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피크 1.2 세트 - 전2권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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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해서 북한산 산악 구조대가 된 사람은 없다. 벌써 10기들이 들어왔지만 그들은 산악 구조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 산악 구조대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제대를 앞둔 구조대 9기 김주한은 처음 만난 10기들에게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이 밖으로 터져나오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인지, 극한의 고통속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김주한이 던진 질문은 산악 구조대에게만 던진 질문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도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들과 함께 생명을 가진 북한산의 여러 모습들을 보고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구조대 10기들이 북한산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흘리는 땀 한방울까지도 완전하게 산악 구조대가 되었을 때만이 그 답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밀어내는 북한산의 모습을 온전히 알게 된다 해도 이 산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온 경험이 없는 나에게 북한산은 다른 산과 똑같이 낯선 모습을 한 자연의 풍경일 뿐일 것이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북한산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는 처음 얼마동안은 아주 여유만만했었다. 그러나 선배 구조대원 김주한이 시키는 혹독한 훈련으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 깨닫게 되면서 제대는 할 수 있을지,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달 후면 선배들이 제대하고 구조대 10기들만 남아 이 산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한 달 안에 어떻게 산악 구조대가 된다는 말인가. 동생을 이곳 북한산에서 잃은 연성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로 이곳은 너무나 위험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북한산 산악 구조대 인원 전부가 처음부터 자신이 한 생명을 구하게 되는 산악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지는 않는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을 구출하고 생명을 지켜주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짐꾼이 아니라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지만 지금은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이 수석이라고 말하는 임배호는 시종일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다행스럽게도 위급할 때 다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짐으로써 자신이 뼛속까지 구조대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끝나면 연성이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제대해서 세상에 다시 나가게 되면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깊이 있는 춤을 출 수 있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 보단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이것이 더 걱정이지만 어쩌면 제대하면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이 아니라고 절규하는 류연성, 아이와 함께 산에 온 남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내내 자신을 괴롭히고 급기야는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짐꾼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런 생각을 버리고 오롯이 구조대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될까. 류연성에게는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김주한이 이번 기수들은 운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연성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분명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독자들도 구조대 10기들이 제대할 때까지 이 긴장감을 함께 느껴야 할 모양이다. 이들이 제대할 때쯤 되면 후들거리는 다리로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져 주저 앉게 될 것 같다.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이, 구조요청이 오면 늘 달려가야 하는 구조대원들. 벼랑 끝에 매달려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며 버텨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일들은 산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위험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딸기 머리핀'을 하고 다니는 채영의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구조대원들의 일상은 늘 긴장감의 연속이다.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 이들 중 그 누구도 죽는 사람 없이 복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란다.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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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드 매치드 시리즈 2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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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드'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라면 카이와 카시아가 만날 수 있을까였다. 소사이어티가 통제하는 곳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카시아가 과연 카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운명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것을 보면 만남에 대한 것은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떠올려보면 그리 긍정적인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모든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처리하는 카이와 달리 카시아는 이제 겨우 소사이어티의 통제의 부당함에 눈을 뜬 상태, 카시아가 반역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결코 이상한 상황이 아님에도 카이와 의견을 달리하는 그녀를 보는 것이 불안하다.  

 

