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당신의 미래는 오늘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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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뻔한 것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게는 특히 공부방법이 그러하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지가 꽤 지난 시점에서도 공부방법론에 대한 책들은 내게 여전한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많은 공부방법론을 읽어 본 결과 전혀 새로운 방법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상황과 성격에 맞게 방법을 조절하여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수밖에.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그 '독한' 제목과는 달리 현 시대의 분위기와 뇌과학적 분석 결과를 통하여 진짜 공부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공해주는 공부 테크닉도 참고해볼만 하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공부가 필요한지를 생존의 문제와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서론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마음 다짐으로는 적절한 조언이 된다.

또한 공부는 우선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써먹기 위하여 하는 것이 진짜 공부가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공부를 통하여 충분히 젊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은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방법이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거부감을 줄이면서 우선 시작하여 일정한 궤도에 자신을 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짧고 강하게 계획하고 반복한다. 금방 잊어버릴지언정 이러한 투입은 어느덧 잠재의식과 연결되어 전혀 새로운 창조적 도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공부하자!

창조는 결코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자료가 뇌 속에 들어가야 거기서 새롭고 좋은 발상이 나온다. 무슨 수를 쓰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었기에 그런 기적적인 창조 작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 34, 35쪽

공부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만약의 일을 위한 대비가 아니다. 분명하고 확실한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다. 해 두면 언젠가 쓰일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쓰일,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 42쪽

그러니 싫은 공부도 의지만 있다면 끈기와 참을성으로 버티며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싫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참고 하면 그 순간부터 공부가 안 된다. 힘들다는 생각에만 주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의지나 끈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호르몬의 분비와 뇌 시스템이 그렇게 바뀌는 것이다. 작심삼일!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위대한 생리학자이자 뇌과학자였다. - 72쪽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자연스레 그 일의 흐름을 타서 차츰 몰입하게 되고, 그러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좋아지게 된다. 남다른 의욕이 있어 시작하는 게 아니고 시작하면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신기한 뇌의 기전이다. 일단 시작하면 다음은 절로 계속하게 되는 관성의 법칙, 그리고 작업흥분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 73쪽

대뇌 신피질은 `공부해야 한다`,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독려하지만 동물적인 변연계가 반발한다.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싫은 공부를 하기 위해선 여기를 잘 달래야 한다. 거창한 공부 계획일수록 변연계의 두려움은 더 커진다. 고로 작은 계획으로 시작해야 변연계의 경보발령을 막을 수 있다. 동물 뇌는 싫은 것에 반발한다. 공부도 싫은 것이라고 느끼면 당연히 동물 뇌가 반발한다. 싫은 일을 해야 할 땐 변연계를 자극하면 안 된다. 아주 작은 계획이라고 변연계를 속여야 한다. - 76, 77쪽

격정적 호르몬은 과다 분비될 때 문제인 반면, 세로토닌은 적어서 문제다. 세로토닌은 예민한 신경 물질이어서 한 번에 소량만 방출되며 분비 시간도 아주 짧다. 채 30분이 안 되며 효과가 지속되는 것도 길어야 1시간 30분 정도다.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30분으로 잘라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84쪽

많은 걸 공부하고 기억하면서 잠재의식 속의 창고를 채워야 한다. 그러면서 뇌가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성공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모두 우리가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기다려야 한다. 무의식 속에서 숙성되어 어느 순간 문제가 풀려 `아!` 하고 섬광이 의식 속으로 떠오를 때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창조는 좋은 와인처럼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 133쪽

마찬가지로 공부도 중간 진도를 체크하고 자신을 독려할 작은 목표가 있어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공부라는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 방법은 저만큼 앞에 보이는 작은 목표, 중간 목표점을 정하는 것이다. 목표가 눈에 보이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공부가 더 쉽고 편한 일이 된다. - 145쪽

공부는 핵심만 파악하면 된다.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대충 훑어보다가 어려운 부분은 건너뛴다. 시간이 없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자세히 읽자. 대충 읽기의 핵심은 읽는 속도에 완급을 두는 것이다.
빨리 읽다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면 어쩌나 하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많이 읽는 편이 더 낫다. - 188쪽

