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관계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 P68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가책을 함께하는 것인지, 도저히 말로는 옮겨지지 못할 많은 감정들이 쏟아지고 쏟아져, 깨지고 상하고, 문드러지고 휘발되어버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런 사랑을 나누는 것이 두렵기도하다. 사랑을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 P38

다른 사람들은 실소를 머금을지라도, 딸에게는 단하나라도 이익이 더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펼쳐놓은세련되지 못한 속내였다. 너무 소중해서 지키고 싶은것, 그래서 과한 마음이 체면 따위는 생각도 않게 하는 것. - P110

나는 그런 삶에 반대한다. 미래에 성취될 이익 때문에오늘을 저당잡혀 산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 P151

누구나 자기 역사 안에서 세상을 수용하는 법이니까.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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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가책을 함께하는 것인지, 도저히 말로는 옮겨지지 못할 많은 감정들이 쏟아지고 쏟아져, 깨지고 상하고, 문드러지고 휘발되어버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런 사랑을 나누는 것이 두렵기도하다. 사랑을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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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동네는 많겠지만 인간에게 익숙한 것만큼 편한 건 없다. - P43

돌이켜 보니 우리는 ‘집’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랐다. 나는 어딘가에서 좋은 동네와 좋은 집을 보면 막연하게 한 번 ‘살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사고 싶다’라고생각한다.
다시 말해 나에게 ‘집‘이란 그리 현실적이지 못한 대상이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내 집이다. 그런 나와 달리 J에게 집은 주거 공간이자 재화이고 동시에 미래의 삶이다. - P74

한때는 모든 이의 드림 하우스였던 2DK 연립 주택도 시대가 변하면서 더는 꿈이 아닌 허물어진 집이 되었다. 료타가 작가라는 꿈을 동경해 왔지만 결국 그 꿈도 시간과 함께 수명을 다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아직 더는 꿈이 아닌 미련 속에만 살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를 바란다. 연립 주택을 벗어나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던 요시코처럼. - P81

인간은 현명한 선택보다 편한 선택을 하는 존재다. - P192

더 좋은 집을 꿈꾸는 것, 더 나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모두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6개월에 걸친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새로운 ‘욕망‘이었다. 미래를 향한 욕망과현재에 충족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나는 매일 저울질하는중이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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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 새들에게 일상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비행에 최적화된 기관이 있다고 해서, 또 자주 날아다닌다고 해서, 새들이 비행에 별 감흥을 못 느낄 거라고 단정할수는 없다.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 잠재력을깨닫고 목적에 걸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 아닐까? - P52

나는 침묵했다. 대답을 미루고 침묵을 택한 것이 아니었다. 대답을 잃자 남은 게 침묵뿐이었다. 엄마에게 등을 돌린 채멀거니 서서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을 찾아 머릿속을 헤맸지만 끝내 아무런 문장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 P58

"길을 찾고 있는 거야. 원래 달빛을 쫓아가고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이 자꾸 밝아지면서 길을 잃고 만 거야. 다시 달빛을 쫓아 헤매다가 결국 가로등 불빛을 달빛으로 착각하고저렇게 되어 버렸지." - P77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 시기에는 누구나 아무 노력 없이 몸이 자랐고, 이해하지 않아도 조금씩 어른이됐다. 매일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잃었다는 사실도 쉽게 잊었다. 친구의 이름. 얼굴. 어제의 즐거움. 두려움. 화답을 기대하는 마음. 슬며시 생겨난 앙심. 단순하게 반복되는 폭력. 결별. 지난 계절의 더위. 추위. 꿈. 불가해한 죽음. 지속되지 않는 다짐. 너를 버린다는 말. 그 모든 것들이 기억 너머로 가라앉는다.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아 깊은 구덩이 속에 고이고, 바로 거기, 잔잔한 수면이 생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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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나무가 기형적인 것은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를 비난한다 불구자라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푸른 조각배나 해협의 한가로운 돛을
나는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어부들의 닳아질 대로 닳아진 어망뿐이다

-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 중 - - P39

식탁 위의 고기를 약탈한 놈들이
안빈낙도를 가르친다
남을 희생시켜 벌어들인 놈들이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먹고 있는 놈들이 주린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위대한 시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국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놈들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 독일 전쟁 안내 중 - - P61

당신이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면 우리들은
당신과 함께 그 길을 간다 그러나
바른 길도 우리를 빼고는 가지 말라
혼자서 가는 길은
가장 옳지 않은 길이다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우리들이 잘못이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과 떨어져서 가지 말라!

- 그러나 누구인가 당은 중 - - P87

살길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밤 속에서 일제히 우는 것이다
조그마한 노래 하나를 짓는 데도 불행이 필요한 것이다
몸짓 하나를 하는 데도 회한이 필요한 것이다
기타 한 줄을 치기 위해서도 흐느낌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그대에 대한 사랑도 조국애와 같은 것
눈물로 키워지지 않는 사랑은 없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인 것이다

-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중 - - P105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혼을 장식하는 채색이다
여자는 남자를 활기 있게 해주는 떠들썩하고 우렁찬 소리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질 뿐
나무 열매나 열매 없는 핵에 불과하다
그 입에서는 거친 들바람이 나오고
그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그것마저 자기의 손을 때려 부숴버린다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태어나고 사랑을 위해 태어나는 것이라고
낡은 세계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 미래의 노래 중 - - P127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두 눈만을 믿는다
너의 눈이야말로 천국의 빛이니까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마음만을 믿는다
달리 나의 신은 없으니까

나는 악마도 믿지 않는다
지옥도 지옥의 고통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너의 두 눈과
매정한 너의 마음뿐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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