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 만남부터 이별까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
이원영 지음, 봉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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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물의 권리나 동물복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터라, 이런 생각들의 철학적 배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철학도에서 수의사가 된"이라는 띠지 카피를 보고, 동물을 철학적으로 수의학적으로 대하는 저자의 생각을 엿보고 싶어졌다.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한 치 더 깊게 들어간 고민을 원했는데, 수의사로서 제공해줄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생활밀접형 정보나 주의사항, 반려동물에 대한 감성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구매의도와는 맞지 않는 독서가 되어버렸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예정이거나 막연히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독해볼 필요는 있겠다. 

무언가에 이름 짓는 방식을 보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그 대상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다만 그 대상이 동물이라면 좀더 자유롭고, 좀더 무의식의 세계가 드러날 뿐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상대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바라는지, 자신이 끝내 이 세상에서 성취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혹은 스스로가 책임과 즐거움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두는지, 남들에게 묵지하게 보이고 싶은지 가볍게 보이고 싶은지, 남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유도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이곳에 던져진 자신이 끝내는 어떻게 사라져가길 상상하고 있는지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 35, 36쪽

생존의 기본 조건을 제공한다고 해서 상대를 함부로 할 수 있는 권한과 자격을 가질 수 없다는 원칙이, 어째서 인간에게만 적용되어야 할까? 당연히 동물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내가 나의 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쉴 곳을 마련해준다고 해서 그들을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직관적으로나 반려동물을 내 맘대로 해도 좋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자세다. - 69쪽

상당히 많은 반려동물들이 아주 기본적인 조건만 제공하면 놀라운 관계를 선물로 준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그들로 인해 기쁨과 행복이 저절로 생겨날 수 있다. 또한 서로의 관계가 비틀리지 않으며 즐거움, 편안함, 애틋함 등의 긍정적 감정들이 강화된다. 그들이 내 삶에 깊이 들어올수록 나 역시 그들에게 깊이 다가가게 되고, 갈수록 서로를 고양시키게 된다. 이것은 놀라운 선순환 구조다.
이렇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서로를 고양시킬 수 있는 관계가 우리 삶에서 결코 흔치 않다. - 72쪽

개, 고양이와 나란히 누워 있거나 천천히 쓰다듬으며 고요한 분위기 속에 있다 보면, 하루 종일 자신을 둘러싸고 흔들어댔던 온갖 허울과 가식과 세속적 밀당으로부터 벗어난, 거의 완전에 가까운 자유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면 저절로 무장 해제가 된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매사에 의미를 추구하고, 몸과 마음이 온통 목적 지향적인 우리 평범한 인간들의 부담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해준다. - 97쪽

물론 개입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식의 이러한 사상들의 문제는 현재의 선과 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묻어버린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들 사상이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현재의 모습이 이상적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취향에 따라 남과 자신의 주변을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을 비롯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무리하게 개입하는 행동에 대한 경고다. 각각이 가진 내재적 메커니즘을 건드리지 말고, 당신 자신도 애초에 무리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갔더라면 현재와 같은 혼란이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제라도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면 모든 것이 차차 안정적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120쪽

좋은 죽음은 없다. 죽음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죽음이 마치 삶에 대응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논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죽음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탄생이다. 삶의 처음이 탄생이고,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다. 탄생도 죽음도 그 자체로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가치중립적인 용어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말 ‘안락사’로 번역되는 영어 ‘euthanasia’의 어원적 의미인 ‘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자칫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죽음이 좋다’는 의미라기보다, 삶의 마지막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다른 누가 봐도 좋지 않은 고통스러운 상태였는데, 이제 고통이 없어졌다는 것일 뿐이다. 고통스러운 삶을 지속했던 당사자는 이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며 안락할 것은 없다. 그저 삶이 끝난 것이다.
안락사의 문제는 인간의 개입으로 그 상태를 강제 종료했다는 데서 발생한다. 개입의 정당성을 어디서도 확보할 수 없는데 개입할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고, 개입하면 좋아지는 당사자들이 여럿 있어서 개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데서 발생한다. - 152쪽

한 사회에서 어떤 권리를 갖는다거나 배려의 대상이 되는 데는, 타고나거나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들, 즉 그 사람이 가진 조건이나 외양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남자이기 때문에, 연장자이기 때문에, 백인이기 때문에, 돈이 많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힘이 세기 때문에,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편파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곤란하다. 다시 말해, 성, 나이, 인종, 재산, 권력, 물리력, 개인의 기호 등에 따라 권리와 대우가 달라지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부정하는 ‘퇴행’이며 진화의 ‘역행’이라고 봐야 한다. - 173쪽

