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카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6 링컨 라임 시리즈 6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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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셀리토는 계속 피가 묻었던 뺨을 만졌다. 그가 지금까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적도 여러 번일 것이며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바로 눈 앞에서 한 생명이 꺼져 가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그 모습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 총알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론 셀리토와 라임과 색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무고한 시민의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놈을 상대하고 있다.

 

제네바는 할렘 흑인발물관에서 찰스 싱글턴의 자료를 보던 중 범인의 습격을 받았다. 범인 109호가 노리는 것은 오로지 제네바의 목숨이다. 왜? 왜일까. 제네바가 알고자 했던 해방 노예 찰스 싱글턴의 삶이 이 사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범인 109호가 찰스 싱글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정치가 관련 되어 있는 할렘의 과거 이야기가 지루하여 투덜거려 보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등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기에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경찰들이 보호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네바는 타인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 아주 제멋대로인 아이였다. 시험을 치기 위해 학교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찰스의 편지를 받기 위해 고모의 집으로 직접 움직이는 등 자신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사람들의 안전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범인 109호가 관련된 이번 사건에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유일한 사건은 제네바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발생한 위험 때문이었다. 벨의 보호 아래 얌전히 있었다면 몇 번이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범인 109호를 잡을 수 있는 확률도 줄어 들었겠지만 제네바의 통제되지 않는 행동때문에 범인 109호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제네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도 반전의 반전,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해결된다. 뜻밖에 알게 된 사실들이 독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주지만 이렇게 명쾌하게 해결되는 것은 역시 똑같은 패턴의 반복에 실망감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계속될 때마다 링컨 라임의 삶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다. 증거만을 믿는 라임이 제네바를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되고 자신의 삶 또한 변하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그가 죽음보다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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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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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발단은 19년 전 도모코의 친아버지 구사카베 다쓰야의 죽음부터 시작되었다. 구사카베 비록 그는 무참하게 살해당했으나 그는 현재 도모코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고토에와 결혼을 할 수 없었다면 그녀와 관계를 맺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고토에와 구사카베의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며 도모코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도모코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범인은 그녀가 섬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그녀로 인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하며 협박을 한다. 이때 도모코가 긴다이치 코스케가 탐정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앞으로 일어날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왕벌이었던 도모코는 자존심을 내세워 결코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릴 수 없다 결심하고 오히려 살인범에게 보란 듯이 정혼자들에게 교태를 부린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류마를 유혹하기도 했던 도모코다. 이로써 도모코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판단은 점점 더 냉혹해질 수 밖에 없고 도모코와 나 사이의 간극은 커져만 갔다. 그녀에 대한 마음과 진심은 이것으로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마다 나타나는 다몬 렌타로, 그보다 더 수장하게 변장을 하고 나타난 노인, 악의적인 마음은 없으나 살인 사건마다 관계를 하는 도모코의 동생 후미히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도모코의 가정교사 가미오 히데코, 도대체가 수상하지 않은 이가 없다. 구사카베가 발견했다는 '박쥐'는 무엇이며, 그가 죽은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구사카베를 죽였단 말인가. 지금 내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처읍부터 모든 살인 사건이 계획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혹은 우연이 겹쳐 살인 사건이 점점 미궁 속에 빠졌다는 것이다.

 

19년 전 월금도에서 일어난 사건과 현재 도모코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의 가장 큰 희생자는 도모코의 엄마 고토에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며 죽어간 그녀를 기억해줄 사람은 이제 도모코 뿐이다. 고토에가 구사카베에게 진심이 담긴 사랑을 받았을까. 구사카베는 그저 그녀의 아름다움만을 취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그 어떤 것이든 도모코가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고토에가 구사카베를 사랑하여 스스로 원해서 한 사랑은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을 것이다. 어떻게 시작된 사랑이든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되면 고토에와 도모코의 곁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가미오 히데코의 아픔보다 고토에 생각이 많이 나게 될 것이다. 구사카베가 고토에와 결혼을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한 언급이 좀 더 있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떤식으로든 고토에와 구사카베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을 테니 여기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자 한다.  