소사이어티를 상대로 카이와 카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수용소로 끌려다니면서 카시아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던가. 위험에 노출되어서도 카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찾아나선 카시아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지만 소사이어티는 너무나 거대한 세력이다. 이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힘은 넓게 퍼져 있다. 카이, 카시아가 숨을 곳이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것이 암울한 상태지만 카이와 카시아가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데에는 두 사람의 사랑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카이를 선택한 카시아에게 카이는 그녀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크로스드'에서는 잰더의 등장이 미비하지만 카이와 카시아를 떠올리면 늘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잰더다. 여전히 잰더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3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는 없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 다른 카이와 카시아, 카시아를 사랑하는 카이와 잰더, 카시아의 마음이 누구에게 있든지 잰더의 마음이 그녀에게 오랫동안 머물 것이라고 짐작되기에 잰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지 않고 카시아와 잰더가 맺어졌더라면 이 시리즈는 평범한 소설이 되어 버렸겠지만 흔한 로맨스 소설이 되어 버린다고 해도 카시아가 위험한 사랑을 선택하기 보다 잰더를 선택하여 평범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매치드'에서는 소사이어티가 통제하는 삶 속에서 매칭 상대가 된 잰더와 카시아의 이야기와 매칭 상대가 아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된 카이와 카시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면 '크로스드'에서는 거대한 세력인 소사이어티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반역자들의 존재로 인해 카이와 카시아의 삶이 지금보다 더 험난한 길을 가게 될 것이고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될 현실은 그 무엇을 상상했든 상상했던 것보다 거대할 것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카이와 카시아의 사랑 뿐일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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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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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련, 넌 정체가 뭐냐" 오유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주변인이 맞는 것 같은데 명탐정 고명달의 아들 고기왕에게 중요 정보를 주는 것을 보면 그냥 주변인으로만 보기에는 그 정체가 의심스럽다. 고기왕은 또 힘든 시련이 닥쳐온다해도 친구 몽키와 아빠 그리고 유가련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고 유가련에게 그 존재감을 부여해줬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유가련이 스스로 오유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긴 했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유리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죄책감을 이야기 했었다. 짝지였음에도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고도 말했었다. 그렇지만 유리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밝혀내려는 고기왕에게 유가련이 주는 정보는 그녀 스스로 추리해서 정보를 줬다고 해도 유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정보도 있었기에 유가련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명탐정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고기왕이 여학교를 다니는 오유리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무리가 있겠다고 판단하고 유가련이라는 인물을 만들었겠지만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유가련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유리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시간을 보낼텐데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왜 이렇게 냉정하고, 무섭게 변해가는 것일까. 자신보다 약한 자를 삶의 끝으로 몰아세웠으면서도 죽어 버린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해 버리니 세상이 무서워서 돌아서 버리기엔 학교 안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약하디 약한 아이들이 불쌍하다. 

 

능력 없는 명탐정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주로 고양이를 찾는 일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고기왕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무능력한 아버지이긴 하지만 고기왕에게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였고 독자들도 아버지 고명달의 존재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속 썩이는 아버지를 벗어나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린 엄마보다는 고기왕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고기왕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아버지도 불쑥불쑥 이 사건에 끼어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일은 고기왕만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자신이 외면해왔던 문제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위해 그만이 꼭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고기왕은 오유리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 가장 가까이에 다가서면서도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같은 반 친구 이성윤의 아픔을 외면했다. 고기왕에게도 지나온 과거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힘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성윤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고백하는데도 고기왕과 몽키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아니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고기왕은 부모님과 몽키의 도움으로 어둡고 음습한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앞으로도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성윤에게는 의지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유리의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 인물인 고기왕과 성윤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고통당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흐릿해서 주변 인물들만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유리는 아이들 중 그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가 유리의 삶을 파괴했을까. 그 시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힘들다고 가족들에게 고통을 털어 놓았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 전학을 갈 수도 있었을텐데 유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버리고 말았다. 약해 빠져서 피했다기 보다는 결단을 내리고 현실에서의 고통을 해결해 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유리에게는 부모님도 언니도 가족 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가 죽어 버린 이유에 대해 짐작했으면서도 언니는 명탐정 고명달에게 사건을 의뢰한 후 마음의 짐을 덜어내 버린다. 어쩌면 아닐 지도 모른다. 유리의 아픔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많이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족들이 유리에게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너무 늦은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는 어디로 갔을까. 유리가 누구에게 주었을까. 누구에게 빼앗겼든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 가까이에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열쇠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놀랐던 것은 왜 '그녀'(이름을 밝히지 않겠다)였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괴롭혔지만 친구인척 다가선 '그녀'가 더 미웠던 것일까. 행운 따위는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 유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였을까. 세상 밖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유리가 열쇠를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이 아이의 절망이 나의 마음속을 꽉 채워 여기에서 놓여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은 나를 꽤 오랜시간 괴롭혔다. 유리에게도 고기왕처럼 몽키 같은 친구가 있거나 무능력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부모가 있었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리가 성인이 되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다. 실체가 없어 상상만으로나 가능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아픔이 뭔지, 슬픔이 뭔지 아는 아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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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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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지를 벗고 밖으로 뛰어나간 안톤이 15분도 채 되지 않아 뛰어 들어왔다. 그래서 안톤의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거야, 아니란 거야? 뒷장에 갑자기 그림이 등장하니까 이야기가 끝난줄 알았다.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줄 알았더니 "바람이......멎었어요"라고 말하는 안톤때문에 풋, 하고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좋아, 첫 단편 [남동풍]부터 실망시키지 않는군.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밸프레드는 안톤에게 철학적인 말을 던진다. "여자랑 마찬가지야. 믿고 기대하면 안돼" 뭐냐, 이것이 멈춰버린 바람에게 하는 말이란 말인가. 역시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코 평범한 존재들이 아니다.  

