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네 꿈을 먹는 짐승을 조심하라."라는 코스타리카 인디언 속담이 있다. - 82쪽

닭은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임기’를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명의 숨을 이어온 알 속의 DNA야말로 진정 닭이라는 생명의 주인이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tler)의 표현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에 불과하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알이 닭을 낳는다. - 160쪽

옥스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제는 과학계의 고전이 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른다. - 161쪽

자연의 도살 현장에는 언제나 경제주의자 즉 인간중심주의자와 환경주의자 즉 생물중심주의자 간의 각축이 벌어진다. 조금 살만하다 싶을 때에는 환경주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듯 싶다가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빠지기 시작하면 황급히 인간중심주의 논리로 복귀하고 만다. 급기야 우리는 열대우림 15곳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의 절멸 위험에 처해 있는 ‘중요 지점(hotspots)’ 25곳을 지정하여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전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을 ‘하마’라는 뜻의 머리글자 ‘HIPPO’로 요약한다. 서식처 파괴(Habitat destruction), 침입종(Invasive species), 오염(Pollution), 인구(Population), 과수확(Overharvesting)이 그것이다. - 214쪽

병을 안고 그저 오래 살기만 한다고 좋을 리 없다. ‘건강 악화와 수명 연장을 바꾼 거래’는 결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노화’이다. 이른바 건강 수명을 늘려야 한다. 80세든 150세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질병이나 노쇠에 시달리지 않고 정력적으로 살다가 어느 날, 별 고통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아침에는 마지막으로 화끈한 섹스도 한 번 즐기고 말이다. - 266, 2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 쓸모없는 꿈은 없습니다. 그러니 꿈꾸었던 길로 들어서지 못했다 해서 가슴속에 자리 잡은 꿈을 내쫓진 마에쇼. 오히려 도망가지 않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제 나름의 ‘성공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성공한 삶’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란 가장 ‘자기답게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며 능력입니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습득해야 하죠. 때로는 ‘방황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 8, 9쪽

셰익스피어가 그랬다던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음과 지혜를 바꾸는 것이라고. - 200쪽

"기생충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평생 기생충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네. 학위라는 것은 그저 자격증일 뿐이야. 이 분야의 학자라는 인증인 거지. 그다음부터 자네가 무슨 연구를 하든 그것은 자네가 개척할 나름이라네." - 201, 202쪽

<이기적 유전자>는 그야말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재해석하는 책이다.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사실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DNA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왔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라 부른다. - 207쪽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없어져도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그런 존재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없어질 필요는 없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나의 모든 상황에 온 힘을 다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아름답게 가면 된다.’
자칫하면 운명론자처럼 보일 위험이 있지만 운명론자와는 다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담담히,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가면 세상도 나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을 해보겠다고 욕심부리며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하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들이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내가 하고자 한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 212, 213쪽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행우도 역시 공짜가 아니다. 지금까지 60년 가깝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행운은 무작위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준비가 된 곳에만 방문한다. 현실의 눈으로 보면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목표일지라도 조용조용 준비하면서 차분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행운의 여신이 악수를 청하게 되어 있다. 단지 그 여신이 비행기를 타고 올 수도 있고 KTX를 타고 올 수도 있고 정류장마다 서야 하는 완행버스를 타고 올 수도 있기에 시차가 날 뿐이다. - 257쪽

‘consilience’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귀납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나는 책에 ’큰 줄기‘라는 뜻의 통(統)과 ’잡다‘라는 뜻의 섭(攝)을 합쳐, <통섭>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한 부제를 ’지식의 대통합‘이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학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더 크고 깊게 통합된 학문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 28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다.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에 들뜨고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란 이렇게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점에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 - 8쪽

흔들리는 청춘들과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조언을 나누고 싶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 63쪽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는 렌즈 가공기술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철학을 연구했고, 카프카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도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소설을 썼으며, T. S. 엘리엇(T. S. Eliot)은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시를 썼고,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교사, 서점 직원, 잡화점 주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소설을 썼다. - 69쪽