 

도모코에게 시작되는 사랑은 한 남자에게는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또 그 누군가에게는 남아 있는 삶 동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작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희망찬 결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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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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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반드시 나를 찾아내겠다"고 그 사람이 말했다. 요코에게 사랑은 환상이 아니었다. 딸 소우코가 눈 앞에 있는 한 그 사람을 향한 자신의 사랑은 현실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싶다"고 소우코가 말한 순간, 요코에게 그 사람은 더이상 현실이 아닌 환상이 되어 버렸다. 소우코에게 들려주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요코가 지어낸 듯 매번 이야기의 내용이 바뀌고 점점 형체가 흐릿해져 갔다. 다만 그 사람에 대한 냄새만은 늘 강렬하게 남아 있어 소우코에게 들려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 모두가 소우코에게는 실체가 되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기억은 요코에게만 있었으니까.

 

한 장소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요코의 사랑은 문학적인 표현을 들면 아주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 있든지 반드시 찾아낼 수 있는 사랑이라니, 이것은 인연을 넘어 운명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환상적이거나 절제된 슬픔을 담고 있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요코의 사랑은 그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사랑일 뿐이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모모이 선생님과의 결혼, 그리고 폭풍 같이 몰려온 온몸이 녹아내릴 듯한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그 결과로 태어난 소우코, 여기에서 무엇이 운명이고, 환상이란 것일까. 실체가 있는 현실일 뿐이다. 요코가 그 사람을 기다린 지 16년이다. 그동안 그녀는 그 사람의 소식을 알기 위해 정기적으로 음악 잡지에 실린 소식을 들여다 보지 않았던가. 그 사람이 남긴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오겠다"는 말로 이어져 오고 있는 사랑이지만 그들에게 환상은 없다. 

 

도쿄를 떠나 있으라는 모모이 선생님의 말에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떠나 16년을 나그네처럼 떠돌며 살아간 요코와 소우코, 두 사람의 삶이 무너지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 했었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것이 늘 불안했던 소우코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요코에게 더 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겨준다. 그 사람과의 사랑의 결과로 소우코가 태어났으나 소우코는 소우코일뿐 그 사람일 수 없으니까. 요코에게도 현실을 피할 수 없는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삶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 죽음만을 떠올린다.

 

다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16년 동안의 세월을 모두 지워 버리고 다시 예전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사람과 요코의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해도 이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에게 다시 돌아갈 가족이 있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말하고 나니 요코와 그 사람의 사랑, 정말 현실적이지 않나. 운명적인 말 같은 거, 그것도 현실 위에 존재하는 거니까. 어디에 있든지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운명적인 사랑의 메시지는 요코와 소우코의 아빠(요코가 표현하는 '그 사람'이 아닌 '소우코의 아빠'라고 표현하니 이들의 사랑이 현실 같이 느껴져 슬프다)가 만나는 장면을 환상적인 느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요코와 그 사람이 만나게 되는 날, 이들의 만남이 현실 위에서 그려지길 바란다. 이것이 그녀의 꿈이 아닐까, 상자속에 넣어진 과거의 기억속의 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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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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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의 소설과 성장 소설을 잘 버무린 '고타마'는 이스트랜드의 왕자 듀란이 겁쟁이에서 부모님과 형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콜드스틸의 크롬웰과 대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허약하기만 한 듀란이 자신의 힘만으로는 크롬웰과 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이가 고타마인데 그것은 듀란에게 엄청난 힘을 주면서도 듀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선한 존재다. 듀란은 "내 친구 듀란"이라고 정감있게 불러주는 고타마로 인해 나약했던 자신의 마음까지 드러내 보임으로써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정혼자인 앤 공주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약한 듀란이 크롬웰과 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 고타마는 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왜 고타마는 듀란에게 힘을 주기로 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하게 여기겠으나 여기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힘 없는 작은 벌레도 친구로 생각하고 이름까지 지어주는 듀란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골렘들이 왕궁을 부수고 원한 맺힌 시칼리아가 나타나 듀란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아주 급박한 상황인데도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타마의 존재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일은 아주 답답하게 진행이 된다. 고타마의 존재에 대해 플로베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아주 짧았으나 꼭 필요한 전개임에도 그랬다. 백년이 넘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플로베르가 고타마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 의외인데 이때문에 듀란은 고타마와 드러내놓고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희한한 상황이긴 한데 덕분에 고타마와 듀란은 비밀 친구같은 사이가 된다.

