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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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하고 사라가 말했다.
쓰쿠루는 거기에 동의했다.-32쪽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51쪽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나햐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게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물론 나가려고 자기가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감옥은 그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것이야말로 질투의 본질인 것이다.-60-61쪽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Arnold Wesker)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83쪽

"창의력이란 사려 깊은 모방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현실주의자 볼테르가 한 말이에요."-84쪽

쓰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이 아주 순조로운 것 같아."
"순조로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어. 다시 말해 절대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거지." 아오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189쪽

"우리 같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게 여기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야. ... 어이, 이런거 엄청난 패러독스라는 생각 안들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 가는 거야."-244쪽

쓰쿠르는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마치 항해하는 배의 갑판에서 밤바다 속으로 갑자기 혼자만 떠밀려 빠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어."-342쪽

가 버린 시간이 날카롭고 긴 꼬챙이가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소리 없는 은색 고통이 다가와 등골을 차갑고 딱딱한 얼음 기둥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아픔은 언제까지고 같은 강도로 거기 머물렀다. 그는 숨을 멈추고 눈을 꼭 감은 채 가만히 아픔을 견뎌 냈다.-363쪽

내 인생은 스무 살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발걸음을 멈춰버린 것 같다고 다자키 쓰쿠르는 신주쿠 역의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그 이후 찾아온 나날들은 거의 무게가 없었다. 시간은 잔잔한 바람처럼 그의 주의를 조용히 불어 지나갔다. 상처도 남기지 않고 슬픔도 남기지 않고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이렇다 할 기쁨도 추억도 남기지 않고. 그리고 이제 그는 중년의 영역으로 접어들려 했다.-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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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렵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62쪽

당신은 봄 앞에서, 봄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꽃 앞에서, 꽃이 피는 것을 두근거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애타 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픈 사람.-94쪽

어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한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102쪽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사랑은 어렵고 힘겹고 눈물겹고, 때로는 구차하고, 때로는 비겁하다는 사실을. 사랑이 이러한 이유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 이별이라는 말이 녹아있기 때문임을.-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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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학 이민 사용설명서 - 성공적인 영어, 유학, 그리고 이민을 위한 지침서
박지용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0년 7월
절판


서양사회에서 학벌이란 필요나 관심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특히 각 개인의 조건과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사항이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가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그리고 여건이 갖추어지거나 필요성이 느껴질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맞는 학벌을 만들면 된다. 즉 서양인들에게 행복과 만족은 학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선택에서 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의 학벌의식은 자신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의식에 가깝다. 이 허구적인 집단의식이 개인의 적성, 욕구, 상황보다 상위의 가치로 여겨지는데 문제가 있다.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탐구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학벌, 성적, 지위 등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82쪽

창의적 사고는 얻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가로 막는 것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집단주의적 사고와 문화이다. 집단주의적 사고는 기존의 관습이나 전통, 예절, 이념, 가치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분석하는 행위 자체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차단하기 쉽다. 그래서 창의적 사고도 집단의 틀에서만 이루어지도록 강요한다. 적어도 서양사회에서 창의적인 한국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자신이 속한 여러 집단에 얽매여 집단에 의해 자신의 삶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로부터 의식적으로 벗어나 집단과 개인 사이에 일정한 심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자신과 집단을 비판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123쪽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한 개인이 비록 집단의 일원이라고 해도 그것은 그의 역할 또는 임무에 의하여 '참여하는 것'으로 집단 속 개인 또한 독립된 개체로 여긴다. 즉 서양사회에서 집단이란 각 개인이 모인 집합체를 의미하며, 개인이 집단 자체보다 상위 개념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정보보다 그 사람의 실질적인 능력과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갖으며, 각자의 장단점을 잘 연결시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사적으로 알아가는 것은 함께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부산물로 여긴다.-189쪽

그러나 동양사회에서 집단이란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의해 종속된 것을 의미하며, 집단이 개인보다 상위 개념이다. 그래서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그 관계망에 자신을 연결시키기 위해 각 구성원의 개인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으며, 나이, 직금, 가족, 수입, 학력, 지연, 혈연 등 개인적인 정보를 통해 관계적 질서를 스스로 정리한다. 심지어 집단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의 존재는 관계 속에서 희미해지는 대신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게 된다. 동양인이 이렇게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집단 또는 사회 내에서 개인의 위치를 권력의 구조로서 이해하고, 자신을 그 질서 속에 끼워 넣어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를 구조화하거나 자신의 정서적, 사회적 태도와 처신을 분명히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주의적 태도와 행위는 독립적인 주체로서 자주성, 자립성, 창의성을 요구하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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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절판


누구나 인생을 세심하게 계획한다. 우리 모두는 블록을 쌓는 어린아이와 같다. 블록조각에 또 다른 조작을 조심조심 쌓아가는 어린아이들. 일, 집, 가족, 우리가 소비하는 온갖 잡동사니들. 우리는 블록을 높이 쌓아가며 오래도록 안정된 구조물이 되길 갈망한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다면 '고정되고 안정되고 오래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대지진이나 대홍수가 일어나야만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 건물에 깔려 죽는 건 아니다. 그저 작은 균열 하나로도 건물이 붕괴되고, 사람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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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구판절판


"그런 생각 하면 정말 우울해지지. 이 꽉 막힌 사무실에서 나도 저 선배들처럼 늙어갈 것이 빤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왜일까? 같은 사무실의 선배들을 보면 '몇 년 후엔 나도 저런 모습이 돼 있겠지?' 기대가 되고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자극이 되지 않는 것, 도리어 우울해지고 마는 것, 도대체 왜 그렇게 되는 걸까?-19쪽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한 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리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이렇게 이렇게 살다간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43쪽

언젠가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 싫어하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건 싫어
저건 맘에 들지 않아
이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어쩌면 나 또한 항상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것에 대한 주관은 분명히 갖고 있으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주관은 분명치 않은

그래서 애매모호한 삶
나쁘진 않지만, 썩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삶-52쪽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타인의 것들 중,
굳이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딱 집어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핑계 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잘 못하는 건 다 그래서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우니까. 다른 길은 못 본 척,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도 그쪽은 왠지 힘들어보여 못 본 척. 그러곤 굳이 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길만을 바라보며 '좋겠다, 너희들은. 통행증이 있어서. 나도 그 통행증만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정과 핑계를 늘어놨던 건 아닐까?-94-95쪽

"그때 만화 공부를 안 했더라면, 그게 더 후회가 됐겠지. 나를 설레게 하는 일에 모든 것을 투자해 부딪쳐봤다는 것.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닐까? 비록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실패했다 하더라도."-170쪽

미친 짓이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186쪽

그런데 나는, 어쩌면 조금 오만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노력만 하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라는 아직 젊은, 아니 아직 어린, 그래서 오만했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 내가 나로 태어난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세상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 힘들었다.-219쪽

어른이 된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무엇에든 조금씩 능숙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능숙함은 물론 좋은 것에도 발휘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맘껏 발휘된다. 특히 자기 합리화.-229쪽

자기의 죄에 대해서 몸부림은 쳐야 한다.
몸부림은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고 진지하게 몸부림쳐야 하는 것은
지식인이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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