듣고 읽은 걸 그대로 입력해선 안 된다. 내 기존 지식을 동원해 비판, 보완하고 새로 편집, 요약한 걸 선택적으로 입력해 기억창고에 저장해 두어야 한다. 이게 크리에이티브 리딩(Creative Reading), 크리에이티브 리스닝(Creative Listening), 창조적 입력이다. - 190쪽

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의지력으로 기억력을 높이되, 그 의지가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당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 201쪽

문제는 첫날 하루다. 중고등학교의 45분 수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45분 공부하고 5분 복습한 후 10분간 휴식을 취하자. 45분 공부한 후 5분 동안 공부한 부분을 눈으로 슬쩍 훑어본다. 그야말로 `눈만 걸친다`. 이것이 첫 단계 복습이다. 모르는 부분은 책을 보고 다시 확인하거나 머릿속에서 반추한다. 이런 복습은 5분이면 충분하다. 이 5분이 짧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시험 결과, 더 나아가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이다.
두 번째 복습은 취침 전에 한다. 그날 공부한 분량의 전체를 훑어보고 기억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 놓는다. 그날 얼마나 많은 양을 공부했든 30분이면 복습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세 번째 복습은 1주일 후에 한다. 지난주에 공부한 내용을 다시 보는데 이것은 기억의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그 전에 익혀 놓은 기억의 재생을 방해하기 때문에 `한 주 앞서 공부`한 내용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이다.
이 세 단계를 게을리했다가는 책상 앞에 붙어 있던 그 힘든 노력이 기억과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 204, 205쪽

우리가 피해야 할 한 가지, 자기 한계 설정이다. 내가 가진 게 이것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그것이 전부가 된다. 그리고 발전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만다. 이게 우리 인생의 덫이다. 자기 한계의 함정에 빠지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강점 지능을 찾아 깨워야 한다. 이게 창조적 학습의 출발이요, 기본이다. -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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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연합뉴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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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에 미치는가? 그리고 그것에 왜 미치게 되었는가?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여러 가지 이유들은 각자의 의미에 맞추어 더 깊거나 혹은 넓어진다. 그래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깊이'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그는 비로서 '오덕/덕후'(이)가 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결국 그 의미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만화에 빠져들어 그 내용을 분석하고 캐릭터들을 사랑하며 세계관을 이해한 한 오덕이 해당 만화의 제작사에서 제시한 스탬프 랠리에 도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실제 다큐를 모델로 하였기 때문에 단순히 보면 사건에 대한 재편집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음을 둘 곳 없는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흔들림을 그려낸 20대의 성장소설과도 같은 느낌이다. 기존 세대가 갖고 있는 성공이라는 이상과 그것을 위한 갖은 의미들에서 벗어나, 딱히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재미 있어서, 즐거워서 그것에 흠뻑 빠져들어버린 에반게리온 오덕의 실화를 소설적인 요소와 적절히 가미하여 탁월하게 그려냈다.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이 말 한 마디, 책 한권, 영화 한 편 일 수 있듯이, 도대체가 설명도 안 되고 이유도 잘 모르겠는 만화 한 편이 어떤 이에게는 삶의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실존인물이 가진 이야기성에 의존한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 열광 세대의 감성과 체험을 깊이 이해하고, 인물에 시대상과 인생을 입히는 시선이며 이야기를 리듬감 있게 끌고 가는 작가적 역량이 탁월했다."

군대가 고등학교보다는 더 나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시스템이 온몸으로 "너희들은 뻔한 놈들이야"라고 주장했지만, 군대에서는 "다들 사정이 있는 건 알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뻔하게 있다 가라"라고 말하는 차이가 있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선생들은 정말로 자기들이 스승이고 인격자이고 마음의 어버이이고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최소한 선임병들은 더 거칠긴 했어도 그런 위선은 부리지 않았다. 아무리 멍청하고 고약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내무실 안에서의 위계가 제대한 뒤에도 이어질 거라고 믿지는 않았다. - 110쪽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신지는 결국 모든 인류의 A.T.필드를 무너뜨리고 아스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잖아요. 그리고 그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죠. 우리 모두에겐 A.T.필드가 있다, 그 장벽 때문에 외롭고 슬프지만 그 벽이 사라지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에반게리온 전체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요? 타브리스가 왜 다른 자살 방법을 놔두고 손목을 그었는지 저는 몰라요. 자살할 정도로 절망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저는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 137, 138쪽

