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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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내 인생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 문제 없지.
단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을 뿐.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는 낮과,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들,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회한과
감행하지 못한 모험에 대한 갈망과,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있을 뿐. - 23쪽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나를 선택한다. 인생이 왜 내게 기쁨과 슬픔을 안기는지 물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쁨과 슬픔으로 무엇을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 117쪽

방금 한 생각이 마음에 든다. 내겐 이 세상 누구라도 사랑할 자유가 있다.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사랑을 결심할 수 있다. - 126쪽

바울은 사랑을 예언과 비교했다. 신비에 대한 지식, 믿음, 자선과 비교했다.
사랑이 믿음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믿음은 우리를 더 큰 사랑으로 이끄는 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 자선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선은 사랑의 한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는 항상 부분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선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사랑이 이용하는 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이다. - 154쪽

"우린 이미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더 낫게 만들어야 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착하거나 악하다고, 공평하거나 불공평하다고 하는 생각들, 다 헛소리에요. 오늘 제네바는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요. 어쩌면 몇 달 동안 계속 이렇겠죠. 하지만 구름은 결국 걷힐 겁니다. 그러니 그냥 계속 가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세요." - 212쪽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될 거에요." - 212쪽

누구도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수록 더욱더.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외로움은, 결코 자신을 속일 수 없으면서도 행복한 척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사코 아침마다 피어나는 장미꽃만을 보여주려 하고, 상처 입히고 피 흘리게 하는 가시 돋친 줄기는 안으로 숨긴다. - 221쪽

"꿈을 꾼다는 건 그리 단순한 게 아냐. 오히려 반대지. 아주 위험할 수가 있거든. 꿈을 꾼다는 건 강력한 엔진을 가동하는 거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되지. 꿈을 꿀 때는 어떤 대가를 치를지도 선택해야 해." - 300쪽

"꿈을 찾는 사람에겐 대가가 따라. 습관을 버려야 할 수도 있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수도 있고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대가가 아무리 커도, 꿈을 찾지 않는 사람이 치르는 대가보다는 적을 거야. 꿈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날 뒤돌아보면 이런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 ‘인생을 허비하고 말았구나.’" - 301쪽

"맞아. 하지만 추억이 현재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혀 그렇지 않아. 사실, 추억은 날 숨막히게 해. 점점 내가 그때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 도착해 샴페인 한 병을 마였을 때까지는 모든 게 괜찮았어. 그런데 지금은 처음 인터라켄에 왔을 때 꿈꾸던 삶에서 내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알 것 같아." - 327쪽

내가 툭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자 아버지가 결국 화를 내셨다. "넌 이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필름의 그 조므나 사각 틀 안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니? 네 마음속에 기록해. 네가 뭘 경험했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 - 341쪽

나는 다른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은 세상에 있다. 해치워야 할 일, 불가능한 욕망, 고난과 쾌락뿐인 삶에서 멀리 떨어진 곳, 내게는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있다. - 346쪽

영원 속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산과 눈, 호수와 태양을 창조한 ‘손’의 도구에 불과하다. 나는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모든 것이 창조되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별들은 뒷걸음질친다. 나는 그 ‘손’에 봉사하고 싶다. - 346쪽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 속에서 기뻐한다. 머지않아 진리가 모든 것을 만회할 것을 알기에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렷하고 겸손한 정신으로 편견이나 편협함 없이 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들이 발견한 것에 만족한다.
‘진실성’이란 말이 사랑의 이런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아닐지 모르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가까운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진실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에게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내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런 사실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말한 것보다 상황이 낫다면 그에 기뻐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 357쪽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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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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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 7쪽

특히 우리나라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처절하게 살아온 민족일수록 그 지식인들은 가해자들을 향해 식을 줄 모르는 분노와 증오를 품어야 한다. 그 시간과 세월을 초월하는 분노와 증오는 이성적 판단과 논리적 분석이 없이는 생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분노와 증오는 일시적 감정이나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고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인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현실의 부당함과 역사의 처절함에 대해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다면 그건 지식인일 수 없다. 더구나 작가로서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가 가슴에 담겨 있지 않다면 그건 작가일 수 없다. - 235쪽

처자식 있는 몸!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보다 훨씬 더 호소력이 강한 자기변명의 수단이고 무기였다. 그리고 비겁자, 보신주의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였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그 한마디는 그 어떤 난처한 입장, 그 어떤 궁지에서도 단숨에 탈출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묘수요, 만병통치 특효약이었다. 그 말의 밑뿌리는 우리의 골수에 박혀 있는 인정주의였다. - 248, 249쪽

