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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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련, 넌 정체가 뭐냐" 오유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주변인이 맞는 것 같은데 명탐정 고명달의 아들 고기왕에게 중요 정보를 주는 것을 보면 그냥 주변인으로만 보기에는 그 정체가 의심스럽다. 고기왕은 또 힘든 시련이 닥쳐온다해도 친구 몽키와 아빠 그리고 유가련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고 유가련에게 그 존재감을 부여해줬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유가련이 스스로 오유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긴 했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유리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죄책감을 이야기 했었다. 짝지였음에도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고도 말했었다. 그렇지만 유리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밝혀내려는 고기왕에게 유가련이 주는 정보는 그녀 스스로 추리해서 정보를 줬다고 해도 유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정보도 있었기에 유가련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명탐정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고기왕이 여학교를 다니는 오유리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무리가 있겠다고 판단하고 유가련이라는 인물을 만들었겠지만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유가련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유리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시간을 보낼텐데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왜 이렇게 냉정하고, 무섭게 변해가는 것일까. 자신보다 약한 자를 삶의 끝으로 몰아세웠으면서도 죽어 버린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해 버리니 세상이 무서워서 돌아서 버리기엔 학교 안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약하디 약한 아이들이 불쌍하다. 

 

능력 없는 명탐정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주로 고양이를 찾는 일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고기왕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무능력한 아버지이긴 하지만 고기왕에게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였고 독자들도 아버지 고명달의 존재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속 썩이는 아버지를 벗어나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린 엄마보다는 고기왕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고기왕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아버지도 불쑥불쑥 이 사건에 끼어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일은 고기왕만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자신이 외면해왔던 문제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위해 그만이 꼭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고기왕은 오유리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 가장 가까이에 다가서면서도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같은 반 친구 이성윤의 아픔을 외면했다. 고기왕에게도 지나온 과거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힘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성윤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고백하는데도 고기왕과 몽키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아니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고기왕은 부모님과 몽키의 도움으로 어둡고 음습한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앞으로도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성윤에게는 의지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유리의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 인물인 고기왕과 성윤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고통당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흐릿해서 주변 인물들만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유리는 아이들 중 그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가 유리의 삶을 파괴했을까. 그 시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힘들다고 가족들에게 고통을 털어 놓았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 전학을 갈 수도 있었을텐데 유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버리고 말았다. 약해 빠져서 피했다기 보다는 결단을 내리고 현실에서의 고통을 해결해 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유리에게는 부모님도 언니도 가족 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가 죽어 버린 이유에 대해 짐작했으면서도 언니는 명탐정 고명달에게 사건을 의뢰한 후 마음의 짐을 덜어내 버린다. 어쩌면 아닐 지도 모른다. 유리의 아픔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많이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족들이 유리에게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너무 늦은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는 어디로 갔을까. 유리가 누구에게 주었을까. 누구에게 빼앗겼든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 가까이에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열쇠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놀랐던 것은 왜 '그녀'(이름을 밝히지 않겠다)였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괴롭혔지만 친구인척 다가선 '그녀'가 더 미웠던 것일까. 행운 따위는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 유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였을까. 세상 밖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유리가 열쇠를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이 아이의 절망이 나의 마음속을 꽉 채워 여기에서 놓여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은 나를 꽤 오랜시간 괴롭혔다. 유리에게도 고기왕처럼 몽키 같은 친구가 있거나 무능력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부모가 있었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리가 성인이 되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다. 실체가 없어 상상만으로나 가능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아픔이 뭔지, 슬픔이 뭔지 아는 아이였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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