`손목을 긋는 건 죽을 마음이 없었다는 뜻`이라는 해석은 굉장히 무례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남의 자살 방법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남의 이유에 대해서도 금방 쉽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짝사랑을 거절당하고 게이라는 사실이 들통 난다고 그게 뭐 죽을 이유까지 된다는 말인가. 세상에는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하고 말이죠.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남의 삶과 죽음의 가치까지 제멋대로 정해버리게 됩니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살아라` 하는 식으로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그런 참견을 할 시간이 있으면 네 일에나 신경 써라`거나 `그렇게 오지랖을 부리는 걸 보면 관계의존증이 틀림없어`라고 되받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차 근거 없는 추측이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 138쪽

세계는 멸망해가고 있었다. 다만 그 멸망의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 151쪽

"에반게리온 월드 스탬프 랠리와 그런 여행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내가 물었다.
"글쎄요, 큰 틀에서는 같습니다. 무의미하고, 시간 낭비라는 점에서요. 그래도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순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그게 자아 찾기라고 포장한다는 점이겠죠.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두번째 차이점은 결과물이죠. 저는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마음을 먹고 가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왔어요. 워낙 손에 잡히는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요. 글쎄, 순례 여행을 떠난 사람들 중에서도 처음부터 여행서 출간이 목적이었던 분도 계시겠지만 그러면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났다고 말씀하시면 안 되죠." - 192쪽

"내 생각에 스탬프 랠리라는 행사는 오덕들에게 딱 어울리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 우리가 한정판에 미치는 이유가 뭐겠어. 한정판 상품이라고 더 퀄리티가 높은 건 아니잖아. 한정판이 일반 상품과 다른 점은, 돈을 아무리 더 줘도 살 기회를 놓치면 살 수 없다는 데 있는 거야. 오덕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의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진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해. 그런 우리들에게 캐릭터 상품은 어딘지 불쾌한 데가 있어. 일단은 그 상품들이 우리 호주머니만 노리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고, 두번째로는 돈만 있으면 누구가 그 캐릭터 상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한정판은 적어도 돈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야 하고, 판매할 때 가서 줄을 서야 하고, 시사하긴 해도 어쨌든 노력을 들여야 손에 넣을 수 있어. 그런 한정판을 갖고 있으면 캐릭터와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연결된 듯한 착각이 들지. 내가 쏟는 시간과 노력이 있으니까. (...)" - 211,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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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 우리가 몰랐던 선거전의 비밀
EBS 킹메이커 제작팀 지음 / 김영사on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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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선거철(대선이 아닌 총선이긴 하지만)이 다가오자 약간의 피로감이 온다. 그리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닌 우리 동네를 거닐면서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매번 왜 새누리당에 투표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찾아보니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이 이미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연관되어 있는  책 중에 <킹메이커>가 있어 제목이 주는 임팩트 때문에 이것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킹메이커'는 과연 국민인가, 아니면 유권자들을 프레임에 가두어 움직이게 하는 다른 세력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노년층은 자신들이 살아온 경험을 '안다'라고 인식하고 있고, 이와 반대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아직 인생을, 정치를, 세계를 잘 '모른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치 신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노년층의 인식일 터이다. 자신들이 인지하지 않은 인물에 대한 거부감과 비신뢰.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후보자들이 대통령 옆에서 사진을 찍고, 유력한 대권 후보자 옆에서 사진을 찍어, 이를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당신이 아는 이분들과 함께 해온 사람입니다.' 라고 어필하며.
게다가 노년층에게 있어 그들이 경험해온 굴곡진 한국사는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극적인 스토리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살만해졌다고 과거를 비난하거나 지우려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부정'과 도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지긋지긋했을지 모를 박정희를 아직도 마음속에서 털어내지 못하며, 그래도 그때는 괜찮았다는 회고적 환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너희들이 뭘 알아?' 혹은 '그때가 좋았다'는 회고적 성격은 정치 영역에서는 확고한 보수적 지지 기반으로 탈바꿈 된다.