‘종’의 차이는 사실상 인간 사회의 이러한 차이 모두를 합한 것보다도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다른 종, 인간보다 약한 종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어떤 사회에서 나타난다면, 성별이나 인종, 나이와 재산 같은 외적인 모습이나 사회적 지위의 차이에 기반하여 타인에게 행해지는 무분별한 차별이나 배타적 행위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동물이 학대받거나 동물의 생명이 경시되지 않고 좋은 대우를 받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위대하다고 볼 수 있다.
간디의 말은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차별로써, 통제되지 않은 물리력으로써 행사하는 것은 야만에서 조금도 진전되지 않은 것이며, 오랜 세월 일구어온 인류의 역사와 문명과 진화의 성취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동이니, 이제 거기서 조금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깊은 탄식으로 들린다. - 173,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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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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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아몬드>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작가의 이름만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집중할 수 없는 산만함이 들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담아내는 트렌드가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은 든다. 한 줄로 하면 <82년생 김지영>의 평범함을 상징하는 김지혜가 <88만원 세대>가 되어 이 부조리한 사회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다가 <69>과 같은 "놀이를 통한 균열. 균열을 통한 변화"를 시도 했지만... 이라고 정리하련다.

지상에서 자동차를 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중 자신들의 발밑에 요란한 전동차가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오늘 하루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모두들 알지 못한다. 혹은 잊고 산다. - 24쪽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애 안 낳아본 것들이랑은 말이 안 통한다는 그녀의 입버릇에조차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 그녀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다. 입바른 말 한번 했다가 미운털이 박히고, 궃은일을 맡게 되고 견딜 수 없게 되고 밥줄이 끊긴다... -72쪽

"그랬군요. 그런데 사실 난 가끔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입장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비판하는 건 쉬워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간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순간에 놓이면 존엄성과 도덕, 상식을 지키는 건 소수의 몫이 돼요. 내가 그런 환경과 역사를 통과했다면 똑같이 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결국 뭔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어떤 노력이요?"
"적어도 내 몫을 위해서만 싸우지는 않겠다고 자꾸자꾸 다짐하는 노력이요. 마음에 기름이 끼면 끝이니까.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더 나은 어떤 것을 향해 차츰 다가가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 80, 81쪽

그때 나 홀로 결심했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있을 때 혼자였던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특별히 그 결심에서 무슨 이름을 붙여주고 싶진 않다. 집단의 기억이 아니라 온전히 내 가슴에만 새겨진 외롭고 아름다운 그림 조각이다. 거기서 나는 조금 슬픈 예감을 했다. 모두가 오늘을 잊어버리고 말 거라고. 지금의 열기는 곧 사그라질 불꽃같은 거라고 말이다. - 90쪽

없는 사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없는 사람이다. 늘 소리치고 있는데도 없는 사람이다. 수면 위에 올라있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다. 반지하방에 살면 없는 사람이고, 문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고, 인생과의 게임에서 지면 없는 사람이다.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동안 대체 무얼 한 걸까. 이들과 어울리는 내내 나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만 발버둥쳤다. - 202쪽

"나름의 애정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행운을 빌어. 살다 보면 알게 될거야. 누구나 마음속 깊은 데엔 겹도 모양도 다른 사람이 끝없이 들어있다는 걸." -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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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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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울 정도로 한 곳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좋은 반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계획하며 설레어하거나 낯선 곳에서의 경험에 흥분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여행서적은 꾸준히 읽어왔던 편이다. 몸으로 뛰는 것보다 눈으로 읽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다수의 다른 것들처럼 여행도 글로만 배우고 마는 성격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그나마 있는 여행서적도 읽지 않고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당연히 그 여행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과 많은 사건 그에 따른 감상이 있기마련지만, 이러한 일련의 우연들도 '발단-전개-위기-절정'순으로 정교하게 계획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을 읽은 후부터였을 것이다. (여기서 굳이 그 책의 제목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그 책의 저자는 이후에도 장소를 바꾸어가며 3-4권의 여행기를 더 펴낸것으로 안다.) 


