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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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숨이 턱 막힌 이유였다. 평등하고 풍요로운 나라여서 보고 맛보고 만질 게 너무 많았다. 여기저기 마음껏 돌아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또 질서 정연했다. 가난한 사람들로 인한 무질서가 눈곱만큼도 없는, 그런 완벽한 질서를 엿볼 수 있었다. 뭐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침에 먹는 시리얼 한 사발조차 완벽했다. 심지어 제자리를 벗어난 것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26쪽

내가 취리히에 머물던 당시 인상 깊었던 것은 풍요로움이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었다. 두세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어딘가 교양 있어 보이는 얼굴 표정 말이다. 그걸 몰랐더라면 좋았을걸. 반면에 여기 미국에서는 연예인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아이들의 얼굴만 보게 된다.-29쪽

한편 유럽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 계산하기 힘든 GDP도 있다. 예컨대 미국 모델에서 미국인은 2300시간(중앙값 기준)을 일해야 하지만 유럽 모델에서 유럽인은 1600시간(중앙값 기준)만 일하면 된다. 유럽인은 연간 700시간 이상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다른 언어를 하나 더 익히거나 스리랑카를 여행할 수도 있고 독서를 할 수도 있다. 지금의 GDP로는 측정할 수 없는 여가의 가치를 마음껏 누리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몇몇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인당 GDP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삶의 질을 비교하는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중이다.-35쪽

몇 년 전 <헨리 애덤스의 교육(The Education of Henry Adams)>을 읽고는 충격을 받았다. 헨리 애덤스(Henry Adams)는 자기의 부족한 교육 수준을 한탄하며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수학, 이 네 가지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꼽았다. 최근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내 로펌 파트너 레온 데스프레스(Leon Despres) 선생은 1차 세계대전 전에 파리에서 자랐는데 한번은 내가 헨리 애덤스 이야기를 했더니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듯 "아, 난 그 네 가지를 모두 할 줄 알아."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그 말고는 이 네 가지를 모두 할 줄 아는 미국인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44쪽

불행히도 미국의 경우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GDP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고? 요리할 시간을 낼 수 없으니까 외식을 해야 하고, 화장실 청소할 짬을 낼 수 없어서 청소 도우미를 불러야 한다. 고장나면 수리할 여유가 없는 탓에 얼마 쓰지 않은 물건도 그냥 버려야 한다.
유럽인의 눈에는 주말 밤에 미국인 가족이 맥도널드에서 외식하는 광경이 그야말로 충격으로 비친다. 호경기 시절 식구 네 명 중 세 명이 1년에 2300시간 일하는 집은 운이 좋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쇼핑, 요리, 청소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한 조각 사 먹을 여유도 없다. 이제 사람들은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동안에 끼니를 때운다. 콜라를 더 많이 마실수록 1인당 GDP는 콜라의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다. 돈 쓸 시간은 줄어들었는데도 나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91쪽

이런 것은 '소비' 욕구라기보다는 '생산' 욕구에 가깝다. 집에서 일하기 위해, 즉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쉴 새 없이 일하려고 컴퓨터를 산다. 오래 일하려면 체력이 따라야 하므로 집에 운동기구를 들여놓는다. 일하는 동안 어린 자식을 돌봐 줄 보모를 부른다. 이런 것은 모두 더 오랜 시간 일하려는 '욕구'의 충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91-92쪽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시간의 가치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반면에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자유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바버라는 빚더미 위에 올라 있다. 따라서 여가를 즐기는 금쪽같은 일분일초는 모두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시간에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사벨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민주주의에서는 연금, 의료보험, 교육 등 모든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가 충족된다.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연장 노동은 삶의 질을 낮추는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바버라의 1인당 GDP가 높은 것이 도리어 바버라의 삶의 질이 이사벨에 견주면 얼마나 낮은가를 보여 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94쪽

사회민주주의와 환경주의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국의 환경 운동가들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독일은 높은 조세 부담률을 자랑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이기에 미국식의 무분별한 소비지출을 억제하는 가운데 환경 문제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았다면 소비지출의 한계를 정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독일은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덕에 환경 친화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179쪽

교육에 돈을 더 많이 쏟아붓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기초 연금에 돈을 더 쏟아붓는 것 역시 낭비이다. 미국은 충분히 썼다. 사실 미국은 필요한 생산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넓은 땅, 많은 노동력, 많은 자본, 높은 수준의 교육. 하지만 노동시장이 유연하기 때문에 인적 자본이나 지식을 개발할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의 장에서 미국은 독일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위에 있다. 그러나 독일이 미국보다 앞서는 결정적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사회민주주의이다.-217쪽