노년층이야 그렇다고 치고,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은 왜 보수화되는 것일까, 라는 것이 내 또 다른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미국 (그리고 소련)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프레임을 분석하는 이 책을 읽고 다소 의문이 풀렸다. 결국 지난 2번의 대선에서 야당은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했었던 것이다. 몇 가지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네거티브는 효과가 있다. 점잖은 척 무대응을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을 묵인하는 것이 된다. 네거티브에 부정적인 유권자들도 결국 네거티브의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가 난무하게 되는 순간부터 정책 이슈는 사라지고 만다. 결국 승리한 측에서도 선거 승리 이후 별다른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며, 그 피해는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부시 진영의 리 애드워터가 임종을 앞두고 그가 네거티브 전략으로 부시를 당선시킴으로써 미국 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에 반성하며, '내가 만든 청사진을 따라가지 말라, 치워버려라,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자.

2. 프레임에 대한 대응은 자신의 언어로 해야 한다. 예컨대 '4대강 살리기'라는 아젠다를 제시한 새누리당에 대해서 '그것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다'라며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선점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를 사용했어야 했다. 그나마 최근 프레임 대응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테러방지법'에 대하여서 자신들만의 용어로 변조하여 대응하면서 프레임 선점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전략이 (법안 통과라는 결과는 별론으로 하고) 국민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


3. 중도파는 허상이다. 그것은 평균값이지 실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진보적일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다. 여러 가지 항목을 늘어놓고 진보와 보수에 체크를 해 평균을 낸 값이 나를 '중도'라고 칭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나는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고, 재생에너지에 찬성하고, 경제성장보다는 분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인권 못지 않게 동물권도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방, 치안이나 안전을 비롯한 그 밖의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어느 정당이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포섭하기 위하여 정책을 바꾸어 국방 강화, 성범죄자 형량 강화, 사형제 존치 등의 정책을 제안한다고 해서 표를 얻을 수 있을까? 다양한 성향을 맞추기 위하여 노선을 수정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여 정립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4. 마지막은 소통이다. 이것은 SNS 계정을 만들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많은 팔로워나 친구를 가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분석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팩트(fact)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수정하고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댓글의 영향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던가.


<킹메이커>는 유권자들이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선거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선거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는 책일 수도 있다. (정치인이 아닌) 나는 이 책을 통하여 몇 년사이 급격히 퇴보한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해보고, 정당들의 뻔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는 유권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책을 덮으면서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킹메이커'는 과연 국민인가? 나는, 우리는 '킹메이커'가 될 수 있을까?

네거티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은 1978년 맥도널드 햄버거를 둘러싼 논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8년 당시 미국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소문이 돌았다. 바로 맥도널드 햄버거 고기의 원료가 지렁이 고기라는 소문이었다.
맥도널드 측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리고 `우리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고 매장에 써 놓기까지 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 맥도널드의 해명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지렁이에 대한 연상 작용을 강화시킬 뿐이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맥도널드는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두 가지 해결책을 찾았다.
하나는 고급 레스토랑 스테이크에서도 지렁이 고기를 봤다는 헛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아서 값싼 패스트푸드인 맥도널드와 지렁이의 연관성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맥도널드는 햄버거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다른 쟁점을 제시했다. 밀크쉐이크와 감자튀김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햄버거에서 돌렸다. 그러면서 맥도널드는 괴소문 때문에 받은 타격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 - 37쪽

"가장 최악의 대응은 그 공격을 반복하면서 방어하는 것입니다. 그 공격을 반복하는 게 문제죠. 이것은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상대방을 돕는 셈이에요. 프레임을 부인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프레임을 활성화시키는 거죠.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들으면 코끼리를 먼저 떠올리게 되듯이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의 공격을 반복하는 대신 자신의 견해를 말해야 합니다. 자신의 도덕적 입장과 신념, 그리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야 하죠. 나아가 이에 반대되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해요. 그냥 방어하는 거죠. 자신의 신념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도덕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어요." - 조지 레이코프(버클리대 언어학과 교수, <프레임 전쟁> 저자) - 37, 38쪽