누구든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질 수밖에 없다. 그 무게를 결정짓는 것도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요령껏 가볍게 질 수도 있고, 우직하게 무겁게 질 수도 있다. 그 선택 또한 오로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무거운 인생의 무게도 묫 견딜 무게는 없다. 그것이 스스로 선택해서 오는 무게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그 무게에 익숙해지고, 이겨 내는 과정에서 닥치는 고통과 괴로움이 외로울 뿐이다. 그 외로움은 혼자 견디어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쓰라린 인내는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 365, 366쪽

선거는 지배 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주는 제도일 뿐이다. 프루동의 말이다. 그러니까 지배 계급일 수 없는 일반 국민들은 단지 투표장에서만 나라의 주인일 뿐이다. 그들은 투표장을 나서는 순간 지배 계급에게 업신여김 당하고 짓밟히는 노예로 전락한다. 왜 그럴까? 이 말을 들어보라.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무도덕적인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국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을 송두리째 넘겨주고 말았으니 그 결과야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돈과 결탁하는 ‘정경유착’이 벌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배신과 불의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또 다른 감시와 감독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시민단체다. - 373쪽

"충고란 그동안 있어 왔던 우정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배신을 무릅쓰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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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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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나 전문직 면허를 취득해 제도 안에 참여하면서 훌륭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렇게 산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기득권과 더불어 살면서도 그 달콤함과 안일함에 젖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악에 가담하지 않고 살려면 강력한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것 없이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고생은 되지만 마음은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아예 기득권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다. 법학과 진학과 사법시험을 포기한 것은 악과 싸워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결단이라기보다는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내 자신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인聖人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35, 36쪽

‘닥치는 대로’ 산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할 수 없다.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인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이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37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미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37쪽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책임이든 사회의 책임이든, 닥쳐온 고통은 일단 내가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세상을 원망해본들 달라질 것은 없다. 누구도 그 짐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 ‘88만원세대’를 만들어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것을 받아들인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정당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련을 견뎌야 하는 것은 ‘세대’가 아니다. 청년들 각자 이겨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철폐를 요구하는 사회정치적 연대에 참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나름의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이런 의지가 없다면 ‘88만원세대’라는 말은 청년들이 세상을 원망하면서 자신을 비하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 52, 53쪽

삶은 좋다. 죽음은 좋지 않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삶이 죽음보다 좋은 건 아니다. 삶이 더 견디기 힘들어서, 또는 계속해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숱하게 많다. 그럴 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걸로 살아볼 일이지!" 그러나 자살을 용기로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도 용기만 있다고 해서 마냥 잘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는 데도 죽는 데도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삶의 그리고 죽음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다. 그것이 없으면 삶도 죽음도 주체적 선택일 수 없다. 삶은 습관이고 죽음은 패배일 뿐이다. - 82쪽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지만 그 과정은 의심이다. 공부한 모든 사상을 다 받아들인다면 누구도 특정한 ‘주의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 88쪽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 104쪽

인생의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 돈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또는 사회의 평판 때문에 즐겁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그 인생은 처음부터 절반 실패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 166쪽

인생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냉혹한 과정인지 모른다. - 170쪽

직업을 잘 선택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단.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어디를 가든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원하는 사람이 적은 직업도 있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직업도 있다. 남들이 어떤 직업을 선호하는지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르면 된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열등감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 즐기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일하게 되면, 이겨도 남는 게 없고 지면 최악이 된다. - 171쪽

좋은 혁신 아이디어와 제도 개선책을 만든다고 해서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옳은 개혁도 실패한다. - 182쪽

일이 즐겁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일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 그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다. - 193쪽

어떤 부모도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자식에게 줄 수는 없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훌륭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부모만이 그것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 216쪽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행동 방식이다. 이것 역시 진화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혈연 집단에 대해서만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동물 행동 일반과 비교하면 새롭고 덜 자연스러운 것임에 분명하다. - 251쪽