 

백성들의 영웅인 형 올란은 골렘의 손가락만을 상대할 수 있었다. 골렘의 손가락질에 당한 쿠르베가 전하는 골렘과의 싸움은 독자들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하고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지만 고타마의 힘을 이용하여 나라와 백성들을 구한 듀란이 없었다면 크롬웰이 불러맨 마물들에 의해 세상이 모두 암흑 천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정말 무서운 일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크롬웰과 싸우기 위해 고타마의 힘을 이용한 듀란이지만 형 올란과 달리 이곳에서는 영웅인 것이다. 형 울란은 상상력이 부족해 고타마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듀란이기에 고타마의 힘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골렘들이 쳐들어온 지금의 상황에서 백성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겁쟁이 듀란이 크롬웰과 싸우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는 고타마라는 존재가 필요했으나 그같은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 것은 분명 듀란 자신일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그 누구나 고타마의 힘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나, 고타마의 힘을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듀란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면 고타마가 제시한 규칙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듀란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 누구나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사람은 용기를 낸 것이다. 이우혁은 '고타마'를 통해 비록 고타마의 힘을 빌렸지만 듀란 왕자가 보여준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이 고타마가 되어 많은 이들이 작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았을까. 무서운 것이 많아 듀란보다 더 겁쟁이인 내가 고타마를 통해 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내었으니 말이다.

 

고타마는 존재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듀란과 고타마가 함께 했음을 내가 직접 보지 않았던가. 듀란의 원정은 끝나지 않았으나 이것으로 충분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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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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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의 서막을 알린 첫 번째 살인사건은 너무나 끔찍했다. 너무나 끔찍해서 범인과 시즈카의 관계를 그려볼 수조차 없다. 거꾸로 매달린 시체라니. 고립된 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기에 경찰이 와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이카리 쇼스케와 이카리 치즈는 이 일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이치노세가 추천하는 탐정 시나노 조지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게 된다. 경찰 개입 없이 탐정이 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말이 안되긴 하는데 이야기를 엮어나가려니 여기에서는 있을 법한 일로 다뤄진다. 죽은 시즈카는 이카리 쇼스케의 딸인데도 살인사건을 덮다니 스스로 범인을 직접 잡겠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또 일어날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모르겠다. 이카리 치즈와 이카리 쇼스케가 아니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살해 동기, 거기다 뜻하지 않게 생긴 밀실 살인까지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고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겠다 싶을 정도로 사건들이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사건을 해결했으니 뭐 어쨌든 시나노 조지의 사건해결 능력은 인정하지만 이카리 쇼스케가 탐정뿐 아니라 경찰도 함께 불렀다면 '흰 집의 살인'이 더 재밌었을 것이다.

 

탐정 시나노 조지와 이치노세는 예전에 겪은 한 사건으로 친분을 맺었고 시나노 조지의 사건 해결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치노세는 이카리 쇼스케에게 사건을 해결할 탐정으로 그를 추천하게 된다. 나는 시나노 조지와는 이번 사건으로 처음 만났지만 그가 이치노세와 관련이 있었던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정이 그다지 많지 않아 자신이 풀어내는 사건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치노세에 대해서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시나노 조지는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의 살해 방법까지 알아내지만 살해 동기만은 알 수가 없어 곤혹스러워한다. 살해 동기를 알아내지 못한 시나노 조지가 범인의 살해 동기를 알게 되었을 때 이치노세에게 "내가 완전히 졌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에게는 사건들이 모두 게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줘 충격을 준다. 이런 시나노 조지와 달리 이치노세가 더 탐정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시나노 조지처럼 사건을 해결해내는 능력은 없지만 타인에 대한 정이 깊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성격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시나노 조지의 사건해결 능력과 이치노세처럼 타인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이 탐정으로 등장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서의 즐거움도 크게 느끼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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