지독하게 공부‘만’ 했던 시절이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며 계속 유념했던 문구가 있다. 유학 시절은 물론 지금도 공부하면서 종종 본다. "You are only as good as your last paper." 즉, "자네는 지난번 발표한 논문의 수준만큼만 좋은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긴장하라는 뜻으로 지금도 연구실 출입문에 붙여놓고 수시로 본다. - 138, 139쪽

이러한 내용들에서 확인되듯이 법 공부를 잘하려면, 제일 먼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야 한다. 법학은 ‘가치지향적 학문’이지 ‘가치중립적 학문’이 아니다.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고, 다른 가치와의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을 알아야 한다. 법학은 독자적인 학문체계와 논리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다른 학문의 시각과 성과를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법학은 편벽하고 건조한 개념과 논리의 묶음에 머물로 말 것이다. - 152쪽

법학과 법률가는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마사 누스바움은 강조했다. "분별 있는 관찰자"는 "역사의 수많은 부분을 차지해온 고통과 불평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에 대한 인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 164쪽

"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너희는 지식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너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막았다"라는 예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가. - 167쪽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205쪽

"스무 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다는 증거고, 서른 살에 사회주의자인 것은 머리가 없다는 증거다." - 210쪽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 211쪽

대학 때는 세상을 ‘혁명’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987년, ‘혁명적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때는 세상이 완전히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세상은 급격히 바뀌지 않았다. ‘한 방’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세상은 전진후퇴,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천히 달라진다. 조급하게 마음먹거나 행동하지 말고 이 과정을 다 버텨내야 한다. 세상이 지금보다 빨리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230쪽

"지식인이란 자기 내부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진실(그것이 지니고 있는 모든 규범과 함께)에 대한 탐구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그 안에 담긴 전통적 가치체계와 아울러) 사이에 대립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이다. (…) 지식인은 그가 누구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일도 없고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자리를 배당받은 적이 없다 (…) 특권 계급으로부터 추방되고 그러면서도 혜택 받지 못한 계급으로부터는 수상쩍은 눈길을 받으면서 지식인은 이제 자신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 지식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 모순을 살아가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근본주의적 태도로써 그 모순을 초극하는 것이다." - 2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물론. 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내 인생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 문제 없지.
단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을 뿐.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는 낮과,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들,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회한과
감행하지 못한 모험에 대한 갈망과,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있을 뿐. - 23쪽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나를 선택한다. 인생이 왜 내게 기쁨과 슬픔을 안기는지 물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쁨과 슬픔으로 무엇을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 117쪽

방금 한 생각이 마음에 든다. 내겐 이 세상 누구라도 사랑할 자유가 있다.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사랑을 결심할 수 있다. - 126쪽

바울은 사랑을 예언과 비교했다. 신비에 대한 지식, 믿음, 자선과 비교했다.
사랑이 믿음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믿음은 우리를 더 큰 사랑으로 이끄는 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 자선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선은 사랑의 한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는 항상 부분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선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사랑이 이용하는 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이다. - 154쪽

"우린 이미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더 낫게 만들어야 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착하거나 악하다고, 공평하거나 불공평하다고 하는 생각들, 다 헛소리에요. 오늘 제네바는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요. 어쩌면 몇 달 동안 계속 이렇겠죠. 하지만 구름은 결국 걷힐 겁니다. 그러니 그냥 계속 가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세요." - 212쪽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될 거에요." - 212쪽

누구도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수록 더욱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외로움은, 결코 자신을 속일 수 없으면서도 행복한 척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사코 아침마다 피어나는 장미꽃만을 보여주려 하고, 상처 입히고 피 흘리게 하는 가시 돋친 줄기는 안으로 숨긴다. - 221쪽

"꿈을 꾼다는 건 그리 단순한 게 아냐. 오히려 반대지. 아주 위험할 수가 있거든. 꿈을 꾼다는 건 강력한 엔진을 가동하는 거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되지. 꿈을 꿀 때는 어떤 대가를 치를지도 선택해야 해." - 300쪽