듀카키스가 1988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는 부시가 일으킨 공격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부시의 공격이 잘못된 것이고 부적절한 공격임을 유권자들이 자연스레 알게 되리라 여겼다.
하지만 듀카키스가 대응하지 않자 대중은 부시의 공격 내용을 오히려 믿게 되었다. 대중은 뭔가 잘못되었다면 듀카키스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격해서 논의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 39쪽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왜 유권자들은 이에 반응하고, 어째서 이것은 효과가 있는 걸까?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내용과 진실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일종의 균형잡기 같은 것이다. 효과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거짓이 아니거나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간단히 증명하기 어렵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많은 경우 내용의 사실을 조작한다. 반만 진실을 말하도록 숫자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깊이 조사하지 않거나,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따져서 오류를 찾아내지 않으면 이러한 네거티브 선거운도으이 내용은 매우 그럴듯해 보이기 쉽다. 개인의 이력이나 공식발표와 같은 쉽게 증명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래서 결국 설문조사 당시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 53, 54쪽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를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를 통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생기고 취임 이후 정책을 집행할 추진력이 생긴다. 성공한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나 레이건 등은 모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었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직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이런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유권자들은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집행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유권자들은 오직 누구누구가 싫어서 그 사람을 뽑았을 뿐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네거티브 선거는 낙선자뿐 아니라 당선자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셈이다. - 82, 83쪽

결국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접근해 관용의 자세를 취하고, 반대 후보의 모순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접근해 원칙의 자세를 취한 셈이다. 모순을 파악할 때에는 이성을 움직여야 하는데 왜 감정적인 영역이 작동하는 것일까?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조장희 박사에 따르면, 가족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어떤 당 혹은 그 당의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긍정하는 편견과 그를 지지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고 한다. 거기에 자기 이익이 결부되면 그 편견과 관습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 경우 우리 뇌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찾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거나 잘못되었다고 간주하는 동기화된 추론을 하게 된다. 그로인해 우리는 지지하는 당이나 후보에 관한 정보를 접하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처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 114, 115쪽

실험팀은 이 실험의 교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선거운동에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 있는 30퍼센트 내외인 상대편 지지자들에 잘 보이려고 한발 다가가는 전략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은 당신을 지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115쪽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중도적인 전략으로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중도파를 위한 이데올로기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도파의 신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중도파는 사안에 따라 진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조합인 셈이다. - 121, 122쪽

레이코프 교수는 중도 성향의 사람들을 이끌어 다수당이 되기 위해 중도화 노선을 취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며, 특히 기계적으로 중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 쟁점에 대해 중간 위치를 지키려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거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이야기가 바뀌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36년, 대선에서 루스벨트와 맞섰던 알프레드 렌든(1936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 그런 실수를 했다. 랜든은 루스벨트의 뉴딜에 대항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왔지만 뉴딜을 직접 공격하기 어려웠다. 여러 전략을 펼쳤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던 그는 급기야 뉴딜정책에 동조하는 발언과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 136, 137쪽

득표를 위해 중간으로 이동하는 태도는 선거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애초에 그런 입장을 가진 유권자가 없으니 아무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런 태도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진정선을 의심하게 만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신념을 버리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는 중도가 아닌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는 보수 혹은 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후보자는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는 유권자들을 찾아 모으는 것이 유리하고, 자신의 도덕적 가치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셈이다. 후보자가 더 많은 유권자들과 도덕적 가치를 함께 할 수 있을 때,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유대감이 단단해지고 후보자는 당선자, 나아가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 141, 142쪽

