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구판절판


"그런 생각 하면 정말 우울해지지. 이 꽉 막힌 사무실에서 나도 저 선배들처럼 늙어갈 것이 빤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왜일까? 같은 사무실의 선배들을 보면 '몇 년 후엔 나도 저런 모습이 돼 있겠지?' 기대가 되고 '그러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자극이 되지 않는 것, 도리어 우울해지고 마는 것, 도대체 왜 그렇게 되는 걸까?-19쪽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한 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을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산다는 게 내 맘처럼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달리질 수도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이렇게 이렇게 살다간 5년, 10년, 20년...
빤히 보이는 나의 미래 또한.

사소한 계기와 인연이 어느 날 또 찾아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나의 선택이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은 삶, 내 맘 같지 않은 지금에.-43쪽

언젠가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 싫어하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건 싫어
저건 맘에 들지 않아
이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어쩌면 나 또한 항상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것에 대한 주관은 분명히 갖고 있으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주관은 분명치 않은

그래서 애매모호한 삶
나쁘진 않지만, 썩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삶-52쪽

우리는 누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타인의 것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타인의 것들 중,
굳이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딱 집어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그래야 핑계 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잘 못하는 건 다 그래서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쉬우니까. 다른 길은 못 본 척,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도 그쪽은 왠지 힘들어보여 못 본 척. 그러곤 굳이 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길만을 바라보며 '좋겠다, 너희들은. 통행증이 있어서. 나도 그 통행증만 있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투정과 핑계를 늘어놨던 건 아닐까?-94-95쪽

"그때 만화 공부를 안 했더라면, 그게 더 후회가 됐겠지. 나를 설레게 하는 일에 모든 것을 투자해 부딪쳐봤다는 것.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닐까? 비록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실패했다 하더라도."-170쪽

미친 짓이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186쪽

그런데 나는, 어쩌면 조금 오만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노력만 하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라는 아직 젊은, 아니 아직 어린, 그래서 오만했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 내가 나로 태어난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세상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 힘들었다.-219쪽

어른이 된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무엇에든 조금씩 능숙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능숙함은 물론 좋은 것에도 발휘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맘껏 발휘된다. 특히 자기 합리화.-229쪽

자기의 죄에 대해서 몸부림은 쳐야 한다.
몸부림은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고 진지하게 몸부림쳐야 하는 것은
지식인이다.-2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