"복지제도를 제대로 관리해 나가려면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는 기민당 지지자 K의 말이 케네디 스쿨 졸업생 같은 민주당 정치인 입에서 튀어나올 날이 과연 올까? 사민당원뿐 아니라 기민당원조차 '평평한 세계'에서는 특히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게 사회의 시스템이 엉망이 되는 것을 막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아무리 힘이 약하다 해도 생산성 증가분을 여가 확대와 스트레스 감소의 관점에서 노동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반드시 소득분배의 관점만을 고집하라는 법은 없다. 노동조합이 없다면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끌어놀릴 전략을 수립할 길이 묘연해지고 만다. 사민당은 바로 이 점을 중시하지만 미국의 민주당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나는 불평등을 없애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부자가 중산층보다 더 오래 일하는 데다 생산성까지 더 높다면 소득이 더 많은 게 당연하다. 다만 그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371쪽

미국이 유럽식 모델을 채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인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이야기할 때에도 돈을 앞세운다. 그래서 돈을 적게 벌어도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생활수준이 향상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른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일상생활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371-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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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품절


언어의 고통 이전의 삶의 고통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삶의 고통은 자유로운 사람만 느껴요. 굴종하고 복종하는 사람은 못 느낀단 말이에요. 그 부분이 중요하죠. 언어 이전의 고통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너희한테 자유가 부족하다, 당당함이 부족하다는 거에요.-174쪽

위대한 문학가의 깊이는 곧 불행의 깊이에요.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불행을 성찰하고 그 불행을 우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문학의 가치에요.-194쪽

감정이 중요한 게, '자기답다'라는 것은 곧 감정의 고유성을 말하는 것이거든요. 중요한 건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다는 거에요. 느끼는 게 달라요. -207쪽

명심해야 할 것이 인문학에서 진보는 없어요. 공감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있어요. 디테일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사회과학자나 역사학자는 될 수 있어도 인문학적 사람은 될 수 없어요. -213쪽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시선이죠. 이렇게만 볼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볼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시선으로 본 것을 얼마만큼 디테일하게 묘사하느냐 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에요. 진짜 인문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선이에요. 시선을 틀어서 보기 시작하면서 고유성이 생기는 거죠. 인문학자의 가치는 시선의 고유성이거든요. 이미 누군가가 그 시선으로 다 봤는데 더 디테일하게 묘사해봤자 큰 값어치가 없어요.-248쪽

<<한비자>>에 <오두>편이라고 있어요. 다섯 좀벌레. 그 좀벌레 중 대표적인 게 지식인이에요. 지식인은 복잡한 담론을 만들어서 자기 기득권을 보호하고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사람들을 사상 갈등에 빠뜨려 죽게 만드는 좀벌레라는 거죠. 지식인은 사람들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자기 담론이 옳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비겁하다고 지식인을 비판해요. -252쪽

철학자든 시인이든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다면 이 문제에 이렇게 대응했을 것이다 하는 것까지 알아야 정말로 그 사람을 아는 거에요. 그래서 시선을 배워야 하는 거죠. 인문학적 독해는 그렇게 해야 돼요. -253쪽

우리가 시작했다가 멈출 수 있는 경쟁은 예뻐요. 딱지치기 같은 것처럼요. 문제는 경쟁을 외부에서 만들어서 멈출 수 없게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경쟁이 싫다고 온갖 경쟁을 다 없애버린 거에요. 제가 봤을 때 핵심은 그거에요. 인간은 때로는 경쟁이 즐겁기도 하거든요.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있어? 저거 딸 수 있어?' 꼬맹이 때 그렇게 놀았잖아요. 경쟁이라는 것이 내가 시작해서, 우리가 시작해서 멈출 수 있다면 괜찮은 거에요. 그런데 경쟁이 필수가 되어버리는 것, 내가 스톱 못 하는 게임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죠.-319쪽

한비자는 덕德이라는 글자를 얻을 득得 자에 마음 심心 자가 결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파자했어요. 마음을 얻으면 몸이 오지만, 몸을 얻는다고 마음이 오지는 않아요. -345쪽

