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일부러 안 읽는다. 속지 않기 위해서,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그러다가 가끔 월척을 놓친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이제야 읽고 무지 후회하다. 박민규의 최근작에 비해서 더 솔직하고 열정적인 이 소설이 사랑스럽다.

[연금술사]는 명성에 걸맞게 유려하고 부드럽게 주제를 풀어간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기는 어렵다. 깨달음은 깨달음에 대해 읽거나 생각해서 얻는 것이 아니니까.

요즘 한창 지가를 올리는 정이현의 초기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읽다보니 언젠가 텔레비전 드라마로 보았던 소설도 있다. 단편들 중에는 수작도 있고 범작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유행코드들과 젊음의 활용을 제외하면 무엇이 새로운지 알 수 없다는 기분. [달콤한 나의 도시]를 벼르고 있었는데 접어도 될 듯.

[부모와 아이 사이]는 아이가 없어도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의사소통에 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랄까. 그런데 교정은 좀 새로 봤으면.

-지난 열흘간 이상의 책들을 섭렵하다. 전체적으로 많이 팔리고 많이 읽혀서 나쁘지 않은 책들이라, 앞으론 베스트셀러에도 눈을 돌려야 할 필요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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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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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는 것은 아주 길고 긴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지만 흔히 추리하면 떠올리는 어떤 전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는 얘길 들었기에 벼르다가 도서관에서 빌렸다. 처음엔 깜짝 놀랐다. 철학적이랄까,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깊은 시선이 느껴지는 문체. 한 아이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긴장감이 책장을 착실히 넘기게 했다.

하지만 도무지 흥분하지 않는 페터 회의 문체와, 마치 사방에 촘촘한 그물을 쳐놓고 조금씩 조여오듯 사건을 전개해가는 검시관 같은 서술은 끊임없이 나를 고문했다. 수학에 정통한 작가와는 정반대의 서있는 내 성향도 작용했다. 헌데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 꼬박 열흘이 걸렸다. 마지막 30장 정도를 남겼을 때부터 다시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자, 마치 빙하의 깊은 심연으로 잠수하다가 문득 그 끝에서 빛을 본 듯 환해졌다. 희열!

눈에 대한 페터 회의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성취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부터 눈과 얼음은 이전의 눈과 얼음과는 다르리라. 길고 긴 항해 끝에 다다른 땅에서 아주 은밀한 장미향을 맡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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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온갖 상상들이 새로운 책으로 만들어진 걸 보면 나의 책 읽기도 훗날 책 쓰기가 될지도 모른단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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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매력적이다.
위험한 책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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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자서전-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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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7년 05월 12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기는 좀 그렇고 빌려보면 딱 좋은 책. 그래도 끝까지 읽게 하는 힘도 있고, 상당히 매력적인 상상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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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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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학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다. 어쨌든 세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하나의 방식이 과학인데 그걸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좀 읽을 만하다는 과학책이 있으면 찾아 읽으려고 한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렉트릭 유니버스]는 전기의 역사를 다룬 보기 드문 책이다. 그리고 아주 잘 쓴 책이다. 전기의 역사라고? 그게 뭐 어쨌는데?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간다. 물론 전자, 원자, 분자, 음이온, 양이온 등등 잊었던 개념들을 다 끄집어내면서 끙끙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 노력은 어떤 교양서를 읽든 필수코스 아니던가.

과학적 지식이 떨어지는 사람도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과학적 발견들이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어 새삼 과학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 애플 컴퓨터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에 얽힌 슬픈 사연을 들려주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방면의 지식을 과시할 수도 있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덤덤해 보이는 이 세상이 온통 전기력으로 가득찬 짜릿짜릿한 세상임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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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가한 오후, 비디오 가게에 가 본다. 하지만 왜 그리 볼 만한 영화가 없는지, 그럴 때 책과 관련된 영화가 있으면 무조건 빌린다. 서점, 작가, 출판사 등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개 탄탄한 원작을 각색한 예가 많아서 졸작을 만날 확률이 적다. 그중 하나가 나중에 <84번가의 연인>으로 제목이 바뀐 <84번가의 극비문서>다. 제목의 '극비문서'란 편지를 가리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헌책방 주인과 단골 손님 간에 오고간 편지를 '극비문서'로 번역하는 센스(?)가 '연인'의 막무가내식 노골성에 비하면 좀더 영화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사이에 두고 은근하게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을, 보톡스를 맞지 않은 앤소니 홉킨스와 앤 밴크로포트가 절묘하게 연기한다. 음, 잘 우린 자스민 차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영화의 원작인 <채링크로스 84번지>도 몇 해 전 번역이 되어 나왔다. 영화를 보고 헌책방에 가서 원작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나들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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