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오후, 비디오 가게에 가 본다. 하지만 왜 그리 볼 만한 영화가 없는지, 그럴 때 책과 관련된 영화가 있으면 무조건 빌린다. 서점, 작가, 출판사 등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개 탄탄한 원작을 각색한 예가 많아서 졸작을 만날 확률이 적다. 그중 하나가 나중에 <84번가의 연인>으로 제목이 바뀐 <84번가의 극비문서>다. 제목의 '극비문서'란 편지를 가리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헌책방 주인과 단골 손님 간에 오고간 편지를 '극비문서'로 번역하는 센스(?)가 '연인'의 막무가내식 노골성에 비하면 좀더 영화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사이에 두고 은근하게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을, 보톡스를 맞지 않은 앤소니 홉킨스와 앤 밴크로포트가 절묘하게 연기한다. 음, 잘 우린 자스민 차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영화의 원작인 <채링크로스 84번지>도 몇 해 전 번역이 되어 나왔다. 영화를 보고 헌책방에 가서 원작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나들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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