오자는 안 그래요. 오자느 소수정예일 때 굉장히 무서워요. 오자의 모토가 부자지병父子之兵, 아버지와 아들의 군대인데요, 군대는 그렇게 되어야 강력하다는 거죠. 그래서 국가에서 현충일 같은 날을 지키는 거잖아요. 미국은 굉장하거든요. '죽으면 우리 국가가 지켜준다, 유골 다 찾아온다.' 현충 행사가 그거에요. 덕이라고요.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것이 있다. 교환의 논리에요.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관으로 사유해야 한다는 거죠. 국가가 재분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원초적 축적량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재분배 이전에 원초적으로 수탈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국가주의를 싫어하는 거에요.-347-348쪽

사람들은 매번 저 사람이 나를 구해줄 거라는 착각에 빠져서 스스로 구제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 구조 자체가 보수적이에요. 그 구조를 따르는 사람이 아무리 진보적이라고 해도 구조 자체가 보수적인 거에요. 인간이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 조건들을 공격하고, 그렇게 만드는 인간들을 지탄해야 해요. 모든 억압이 총집결된 것이 인간의 내면이에요. 개개인 스스로가 철저하게 노력해서 주인으로 서지 않으면 이 구조를 극복할 수 없는 거에요.-372쪽

제가 사회민주주의를 비판하면 사람들이 '그럼 대안이 뭐냐'고 해요. 제일 비겁한 담론이 그거에요. 뭐라고 비판하면 '대안이 뭐냐'고 하는 것. 집 나가야 하는데 어디 딱히 갈 데오 없고 대안이 없다고 못 나가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살 만하니까 그러는 거에요. 진짜 힘들면 일단 나가고 보죠. 나가는 것 자체가 대안이죠. 대의민주주의에 문제가 있고,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른 식으로 나가야죠. 제가 저기가 대안이라고 하면 그리로 갈 건가요? 그것도 아니잖아요. 잘못되었냐 아니냐만 얘기하면 되는데, 항상 대안이 있냐고 몰아붙여요. 지금 여기가 나쁘다는 건데 무슨 대안을 얘기해요? 대안 없으면 그냥 나쁜 채로 살아야 하는 건가요? 그게 문제인거에요. '이건 아니다, 이건 인간다운 삶이 아니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고칠 수 있는 건데.-377쪽

김수영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체제나 권력자의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를 '방종'이라고 한다고.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일 방종하다고. 김수영의 기준에서는 자유에 사랑이 있으면 어떠한 자유든 방종이 아닌 거에요. 사랑도 없이 함부로 검열하는 것이 방종이죠. 타인에 대한 애정이 있는 한도 내에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392쪽

사회민주주의는 분배를 하겠다는 건데, 분배를 하려면 자기가 소유를 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결국 소유 형식이 유지되는 거에요. 사회민주주의에서는 분배자와 피분배자의 위계가 생겨요. 분배하는 사람이 필요해지죠.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마르크스를 들먹이지만 정작 마르크스는 좌우지간 소유 관계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분배 얘기하는 놈들은 다 사기꾼들이라고 하거든요. 마르크는 일체의 소유 관계를 없애자는 거에요. 마르크스가 원한 건 코뮤니즘,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개인들이 자유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에요. 일체의 소유 형식을 없애자고 얘기했을 때는 국유까지도 포함한 거에요.-402쪽

사회가 총제적으로 건강해져야 망령이 없어져요. 박근혜의 등장은 일종의 파시즘적 징후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삶을 개척하지 못할 때 결정적으로 꿈을 꿔줄 수 있는 어떤 사람, 우릴 보살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강력한 정치적 멘토를 찾고 있는데 1920, 1930년대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가 딱 이런 분위기였어요. 자기 스스로 구원하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 재산을 더 안정적으로 지키고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할 때 히틀러가 등장한 거에요. 사람들이 나약해지면 독재자가 나오기를 꿈꾸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방향감각을 잃으면 '야, 저기로 가' 이렇게 명령을 내려주는 사람을 찾거든요. 그런 나약함이 보여서 우려가 돼요. 경제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회의하지 않고 돈을 잡아요. 구조의 잘못이라고 구조를 문제 삼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가 않아요.-405쪽

노무현한테 느꼈던 배신감이 그런 거였조. FTA는 자본 편을 든 거잖아요. 사회민주주의 논리는 자본이 커야 세금이 많이 걷히고, 그 세금으로 분배하겠다는 거에요. 그런데 자본의 양이 늘어나야만 분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사랑이 있으면 콩 한 쪽이라도 쪼갤 수 있어요. 지금 분배하면 돼요. 빵이 커져야 자른다? 안 자르겠다는 거죠. 빵이 얼마나 커져야 커졌다는 건지는 자기들이 정하잖아요. 계속 아직도 덜 커졌다고 해요.-440쪽