"꿈을 찾는 사람에겐 대가가 따라. 습관을 버려야 할 수도 있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수도 있고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대가가 아무리 커도, 꿈을 찾지 않는 사람이 치르는 대가보다는 적을 거야. 꿈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날 뒤돌아보면 이런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 ‘인생을 허비하고 말았구나.’" - 301쪽

"맞아. 하지만 추억이 현재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혀 그렇지 않아. 사실, 추억은 날 숨막히게 해. 점점 내가 그때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 도착해 샴페인 한 병을 마였을 때까지는 모든 게 괜찮았어. 그런데 지금은 처음 인터라켄에 왔을 때 꿈꾸던 삶에서 내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알 것 같아." - 327쪽

내가 툭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자 아버지가 결국 화를 내셨다. "넌 이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필름의 그 조므나 사각 틀 안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니? 네 마음속에 기록해. 네가 뭘 경험했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 - 341쪽

나는 다른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은 세상에 있다. 해치워야 할 일, 불가능한 욕망, 고난과 쾌락뿐인 삶에서 멀리 떨어진 곳, 내게는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있다. - 346쪽

영원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산과 눈, 호수와 태양을 창조한 ‘손’의 도구에 불과하다. 나는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모든 것이 창조되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별들은 뒷걸음질친다. 나는 그 ‘손’에 봉사하고 싶다. - 346쪽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 속에서 기뻐한다. 머지않아 진리가 모든 것을 만회할 것을 알기에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렷하고 겸손한 정신으로 편견이나 편협함 없이 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들이 발견한 것에 만족한다.
‘진실성’이란 말이 사랑의 이런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아닐지 모르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가까운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진실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에게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내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런 사실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말한 것보다 상황이 낫다면 그에 기뻐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 357쪽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 35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 7쪽

특히 우리나라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처절하게 살아온 민족일수록 그 지식인들은 가해자들을 향해 식을 줄 모르는 분노와 증오를 품어야 한다. 그 시간과 세월을 초월하는 분노와 증오는 이성적 판단과 논리적 분석이 없이는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분노와 증오는 일시적 감정이나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고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인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현실의 부당함과 역사의 처절함에 대해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다면 그건 지식인일 수 없다. 더구나 작가로서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가 가슴에 담겨 있지 않다면 그건 작가일 수 없다. - 235쪽

처자식 있는 몸!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보다 훨씬 더 호소력이 강한 자기변명의 수단이고 무기였다. 그리고 비겁자, 보신주의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였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그 한마디는 그 어떤 난처한 입장, 그 어떤 궁지에서도 단숨에 탈출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묘수요, 만병통치 특효약이었다. 그 말의 밑뿌리는 우리의 골수에 박혀 있는 인정주의였다. - 248, 249쪽

누구든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질 수밖에 없다. 그 무게를 결정짓는 것도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요령껏 가볍게 질 수도 있고, 우직하게 무겁게 질 수도 있다. 그 선택 또한 오로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무거운 인생의 무게도 묫 견딜 무게는 없다. 그것이 스스로 선택해서 오는 무게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그 무게에 익숙해지고, 이겨 내는 과정에서 닥치는 고통과 괴로움이 외로울 뿐이다. 그 외로움은 혼자 견디어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쓰라린 인내는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 365, 366쪽

선거는 지배 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주는 제도일 뿐이다. 프루동의 말이다. 그러니까 지배 계급일 수 없는 일반 국민들은 단지 투표장에서만 나라의 주인일 뿐이다. 그들은 투표장을 나서는 순간 지배 계급에게 업신여김 당하고 짓밟히는 노예로 전락한다. 왜 그럴까? 이 말을 들어보라.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을 송두리째 넘겨주고 말았으니 그 결과야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돈과 결탁하는 ‘정경유착’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배신과 불의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또 다른 감시와 감독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시민단체다. - 373쪽

"충고란 그동안 있어 왔던 우정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배신을 무릅쓰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 3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