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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집의 살인 ㅣ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연쇄살인사건의 서막을 알린 첫 번째 살인사건은 너무나 끔찍했다. 너무나 끔찍해서 범인과 시즈카의 관계를 그려볼 수조차 없다. 거꾸로 매달린 시체라니. 고립된 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기에 경찰이 와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이카리 쇼스케와 이카리 치즈는 이 일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이치노세가 추천하는 탐정 시나노 조지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게 된다. 경찰 개입 없이 탐정이 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말이 안되긴 하는데 이야기를 엮어나가려니 여기에서는 있을 법한 일로 다뤄진다. 죽은 시즈카는 이카리 쇼스케의 딸인데도 살인사건을 덮다니 스스로 범인을 직접 잡겠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또 일어날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모르겠다. 이카리 치즈와 이카리 쇼스케가 아니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살해 동기, 거기다 뜻하지 않게 생긴 밀실 살인까지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고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겠다 싶을 정도로 사건들이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사건을 해결했으니 뭐 어쨌든 시나노 조지의 사건해결 능력은 인정하지만 이카리 쇼스케가 탐정뿐 아니라 경찰도 함께 불렀다면 '흰 집의 살인'이 더 재밌었을 것이다.
탐정 시나노 조지와 이치노세는 예전에 겪은 한 사건으로 친분을 맺었고 시나노 조지의 사건 해결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치노세는 이카리 쇼스케에게 사건을 해결할 탐정으로 그를 추천하게 된다. 나는 시나노 조지와는 이번 사건으로 처음 만났지만 그가 이치노세와 관련이 있었던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정이 그다지 많지 않아 자신이 풀어내는 사건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치노세에 대해서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다.
시나노 조지는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의 살해 방법까지 알아내지만 살해 동기만은 알 수가 없어 곤혹스러워한다. 살해 동기를 알아내지 못한 시나노 조지가 범인의 살해 동기를 알게 되었을 때 이치노세에게 "내가 완전히 졌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에게는 사건들이 모두 게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줘 충격을 준다. 이런 시나노 조지와 달리 이치노세가 더 탐정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시나노 조지처럼 사건을 해결해내는 능력은 없지만 타인에 대한 정이 깊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성격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시나노 조지의 사건해결 능력과 이치노세처럼 타인에 대한 정이 있는 사람이 탐정으로 등장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서의 즐거움도 크게 느끼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