이슈에 따라 진보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을 넘나드는 이중개념주의자들, 즉 중도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중개념 체계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자신의 개념 체계와 언어로 이야기 해야 한다. 왜냐하면 언어는 신경회로에 있는 프레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이 프레임들이 사람들의 도덕 체계와 연결되어 있다. 보수주의자의 언어는 보수적인 도덕 시스템을 자극하고 이를 강화시킨다. 신경회로가 활성화될 때마다 더 강해진다. 그러나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면 이를 반박하거나 부인하더라도, 상대방의 프레임과 도덕 체계가 활성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프레임과 도덕 체계는 약해진다. - 148쪽

정치인의 단어 선택에 따라 유권자들의 사고 프레임이 결정되고 정책과 정당에 대한 선호가 달라진다. -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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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 미래를 바꾸는 천재 경영자
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 이수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경영자가 바로 엘론 머스크다. 그의 이상이나 철학 못지않게 실제로 보여주는 실적과 결과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엘론 머스크 일대기와 페이팔(온라인 결재), 테슬라(태양열 자동차), 스페이스X(재활용 로켓)와 같은 그의 사업에 대한 배경과 성과를 적절하게 정리하면서, 그가 그려나가는 궤적이 우리들에게 주는 메세지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1. 목표의식: 성공 이상의 무엇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X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을 통하여 누구나 놀랄만한 성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는 태양광을 이용하여 지구온난화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고, 지구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화성으로의 이주가 필요하다는 바탕이 깔려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바로 수긍하기 어려운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사업의 성공이나 단순한 부의 축적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자신만의 이상을 굳은 신념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앞에 펼쳐진 장해에 굴하지 않고 수많은 실패와 복잡한 난관들을 뚝심있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 노력과 끈기


너무나 당연한 항목이지만, 그의 천재성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노력과 끈기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가 그토록 많이 사업에 실패를 했고, 사람들의 비웃음 꺼리가 되었으며, 다른 사업자들에 의해 견제를 당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쉬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흔히 말하는 '한 방'을 기대했다면 지금의 엘론 머스크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간과하는 것은, 천재도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결국 노력이 그를 구한다는 것이다. 


3. 실행


그의 천재성은 노력에 따른 산물이지만, 그의 성공은 실행과 추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가 실패를 손실이 아닌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양한 실패는 결국 적합한 결론을 찾기 위한 경험이 되고 데이터가 되고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실패할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행력을 점점 떨어뜨리는 탁상 위의 회의보다는 생각을 바로 실행하는 것을 중요시 했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아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그가 해낸 것이다. 

태양열은 경쟁력이 없다며 아직도 전통적인 석유 에너지를 고수하려 하는 기득권 세력, 테슬라보다 먼저 전기차를 출시했음에도 더이상의 성과나 진전이 없이 현재는 그저그런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GM,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들인 장기적 프로젝트로만 우주항공 개발에 힘쓰려 하는 NASA, 여전히 고민하고 주저하고 있는 이런 거대 조직들은 엘론 머스크의 반면 교사였을 것이다.


**

우리는 흔히 천재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내는 특별한 사람이거나 일반인들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상식 파괴자인 괴짜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에서 조명한 천재, 엘론 머스크는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여, 마침내 새로운 문제해결의 방식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시작할 때부터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면 길이 열립니다. 가능성은 만들어지는 겁니다." - 11쪽

"설령 발전소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만들어낸 전기를 전기자동차에 충전하더라도 전기자동차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화력 발전소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 전기는 연료 대비 효율이 약 60퍼센트다. 그런데 화석연료인 가솔린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때의 효율은 20-30퍼센트에 불과하다. 더구나 도심지를 달릴 때는 최대 출력의 10퍼센트 이하의 힘밖에 필요치 않아 그 효율이 15퍼센트 정도까지 내려간다. 그렇다면 가솔린자동차는 연료의 약 80퍼센트를 열 손실로 외부에 버리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 97, 98쪽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더 어렵다."
사업가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제품화하고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팔아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사업 혹은 비즈니스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가 그 제품에 만족해 반복구매가 일어나면 그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다.
만약 머스크가 `현실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단념했다면 아마 테슬라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테슬라는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그 시점에 마침내 최고의 전기자동차 모델 S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 146쪽

