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을 먹는 짐승을 조심하라."라는 코스타리카 인디언 속담이 있다. - 82쪽
닭은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임기’를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명의 숨을 이어온 알 속의 DNA야말로 진정 닭이라는 생명의 주인이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tler)의 표현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에 불과하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알이 닭을 낳는다. - 160쪽
옥스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제는 과학계의 고전이 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른다. - 161쪽
자연의 도살 현장에는 언제나 경제주의자 즉 인간중심주의자와 환경주의자 즉 생물중심주의자 간의 각축이 벌어진다. 조금 살만하다 싶을 때에는 환경주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듯 싶다가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빠지기 시작하면 황급히 인간중심주의 논리로 복귀하고 만다. 급기야 우리는 열대우림 15곳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의 절멸 위험에 처해 있는 ‘중요 지점(hotspots)’ 25곳을 지정하여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전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을 ‘하마’라는 뜻의 머리글자 ‘HIPPO’로 요약한다. 서식처 파괴(Habitat destruction), 침입종(Invasive species), 오염(Pollution), 인구(Population), 과수확(Overharvesting)이 그것이다. - 214쪽
병을 안고 그저 오래 살기만 한다고 좋을 리 없다. ‘건강 악화와 수명 연장을 바꾼 거래’는 결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노화’이다. 이른바 건강 수명을 늘려야 한다. 80세든 150세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질병이나 노쇠에 시달리지 않고 정력적으로 살다가 어느 날, 별 고통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아침에는 마지막으로 화끈한 섹스도 한 번 즐기고 말이다. - 266,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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