장장 열흘이나 되는 긴 연휴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한번쯤 계획했다는 여행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라며, 읽기에 부담스럽지 책 한 권으로 물리적 여행을 대신하고 싶었다. 마침, 임경선 작가의 여행기가 발간되었다는 광고를 보았고, 그가 다녀온 여행지 또한 언제고 한번은 가보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교토였기에 주저하지 않고 책을 골랐다. 책을 훑어보니 곳곳에 교토의 하늘이나 작은 상점들을 찍은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여행기에 사진이 빠질 수는 없겠지만 사진집이 아님에도 필요 이상의 사진을 덕지덕지 붙여 놓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터라, 이 정도 수준이면 괜찮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여행지에서 있을 법한 우연과 과장이 전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여행기에 비해서는 흥미로운 요소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차분하고 담담한 글은 그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교토의 정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읽다보니 이 책에는 흔한 교토의 명소보다는 오래된 서점, 식당, 카페, 빵집과 같은 가게들에 대한 탐방과 취재가 주된 내용이었다. 작가는 몇 대째 가업을 잇는 오래된 가게, 일부러 드러나지 않게 골목에 위치한 가게, 방문객에게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교토 사람들의 습성이나 생각, 정서들을 읽어내고 있다. 


작가의 일본이나 하루키에 대한 애정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그가 교토의 장점이라고 꼽는 선대로부터 유지되어 온 가치의 보존, 그 가치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 그러나 그것을 무작정 드러내지는 않는 겸손함이라는 항목들에 그리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교토 내 몇 곳의 특색있는 가게와 운영자들을 보여준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과연 작가가 서문에서 칭찬 일색으로 예찬하고 있는 교토와 교토인의 긍정적 덕목들 - 이를 테면 개인주의자이되 공동체의 조화를 존중하고, 물건을 소중히 하되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지만 단호하고, 예민하고 섬세하지만 자기만의 색을 지키고, 성실히 노력하지만 결코 무리하지 않고, 욕망보다는 절제를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선택하는 삶 - 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서문에서의 이러한 완벽과도 같은 예찬은 작가가 그리고 있는 교토의 분위기, 본문의 어조와 내용,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고려했을 때 그리 잘 어울리지만은 않는 과장은 아니었을까.

어떤 사람들에겐 가게를 연 목적이 돈을 되도록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가게의 몸집을 크게 키우는 것도 아니다. 많은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오히려 곤란하다. 호리베 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주인이 원치 않는 유형의 사람들도 와버리고 일도 번잡해져, 자신이 바라던 서점의 모습을 잃을까 봐 우려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와서 화제의 베스트셀러나 신간을 사가는 그런 서점을 차릴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보다 이 서점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일부러 찾아와주는 손님을 편애하기로 했다. 그런 손님들이 이곳에서 호리베 씨의 엄선된 책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책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 39쪽

역사가 오래된 노포일수록 그 오래됨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뽐내지 않는다. 한 염색집은 230년 넘게 영업했음에도 노포임을 드러내는 어떤 수식어도 간판에 내걸지 않는다. 그 호칭은 가게가 스스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노포가 의미하는 것은 ‘신용’이다. 한눈 팔지 않고 전통을 지켜온 가게가 있고 거기에는 일편단심인 손님들이 존재했다. 손님은 선대 때부터 거래해온 가게를 꾸준히 애용하고, 가게 주인도 손님이 대대로 찾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질 좋은 제품으로 보답한다. 제대로 된 노포일수록 나만 빛나면 된다, 나만 눈에 띄면 된다 하는 오만한 태도 가 없다.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법도 없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자기 가게만의 고유한 색을 지켜나갈 뿐이다. 반짝거리는 새것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낡고 약간 녹슨 듯한 세월의 흔적, 그리고 그기서 비롯하는 향수 어린 감성을 교토는 더 가치 있게 여긴다. - 45, 46쪽

오로지 교토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주민들과 기업들이 기꺼이 협조한다. 나 혼자 튀기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그런 마음들이 모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변함없이 유지해나간다. - 97쪽

‘내 형편에 맞지 않는 것은 사지 않는다’가 교토인의 자연스러운 감각이다. 그들은 허세를 경계한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걸맞지 않게 돈을 펑펑 쓰거나 고가의 물건을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 172쪽

한편, 교토 사람들은 ‘교토’라는 단어 자체에 자랑할 만한 브랜드 가치가 있음을 내심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교토’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가게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가게 간판이나 노렌에 교토를 상징하는 ‘京’이 새겨져 있다면 그것은 자기 본연의 실력 대신 ‘교토’라는 상징적인 브랜드에 의지하는 ‘가짜’로 간주한다. ‘교토 요리’라고 간판에 굳이 써 붙이는 식당도 그 행위 자체로 이미 ‘요리 솜씨에 자신 엇음’을 드러낸다고 본다. - 173쪽

