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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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발단은 19년 전 도모코의 친아버지 구사카베 다쓰야의 죽음부터 시작되었다. 구사카베 비록 그는 무참하게 살해당했으나 그는 현재 도모코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고토에와 결혼을 할 수 없었다면 그녀와 관계를 맺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고토에와 구사카베의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며 도모코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도모코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범인은 그녀가 섬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그녀로 인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하며 협박을 한다. 이때 도모코가 긴다이치 코스케가 탐정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앞으로 일어날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왕벌이었던 도모코는 자존심을 내세워 결코 자신을 이렇게 무너뜨릴 수 없다 결심하고 오히려 살인범에게 보란 듯이 정혼자들에게 교태를 부린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류마를 유혹하기도 했던 도모코다. 이로써 도모코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판단은 점점 더 냉혹해질 수 밖에 없고 도모코와 나 사이의 간극은 커져만 갔다. 그녀에 대한 마음과 진심은 이것으로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마다 나타나는 다몬 렌타로, 그보다 더 수장하게 변장을 하고 나타난 노인, 악의적인 마음은 없으나 살인 사건마다 관계를 하는 도모코의 동생 후미히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도모코의 가정교사 가미오 히데코, 도대체가 수상하지 않은 이가 없다. 구사카베가 발견했다는 '박쥐'는 무엇이며, 그가 죽은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구사카베를 죽였단 말인가. 지금 내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처읍부터 모든 살인 사건이 계획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혹은 우연이 겹쳐 살인 사건이 점점 미궁 속에 빠졌다는 것이다.

 

19년 전 월금도에서 일어난 사건과 현재 도모코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의 가장 큰 희생자는 도모코의 엄마 고토에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며 죽어간 그녀를 기억해줄 사람은 이제 도모코 뿐이다. 고토에가 구사카베에게 진심이 담긴 사랑을 받았을까. 구사카베는 그저 그녀의 아름다움만을 취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그 어떤 것이든 도모코가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고토에가 구사카베를 사랑하여 스스로 원해서 한 사랑은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을 것이다. 어떻게 시작된 사랑이든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되면 고토에와 도모코의 곁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가미오 히데코의 아픔보다 고토에 생각이 많이 나게 될 것이다. 구사카베가 고토에와 결혼을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한 언급이 좀 더 있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떤식으로든 고토에와 구사카베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을 테니 여기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자 한다.  

 

도모코에게 시작되는 사랑은 한 남자에게는 충만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또 그 누군가에게는 남아 있는 삶 동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작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희망찬 결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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