NASA에서는 어떤 제안이 나오면 오랫동안 분석하고 검토하는 것은 물론 수차례 회의를 반복한 후에야 간신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조직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수직적 구조라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더욱 독특한 것은 스페이스X에서는 회의실에서만 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리에 앉아 논쟁으로 낭비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을 해보라는 게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원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서류 작업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NASA식 관료주의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페이스X에서는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즉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을 한다. 만일 실험 결과가 기대치보다 나쁠 경우 그것을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다음 실험에 도움이 될 귀중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 180쪽

스페이스X는 파격적인 규모의 낮은 비용으로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머스크는 "그 성공은 혁명적인 돌파가 아니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서 이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의 비용 절감은 과감한 돌파력에서 이뤄진다"며 스페이스X의 `무기`를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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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위기가 닥치고, 주인공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여 모든 것을 잃게 되는데, 그 밑바닥에서 새로운 영감 혹은 기회를 얻어 인생을 재기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면 주인공이 제발 예정된 불행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를 바라며 읽게 된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 어느 목사와의 대화에서 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고" 한다. 그렇기에 어떤 분위기나 정황을 감지한 책 밖의 독자가 책 안의 주인공에게 바라는 기대는 쉽사리 무너지고, 독자는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고 이겨낸다.


<비트레이얼>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경제적 무능함을 어린 시절 경험했던 주인공(로빈)은, 화가로서의 재능이 매우 뛰어고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재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보헤미안(폴)을 만나 결혼하는 '모순'에 빠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폴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에 대해 로빈은 스스로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뛰어든다. 그 길에는 알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예상하면서도. 어찌보면 그가 스스로 자초한 불행의 원인이 모든 것에 똑뿌러지는 결말을 원하는 그의 방식일지, 자신의 결혼을 불행하게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 폴 (또는 아버지)에 대한 일말의 연민일지, 그에게 심하게 했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일지,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매순간 '이번 일만 처리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다짐 이면에는 살면서 맞게 되는 선택 앞에서 현실적인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끌고 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도 같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상대방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며 성공의 길로 들어서는 주인공을 그린 케네디의 기존 소설들에 비해 이 책은 폴이나 그를 곤경에 빠뜨린 벤 핫산에 대한 완벽한 복수는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게 되고, 여전히 폴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채 현실에 적응하는 로빈을 그리고 있다. 폴에 대한 분노는 사라지고, 죄책감은 연민이 된 것일까. 아니면, 그의 배신과 거짓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일까. 비록 폴은 사라졌지만 그의 자리를 메워줄 아이를 통해 로빈의 모순과 불행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채색될 수 있는 것일까.

 

눈을 떼기 힘든 빠른 전개와 실제로 보는 듯한 다양한 묘사는 여전하지만,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불분명하고 부족한 것 같다.

폴이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발코니 의자에 앉아 먼동이 트는 하늘을 지켜보았다.
"이맘때를 뭐라고 표현하는지 알아?"
"새벽?"
"새벽이나 동틀 무렵 말고, 다른 말이 있어."
"시적인 말이야?"
"제법 시적이지. 이 무렵을 `블루 아워`라고 해."
"블루 아워."
나는 잠시 그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입으로도 소리 내어 말해 보았다.
"어때, 제법 시적인 말이지?"
"너무 어둡지도 가볍지도 않은 말이야."
"모든 사물이 평소와 다르게 보이고, 우리가 상상과 지작 사이에 갇혀 있는 때라 할 수 있지."
"선명하면서도 모호한 때?"
"투명과 반투명 사이." - 72쪽

나에게 행복이란 늘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도하는 모든 일의 밑바탕에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깔려 있다. 우리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벗어던지는 순간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을 경우 상대의 두려움과 불안감도 자신의 몫이 된다. 부부가 짊어지고 있던 짐들을 모두 내려놓을 때 비로소 배우자 덕분에 생의 축복이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매우 고귀하고 드문 순간이다. - 92쪽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보려고 하지 않죠. 상대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받게 될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지요." - 294쪽

"하나님이 전지전능한 존재인지, 우리의 운명을 모두 결정짓는 존재인지에 대해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몽테뉴가 한 말이 저의 생각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말이죠." - 295쪽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 439쪽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다. - 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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