교토 사람들에게는 돈보다도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생활보다는 심플하고 온화한 삶의 방식을 지지한다. 교토에서는 수억 연봉도, 고급 외제차도, 명품 브랜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토라는 환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기에 나답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고,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나에게 깊은 충만감을 줄 수 있는지, 반면 무엇이 필요 없고 의미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간다. 그것이 ‘진짜’의 인생이니까.
‘이 삶의 방식이야말로 나한테 맞는 방식’임을 아는 것. 무리하거나 타산적이 되거나 폼 잡거나 하는 것을 멈추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진정한 호사란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그 삶의 방식을 정할 자유일 것이다. -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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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오라 2017-10-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도 여행지에서 있을 법한 우연과 과장이 전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진심이신가요? 첫10페이지까지만 읽어도 그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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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진우 기자의 책을 죄다 구입해서 읽었지만, 많은 사건들을 다루어서 그런지 사건의 제시가 다소 산만하기도 하고, 읽다보면 맥락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그의 글(문체) 자체를 솔직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구입하는 이유는, 직업만 기자일뿐 다른 기사를 그대로 베끼거나 유명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받아 쓰기를 하고 있는 기레기들은 차마 할 수 없는 사실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취재하는 그의 기자정신과 뚝심에 탄복하기 때문이며, 소시민인 나로써는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끈질기게 해내고 있는 그를 응원할 방법이 이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돈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 돈 이야기를 하면 경계하고, 돈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 빨갱이라고 한다. -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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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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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습법이나 방법론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사서 읽는 편이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책을 읽게 되는 가장 큰 동기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내 상황이나 내 학습방법이 괜찮은지를 비교해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부'라는 단어를 접하면 나는 너무나도 당연히 조용한 도서관에 앉아 몇 시간을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도서관에 가서 앉아 있은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세월이 지나가 버린 현재는 공부에서 손을 놓다 못해 떼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에 대한 고정관념, 판타지, 핑계, 자기합리화를 이 책은 여지없이 깨버린다.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늘상 투덜대면서 정작 영어책 한 권 외워볼 생각은 왜 안하냐는 반문에 딱히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언제부터 시작이라는 시작점을 미리 설정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독립된 시간과 장소가 없음을 탓하지 말고, 출퇴근 시간과 같은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하루 한 문장이라도. 가시적인 성과에만 목말라하지 말고, 지치지 않게 꾸준히. 이렇게만 보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어찌보면 당연한 공부방법이지만, 그동안 이 당연한 방법을 유독 영어에만은 적용하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히 "~해라", "~하지 마라"라는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했던 바를 통해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효용은 충분하다. 수험용 영어공부라 아니라면, 최적화된 방법론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필요 없이 영어책 한 권부터 시작하면 된다. 문제는 언제나 실천이다.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 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시트콤을 보다가 순간 멍해졌습니다.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면, 너는 더 나은 인간이 될 것이다.‘
"나 이제 때려치울 거야!"하고 물러나면 나의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버티는 자에게는 한계가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버텨야겠어요. - 6,7쪽

무엇보다 가장 힘든 때는, 몇 달째 열심히 했는데도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합니다. 적어도 첫 번째 계단을 만날 때까지는 버텨야 합니다. 양질 전환이 이루어지는 첫 번째 전환점 말입니다. 이 첫 고비를 넘기면 영어 공부에 재미가 붙을뿐더러, 인생에서도 힘든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책 한 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매일 한 과씩 외우고, 전날까지 외운 것을 복습하는 공부가 중요합니다. 복습을 할 때 핵심은 책을 보지 않고도 영어 문장이 떠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보고 읽으면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생기거든요. - 24쪽

<지속하는 힘>의 저자 고바야시 다다아키의 다음 문장이 제 생각을 대변해주는 듯 해요.
매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훗날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있지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다. (중략) 영어 공부를 그만두면 영어를 쓰는 일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은 제로다. 훈련을 그만두면 올림픽 대표 선수도 선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 <지속하는 힘> (고바야시 다다아키 지음, 정은지 옮김, 아날로그) - 28쪽

우린 돈으로 모든 것을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건강도, 외모도, 행복도 다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사실 이 모든 것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오로지 시간으로만 살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돈을 들여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 117쪽

인출 연습
어떤 책을 읽을 때 한 번에 여러 번 읽기보다 한 번 본 다음 기억에서 꺼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 문장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눈을 감거나 다른 곳을 보면서 외워보는 거지요. 셀프 쪽지시험을 치면서 외운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장기 기억에도 유리하고, 모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인 공부가 되게 해줍니다. 책을 보고 계속 읽으면 다 아는 것 같지만, 눈을 감고 문장을 외워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 문장이 뭔지 알 수 있거든요. 그 문장만 집중해서 다시 외울 수 있습니다. -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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