 

문명 세계를 '저 아랫것들이라 부르는 괴짜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엮어 놓은 '북극 허풍담'이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사냥을 조금 하고 과거의 기억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극야'의 시간을 홀로 보내다 외로우면 다른 사람을 방문하는 삶을 보낸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우리들이 문명 세계를 살아간다고 '저 아랫것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괴짜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것이 <세계사의 본보기>라고 주장하는 비요르켄도 있지만 이 괴짜 사냥꾼들의 마음 속에는 온통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꽉 들어차 있다. 자신들이 내버려두고 온 문명 세계를 여전히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온통 눈과 빙산, 1년의 반은 밤이고 반은 낮인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문명 세계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면 왜 그들은 문신 예술가 요엔손 씨가 왔을 때 힘들게 모은 재산들을 선뜻 내어놓고 몸에 문신을 새겼을까. 빌리암은 엄마를 보지 못했지만 문신을 새겨 엄마를 갖게 되고 비요르켄은 꿈틀거리는 용을 등에 새기며 즐거워 한다. 아직 이들은 완전하게 문명 세계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하긴 그 누가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매스 매슨이 만든 가상의 차가운 여자 '엠마'는 빌리암과 비요르켄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실체가 없는, 머릿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일 뿐인데 매스 매슨의 입에서 사과 도넛을 닮은 '엠마'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그녀는 핑크빛의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빌리암이 사랑하는 엠마는 매스 매슨이 말한 엠마와 다른 사람일 것이며 비요르켄까지 그녀에게 반했다고 하지만 분명히 그의 마음속에 있는 엠마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엠마를 갖고 싶은 빌리암과 비요르켄이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내어놓으면서까지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모습은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의구심을 가지게 하지만 이들은 꽤 진지하다. 내가 어이없어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 정말 순진하구나, 이렇게 단정해 버리면 큰일난다. 괴짜 사냥꾼들을 훈련시키려는 한센 중위가 어떻게 되었는가. 구덩이에 갇혀서 고생하고 사냥이나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하지 않던가.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고 불편함을 주거나 문명 세계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면 이렇게 냉정하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얄의 죽음에 슬퍼하기 보다 '좋은 사람이었지' 회상하며 죽은 얄과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며 우리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사회 규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외진 곳에 가야하지만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고 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면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화장실을 갖는다는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결코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괴짜 사냥꾼들이다. 문명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은 결코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유쾌한 이들의 이야기가 갑자기 공포소설로 바뀌는 것은 뭔가. 그래서 올슨이 크리스마스 때 뭘 잡아 먹었다는 거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외지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정신을 놓아버릴 수도 있는 힘든 일인데, 그들이 계속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북극 허풍담'을 계속 읽으면 얻을 수 있을 테지만  나는 역시 화장실 문제와 먹는 것이 해결되어야만 겨우 이곳을 방문할 생각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이곳의 매력에는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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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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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정상 발달과정에 심리학까지 더해지니 무너뜨릴 수 없는 벽이 완성된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으로 감싸줬다는 변명 아래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을까. 그동안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로 아이의 마음 속에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져 있을까. '엄마 교과서'를 읽으면서 내내 나를 괴롭힌 이 의문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순 없을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 부모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니,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면 아이의 마음에 불안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면 그 어떤 이유도 나 자신을 위한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만으로도 아이를 잘 키울 순 없는 것이다. 

