를 잘 보내지 않았는지 소세키는 답장을 잘 쓰지 않는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자주 한다. 오래동안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수도 있으련만 머리를 자주 감으라는 둥 늦잠을 자지 말라는 둥 잔소리가 많다.

소세키의 가장 절친한 벗이었던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에는 시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과 시키의 습작에 대한 소세키의 의견들이 진지하고 나타나있다. 가슴속에 일말의 사상도 없이 문자만을 희롱하거나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할 바에야 일찌감치 문학을 포기하라고 한다. 시키에게 보낸 편지에는 정색하고 쓴 문학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형수의 죽음,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등등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글이 많다. 도쿄대학 예비문(교양학부)동급생이었던 소세키와 시키는 서로 간에 마음을 터놓았던 유일한 친구였던 듯싶다. 소세키가 영국 유학중 시키는 죽었다. 소세키가 쓴 글에는 시키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더러 있다.

제목으로 쓰인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는 소세키의 문하생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구메 마사오 앞으로 보낸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들의 작품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는 등 스승으로서 갖추어야할 품위와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소가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세. 우리는 어떡하든 말이 되고 싶어 하지만, 소는 웬만해선 될 수 없네. 나같이 늙고 교활한 사람이라도, 소와 말이 교미하여 잉태한 아이 정도일 걸세. 서둘러서는 안 되네. 머리를 너무 써서는 안 되네. 참을성이 있어야 하네. 세상은 참을성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을 알고 있나? 불꽃은 순간의 기억밖에 주지 않네. 힘차게, 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걸세. 그것뿐일세. 그리고 우리는 고민하게 한다네. 소는 초연하게 밀고 가네. 무엇을 미느냐고 묻는다면 말해 주지. 인간을 미는 것일세. 문사를 미는 것이 아닐세.”

눈앞의 사소한 일상과 싸우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명이나 악평도 겁내지 않고, 칭찬을 구하지도 않으며 오직 후세의 숭배를 기대하며 자신의 글을 백대까지 전하려는 야심가였던 소세키의 결기가 느껴지는 글이기도 하다. 소세키는 이런 마음을 그의 문하생들과 함께 나누었다. 청출어람이라고 했던가, 스승으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던 문하생들은 일본 문단의 주요인물이 되었다. 현재 일본 문단의 아쿠타가와 상은 소세키의 문하생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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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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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군요.마사오카 시키는 시바 료타로<언덕위의 구름>을 통해 알게 된 문인입니다.가토 슈이치의 글을 통해 나츠메의 영국유학 시절 일화를 알게 되었지요.당시 영국인들이 일본유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왔습니다.오호...동양인이 감히? 요것들 귀여운데! 하는 태도.

반딧불이 2010-03-14 17:0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봄비와 함께 방문하셨네요.
사람과의 관계는 지극히 상대적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소세키의 글에는 영국인의 태도보다는 소세키 자신의 심정이 잘 나타나있어요. 자신은 마치 '한 무리의 늑대에 끼어든 삽살개'와 같다거나 '이 나라에서는 키가 큰 사람들에게 세금이라도 물려야 키 작은 인간이 출현'할듯 하다라거나, 영국에는 왜 '무사'라는 계급은 없는 대신 '신사'라는 말이 있는지..등등 소세키의 시선은 늘 자신과 자국으로 향해있었던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3-14 21:10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 님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0-03-1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전문도 여기 있나 봐요?
의무적으로가 아니라 소세키 선생이 아쿠타가와에게 보낸 글이라는 점에서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은 글이었는 데 말입죠.
마사오카 시키는 저도 [언덕 위의 구름]에서 처음 알았는데, 젊은 시절 소세키와는 어지간히 친했나봐요.

반딧불이 2010-03-16 12:31   좋아요 0 | URL
마음님. 링크걸어주신 <로자리오의 사슬> 잘 읽었습니다. 이 남자 아주 무서운 남자 같아요.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소가 되어 ..."는 류노스케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에요. 편지라서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시키 작품은 하이쿠 몇편만 봤어요. 시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소세키의 하이쿠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바밤바 2010-03-2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좋네요~ 출판 업자가 센스가 있는 듯~ㅎ

반딧불이 2010-03-22 01:5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책은 앞장부터 한장씩 흘러 떨어져 페이지는 뒤죽박죽이고 어쩌다 쏟아지면 주어담기 바쁘답니다.

햐~ 실시간 댓글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