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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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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면 정말 힘든 사랑이 아닌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고 죄를 함께 짊어진 사람은 자신이 궁극적 사랑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릴 것들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니, 문학속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다.

 

'들장미 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스기시타와 니시자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안도와 니시자키, 스기시타의 삶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노구치와 그의 아내 나오코가 살해된 사건 현장에 있게 된 니시자키, 스기시타, 안도, 나루세의 증언만으로 그 날의 진실을 알아내야 하는 독자들은 그 사건이 있은 후 10년 만에야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니시자키는 자신의 아픔을 나오코를 통해 이겨냈다. 그런데 궁극의 사랑이 '죄의 공유'라고 대답한 스기시타는 10년 전과 같이 현재도 달라진 점이 없다. 여전히 자신의 삶을 홀로 버텨내고 있으며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지켜주기 위해 행한 모든 행동에 '죄의 공유'라는 이름을 붙여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온 그녀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스기시타가 안도나 나루세와 마음을 나누는 사랑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황폐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루세와 함께 한 죄의 공유는 스기시타가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스스로 죄를 공유했다고 생각함으로써 궁극의 사랑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서로에게 고마움을 남긴 사이였을 뿐이다. 물론 그 당시 나루세가 처해 있는 상황이 위태롭긴 했다. 나루세가 용의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스기시타의 덕이 크긴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실은 '죄의 공유'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기시타가 안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또 어떤가. 안도를 지켜주고자 했던 마음은 니시자키가 나오코를 지켜주고자 했던 상황과 맞물리며 애초에 계획했던 것들과 달리 엄청난 결과로 번져간다. 안도가 니시자키, 스기시타, 나루세의 계획을 몰랐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기에 노구치와 나오코가 살해된 사건에 뜻하지 않게 대단한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스기시타가 니시자키와 의논한대로 했다면? 니시자키가 나오코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그냥 물러났다면? 이런 저런 가능성들을 떠올려 보지만 그 무엇이든 안도때문에 이 사건의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 마음이 심란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등장인물들 중의 그 누구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자 했던 마음도 그리 와 닿는 것이 없었으니,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단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니시자키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바보 같은 선택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죗값을 치루는 것을 보며 10년 후의 그의 삶이 분명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이 책을 인물들간의 복잡한 심리묘사, 궁극적 사랑, 문학적 승화에 대해 다루지 않고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으로 노구치와 나오코의 사건을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흔한 작품이 되어 버렸겠지만 적어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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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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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44년 후쿠오카 형무소의 간수 스기야마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한 줄의 시로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한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는 스기야마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악마라 불린 간수 스기야마와 윤동주가 어떻게 연결 되어 있는 것일까. 조선인 죄수들을 잔혹하게 다루어 온 스기야마의 죽음에 대해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 미스터리처럼 하나씩 진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스기야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윤동주의 죽음이 어떠했는지 알고 있음에도 그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전쟁 중에 형무소 안에서 간수 한 명 죽은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파헤치다니 소장이 직접 지시해서 스기야마의 죽음을 파헤치라고 한 것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하지만 스기야마를 알지 못하면 윤동주 가까이에 닿을 수 없기에 작가가 유이치를 통해 보여주는 진실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스기야마가 끔찍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의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없었을 것이다. 그의 몸짓 하나, 눈빛 하나까지 그것이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윤동주에게 영혼과 같은 시를 소각하고 조선인 죄수들을 고문하고 폭행하는 그를 보면서 대체 어떤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지, 진실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정도로 스기야마의 삶은 그렇게 죽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동정심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자신의 고통을 위로 받기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준 스기야마의 삶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죄책감과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가리기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그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도 영혼이 상처 입은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스기야마의 죽음을 파헤치는 유이치는 스기야마의 주머니에서 나온 한 편의 시를 따라가며 조금씩 진실에 다가선다. 스기야마처럼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지만 유이치는 여기에서 결코 멈출 수가 없다. 유이치는 스기야마를 죽인 범인으로 최치수를 지목한다. 최치수 또한 자신이 스기야마를 죽였다고 진술한다. 왜 그랬을까. 왜 최치수는 자신이 스기야마를 죽였다고 한 것일까. 유이치는 드러난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고 생각하여 좀 더 깊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스기야마와 윤동주는 '시'를 통해 마음을 나눈다. '시'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고 스기야마는 윤동주가 그의 세상 안에서는 오롯이 자유롭기를 원한다.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은 고통을 치유 받아야 할 것이고 윤동주의 시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스기야마 자신이 치유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려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꼭 살아서 형기를 마치고 나가겠다고 말하는 윤동주, 그러나 그를 덮쳐오는 거대한 음모의 세력은 스기야마조차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유이치는 간수가 아닌 죄수로 갇히게 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죄가 있다며 자책한다. 형무소에 관련된 서류들을 모두 소각한 후 기록이 불태워지고 감추어졌다 해도 진실은 여전히 그곳에 있기에 유이치는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 허구이지만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한 사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기록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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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피크 1.2 세트 - 전2권
