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판타지 장르의 소설과 성장 소설을 잘 버무린 '고타마'는 이스트랜드의 왕자 듀란이 겁쟁이에서 부모님과 형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콜드스틸의 크롬웰과 대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허약하기만 한 듀란이 자신의 힘만으로는 크롬웰과 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이가 고타마인데 그것은 듀란에게 엄청난 힘을 주면서도 듀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선한 존재다. 듀란은 "내 친구 듀란"이라고 정감있게 불러주는 고타마로 인해 나약했던 자신의 마음까지 드러내 보임으로써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정혼자인 앤 공주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약한 듀란이 크롬웰과 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 고타마는 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왜 고타마는 듀란에게 힘을 주기로 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하게 여기겠으나 여기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힘 없는 작은 벌레도 친구로 생각하고 이름까지 지어주는 듀란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골렘들이 왕궁을 부수고 원한 맺힌 시칼리아가 나타나 듀란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아주 급박한 상황인데도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타마의 존재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일은 아주 답답하게 진행이 된다. 고타마의 존재에 대해 플로베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아주 짧았으나 꼭 필요한 전개임에도 그랬다. 백년이 넘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플로베르가 고타마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 의외인데 이때문에 듀란은 고타마와 드러내놓고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희한한 상황이긴 한데 덕분에 고타마와 듀란은 비밀 친구같은 사이가 된다.
백성들의 영웅인 형 올란은 골렘의 손가락만을 상대할 수 있었다. 골렘의 손가락질에 당한 쿠르베가 전하는 골렘과의 싸움은 독자들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하고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지만 고타마의 힘을 이용하여 나라와 백성들을 구한 듀란이 없었다면 크롬웰이 불러맨 마물들에 의해 세상이 모두 암흑 천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정말 무서운 일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크롬웰과 싸우기 위해 고타마의 힘을 이용한 듀란이지만 형 올란과 달리 이곳에서는 영웅인 것이다. 형 울란은 상상력이 부족해 고타마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듀란이기에 고타마의 힘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골렘들이 쳐들어온 지금의 상황에서 백성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겁쟁이 듀란이 크롬웰과 싸우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는 고타마라는 존재가 필요했으나 그같은 결심을 하고 용기를 낸 것은 분명 듀란 자신일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그 누구나 고타마의 힘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나, 고타마의 힘을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듀란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면 고타마가 제시한 규칙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듀란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 누구나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사람은 용기를 낸 것이다. 이우혁은 '고타마'를 통해 비록 고타마의 힘을 빌렸지만 듀란 왕자가 보여준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이 고타마가 되어 많은 이들이 작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았을까. 무서운 것이 많아 듀란보다 더 겁쟁이인 내가 고타마를 통해 작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내었으니 말이다.
고타마는 존재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듀란과 고타마가 함께 했음을 내가 직접 보지 않았던가. 듀란의 원정은 끝나지 않았으나 이것으로 충분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