 

'엄마 교과서'는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의 배변훈련이 되지 않아 처음에 그 부분부터 펼쳐 보았는데 "이렇게 해야 한다"와 같은 답은 없었다. 아이의 정상 발달과정을 설명하며 거기에 아이의 마음까지 보여주고 있지만 육아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만 그려줄 뿐 개개인에 대한, 아이의 발달에 대한 것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이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로 나누어 설명하는 부분을 볼 수 있다. 공부할 때나 들어봤던 말이다. 육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말이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설명하니 그동안 속 끓였던 것이 모두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례함?' '공격성?' '부모는 유아로 하여금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부모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니 처음에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버릇 나빠지면 어쩌려고?' 같은 질문을 들은 남편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럼 아이가 때리면 계속 맞고 있으란 말인가?"라고. 정말 작가가 말하는 것 처럼 부모 마음이 얼마나 살가워야 무례한 짓을 해도 아이가 예뻐 보일까. 나는 아이의 무례함이나 공격성을 그냥 두고볼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에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가에게도 이것은 오랫동안 화두로 삼을만큼 큰 깨달음을 주었던 문구라고 하니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내 아이가 최고"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과정과 결과까지 제시한 육아서를 보진 못했다. 요즘들어 아이에게 예쁘다, 귀엽다라는 말을 자주 하긴 하지만 내 아이가 최고라는 느낌을 전해주진 못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게 될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믿는 산의 정상에 오른 후 나르시시즘의 정상인 이 산에서 내려갈 일만 남은 아이가 앞으로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이것이 아이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코헛은 이것을 아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좌절인 '적절한 좌절의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육아가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니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끊임없이 남편에게 아이를 이렇게 대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정도로 그동안의 육아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 나는 아이에게 '착한 아이 증후군'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타인에게 내 아이가 착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지 않고 잘 키웠다는 말을 들으며 안도했던 나의 마음은, 아이의 마음까지 살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오랜시간 나를 괴롭힌다. 지금부터 잘 하면 될거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돼, 라고 위로해 보지만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이것에 대한 답은 어른보다 감정 조절이 불완전한 아이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 밖에 답하지 못하겠다. 이것으로 되었는가. 

 

이 책을 읽고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이가 무례한 행동을 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남편에게 "아이가 때리면 아프다는 표현을 해야 하고 혼내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아프다고 울고 찡그리고 몸으로 아이에게 표현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겨우 한발짝 정도 떼긴 했지만 '엄마 교과서'를 읽은 후 나의 마음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이렇게 말해도 아이가 어른을 때리고 버릇없이 구는 상황이 오면 또 혼내고 때리기부터 하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번쯤 생각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으니까. 이러다 아이가 다 커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금방 바꿔져야지, 라는 생각도 나지만 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방에도 아직 성숙되지 못한 자아가 있고,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이 잊혀지지 않으니 쉽게 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내 아이는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아이를 대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한다.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지금의 감정이 어떠한지 잘 살펴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과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참으로 고맙게도 불완전한 부모를 생각하여 부모를 위한 교과서가 지금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서 나를 위한 변명을 찾고 있지만 '엄마 교과서'는 모든 부모들이 완벽하고 완전한 존재일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아이도, 나도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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