임강혁 그림, 홍성수 글 / 영상노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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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해서 북한산 산악 구조대가 된 사람은 없다. 벌써 10기들이 들어왔지만 그들은 산악 구조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 산악 구조대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제대를 앞둔 구조대 9기 김주한은 처음 만난 10기들에게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이 밖으로 터져나오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인지, 극한의 고통속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김주한이 던진 질문은 산악 구조대에게만 던진 질문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도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들과 함께 생명을 가진 북한산의 여러 모습들을 보고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구조대 10기들이 북한산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흘리는 땀 한방울까지도 완전하게 산악 구조대가 되었을 때만이 그 답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스스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밀어내는 북한산의 모습을 온전히 알게 된다 해도 이 산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온 경험이 없는 나에게 북한산은 다른 산과 똑같이 낯선 모습을 한 자연의 풍경일 뿐일 것이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북한산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는 처음 얼마동안은 아주 여유만만했었다. 그러나 선배 구조대원 김주한이 시키는 혹독한 훈련으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 깨닫게 되면서 제대는 할 수 있을지,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달 후면 선배들이 제대하고 구조대 10기들만 남아 이 산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한 달 안에 어떻게 산악 구조대가 된다는 말인가. 동생을 이곳 북한산에서 잃은 연성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로 이곳은 너무나 위험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북한산 산악 구조대 인원 전부가 처음부터 자신이 한 생명을 구하게 되는 산악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지는 않는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을 구출하고 생명을 지켜주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짐꾼이 아니라 구조대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지만 지금은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이 수석이라고 말하는 임배호는 시종일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다행스럽게도 위급할 때 다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짐으로써 자신이 뼛속까지 구조대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끝나면 연성이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제대해서 세상에 다시 나가게 되면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깊이 있는 춤을 출 수 있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 보단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이것이 더 걱정이지만 어쩌면 제대하면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이 아니라고 절규하는 류연성, 아이와 함께 산에 온 남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내내 자신을 괴롭히고 급기야는 북한산 산악 구조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짐꾼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런 생각을 버리고 오롯이 구조대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될까. 류연성에게는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김주한이 이번 기수들은 운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연성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분명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독자들도 구조대 10기들이 제대할 때까지 이 긴장감을 함께 느껴야 할 모양이다. 이들이 제대할 때쯤 되면 후들거리는 다리로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져 주저 앉게 될 것 같다.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이, 구조요청이 오면 늘 달려가야 하는 구조대원들. 벼랑 끝에 매달려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며 버텨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일들은 산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위험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딸기 머리핀'을 하고 다니는 채영의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구조대원들의 일상은 늘 긴장감의 연속이다. 류연성, 임배호, 고학문, 남기중, 박광도 이들 중 그 누구도 죽는 사람 없이 복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란다.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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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드 매치드 시리즈 2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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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드'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라면 카이와 카시아가 만날 수 있을까였다. 소사이어티가 통제하는 곳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카시아가 과연 카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운명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것을 보면 만남에 대한 것은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떠올려보면 그리 긍정적인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모든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처리하는 카이와 달리 카시아는 이제 겨우 소사이어티의 통제의 부당함에 눈을 뜬 상태, 카시아가 반역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결코 이상한 상황이 아님에도 카이와 의견을 달리하는 그녀를 보는 것이 불안하다.  