그런데 진보주의자는 일반 지능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체로 소수파이며 현실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승리해도 그 승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 역사를 보면 진보주의는 패배를 거듭한 끝에 가끔씩만 승리한다. 수없이 많은 저항과 반란이 참혹한 패배를 당한 끝에 겨우 하나의 혁명이 성공한다. 그 혁명 다음에는 흔히 보수의 반동反動이 찾아든다. 그러면서도 사회와 문명은 새로운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진보적 사상이 거듭되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더 널리 퍼지고 일상의 행위 양식에 녹아들어간다. 그에 따라 문명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정의로워진다. - 258쪽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사업이다. 스스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할 수 없다. -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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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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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맛도 좋다면 다들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면 될 텐데 이스트는 왜 쓰는 거에요?"
"균이 많으면 그만큼 발효 관리가 어려워져요. 게으른 균, 부패시키는 균까지 섞여 들어가니까 온도나 습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거든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여러 사람이 모이면 통솔하기 어렵잖아요. 그것보다야 불평 없이 말도 잘 듣는 사람들이 똑같이 움직여주면 끌고 가는 사람이 훨씬 편한 법이지요. 그래서 편하게 관리하려고 이스트를 쓰는 거죠." - 61쪽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 65쪽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가 생활비와 기술습득 비용, 자녀 양육비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상품의 가격이 싸지면 생활비와 양육비까지 모두(경우에 따라서는 기술습득 비용까지) 낮아진다. 그 결과 노동력의 교환가치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상품의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돌고돌아 임금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그뿐이 아니다. 기술혁신은 대부분의 경우 노동을 단순하게(또는 쉽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빵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이스트를 환영했던 이유도 노동의 수고를 확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언뜻 제빵 기술자에게도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사실은 노동자의 목을 죄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역시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노동이 단순해지면 기술은 필요 없어진다. 그러면 기술습득 비용이 굳는 만큼 임금도 낮아지는 것이다. - 67쪽

또 하나, 노동이 단순해짐으로써 노동자에게는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전락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부속물로서의 그에게는 오직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우며 가장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술만이 요구된다."(「공산당 선언」) - 67쪽

제빵사도 마찬가지다. 이스트 없이는 빵을 못 만들게 됐을 때 제빵사는 ‘이스트의 부속물’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제빵사라는 이름의 ‘부속물’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된다. 아무리 혹사당해도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자본가는 반항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해고하면 되고 떨어져나간 그 자리에는 새 인물을 보충하면 그만이다. - 68쪽

이스트를 사용해 누구라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빵 값이 싸지고 빵집 노동자는 싼 값에 계속 혹사당하게 된다. 또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단순해져서 빵집 노동자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일해도 빵집 고유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정성과 수고를 들여 빵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정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제빵사는 본인의 기술을 살린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 70쪽

‘다음번 투자를 위해 이윤은 꼭 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생산규모를 키워서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
이윤이 생기는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윤은 노동자가 월급보다 많이 생산하고 그만큼을 자본가(경영자)가 가로챌 때 발생했다. 그 말은 곧, 노동자가 생산한 만큼 노동자에게 정확히 돌려주면 이윤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 193, 194쪽

저희들이 눈을 떴을 때 아빠는 이미 일터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고, 집안에는 온통 향긋한 빵 굽는 냄새가 퍼졌다는 것,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이면 엄마와 아빠는 힘들어하면서도 무척 기뻐했다는 것, 녹초가 될 때까지 일한 뒤에는 ‘한 잔의 술’과 함께 이 세상 최고의 행복을 나눴다는 것…… 부모가 열심히 일하며 사는 모습을 기억 속에 깊이 새겨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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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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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 213쪽

"… 아마 2만 피트 상공에서 잠깐 의식을 잃었을 거야. 눈을 떠보니까 이상한 곳에 흘러와 있었어. 잿빛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구름 밑바닥에서 번개가 맥없이 깜박거리고, 머리 위엔 밤하늘이 있었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토록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바다로 흘러 들어온 기분이었어. 비가 내리듯 별똥별이 떨어지고 갖가지 색의 별들이 궁륭(穹窿)을 이루는 바다. 별들의 바다. 아름다웠어. 숨이 막힐 만큼, 그대로 죽고 싶을 만큼. 신기하게도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장이 정지한 것처럼 고요해지더라. 뻑뻑하던 숨결은 편안해지고 눈이 스르르 감겼어."- 238쪽

"넌 누구나?"
당황스러웠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화가 났다. 잘 놀고 있다가 별안간 따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돌아서서 문짝에 등을 기댔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 239, 240쪽

"난 순간과 인생을 맞바꾸려는 게 아냐. 내 시간 속에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이야. 나는 살고 싶어. 살고 싶어서, 죽는 게 무서워서, 살려고 애쓰고 있어. 그뿐이야." - 286쪽

나무는 숲에, 돌은 채석장에 숨겨라. 어느 나라 격언인지는 몰라도 존중할 가치가 있었다. -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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