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와서 나의 정원에도 못나가고...
어제 모내기 한 집 앞 동네 어르신 논에도 물이 가득하고 그 위로 ☁️ 잔뜩 낀 하늘이 비친다.
온 세상이 물 먹고 푸르다.
봄꽃은 다 떨어졌고 이제 여름 꽃들이 한창 봉오리를 맺고 있다.
작년 마당 한 귀퉁이에 벽돌 막아 만든 꽃밭에
아네모네, 송엽국, 종이꽃? 등등을 심었었는데 아네모네만 살아남았다. 하얀 꽃잎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 넘 예뻐서 아네모네 10포트 주문해서
또 심었다. 내년엔 더 늘어 있겠지?

작년엔 듬성듬성하던 잔디밭에 잔디 사다 메우고 잘 자라는 거 보며 뿌듯해하고 흐뭇해했는데 남편의 한순간 실수로 (군데군데 제초제가 든 조루 휘휘 휘두르는 바람에 잔디 다 듁음 ㅠㅠ) 엉망된 잔디밭에 다시 잔디 사다 메웠다. 언제 자랄까...
속상해.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는데...
거기다 잔디밭에 이끼가 잔뜩 끼었다. 이끼약 사다 뿌렸는데 어떠려나 모르겠다. 무작정 맹독성 약을 뿌릴 수는 없으니 되도록이면 친환경 약제를 구입,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빨리‘에 익숙해진 갈급한 마음에는 바로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

한 해, 한 해 정성과 노력, 시간과 금전을 더해 천천히 변화하는 정원을 보며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배우려 한다.
내년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내어줄 걸 알기에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어떨 땐 내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내어주기도 하는 작은 정원에서 큰 위안을 받는다.


아이를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정원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원예가는 성장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나머지는 자기 시간과 방식에 따라 자라는 식물의 생명력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방임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돌봄에는 특별한 종류의 관심, 디테일을 알아차리는 이해가 필요하다. 식물은 환경에 민감하고, 성장하는 데에는 온도, 바람, 비, 햇빛, 해충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많은 식물은 어떻게든 견뎌내지만, 그래도 정원을 가꾸는 데는 질병의 기미를 미리 알아차리거나 어떻게 하면 잘 자라는지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 P45

땅을 가꿀 때는 세상을 향한 돌봄의 태도도 가꾸게 된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서는 이 돌봄의 자세가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수선‘보다 ‘교체‘를 우선시하는 문화는 파편화한 사회망과 도시 생활의 빠른 속도와 결합해서, 돌봄을 폄하하는 가치 체계를 세웠다. 사실 우리는 돌봄을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일에서 너무 멀어졌다. 
최근에 환경운동가 겸 사회 운동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말했듯이‘, 돌봄은 ‘급진적 개념‘이 되었다. - P45

가치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대다수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은 돌봄 충동을 무시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기계는 보통 사람들이 수리할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받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좋아요‘에 익숙하다. 
식물뿐 아니라 우리 몸과 정신에도 작용하는 자연의 느린 리듬은 가치를 잃었다. 자연의 리듬은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즉석 해결‘ 마인드와 맞지 않는다. - P45

이런 압력은(정신건강에 어떤 속성 치료가
가능하기라도 한 것처럼)빠른 결과를 약속하는 
치료 패키지와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로 나타난다. 잘못된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내면 문제를 이해해서 곧바로 그것의 타격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속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신경 연결 통로를 놓는 데는 여전히 여러 달이 걸린다. 좀 더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언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그보다 먼저 우리가 정말로 성장을 바라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스스로 변화를 원한다고 생각해도, 변화는 대부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