 

소사이어티를 상대로 카이와 카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수용소로 끌려다니면서 카시아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던가. 위험에 노출되어서도 카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찾아나선 카시아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지만 소사이어티는 너무나 거대한 세력이다. 이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힘은 넓게 퍼져 있다. 카이, 카시아가 숨을 곳이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것이 암울한 상태지만 카이와 카시아가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데에는 두 사람의 사랑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카이를 선택한 카시아에게 카이는 그녀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크로스드'에서는 잰더의 등장이 미비하지만 카이와 카시아를 떠올리면 늘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잰더다. 여전히 잰더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3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는 없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 다른 카이와 카시아, 카시아를 사랑하는 카이와 잰더, 카시아의 마음이 누구에게 있든지 잰더의 마음이 그녀에게 오랫동안 머물 것이라고 짐작되기에 잰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지 않고 카시아와 잰더가 맺어졌더라면 이 시리즈는 평범한 소설이 되어 버렸겠지만 흔한 로맨스 소설이 되어 버린다고 해도 카시아가 위험한 사랑을 선택하기 보다 잰더를 선택하여 평범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매치드'에서는 소사이어티가 통제하는 삶 속에서 매칭 상대가 된 잰더와 카시아의 이야기와 매칭 상대가 아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된 카이와 카시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면 '크로스드'에서는 거대한 세력인 소사이어티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반역자들의 존재로 인해 카이와 카시아의 삶이 지금보다 더 험난한 길을 가게 될 것이고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될 현실은 그 무엇을 상상했든 상상했던 것보다 거대할 것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카이와 카시아의 사랑 뿐일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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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3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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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련, 넌 정체가 뭐냐" 오유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주변인이 맞는 것 같은데 명탐정 고명달의 아들 고기왕에게 중요 정보를 주는 것을 보면 그냥 주변인으로만 보기에는 그 정체가 의심스럽다. 고기왕은 또 힘든 시련이 닥쳐온다해도 친구 몽키와 아빠 그리고 유가련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고 유가련에게 그 존재감을 부여해줬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유가련이 스스로 오유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긴 했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유리에게 손을 내밀지 못한 죄책감을 이야기 했었다. 짝지였음에도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고도 말했었다. 그렇지만 유리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밝혀내려는 고기왕에게 유가련이 주는 정보는 그녀 스스로 추리해서 정보를 줬다고 해도 유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정보도 있었기에 유가련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명탐정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고기왕이 여학교를 다니는 오유리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무리가 있겠다고 판단하고 유가련이라는 인물을 만들었겠지만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유가련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유리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시간을 보낼텐데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왜 이렇게 냉정하고, 무섭게 변해가는 것일까. 자신보다 약한 자를 삶의 끝으로 몰아세웠으면서도 죽어 버린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해 버리니 세상이 무서워서 돌아서 버리기엔 학교 안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약하디 약한 아이들이 불쌍하다. 

 

능력 없는 명탐정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주로 고양이를 찾는 일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고기왕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한다. 무능력한 아버지이긴 하지만 고기왕에게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였고 독자들도 아버지 고명달의 존재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속 썩이는 아버지를 벗어나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린 엄마보다는 고기왕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고기왕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아버지도 불쑥불쑥 이 사건에 끼어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일은 고기왕만이 풀어야 하는 문제다. 자신이 외면해왔던 문제를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위해 그만이 꼭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고기왕은 오유리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 가장 가까이에 다가서면서도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같은 반 친구 이성윤의 아픔을 외면했다. 고기왕에게도 지나온 과거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힘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성윤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고백하는데도 고기왕과 몽키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아니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고기왕은 부모님과 몽키의 도움으로 어둡고 음습한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앞으로도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성윤에게는 의지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유리의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 인물인 고기왕과 성윤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고통당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흐릿해서 주변 인물들만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유리는 아이들 중 그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가 유리의 삶을 파괴했을까. 그 시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힘들다고 가족들에게 고통을 털어 놓았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 전학을 갈 수도 있었을텐데 유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버리고 말았다. 약해 빠져서 피했다기 보다는 결단을 내리고 현실에서의 고통을 해결해 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유리에게는 부모님도 언니도 가족 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가 죽어 버린 이유에 대해 짐작했으면서도 언니는 명탐정 고명달에게 사건을 의뢰한 후 마음의 짐을 덜어내 버린다. 어쩌면 아닐 지도 모른다. 유리의 아픔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해줘야 할까 많이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족들이 유리에게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너무 늦은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는 어디로 갔을까. 유리가 누구에게 주었을까. 누구에게 빼앗겼든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유리의 죽음의 진실 가까이에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열쇠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놀랐던 것은 왜 '그녀'(이름을 밝히지 않겠다)였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괴롭혔지만 친구인척 다가선 '그녀'가 더 미웠던 것일까. 행운 따위는 없다고, 알려주는 것이 유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였을까. 세상 밖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유리가 열쇠를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이 아이의 절망이 나의 마음속을 꽉 채워 여기에서 놓여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은 나를 꽤 오랜시간 괴롭혔다. 유리에게도 고기왕처럼 몽키 같은 친구가 있거나 무능력하지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부모가 있었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리가 성인이 되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다. 실체가 없어 상상만으로나 가능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아픔이 뭔지, 슬픔이 뭔지 아는 아이였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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