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피크 1.2 세트 - 전2권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원해서 북한산 산악 구조대가 된 사람은 없다. 벌써 10기들이 들어왔지만 그들은 산악 구조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 산악 구조대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제대를 앞둔 구조대 9기 김주한은 처음 만난 10기들에게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이 밖으로 터져나오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인지, 극한의 고통속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김주한이 던진 질문은 산악 구조대에게만 던진 질문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도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들과 함께 생명을 가진 북한산의 여러 모습들을 보고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구조대 10기들이 북한산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흘리는 땀 한방울까지도 완전하게 산악 구조대가 되었을 때만이 그 답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밀어내는 북한산의 모습을 온전히 알게 된다 해도 이 산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온 경험이 없는 나에게 북한산은 다른 산과 똑같이 낯선 모습을 한 자연의 풍경일 뿐일 것이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북한산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는 처음 얼마동안은 아주 여유만만했었다. 그러나 선배 구조대원 김주한이 시키는 혹독한 훈련으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 깨닫게 되면서 제대는 할 수 있을지,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달 후면 선배들이 제대하고 구조대 10기들만 남아 이 산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한 달 안에 어떻게 산악 구조대가 된다는 말인가. 동생을 이곳 북한산에서 잃은 연성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로 이곳은 너무나 위험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북한산 산악 구조대 인원 전부가 처음부터 자신이 한 생명을 구하게 되는 산악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지는 않는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을 구출하고 생명을 지켜주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짐꾼이 아니라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지만 지금은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이 수석이라고 말하는 임배호는 시종일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다행스럽게도 위급할 때 다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짐으로써 자신이 뼛속까지 구조대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끝나면 연성이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제대해서 세상에 다시 나가게 되면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깊이 있는 춤을 출 수 있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 보단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이것이 더 걱정이지만 어쩌면 제대하면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이 아니라고 절규하는 류연성, 아이와 함께 산에 온 남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내내 자신을 괴롭히고 급기야는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짐꾼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런 생각을 버리고 오롯이 구조대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될까. 류연성에게는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김주한이 이번 기수들은 운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연성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분명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독자들도 구조대 10기들이 제대할 때까지 이 긴장감을 함께 느껴야 할 모양이다. 이들이 제대할 때쯤 되면 후들거리는 다리로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져 주저 앉게 될 것 같다.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이, 구조요청이 오면 늘 달려가야 하는 구조대원들. 벼랑 끝에 매달려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며 버텨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일들은 산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위험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딸기 머리핀'을 하고 다니는 채영의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구조대원들의 일상은 늘 긴장감의 연속이다.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 이들 중 그 누구도 죽는 사람 없이 복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란다.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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