자본주의의 원리 중 하나가 고립되고 분리돼야 소비가 촉진된다는 거에요. 개성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에요. 예컨대 형이 입었던 옷을 쭉 물려 입는데, '나는 나만의 개성이 있어' 이러면 옷을 따로 사야 하잖아요.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소비하도록 우리를 쪼개요.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내면도 쪼갠다는 거에요. 개인의 내면을 분열시키는 거에요. 직장인으로서의 소비, 딸로서의 소비, 기타 등등으로 소비를 쪼개는 거에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많으면 소비가 많아져요. 왜냐하면 그 인간관계에 따라 자아의 형식을 정해야 하니까요.-477쪽

자본주의는 우리를 콩가루처럼 쪼개려 해요. 단결해서 같이 쓰지 못하게 해요.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싫어한다고요. 개성, 개성 하는데, 소비의 자유를 개성이라고 하는 것일 뿐이죠. 지금 광고에서 떠드는 개성이란 건 다양하게 고를 자유에 불과한 거에요. 사지선다형 식의 자유일 뿐이죠.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고르는 게 무슨 자유에요? 자본은 이렇게 인간을 파편화시키고, 개인과 개인을 떨어뜨려놓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내면을 산산이 쪼개놓을 수 있어요.-477-478쪽

라캉의 핵심 테마가 우리가 욕망하는 것의 타자성인데, 문제는 그 타자가 내가 선택한 타자냐, 아니면 부모처럼 내가 절대적으로 그 타자에게 던져져서 적응하는 것이냐 하는 거에요. 인생에 있어서 딱 한 번의 혁명이 필요한데, 그게 어린이 되는 거에요. 부모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버리는 이 과정은 굉장히 힘들어요. 한번 어른이 되면 어른인 거에요. 자기 욕망을 갖추는 것이 어른이 되기 위한 기본이에요. 핵심은 내가 타자를 선택한다는 거죠. 생존하기 위해서라는 동물적 의미에서 어머니의 욕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이 있어야 내 삶이 더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타자의 욕망을 선택하는 거죠. 그럴 때 어른이 되는 거에요.-5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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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구판절판


이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탐구해보려 한다. 첫째,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은 이런 식의 일방적 우위를 점한 충돌 속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맞서는 행동이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항상 이런 종류의 충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충돌을 잘못 읽고, 잘못 해석하고 있다. 거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거인에게 힘을 주는 원천인 것처럼 보이는 요소는 종종 커다란 약점을 낳은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이 약자underdog라는 사실은 때때로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약자로 존재한다는 것은 문을 열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자신을 가르치고 일깨우며,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20쪽

그에게는 금지옥엽처럼 아끼는 자녀들이 있었다. 다른 부모들처럼 그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해서 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거대한 모순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의 가치와 일의 의미,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펼쳐나감으로써 얻는 즐거움과 충족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성공했기 때문에 그의 자녀들이 똑같은 교훈을 얻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64-65쪽

"부유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게 저의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힘겨운 경제적 생활환경 속에서 망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유함 속에서도 망가집니다. 야심을 잃고 자부심도 잃어버리며, 또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스펙트럼의 양극단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인 셈입니다. 아마 중간 어디쯤에 최적의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65쪽

그러나 이와 같은 딜레마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 생겨나고, 우리는 종종 그다지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뒤집어진 U자형 곡선은 어느 시점에서는 돈과 자원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지 못하며, 또 어느 시점에서는 약화시키기 시작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88쪽

스투퍼의 요점은 우리가 지구적으로globally, 즉 가능한 가장 넓은 맥락 속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함으로써 국지적으로locally 우리의 인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박탈감은 상대적이다.-101쪽

권위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질서 있게 행동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정당성의 원칙'이라고 하며, 정당성은 세 가지 원칙에 바탕을 둔다. 우선, 권위를 따르도록 요청받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발언권이 있다는 생각, 다시 말해 그들이 목소리를 내면 상대는 들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둘째, 법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의 규칙이 오늘의 규칙과 대략 같은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 권위는 공정해야 한다.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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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천재가 된 홍 대리 2 - 3년 어학연수보다 강력한 6개월 영어 완성 프로젝트 천재가 된 홍대리
박정원 지음 / 다산라이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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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성공의 비결이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타인의 관점을 잘 포착해 그들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재능이다. - 헨리 포드-51쪽

"난 말이야. 무슨 일이든 해보기도 전에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 된다고 생각하면서 부딪쳐 보는 게 좋아. 또 왜 자꾸 나는 실패만 할까 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성공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차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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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어 -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
탈 벤 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구판절판


