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이스탄불 구시가지에는 골든혼 쪽으로 거의 붙어서 토프카프 궁전이 있고 궁전 왼쪽에 귈하내 공원이, 궁전에서 조금 내려오면 아야 소피아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 왼편으로 트램바이 차도를 건너면 바로 예례바탄 사라이가 있다. 박물관 아래로는 분수광장이 놓여있고 그 건너편에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가 있으며, 모스크 왼편으로는 히포드롬 광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모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히포드롬 광장은 예전에 전차 경기장이 있던 자리다. 히포(hippo)는 하마지만 접두어 hipp-은 말을 뜻한다. 1453년 오스만에게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기 이전에는 히포드롬 경기장과 붙어서 지금의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와 분수 광장 일대에 비잔틴 제국의 대궁전이 있었다. 황제는 궁전에서 바로 경기장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전용 출입구가 있었고, 또 아야 소피아 성당과 궁전도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스탄불의 히포드롬은 아마 현재 그 유적이 남아있는 경기장 중에서 최대 규모다. 가로 120미터, 세로 500미터(또는 130×450미터 라고도 한다)10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엄청나다. 이 경기장은 서기 203년에 세베루스 황제의 지시로 착공되어 330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완공되었다. 일부 관광안내 책자에는 영화 벤허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이야기다. 영화 벤허는 당연히 여기서 찍지도 않았고, 더구나 영화의 원작인 소설 속에서 벤허와 멧살라가 죽기살기로 필사의 전차 경주를 벌이는 장소는 예루살렘의 경기장이라고 한다. 사실 소설 속 벤허의 시대적 배경은 기원 전후인데, 그 당시의 콘스탄티노플에는 전차 경기장이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소설로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품절이다.

 

 

 

 

 

 

 

 

 

 

 

 

 

 

로마시대에 전차 경기는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의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는 그 근처에도 못 미쳤을 정도였던 것 같다. 비잔틴 시대에는 4개팀으로 나누어 경기가 벌어졌는데 이들은 유니폼을 각각 적, , , 백색으로 입어 서로를 구별했다, 이들을 응원하는 응원단도 적색당, 청색당, 녹색당, 백색당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유스티니아누스 시대에는 녹색당와 청색당만 남게 되었다. 이 당파들은 단순한 응원단이 아니라 마치 현대의 정당과 같이 거대한 파벌을 이루었고 심지어 사병들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532년에 전차 경기 후에 과열된 응원 분위기에서 청색당과 녹색당이 서로 충돌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니카 반란의 시초다. 황제는 처음에는 각 당의 지도자를 체포하여 감금하고 처벌하였는데 얼마후 녹색당과 청색당은 서로 힘을 합하여 황제에 반대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폭도들의 방화로 아야소피아 성당도 불에 타 소실되었다. 폭동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황제는 수도를 버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려고 했다. 이 때 황후였던 테오도라는 대차게도 황제의 자주색 옷은 가장 고귀한 수의라는 역사에 남은 유명한 말을 하면서 도망치려는 황제를 훈계했다고 한다. 황후는 곰 조련사의 딸로 극히 천한 신분 출신이었으며, 경기장의 쇼걸이자 매춘부였다고 한다. 어쨌든 마음을 고쳐먹은 황제는 군대를 동원하여 반란을 진압한다. 이때 히포드롬 경기장에서 학살된 사람이 삼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한가롭게 일렁일렁 노니는 광장이 되었지만 실은 엄청난 유혈의 현장인 것이다.

 

 

 

 

 

 

 

 

 

 

 

 

  

테오도라에 관한 어린이용 책은 나와있는데 성인용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악의적인 역사가들의 진술에 의하면 테오도라에 대한 차마 말로 형용키 어려운 온갖 해괴하고 음탕한 29금도 훨~씬 넘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는데, 당연 이 책에는 안나올 것이다.

  

로마인들과 달리 이슬람교도들은 전차 경기의 묘미를 모른다. 당연하게도 이 경기장은 콘스탄티노플 함락 후에는 없어졌다. 무슬림은 술도 마시지 않는다. 맥주를 일잔 홀짝홀짝하면서 콧구멍 벌렁벌렁하는 말들이 갈기를 휘날리며 내 달리는 전차 경기를 관람하면 정말 재미가 철철 넘쳐흐를 것만 같은데....뭐 취향과 기호가 다 다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이스탄불 여행 중 현지인이 갈만한 식당에서 두어 번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시원한 맥주를 주문하니 없다는 것이다. 아아아!! 이 한 여름에 식당에 맥주가 없다니........ 터키가 비록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슬람 국가인 것이다. 아마도 주류는 허가된 곳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모양이다. 어쨌든 세계 최대의 전차 경기장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경기장의 중앙 분리대를 장식하던 세 개의 기둥만은 아직도 남아있다. 하나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이고, 둘은 콘스탄티누스 기둥이고, 셋은 그리스 델포이에서 가져온 청동 뱀 기둥이다. 이 세 기둥 이야기는 다음 편에....계속....

 

 

 

  

 

 

 

 

호텔 방에서 터키 과자를 안주로 에페스 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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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5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5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타유 2015-08-2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53년 5월 29일.. 그때는 어땠을지..

붉은돼지 2015-08-25 15:53   좋아요 0 | URL
1453년 5월 29일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 이스탄불에 있어요^^
1453 파노라마 박물관이라고...이스탄불 여행 마지막날에 갔었는데...나중에 페이퍼에 함 올려볼께요

Mephistopheles 2015-08-2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축구장에서 난동 부리는 홀리건...국내 프로야구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부 열성팬들....의 선조들의 이야기군요.

붉은돼지 2015-08-25 15:55   좋아요 0 | URL
훌리건 저리가라 였다나봐요...종종 난동을 부리곤 했다고....ㅎㅎㅎㅎ
로마인들은....비잔틴은 그리스인들이 주겠지만....어쨋든 로마인들은 검투사경기나 전차경기 이런 게임을 엄청 좋아했었나봐요..전차 경기는 말하자면 일종의 카레이스인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