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숲과 대조해보자. 사탕수수 클론과 
달리 송이버섯은 다른 생물종과 변형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송이버섯은 숲의 특정한 나무와 어울려 지내는 땅속 곰팡이의 자실체다. 이 곰팡이 숙주 나무 뿌리와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를 맺는데, 나무에게 양분을 찾아주고 자신은 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얻는다. 

송이버섯 덕택에 숙주 나무는 비옥한 부엽토가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그 대가로 곰팡이는 나무에게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변형적인 상리공생 때문에 인간의 송이버섯 재배는 불가능했다. 일본의 연구기관들이 송이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수백만 엔을 들여 노력해왔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송이버섯은 플랜테이션 농장의 환경 조건에 저항한다. 송이버섯에게 필요한 것은 숲의 역동적인 다종적 다양성, 그리고 이를 통해 서로를 오염시키는 관계성이다. - P85

더욱이 송이버섯 채집인은 사탕수수 농장의 규율에 단련되고 대체 가능한 노동자와는 매우 다르다. 노동 규율에 따른 소외가 없기 때문에 숲에서는 확장 가능한 기업도 형성될 수 없다. 미국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서 채집인들은 ‘버섯 열병 mushroom fever‘
을 좇아 숲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정식으로 고용되지 않은 채 자기길을 찾아가는 독립적인 사람들이다. - P26

그러나 송이버섯 상업을 원시적인 생존 방식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그런 생각은 진보에 눈이 먼 사람들이 하는 오해다. 송이버섯 상업은 확장성이 등장하기 이전에 존재한 어떤 상상의 시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확장성, 말하자면 폐허에 깃든 확장성에 기대고 있다. 
오리건주의 많은 채집인은 산업 경제 때문에 난민이 된 이들이며, 숲은 그 자체가 확장성 작업의 잔재다.
송이버섯 상업과 송이버섯 생태 둘 다 확장성과 이를 무위로 돌리는 일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 P86

..... 전나무와 로지폴소나무의덤불로 뒤덮인 풍경을 보니, 목재로 사용하기엔 너무 작은 나무들만 있고 휴양을 즐기기엔 썩 좋지 못한 경치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지역 경제에 다른 무언가가 등장했다. 바로 송이버섯이었다.

1990년대 들어 산림청 연구자들은 버섯의 연간 상업적 가치가 적어도 목재의 가치만큼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송이버섯은 확장성 있던 산업비림이 폐허로 변한 자리에서 확장성 없는 산림 경제를 활성화했다. - P89

불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는 것은, 확장성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풍경과 사회를 변형시켜온 방식을 이해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확장성이 실패하는 지점, 그리고 확장성 없는. 생태적, 경제적 관계가 분출하는 지점을 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일이다. 확장성과 비확장성 양쪽 모두가 이뤄놓은 결과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확장성은 나쁘고 비확장성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확장성 없는 프로젝트도 확장성있는 프로젝트만큼이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규제받지 않고 일하는 벌목꾼들은 과학적인 산림감독관보다 더욱 빠르게 숲을 파괴한다. - P89

확장성 있는 프로젝트와 확장성 없는 프로젝트를 가
르는 주요한 특징은 윤리적 행동 여하가 아니다. 확장성 없는 프로젝트는 팽창할 채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다채로운 양상을 띠지만, 그것 역시 무해한 것부터 끔찍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다. - P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