그들은 성적을 잘 받고 운동을 잘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지만 그러한 목표의 추구와 성취는 지속적인 행복을 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 학업 성적 대신 승진이 목표가 되는 것처럼, 구체적인 목표가 바뀔 뿐 기본적인 생활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인 피폐함을 성공에 따라오는 불가피한 대가로 여기는 것 같았다.-30쪽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하는 닫힌 질문이다. 행복하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행복은 어떠한 과정이 끝나는 곳에 있고 그곳에 도착하면 여행이 끝난다. 하지만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매달린다면 결국 불만과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항상 완벽한 기쁨을 맛볼 수 없다. 완벽한 기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따라서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묻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행복 추구가 어떤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5년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며 5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33-34쪽

성취주의자는 어떤 미래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영원히 행복해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에게 여행은 중요하지 않다. 반면 쾌락주의자는 오로지 여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목적지와 여행 두 가지를 다 포기한 허무주의자는 삶에 환멸을 느낀다.
성취주의자는 미래의 노예로 살고, 쾌락주의자는 순간의 노예로 살고, 허무주의자는 과거의 노예로 산다.
지속적인 행복을 얻으려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산 주위를 목적 없이 배회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이란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이다.-61-62쪽

우리는 대학에서 우등생이 되거나 큰 집에서 살겠다거나 하는 목표를 정해도 여전히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준과 기대에 따르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자발적인 목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목적의식을 느낄 때 우리는 '소명을 발견한' 것처럼 느낀다. 조지 버나드 ㅅ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기쁨이다."-81-82쪽

나는 이상주의자로 사는 것은 본질적으로 현실주의자로 사는 것이며, 인간의 진정한 본성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나 획일적인 삶을 살고 있어서 실제로 삶의 의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 높은 목적과 소명, 이상이 없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행동하는 것보다 꿈꾸는 것을 옹호하지는 않지만(둘 다 중요하다) 많은 현실주의자, 특히 성취주의자들이 모르는 중요한 진실이 있다. 바로 이상주의자로 사는 것이 곧 현실주의자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상주의자로 사는 것은 평생의 목적의식을 갖고 사는 것이다.-83쪽

행복은 우리가 장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프랭클은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잠재적 의미이다."-89쪽

스코틀랜드의 산악인 윌리엄 H. 머리는 <스코틀랜드인의 히말라야 원정기 The Scottish Himalayan Expedition>에서 벽 위로 배낭을 던져 넘기는 것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후퇴할 가능성이 있으며 망설이면서 우물쭈물하게 된다. 모든 시작과 창조 행위에는 하나의 기본적인 진리가 있다. 이 진리를 모르면 무수한 아이디어와 눈부신 계획이 빛르 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분명하게 선언하는 순간 신의 섭리 또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그 약속의 실현에 도움을 주려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모든 사건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물질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나느 괴테의 시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잇다. '뭔가를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꿈을 꾼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용기 안에는 비범함, 기적, 힘이 있다.'"-125-126쪽

어떤 목표, 미래의 목적을 정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현재의 즐거움을 높이는 것이다. 목표는 단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 목표를 목적(목표 달성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이 아닌 수단(목표 설정이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줄 수 있다는)으로 인식해야 한다. 목표 달성이 잠깐 반짝하는 즐거움을 주는 데 비해 목표 설정은 지금 하는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모든 단계에서 행복 수준을 높여준다. 목표는 우리가 현재에 충실할 수 잇게 해준다. -130쪽

어떤 목표가 자기일치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부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이유는 어떤 의무감을 느끼거나 강요당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요하고 즐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32쪽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철학 교수인 오하드 카민은 이렇게 조언했다.
"인생은 짧다. 진로를 선택할 때 네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라. 그중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라. 그리고 다시 그중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들로 선택의 폭을 좀더 줄여라. 마지막으로 그중에서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그 일을 하라."-137쪽

칙센트미하이와 주디스 르페브르는 <일과 여가활동에서 얻는 최적의 경험 Optimal Experience in Work and Leisure>이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일보다 여가활동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집보다 직장에서 몰입을 더 자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즉 우리가 일보다 여가활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직장에서 최상의 경험을 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력을 고통과 연결하고 여가를 즐거움과 연결한다는 편견이 너무 뿌리 깊어서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161-162쪽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은 자유다.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한 방 있다.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약점은 행복의 불공평한 분배다. 사회주의의 고질적인 약점은 불행의 공평한 분배다."-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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