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경관 속을 걸을 때 어떻게 선주민이 외부인보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전언하고 있다. 선주민이 사는 곳 바깥에서 온 외부인이 속한 문화에서는 더 이상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에 높은 가치를 두지 않으며, 이런 감수성을 "원시적" 자질로 치부하고 "선진" 문화에서•온 사람은 이미 거기에서 탈피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이렇게오만한 태도가 결국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이 제공하는 엄청난 무형의 가치를 묵살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 P197

그래서 친밀감의 욕구를 무시하는 사람을 보면 무례함을 무릅쓰고서라도 말해주게 된다. 인간이 고독을 벗어던지기란 불가능하다고 아울러 자연을 경시하는 문화에 속한 사람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쉬이 떨쳐낼 수 없으리라는 말도. - P197

근대 문명의 특징인 실존적 고독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것은 얼마쯤은 장소와의 관계에 치유적 차원이 있다는 믿음을내버린 탓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 세계에는 인식 가능하며 그렇기에 관찰자를 포용하는 패턴들이 항상 존재한다. 끝없이 복잡한 이 패턴들을 부단히 새롭게 느끼는 감각은 세상에 혼자라거나 삶이 덧없다는 느낌을 약화시킨다. 
결국 장소를 깊이알고자 하는 노력은 어딘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인간의 소속 욕구를 표현하는 일이다. - P197

젊을 때는 여행하며 거쳐가는 장소에 대해 동행인이 뭔가 굉장히 통찰력 있는 말을 하면 더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감정은 똑같은 깊이의 지식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 그이처럼 특정 장소에 분명하게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내가 서 있는 장소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가까웠다. - P198

회색곰이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을 때 그건 단지 곰 한 마리가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장면은 한 세계로 통하는 진입점이다. 
우리 대다수는 다른 곳에 가려고 그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회색곰에 대해 그저 생각만 하는 편이 낫다고 믿어버릴 테지만. - P198

이 순간은 "초대"다. 
누구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참여하라고 곰이 내미는 초대장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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